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06화 (106/171)
  • 공민 황제, 북방 민족과 담판을 짓다 - 1

    [함양궁 앞의 벌판]

    마교주가 정말로 완전히 소멸했는지 아니면 안개로 화해 어디론가 도망을 쳤는지 왕기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익숙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리링. 대적자를 처치하였습니다......]

    제법 긴 내용의 메시지가 들려오자 마침내 자신의 대적자이자 마교 교주를 죽였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왕기가 땅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 풀썩.

    그러자 소림의 공심대사가 놀란 눈으로 소리를 지르며 다가와 왕기를 덥석 품에 안았다.

    "고려검황 시주. 괜찮으시오?"

    무당의 태청진인마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아직 채 스물도 되지 않은 고려의 젊은 황제께서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늙은이들보다 체력이 더 약하시구려."

    그 순간 오랜 전투 끝에 어느새 그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어있고 고수들의 숫자도 급감해 있는 천마 교도 후미에서 뇌마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원 후퇴! 당장 후퇴한다! 교도들은 열을 지어 최대한 빨리 본교로 돌아가거라."

    - 삘리리~ 삘리리...

    천마교의 구슬픈 후퇴 뿔피리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전투에서 가장 피해가 나는 것은 언제나 후퇴를 할 때인 법. 뇌마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천마 교도들을 후퇴시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장시간의 전투에 지쳐있는 중원 무림인들이야 서로 뒤엉켜 안고 살아남았다는 기쁨과 승리했다는 환희를 누리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거나 탈진해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지만, 원나라 황제가 있는 함양궁에서 진군의 북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깃발이 동시에 힘차게 펄럭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둥. 둥. 둥...

    그 순간 무림인들 간의 전투에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양익에 있던 몽골제국의 기마병들이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일제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두두두두...

    그러고는 빠르게 후퇴하는 마교 교도들의 뒤를 무서운 속도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왕기가 뇌까렸다.

    '원나라 황제도 제법이로군. 기회를 놓치지 않아. 저들 중에 살아남는 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야. 어쩌면 몽골군 기병들이 후퇴하는 자들의 뒤를 따라 마교의 본산까지 쳐들어갈지도 모르지. 아무튼 마교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군. 그리고... 다들 저기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기회이다.'

    - 울컥.

    그 순간 왕기가 입에서 피를 대량으로 게워내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공심대사가 왕기를 더 바짝 끌어안을 때, 왕기의 감각에 누군가가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린 채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화경에 달한 고수답게 무공이 강한 누군가가 내공을 끌어올린 채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던 태청진인의 고개가 급하게 뒤로 돌아갔다. 바짝 경계를 하고 있던 태청진인의 기세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자 급격히 풀려버렸다. 척무관이 끈으로 묶은 죽은 고려 병사들의 시체를 머리 위에 잔뜩 짊어지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며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왕기가 아직도 피가 줄줄 흐르는 입을 열어 대꾸했다.

    "짐... 짐은 괜찮느니라. 무리를 해서 진기를 끌어올리느라... 쿨럭. 혈맥이 잠깐 터졌을 뿐이야. 휴식을 취하고 나면... 금방 괜찮아질 것이다."

    - 쿵.

    병사들의 시체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척무관이 입을 열었다.

    "다행이옵니다. 폐하. 이 시체들은 어떡할까요?"

    "목숨은 아깝지만 이미 죽어벼렸으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갑옷만을 벗겨 챙겨가도록 한다. 짐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폐하. 알겠습니다."

    씩씩한 척 무관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왕기가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10, 9, 8...'

    그때였다. 왕기를 품에 안고 있던 공심대사가 물어왔다.

    "저 갑옷이 대단한 갑옷인 모양이구려? 재물이 넘쳐난다는 고려의 황제께서 끝까지 챙겨가려 하시는 것을 보니 말이오."

    "그렇지요. 천마 정도가 되니 손쉽게 뚫은 것이지 어지간한 병사들은 제아무리 용을 써도 흠집 하나 내기 힘든 갑옷입니다. 운기조식을 하게 도와주시겠습니까?"

    말을 하며 왕기가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공심대사의 옷깃을 잡아갔다. 그러고는 마음속의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옷깃을 잡아가던 손으로 공심대사의 심장 부위를 정확히 가격했다.

    - 퍽.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이 실린 왕기의 일격에 공심대사의 심장이 단숨에 갈가리 찢겨 나가는 바람에 '악' 소리 한번 못 내보고 즉사했다. 그런 왕기의 등 뒤에서 뾰쪽한 뭔가가 사람의 신체를 시원하게 뚫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푸욱.

    고개를 뒤로 돌려 척무관이 사전에 계획한 대로 정확한 타이밍에 검을 찔러 태청진인의 목을 단숨에 꿰뚫은 것을 확인한 왕기가 입을 열었다.

    "이자들의 시체를 이곳에 남겨서는 절대 안 될 것이야. 두 사람은 천마 교주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진 안개를 쫓아 멀리 떠난 것으로 내가 말할 테니까 고려 병사들 시체로 두 고수의 시체를 완전히 감싸버리거라. 그런 다음 살아남은 병사들의 손에 들려줘서 고려 쪽으로 빨리 보내버려."

    왕기의 명령에 따라 고려 병사들의 시체를 묶고 있던 끈을 풀며 다급히 작업을 하고 있던 척무관이 물었다.

    "페하. 누군가 본 사람이 없을까요?"

    "없으면 좋은 거고 있어도 별 상관없다. 화경에 오른 태청진인과 공심대사의 합공이라면 나도 겁나지. 하지만 이제는 무공으로 날 당할 자가 중원 천지에 아무도 없어. 누군가가 만약 이번 일로 시비를 걸면 나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비무 신청을 해서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중원 무림의 힘을 약화시키기에 아주 적합한 명분이지. 멀지 않은 시기에 대륙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중원 무림의 힘을 최대한 빼놔야만 한다. 그대도 잘 알겠지만 화경의 고수는 틀에 넣고 찍듯 무작정 찍어낼 수가 없는 자원이야. 짐을 제외한 기존의 화경 고수들이 모조리 자신의 수명보다 일찍 죽어버렸으니 앞으로 몇 십 년간은 중원에 화경의 고수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야."

    자신이 목적한 것을 모두 달성한 왕기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릴 때였다.

    [장춘시의 장춘성]

    요하강의 동쪽이자 만주 한복판에 있는 송요평원(松遼平原)에 위치해 있어서 사방이 탁 트인 평지에 위치해 있는 장춘성은 주변에 산 같은 장애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다른 여타 성에 비해 성벽의 높이가 훨씬 높은 편이었다. 1월의 평균기온이 영하 15도라는 것을 자랑하듯 사방이 동장군의 입김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 장춘성의 높다란 성벽 위에서는 때아닌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왕기에 의해 얼마 전에 동북면병마사로 임명이 되었고, 가문 대대로 동쪽은 두만강을 경계로 하고 서쪽은 종성군과 접하고 있는 함경도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경원(慶源)을 터전으로 하여 주변의 여진족들과 친밀하게 교류를 해온 이자춘이 일찍 도착한 거란족과 여진족의 부족장들을 접대하기 위해 벌인 연회였다.

    하지만 그 연회의 음식은 보잘것없었다. 술이야 마시고 취하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술과 곁들여 먹을 안주로 올려진 것들이라고는 향신료도 없이 핏물도 채 빼지 않은 채 통째로 삶은 고기와 염소젖을 발효시킨 요구르트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북방 민족이 미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유목 민족이기 때문에 생긴 관습 때문이었다. 당나라의 기록에 따르면 추운 겨울날이면 굴에 모여 온몸에 돼지기름을 두껍게 발라 추위를 이겨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거란족이 건국한 요(遼)나라와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를 거치며 북방 민족도 제법 문화가 많이 융성한 시기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축에게 먹일 목초지를 따라 주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유목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좀 더 맛있게 먹어 보겠다며 무거운 짐을 덕지덕지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어지간한 요리가 기본적인 조리 수준인 삶는 것에 그치며, 간 맞추기도 기껏해야 돌소금이 전부일 정도로 심심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안주도 부실하고 매서운 북방의 칼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는 성벽 위에서 벌어지는 연회이건만 두꺼운 가죽으로 만든 외투에 털옷을 겹쳐 입은 부족장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얼굴로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추위에 익숙한 북방 민족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자춘이 동북면에서 직접 조달한 깨끗한 소금으로 간을 짭짤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란족의 부족장들은 연회를 그리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세력이 여진족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거주지가 하루아침에 최근에 급격히 세를 키우고 있는 고려의 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명나라 시대의 분류에 따르면 여진족은 거주지역에 따라 크게 세 개로 나뉘며, 건주(建州), 해서(海西), 야인(野人) 여진으로 구분했다. 건주여진은 조선의 압록강 너머 고구려와 발해의 고토 지역 즉, 오늘날 길림성 지역에 살고 있었고 일찍부터 농경에 종사했다. 해서여진은 과거 중국 본토의 일부를 차지한 금나라 직계로서 오늘날의 흑룡성 일대에 살았다. 야인여진은 송화강 북방지역에 거주했는데 명으로부터의 거리도 있고 주로 수렵에 종사했기 때문에 가장 미개한 종족으로 취급받았다.

    이자춘이 친 고려파에 속하는 건주여진의 부족장인 아합출이 내민 술잔을 부딪치며 호탕하게 웃고 있을 때였다.

    "껄껄껄..."

    "어서 술잔을 비우시지요. 이장군."

    능숙한 고려어로 이자춘과의 친분을 자랑하고 있는 이 아합출이라는 자는 훗날 이성계의 부하가 되는 사람이며 명의 영락제가 아직 연왕(燕王)이던 시절에 그의 딸과 혼인을 한 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선의 태종 때부터 국경선에서 자꾸 조선과 마찰을 빚어 세조가 남이 장군을 파견해서 없애려고 했던 이만주(李滿住)라는 자의 할아비가 되는 자였다.

    그때였다. 여진족 중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지니고 있고, 반 고려파라고 할 수 있는 해서여진의 부족장인 '동휘호(童揮護)'가 입을 열었다.

    "이장군. 공민 황제라는 자에 대해서 말해보시오. 그자가 강자이며 약속을 잘 지킨다는 소문 정도는 익히 들었고, 자신의 백성들을 끔찍이도 아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소이다. 그런 일반적인 평가 말고 이 장군의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소. 고려 제국이 자랑하는 통신소가 동북면에도 설치되어 있어서 이장군은 중앙의 소식을 바로바로 듣고 있다고 알고 있소이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보시오."

    그러자 이자춘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대가 내가 모시고 있는 황제 폐하에 대해 어찌 그리 잘 알고 있소이까? 고려인이라면 평상시에도 이를 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오."

    이자춘의 직설적인 질문에 동휘호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대꾸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지. 여기 송화 평원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요동 평원이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시오? 고려의 황제가 왕이 되기도 전에 다스리던 쌍성총관부가 그곳에 있지. 그자가 쌍성총관부를 맡은 이후로 그곳이 그 어느 때보다 살기 좋은 땅이 되었다는 소문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소이다."

    능숙한 고려어로 말하는 이 동휘호라는 자는 훗날 이성계의 수하가 되는 '먼터무' 또는 '동맹가첩목아(童猛哥帖木兒)'라고 불리는 자의 부친이 되는 자이며, 훗날 청(靑)을 건국할 누르하치의 직계 선조가 되는 자이기도 하다. 이번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자의 물음에 이자춘이 술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안 계신 황제 폐하에 대해서 평을 해달라? 이는 불경이외다. 하지만 굳이 원하신다면 한 말씀 드리리다. 그 누구도 그분의 속을 정확히 알지 못하오. 들리는 말로는 그나마 정비이신 황후마마께서는 좀 알고 계시는 듯하나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소. 그분께서는 역대 어느 왕보다 자비로우신 분이시면서도 그 누구보다 무서운 분이시기도 하오. 그분이 고려의 지존으로 등극하신 이후 죽은 고려의 병사가 몇 명인 줄 아시오? 단 한 명이외다. 얼마 전에 훈련을 받다가 누군가가 목이 잘렸다는 소식을 들었소.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은 고려의 백성은 몇 명인 줄 아시오? 내가 아는 한 고려 전역에서 단 한 명도 없소이다. 그만큼 자비로운 분이시지. 하지만 그분께서는 본인이 개발하신 대포로 한족 수십만 명을 황하에 수장시키신 분이시오. 쌍성총관부를 수복할 때의 전투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그대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내가 그대에게 해줄 충고는 딱 하나뿐이외다. 황제 폐하께 절대 덤비지 마시오. 그랬다가는 그대의 부족이 몰살할 것이고, 그대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테니까."

    "흐음... 활 하나만 있으면 호랑이도 때려잡는다는 용맹하기로 이름 높은 이장군이 이렇게 무서워할 정도라니 황제의 위상이 참으로 대단하구려. 그래서 그 대단한 황제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오? 왜 약속한 장소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냔 말이오."

    그 순간 이자춘을 따라와 연회에 참석하고 있던 이성계가 강하게 소리쳤다.

    "황제께서는 곧 도착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는 분이시니까요. 이달 말일이라고 말씀하셨으니 아직 이틀의 시간이 더 남아 있습니다. 반드시 오실 것이니 그대들은 이 자리에서 연회를 즐기며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아직 어린 이성계의 씩씩하면서도 술에 취했는지 황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말에 부족장들이 파안대소할 때였다. 동북면병마사 아래의 병사 하나가 성벽 위로 급히 뛰어올라 말을 전했다.

    "장군. 통신소로 전문이 날아왔습니다."

    "뭐라 하더냐?"

    "고려의 중앙군이 남쪽에 있는 사평시(四平市)를 통과했다고 하옵니다. 그 행렬의 길이가 끝이 없어 정확한 인원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장춘시에서 멀지 않은 사평시를 통과했다는 전령의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성벽 밖의 더 넓은 평원으로 이동했다. 저 멀리 지평선 끝 쪽에서 먼지를 휘날리며 일단의 기마병이 선두에 서서 말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해서여진의 부족장인 동휘호가 기병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입을 열었다.

    "기병들의 복장을 보아하니 고구려의 전설인 중갑 기병이자 철갑 기병인 개마 무사들이로군. 저런 무장을 시키려면 들어가는 재물이 장난이 아닐진대... 그 숫자가 기백도 아니고 무려 기천에 달하다니 고려 황제의 재력이 소문처럼 대단하구려. 이장군. 본인이 저들을 잠시 시험해봐도 되겠소?"

    "뭘 어떻게 시험하겠다는 것이오?"

    "중갑 기병이 고려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여진족에게도 있소이다. 고려군의 철갑 기병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을 해보겠다는 뜻이오."

    동휘호가 자신의 수하를 불러 뭐라 지시를 내리지 잠시 후 장춘성의 성문이 열리며 손에는 장창을 들고 갑옷을 서너 겹으로 껴입고, 말에게까지도 갑옷을 씌운 병사들이 대열을 이루며 성문 밖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자춘이 중얼거렸다.

    "기마 세필을 하나로 묶어 돌격시킨다는 여진족이 자랑하는 '괴자마'로군."

    "그렇소이다. 우리 부족에서 가장 강한 자들로 구성된 괴자마이오. 고려의 개마 무사들과 격돌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어디 한번 지켜봅시다."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킨 이자춘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왕기는 함양궁의 동루에서 원나라 황제인 혜종과 담판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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