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102화 (102/171)
  • 천마 교주와의 혈투 - 4

    [관요가 집결해 있는 부안 상공]

    - 번쩍.

    두 번이나 자신의 감각을 건들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왕기가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기가 줄어들어 있다. 워낙 경미한 차이라 나도 금방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국방과학연구소 상공과 여기 부안 상공의 기가 다른 곳보다 줄어들어 있어. 그 말인즉슨..."

    왕기가 고개를 숙여 일전에 본 국방과학연구소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백여 개의 가마에서 연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연기들을 바라보며 뇌까렸다.

    '대기의 오염이 심해지면 그 지역의 기가 감소한다. 어쩌면 현대의 무인들이 내공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몰라. 제논이 공해물질과 결합하여 다른 성분으로 변했을 수도 있지. 정확한 원리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현상만은 확실해. 반대로 말하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나의 목표대로 세상이 변한다면... 21세기에도 내공을 지닌 무인들이 출연할 수도 있겠군.'

    자신의 예민한 감각을 자극하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 왕기가 가마가 있는 지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관요를 총괄하고 있는 관리와 도공의 대표들을 만나 자신이 설계한 히터의 설계도면을 건네주고 최대한 빨리 구워내서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내라는 황제의 명을 전달하고서는 접대를 청하는 관리들과 도공들의 부탁을 모두 뿌리친 채 또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최대한 빨리 격구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만월대의 격구장]

    - 천추세를 유지해! 검을 똑바로 세우란 말이다.

    - 황제 폐하의 말씀을 잊었느냐? 쓰러지는 순간 죽인다!

    - 난 너희들의 목을 치기 싫다. 그러니 어떡하든 버티란 말이야.

    왕기가 빠르게 다시 되돌아온 격구장은 병사들을 독려하는 척무관과 무지 그리고 무장의 고함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검을 간신히 붙잡고, 살기 위해 휘청거리는 다리로 어떡하든 중심을 잡으려고 기를 쓰는 병사들의 신음성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상공에 둥실 떠있는 왕기는 당장이라도 격구장으로 내려가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참았다.

    '2만에 달하는 중앙군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이번 기회에 중앙군에게 황제의 명이 지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해. 더 중요한 것은 새로 창설될 공병대의 명예를 더 높이 세워줘야 한다는 거야. 무적의 포병대라는 전설처럼 말이다. 공병대는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강에 다리를 놓거나 참호나 진지를 구축할 비전투 부대이기 때문에 다른 전투 병과에게 무시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 그러지 않으려면 병사들이 어딜 가서도 자랑할 수 있는 적당한 전설과 자신의 부대에 대한 자긍심이 필요하다. 버티지 못하면 목이 날아가는 지독한 시험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았다는 전설 정도라면 공병대원들이 긍지를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한 명은 무조건 죽어야만 한다.'

    그때였다. 버티지 못한 병사 하나가 검을 놓치더니 결국 바닥에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러자 득달같이 달려든 무장이 거대한 도로 검사의 목을 단숨에 내리쳤다. 그러고는 잘린 머리통을 집어 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보았느냐? 황제 폐하의 지엄하신 명령처럼 쓰러지면 죽는 거야. 폐하께서 돌아오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티거라. 알겠느냐?"

    - 으아악...

    제대로 대답도 못할 정도로 탈진해 있는 병사들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를 때 왕기의 몸이 단상을 향해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원래 궂은일은 아랫것들이 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소중한 병사들이 더 죽게 놔둘 수는 없어. 이 정도면 충분해. 한 명에 불과하지만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단숨에 단상으로 내려앉아 단상에 우뚝 선 왕기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고생했다. 너희들이 목숨을 걸고 짐의 명령을 잘 이행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죽은 병사의 가족에게는 짐이 후한 보상을 내릴 것이야. 그러니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자들은 휴식을 취해도 좋다."

    쉬어도 좋다는 왕기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격구장에 서있던 병사들의 대부분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3천 명 정도의 병사들은 아직도 천추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왕기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척무관과 무기 그리고 무장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자들 중에 천추세를 제대로 익힌 자는 짐과 함께 특수 임무를 수행할 특공대원으로 뽑는다. 그리고 나머지 서있는 자들은 이 순간부로 전원 공병대로 편성시켜라. 이 정도의 끈기와 체력이면 공성대로 제격일 테니까."

    - 존명!

    그 순간 왕기의 신영이 허공에 둥실 떠올라 그림처럼 미끄러지더니 마치 귀신처럼 병사들 사이사이로 빠르게 돌아다니며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을 때리기 시작했다. 깡깡거리는 소리가 연속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신기강검(神氣降劍)에 성공한 자들을 골라내는 왕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넌 합격이다.

    - 안타깝지만 넌 불합격이야.

    잠시 후 불과 120명에 불과한 1차 시험을 통과한 자들을 모아놓고 왕기가 칠성검의 풀이를 마저 해주고 있었다. 왕기가 용케 신기강검을 해낸 도호제위장군인 이부겸을 보며 물었다.

    "신기강검 그다음 구절이 어떻게 되느냐? 가장 어려운 신기강검을 해냈으니 나머지 구절만 이해할 수 있으면 너희들은 칠성검을 터득한 것이다."

    그러자 이부겸이 소리 높이 외쳤다.

    "신기강검 다음으로는 지기수신, 양기합일, 여천추지, 자강불식, 당위신선입니다."

    "맞느니라. 그중에서 자강불식은 특별한 무공 구결이 아니야.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게 칠성검을 끊임없이 수련하다 보면 당위신선, 즉 언젠가 신선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중요한 것은 지기수신, 양기합일, 여천추지 구결이다. 칠성검의 본격적인 내공 운용 구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야. 지기수신(地氣秀身)이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자 이부겸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신기강검(神氣降劍)이 하늘에 있는 신의 기운이 자신의 검에 내려온다는 뜻이니, 말 그대로라면 지기수신(地氣秀身)은 대지의 기운이 자신의 몸 안으로 솟구쳐 오른다는 뜻일 것입니다."

    "정확한 해석이다. 신기강검과 달리 지기수신은 너무나도 쉽다. 신기(神氣)라는 것은 정말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여러분들이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굳건한 믿음이 필요했지만 지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야. 너도 평상시에 늘 보지 않았느냐? 땅에 뿌리를 내린 씨앗이 싹이 트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것을 말이다. 수(秀)가 무엇이더냐? 빼어나다, 높이 솟아오르다는 뜻도 있지만 이삭이 나와 꽃이 피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땅밑에서 솟아오른 지기가 네 몸속으로 들어와 꽃을 활짝 피우는 것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칠성검은 도교의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원리를 적용해 만든 무공인 것이야.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 신선이 되어가는 무공이란 말이다. 그럼 그 기운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기운을... 말입니까?"

    "그래. 신기강검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받은 기운이 있고, 지기수신을 통해 땅에서 솟구쳐 오른 기운이 네 몸속에 생성되지 않겠느냐? 그 두 가지 기운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냔 말이다."

    왕기의 말에 이부겸이 깨달음을 얻었는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양기합일(兩氣合一)! 두 가지 기운을 하나로 합쳐야만 합니다."

    "그래.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하늘과 땅의 기운을 하나로 합치면 되는 것이야. 양기합일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낀 자는 그런 두 기운을 자연스럽게 합칠 수가 있게 된다. 그다음이 천추세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니라. 달리 이름을 천추세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니까. 그게 무엇이냐?"

    "여천추지(如天樞地)입니다."

    "여천추지란 구결은 하늘과 땅에서 받은 두 기운을 네 몸에서 하나로 합친 다음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한 구절이다. 여천추지가 무슨 뜻이냐?"

    "소신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여천추지에서 추(樞)가 무엇이더냐?"

    "경첩이라는 뜻이옵니다."

    "경첩은 어디에 쓰는 것이냐?"

    "문(門)을 달 때 쓰입니다."

    "그렇다. 문틀과 문짝에 달아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 경첩이지. 천추지(天樞地)이니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경첩이 되겠지. 네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 어렵사리 합일을 했는데 그 기운이 사방으로 줄줄 새어나가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으음.."

    이부겸이 고민에 빠지자 왕기가 한마디 툭 던졌다.

    "문은 두었다 어디에 쓰려고?"

    "아! 문을 꽁꽁 닫아야만 합니다. 기운이 도망가지 못하게 말입니다."

    "맞느니라. 하늘과 땅으로 통하는 문을 닫아 합일한 기운을 네 몸 안에 가두어야만 할 것이야. 만약 합일한 기운이 네 통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이무관이 눈빛을 빛내며 즉답했다.

    "문을 열어 분에 넘치는 기운을 흘려보내야만 합니다."

    "바로 그것이니라. 그것이 바로 여천추지의 진정한 뜻인 게야. 칠성검은 도교의 무공이다. 도교의 정수를 품고 있는 무공들은 본디 무위(無爲)가 근본인 것이야.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욕심부리지 말고, 하늘과 땅의 뜻을 좇아야 하는 것이지."

    왕기가 모여있는 120명 정도 되는 병사들을 휘이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이제 천추세의 진정한 뜻을 이해했겠지?"

    - 네. 폐하.

    "좋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다른 일은 모두 관두고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이곳에 모여 칠성검을 익힌다. 오늘부터 너희들의 녹봉은 단숨에 열 배로 올라갈 것이고, 짐과 함께 특별한 임무를 하나 맡게 될 것이니라. 그 임무는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더 높은 아주 위험한 임무이다. 약속대로 만약 거기서 살아남는 자들은 중앙군의 고위 간부가 되어 대고려 제국의 군사들을 이끄는 위치에 우뚝 설 것이니라. 그러니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매일 같이 열심히 연습을 하거라."

    - 존명.

    씩씩한 병사들의 대답에 왕기가 맘에 든다는 표정을 지은 후 이부겸을 지목하며 말했다.

    "이 부대의 대장은 너다. 도호제위장군(都護諸衛將軍)인 이부겸을 지금 이 시간부로 '천마척살대(天魔擲殺隊)'의 대장이자 상장군(上將軍)으로 임명한다. 그대는 짐의 다른 명령이 있기 전까지 부대원들을 책임지고 훈련시키도록. 훈련이 지독할수록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존명!"

    볼일을 다 끝마쳤다는 듯 등을 돌리고 걸어가던 왕기가 척무관에게 슬쩍 눈짓을 하였다. 그러자 비호처럼 곁으로 날아온 척무관이 왕기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페하. 심기가 불편해 보이십니다. 신라면에게 소관이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마 교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칠성검이 제격이니 칠성검을 익힌 수하들과 함께 천마 교주를 상대하도록 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단 기간 내에 칠성검을 익힌 수하들을 성공적으로 뽑으셨으니 폐하께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자 왕기가 앙다문 입술 사이로 고통스러운 신음성을 내뱉었다.

    "으음... 칠성검을 며칠 익혔다고 천마의 무공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저들은 짐을 위한 칼받이에 불과한 소모품일 뿐이야. 저자들은 신에게 선택된 운이 좋은 자가 아니라 지독히도 운이 없는 자들이다. 죽을 자리에 뽑혔으니까. 저 중에 살아남을 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야. 그러니 내 맘이 편할 리가 있겠느냐?"

    "폐하. 고려의 군사로서 폐하를 위해 죽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의 영광은 없을 것입니다. 소관 또한 폐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그게 싫다는 말이다. 날 위해 저들을 희생시키는 게 내키지가 않아. 물론 나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하는 짓들이지만... 그리고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 적어."

    "폐하. 명색이 불가해무공이라 불리던 칠성검입니다. 소관조차 익히지 못한 무공이란 말입니다. 그런 무공을 물경 백 명이 넘어가는 자가 익혔는데 숫자가 적다는 말씀은...."

    "2만 중에 100명이다. 지금 고려의 인구 수가 대략 300만 정도 되니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고려의 모든 사람들이 익힌다고 쳐도 1만 5천 명에 불과해. 하지만 실제로 익히게 하면 당연히 그보다 더 떨어질 테지. 중앙군으로 근무할 정도로 체력이 좋고 비교적 오랜 세월 무예를 연마한 자들조차 2만에 100명꼴이니까. 짐에게는 꿈이 있었다. 칠성검을 익힌 무적의 군사들을 몇 십만 명 양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다. 일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고려의 군사들에게 따로 익히게 할 무공이 있다고 말이야. 그게 바로 칠성검이었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며 한낱 나의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원 무공을 익힌 무적의 군사라는 것은 현실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남은 건... 결국 실학을 바탕으로 한 최신 무기의 개발뿐이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방법뿐이야."

    "폐하.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상령. 최신 무기란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야. 전쟁을 치르다 보면 적들도 우리가 지닌 무기의 원리를 익히게 된단 말이지. 특히 전쟁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그런 기술의 발달이 평상시보다 무척이나 빨라진다.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니까. 목숨이 경각에 처했을 때 발휘되는 인간의 능력이란 대단한 것이야. 짐의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폐하. 어느 시대나 전쟁은 사람의 목숨을 대량으로 앗아가는 법입니다. 불가피한 희생일 뿐입니다."

    - 피식.

    어느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는지 왕기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짐도 너처럼 마음이 편하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겠지. 이 또한 나의 운명일 테니. 오늘 밤 간부들을 모두 연경전의 침실로 불러 모아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북방민족과의 담판을 대비하면서 마교 교주의 척살 또한 준비해야만 한다. 동시에 두 가지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만 하니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치밀한 작전이 필요할 것이야."

    "존명! 소관이 간부들을 소집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말을 하며 연경전 방향으로 걸어가던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후대의 역사에 시대를 앞선 최신 무기를 개발하여 전 세계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히틀러 같은 악당으로 남을 수도 있겠군.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악당으로 말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겠다고 결심을 한지 오래이다. 그게 이 시대로 끌려온 나의 소명이고 운명이야. 후퇴는 없다.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야.'

    [연경전의 침실]

    밤이 깊어가는 시각 왕기가 아끼는 모든 간부들이 연경전의 침실에 모여 있었다. 자신의 앞에 열을 지어 앉아있는 척무관, 무지. 무장, 앙리, 신라면, 최무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류한 이부겸 등을 바라보며 왕기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작전명 '돈맛'과 '마인 척살'을 동시에 진행한다......'

    한편 그 시각 중국의 서안에서 250리 정도 떨어진 보계시(寶鷄市) 외곽에 머물고 있는 천마 신교의 야영지에서는 원로전의 팔마와 천마 간의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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