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99화 (99/171)
  • #99. < 역사의 비틀림 그리고 천마 교주와의 혈투 - 4(무료 마지막) >

    [섬서성 장안(長安)]

    우리에게는 진시황릉이 있는 서안(西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원나라의 장안은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본래 한(漢)나라와 전한(前漢), 북주(北周), 수(隋) 그리고 당(唐)나라의 수도였던지라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장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검과 도를 착용하고 있는 무림인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마교의 중원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모여든 구파일방과 세가들 그리고 각종 무림방파의 무인들이었다. 중원에 있는 모든 무림인들을 박박 긁어모으다시피한 엄청난 숫자의 무인들이 결전을 앞둔 비장한 표정으로 서안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대표격인 구파일방의 우두머리들이 서안의 핵심 방어시설인 대흥성(大興城)에서 원나라 황제인 혜종과 전략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장안의 대흥성]

    흔히 주작대로라 불리는 장안의 중심인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도로인 주작문가(朱雀門街) 끝에 위치한 대흥성에서 혜종이 자신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구파일방의 대표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천마 교도들의 진군이 이렇게 더뎌진 이유가 무엇이오? 청해(靑海)와 감숙(甘肃)을 폭풍처럼 쓸어버리며 진군할 때의 속도와 지금의 진군 속도는 너무 차이가 나지 않소? 물론 그 덕분에 짐이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까지 올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외다."

    혜종의 질문에 무당파의 전대 장문인인 태청진인(太淸眞人)이 답했다.

    "저희 무림 쪽에서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같이 보조를 맞추기로 했던 홍건적들의 세력이 예상보다 너무 일찍 붕괴되었다는 것입니다. 홍건적이 없는 상태에서 진격 속도를 빨리했다가는 중원으로 너무 깊숙이, 그것도 마교 단독으로 진출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섬서마저 넘어서게 되면 곧바로 하북성이 나오게 됩니다. 원나라의 정예군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증거로 황제 폐하께서 군사들을 이끌고 직접 여기까지 친정을 오시지 않았습니까?"

    "청해와 감숙을 죄 없는 백성들의 피로 물들인 자들이오. 그런 자들을 계속 살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럼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오?"

    "천마 교주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기가 끌고 온 마교 무인들 1만 이제는 숫자가 조금 줄어서 9천에 불과한 무인으로는 이 넓은 중원 땅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장 서안에 모인 중원 무림인의 숫자만 해도 1만 5천여 명 가까이 됩니다. 무공이 화경의 경지를 뛰어넘었다고 여겨지는 마교 교주야 설사 살아남더라도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이 다 죽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격적으로 방법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방법을 바꿨다?"

    "네. 폐하. 마교 교주가 인간들 특히 무인의 정기를 빨아먹으면서 무공이 점점 더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사옵니다. 처음에는 불과 십여 장에 불과하던 안개의 최대 영역이 이제는 삼십여 장 가까이로 늘어났지요. 그걸 깨닫고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최대한 자신의 무공을 올리는 쪽으로 방법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경지도 무시무시한데 여기에서 더 강해지면 교주 혼자만의 힘으로도 전 중원을 지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 청해와 감숙 그리고 섬서성에 숨어 있는 무인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그들의 정기를 빨아먹으며 조금씩 진군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에 대비한 작전은 있는 것이오?"

    "개략적인 작전은 세워뒀습니다. 마교 교주를 유인해 본대와 떨어뜨린 후 중원의 무인들과 원나라의 기병들이 일시에 마교의 본대를 습격하는 것이지요. 그들을 완전히 괴멸시킨 후 홀로 남은 마교 교주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보는 것입니다. 단 마교 교주 이십 장 근처에는 시체가 없어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 한 명이라도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정기를 자유자재로 흡수하는 마교 교주의 능력 때문에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태청진인의 말에 혜종이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단 한 명도 죽지 않은 채 마교 교주를 쓰러뜨린다? 그게 실현 가능한 작전이오? 그게 가능했다면 마교 교주가 벌써 처리되었겠지. 내가 보기에는 불가능한 작전으로 보이는데..."

    그러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소림사의 전대 방장인 공심대사(空心大師)가 입을 열었다.

    "소승이 보기에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작전이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 보니 생각해낸 일종의 궁여지책일 뿐이지요. 무공이 높은 무인일수록 그 정기가 강합니다. 마교 교주의 입장에서는 아주 질 좋은 영약인 셈이지요. 따라서 마교 교주를 유인하기 위해 화경에 들은 태청진인과 소승이 미끼로 직접 나설 생각입니다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저희들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마교 교주가 곧바로 본대에 돌아가 합류하겠지요. 그랬다가는 원나라의 황실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피의 축제가 열릴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전하께서 가지고 오셨다는 청동 대포도 무용지물일 테니까요. 안개를 향해 대포를 수백 발 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럼 어떡하잔 말이오? 마교 교주가 섬서성 무인들의 정기마저 차근차근 다 빨아먹은 후 하북성으로 건너오는 걸 두 눈 뻔히 뜨고 지켜보기만 하자는 것이오?"

    "소승이 생각하기에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마교 교주 같은 절대고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인이나 병사들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무공의 경지가 비슷한 자를 동원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현재 마교 교주와 맞상대할 만한 무공을 지닌 자는 단 한 명뿐입니다."

    "고려의 공민 황제... 그러니까 고려검황을 말하는 모양이로군. 고려검황이 우릴 도와줄 이유가 있겠소? 어차피 남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일인데 말이오."

    "폐하. 자고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하였습니다. 천마 교주 같은 자가 중원을 먹게 되면 그 마수의 손길이 당연히 고려 쪽으로 이동하겠지요. 그러니 고려검황도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적당한 대가만 지불하면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자 혜종이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적당한 대가라. 황제인 내가 가진 땅을 또 내어줘야 한다는 소리인데..."

    "폐하. 고려검황 밑에는 소승의 제자들이 두 명이나 있사옵니다. 최근 그들로부터 고려검황의 야망과 목표 등에 대해서 자세히 적은 서찰을 받은 적이 있지요. 그자의 꿈은 대륙에 있지 않습니다. 대륙보다 더 넓은 바다를 향해 있지요. 고려검황은 땅의 넓이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자가 아니며, 이미 넘겨받은 고구려의 옛 영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자의 진정한 야망은 전혀 다른 곳에 있지요."

    "바다를 건너 일본을 정벌하는 것이겠지. 그 정도는 짐도 알고 있소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고려 제국의 일본 정벌이 끝나면 본격적인 해양제국을 건설해 전 세계와 교역하는 것이 고려검황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설사 나중에 중원을 탐내더라도 지금 당장은 중원 땅에 그다지 관심이 없사옵니다."

    "내가 다스리고 있는 땅에 관심이 없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반대로 말하면 그자에게 대가로 내어줄 것이 없다는 소리와 같지 않소?"

    "다른 것을 내어주면 되지요. 해상제국을 꿈꾸고 있는 자이니 바다에 있는 섬을 내어주면 아주 좋아할 것입니다."

    "바다에 있는 섬이라. 복건성(福建省) 천주(泉州)에 예속되어 있는 팽호제도(澎湖諸島) 일대(지금의 대만(臺灣)과 그 일대의 부속 섬들)을 고려에게 넘겨주자는 뜻이오?"

    "그렇사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해남도(海南島)도 내어줘야 하겠지요. 어차피 원나라는 강남에 있는 한족의 해상 세력이 크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해금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흐음... 대륙이 아닌 섬이라. 일단 짐이 고민을 해보겠소이다."

    헤종이 자신의 의견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자 공심대사가 쐐기를 박는 말을 하였다.

    "폐하. 예로부터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고려검황이 천마 교주의 손에 죽게 되면 고려는 곧바로 쇠락의 길로 빠져들 것이고, 천마 교주가 고려검황의 손에 쓰러지게 되면 원나라는 평안을 되찾을 것입니다. 어찌 되던 둘 다 원나라에게 나쁜 것은 없지요."

    혜종이 공심대사의 말이 기꺼운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고려에 있던 왕기는 최무선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자신의 자만심을 깊이 반성하고 있었다.

    [고려의 국방과학연구소]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 인조석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기본적인 조성만 대충 알고 있지 내 전공이 아니라서 나 자신조차도 개발에 자신이 없었던 시멘트(Cement)를 이렇게 빨리 개발을 하였다고? 참으로 놀랍군.'

    장하다는 표정을 지은 왕기가 최무선에게 물었다.

    "인조석을 어떻게 개발한 것인가?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게."

    왕기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던 최무선이 입을 열었다.

    "일전에 전하께서 연구소를 짓겠다고 하실 때 소인이 물어본 것이 있사옵니다. 연구소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이냐고요. 그때 전하께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최무선 그대처럼 한 명의 천재가 열심히 노력하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천재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전공을 가진 뛰어난 기술자들을 한곳에 모아 그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게 만들면 그러한 한계가 없어진다. 연구소라는 곳은 그런 곳이라고 말입니다. 거기서 착안을 한 것이지요. 소인도 폐하께서 말씀하신 인조석의 원료인 석회나 점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전에 황후마마께서 하신 방식을 흉내 내었지요."

    "황후가 한 방식을 흉내 내었다고?"

    "그렇습니다. 통신 시설을 이용해 고려 전역에 있는 도자기 장인들 중에 가장 뛰어난 자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기와를 만드는 장인도 불렀지요. 거기에 건물을 지을 때 회반죽을 전문으로 하는 자들도 불렀사옵니다. 황후마마께서 통신으로 도공들을 불러 모아 교육을 시킨 것처럼 소인도 흙을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전문가들을 모조리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지요. 그런 다음 전하께서 제게 알려주신 내용을 전해주며 황제 폐하께서 원하시는 인조석을 만들어 보라고 하였지요. 그랬더니 단 사흘 만에 만들어지더군요. 소인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와 비슷한 기술들을 장인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더군요. 단지 그러한 지식들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 짝짝짝...

    살짝 흥분한 표정의 왕기가 아낌없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것이다! 짐이 연구소를 만든 목적이 바로 그것이야. 아주 잘하였다. 과학 그러니까 실학이 본격적으로 융성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의견 교류와 각자가 작성한 꼼꼼한 연구 기록들이 필요한 것이니라. 기술과 기술이 섞이면 평상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더 뛰어난 기술이 나오기 마련이지. 그러기 위해 짐이 고려 전역에 문자를 전파하고 책을 발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야. 그대를 칭찬해 마지않는다. 그대와 인조석을 만든 자들에게 아주 큰 보상을 내릴 것이야."

    황제의 아낌없는 칭찬에 최무선도 흥분하였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감사하옵니다. 황제 폐하. 하지만 소인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게 뭔가? 얼마든지 물어보거라."

    "폐하께서는 인조석을 이용해 흐르는 강물을 막는 댐이라는 것을 건설해 홍수와 가뭄을 방지하고 박연폭포에 설치한 수차처럼 막대한 양의 전기를 만들 목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인조석이 제법 단단하기는 하지만 조금만 늘려버리면 금방 깨지고 맙니다. 소인이 보기에는 인조석으로 강물을 막기가 불가능해 보입니다만..."

    최무선의 질문에 왕기가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사람들을 모아 인조석을 개발한 것처럼 발상의 전환을 해보거라. 인류가 인조석을 개발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7천 년 전이다. 그리고 쇠를 발견한 것은 무려 6천 년 전이지. 하지만 그 두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무려 5천 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짐이 댐을 건설할 때에는 인조석 안에 쇠를 가늘게 뽑은 철근이라는 것을 집어넣을 것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짐이 만든 댐은 아주 튼튼하게 버텨줄 테니까. 마지막으로 태양열 전지 개발에 대해서 들어보자."

    왕기의 말에 최무선이 대범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잘못 말씀하고 계십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은 태양열 전지가 아니라 태양광 전지이지요. 원리 자체는 전하께서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작동하는 방식은 소인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전에 전하께서 알려주신 대로 적외선을 주로 이용하는 장치는 태양열 활용 장치이고, 태양광 전지는 자외선과 가시광선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장치이기 때문이지요......"

    - 피식.

    자신에게 전수받은 지식으로 자신을 책망하는 최무선의 모습에 왕기의 입가에 실소가 걸리며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무선이 아주 자신감이 넘쳐나는군. 뭐 나쁘지 않아. 앞으로도 최무선이 개발해줘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니까.'

    잠시 후 모든 보고를 받은 왕기가 자신이 없는 동안 죽어라 생산해놓은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창고까지 다 둘러본 후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황궁으로 날아갔다. 그런 그의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결심이 세워지고 있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의 기술력과 머리를 얕봐서는 곤란해. 여러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들을 모아놓으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목표로 했던 연구 결과물도 만들어 줄지 몰라. 나도 자신이 없어서 개발을 망설이고 있었던 전파를 이용한 무선 통신을 말이야. 그것만 개발되면 고려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늙어죽기 전에 가능할지도 몰라. 조만간 추진을 해봐야 하겠군.'

    서기 1346년 1월 22일

    [만월대에 위치한 격구장(擊毬場)]

    말을 타고 막대기로 땅바닥의 공을 쳐서 멀리 보내는 격구는 오늘날의 폴로 경기와 비슷하며, 고려와 조선시대에 무신들이 무예를 익히는 방법으로 즐겨 하던 놀이였다. 말을 타고 치르는 경기답게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만월대의 격구장에는 아침부터 2만에 가까운 건장한 병사들이 집결해 있었다. 왕기가 직접 칠성검을 전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너도나도 참가를 하기 원해 연무장보다 더 넓은 격구장에 모인 군사들이었다.

    하지만 2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격구장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했다. 맨 앞의 단상에 올라가있는 근위대장이자 상령인 척무관이 칼을 뽑은 채 눈을 부라리고 있었고, 병사들 사이로 입만 뻥긋하면 죽여버릴 듯한 살벌한 눈빛의 무지와 무장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 고려 제국의 실세 중에 실세이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당대의 권력자 세 사람이 돌아다니자 감히 꾀를 피울 생각을 못 한 군사들이 꼿꼿하게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였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왕기가 격구장 안으로 천천히 입장하고 있었다.

    - 둥. 둥. 둥...

    그러자 척 무관이 격구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힘차게 외쳤다.

    - 대고려 제국의 위대한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고 계신다. 부대 차렷!

    - 척!

    오랜 시간 훈련을 받은 정예 군사라는 것을 증명하듯 2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동시에 차렷 자세를 취하는 발울림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불가해무공이라고 불리던 칠성검이 왕기에 의해 마침내 그 비밀의 베일을 벗고 세상에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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