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77화 (77/171)
  • #77. < 왕기, 마침내 고려(高麗)의 왕이 되다 - 7 >

    서기 1345년 11월 24일

    왕기 일행이 대도를 떠난 지 사흘이 흘렀다. 지난 사흘간 옴짝달싹 못하고 대규모 이주단을 이끌고 있던 왕기는 특별히 할 일이 없자 고려에서의 개혁을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고심했고, 휘하의 간부들과 틈이 날 때마다 회의를 주도했다.

    해가 떨어지고 이주단의 이동이 멈추어지자 간부들이 다시 소집이 되었다.

    "사람의 숫자가 많고 백성들이 많이 따라나서 일정이 늦어지긴 했으나 앞으로 이틀 후에는 원나라와 고려의 국경인 청하(靑河)에 도착할 것이오."

    왕기의 말에 노국공주가 물었다.

    "청하가 어디를 말하는 것입니까?"

    "중국인들이 ‘얄루장’이라고 부르는 강이오. 그대에게는 물빛이 오리 머리의 빛과 같이 푸른 색깔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압록강(鴨綠江)이란 이름이 더 익숙할 것이오. 청하는 압록강을 고구려 때부터 한민족이 부르는 말이라오."

    노국공주가 어딘지 이해했다는 표정이 되자 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올겨울은 날이 추워 청하가 이미 꽁꽁 얼어있을 것이라 강을 건너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오. 하지만 사람이 워낙 많으니 도강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외다.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시고 청하만 넘으면 바로 고려의 땅이니 더욱 행동거지에 주의하시오. 병사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둬야 할 것이오. 고려의 왕인 나의 첫 번째 행차이니 쓸데없는 일로 나쁜 소문이 백성들에게 퍼져서는 절대 아니 될 테니까."

    - 알겠사옵니다. 전하.

    간부들이 입을 모아 대답하는 순간 여춘옹주가 입을 열었다.

    "전하. 도강하는 것을 너무 쉽게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전하와 잘 훈련된 군사들은 모르오나 일반 백성들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다 미끄러져 다치거나 동상이 걸릴 위험성이 아주 높습니다. 소첩이 거느리고 있는 고려객잔에서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심왕부에 속한 영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옵니다."

    "심왕부쪽 영지가 심상치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이 부근은 심왕이신 전하께서 다스리고 있는 심주(瀋州)와 요양(遼陽) 일대이며 내일부터는 요양 땅으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소문으로는 그곳에 살던 고려인들의 상당수가 짐을 꾸리고 있다고 하옵니다. 전하를 따라 고향인 고려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들이 이주대에 포함되면 일반 백성들의 숫자가 더욱 늘어나서 이동 속도가 지금보다 더 늦어질 것입니다."

    왕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난 대도에만 머물렀지 심왕부의 영지를 제대로 다스린 적이 없소이다. 박별감을 시켜 심왕부 직속의 경작지에 세계 곳곳에서 구한 각종 종자와 나무들을 심기만 했을 뿐이지 그동안 방치만 했을 뿐이라오. 근데 뭘 믿고 고려인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버리고 날 따라 나선단 말이오?"

    "고려의 국력이 기운 지금 고려인들의 삶은 어디에서나 힘든 법이지요. 잊으셨습니까? 전하. 전하께서 심왕부의 영지에서 천명의 장정을 뽑아가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건 당연히 기억하고 있소이다. 그들이 충성스러운 나의 정예 병사들이 되었으니 말이오."

    그러자 여춘옹주가 자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공민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심왕부의 영지에서 군사로 키울 장정을 뽑아가실 때 전하께서는 뽑히는 자의 가족에게 적지 않은 재물을 약속을 하셨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셨습니다. 전하께서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시지만... 그런 일은 이 시대의 그 어떤 군주나 왕들도 하지 않는 일입니다. 백성들은 왕의 재산이며 수탈의 대상이지 뭔가를 베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대도에 있는 심왕부에 머물며 군사훈련을 받던 장정들은 자신의 가족들과 계속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자신들이 받고 있는 대우가 어떠하며 전하가 어떤 분이신지를 낱낱이 알려줬을 테지요. 그러니 심주와 요양의 백성들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전하의 공평무사함과 백성들을 아끼는 애민정신을 말입니다. 미천한 백성들도 이미 어느 정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원나라가 저물어 가고 있는 작금의 시기라면 조만간 피비린내 나는 난세(亂世)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럴수록 자신들을 지켜줄 강력한 군주를 찾기 마련이지요. 천하에 그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는 전하의 무력은 이미 소문이 자자합니다. 무력이 강력하면서도 약속을 철석같이 지키며 백성들에게 재물을 아끼지 않는 군주, 거기에 백성을 아끼고 불쌍히 여겨 공민이라는 호까지 받은 왕. 그런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 다들 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들의 고향인 고려에서 말입니다. 거기에 최근 소문이 하나 더 보태졌지요. 공민왕은 부처께서 고려의 만백성들을 위해 점지하신 왕이며 미륵의 화신이라는 소문이 말입니다. 전하를 따라나설 백성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심주와 요양에 살던 모든 고려인들이 따라나설지도 모르지요."

    "어허..."

    잠시 탄식을 내뱉으며 고민을 하던 왕기가 무지를 보며 물었다.

    "날 따라나서겠다는 백성들을 먹일 식량은 충분하겠느냐?"

    "그 숫자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충분할 것입니다. 전하. 심왕부 창고에 있던 모든 곡식들과 고려식 전투식량들을 깡그리 다 챙겨왔으니까요."

    "다행히 날 따르겠다는 백성들이 굶주릴 일은 없겠군."

    그 순간 노국공주가 입을 열었다.

    "전하.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고려촌에 있던 백성들과 심주와 요양의 백성들까지 전하를 따라나선다면 그 숫자가 몇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 숫자의 백성들이 한꺼번에 고려로 들어가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들이 고려에 기거할 땅이 필요할 것이고, 겨울을 무사히 날 식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려에 있는 기존의 백성들도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이라도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만 할 것이옵니다."

    노국공주의 말에 왕기가 무지를 슬쩍 바라보자 즉답했다.

    "천하의 전하라고 해도 갑자기 여분의 식량을 땅에서 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공으로 쌀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결국 다른 나라에서 구입을 해야만 한다는 뜻이지요. 또 하나의 방법은 고려의 권문세족들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식량들을 몰수해서 백성들에게 골고루 분배해야만 할 것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왕기가 입을 열었다.

    "내가 고려에 도착하자마자 원나라의 돈이 통용되는 나라에 가서 대량으로 식량을 구입해올 것이다. 웃돈을 넉넉하게 주고 구입을 하면 식량을 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야. 어차피 원나라의 돈은 조만간 내전이 일어날 테니 그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지. 그전에 미리 다 소모하는 것이 나을 것이야. 또 하나는 부원배들을 위시한 권문세족들을 쳐서 그 재산을 몰수하고 창고에 있는 식량을 압수하여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그 정도면 고려의 백성들이 올겨울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야. 또한... 군사를 동원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쌍성총관부를 칠 것이니라. 원나라에게 빼앗긴 고려의 땅을 회복해 날 따라온 백성들을 그곳으로 이주시킨다. 원나라가 그곳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니 손쉽게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 알겠사옵니다. 전하.

    왕기가 무장을 보며 말했다.

    "무장. 넌 병사들을 동원해 날 따르는 백성들을 잘 호위하는 한편 그들끼리의 분쟁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도록. 방금 전 들은 대로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날 테니 기강을 엄격하게 세우도록 해. 말을 듣지 않고 분탕질을 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참수해도 좋다."

    "알겠사옵니다. 전하."

    왕기가 무지를 보며 말했다.

    "무지 넌 지금 당장 쌍성총관부를 칠 군사계획을 수립하도록 해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쳐서 함락해야만 할 것이야."

    "네. 전하."

    왕기가 이번에는 여춘옹주를 보며 명했다.

    "춘빈(春嬪)께서는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쌍성총관부의 정보를 모아서 건네주시오. 동시에 원나라 쪽의 정보도 예의주시하시고."

    "네. 전하."

    왕기가 이번에는 벽하옹주를 보며 명했다.

    "하빈(夏嬪)께서는 일전에 말한 대로 벽력가의 무인들을 독려해 훈민정음과 고려 부호를 빨리 익히게 해서 그들이 통신대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고려의 국경인 압록에서 개경까지 일각 안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기반 시설을 최대한 빨리 깔 것이오. 현재로서는 그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외다."

    "알겠사옵니다. 전하."

    왕기가 자신의 명을 기다리고 있는 척무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척무관. 그대가 해줘야 할 일이 많다. 그대를 이 자리에서 고려 중앙군이자 왕의 친위대인 천우위(千牛衛)의 수장에 임명한다. 개경에 입성하는 대로 천우위를 그대의 손아귀에 완전히 장악하도록. 필요하다면 나의 명 없이도 장수들도 즉참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가능하겠지?"

    "맡겨만 주시지요. 전하."

    "좋아. 천우위를 손에 넣는 즉시 그들과 나의 수하에 있는 병사들을 모두 동원해 만월대 앞에 거대한 구덩이를 하나 파도록 하거라."

    "이 겨울에 왕성 앞쪽에 큼지막한 구덩이를 파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은 철권통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개경에는 날 잡아먹으려 드는 부원배들과 그들의 수하들이 득실득실할 것이야.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어차피 힘으로 찍어 눌러야만 하는 자들이니 시체를 대량으로 묻을 곳이 필요할 것이 아닌가? 개경에 도착하는 대로 부원배들을 일시에 소탕할 것이니라."

    "무슨 말인지 알겠사옵니다. 전하."

    왕기가 간부들을 해산한 후 고개를 들어 요동 땅 밤하늘에 떠있는 뭍 별들을 바라보며 뇌까렸다.

    '이곳은 예전에는 고구려의 땅이었고 고구려가 멸망한 이후에는 해동성국이라 불리던 발해의 땅이었다. 만주를 포함한 요동 땅 일대를 빠르게 회복할 것이야. 그래야만 한민족이 좁은 한반도가 아니라 더 넓은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을 테니까.'

    서기 1345년 11월 25일

    여춘옹주의 말처럼 요양에 들어서자 남부여대(男負女戴 : 남자는 등에, 여자는 머리에 짐을 인다는 뜻)한 백성들이 이주대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무려 3만에 달했다.

    서기 1345년 11월 28일

    거의 4만에 가까운 이주대를 이끄는 왕기가 압록강변에 들어선 것은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어진 행보였다.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을 바라보던 왕기의 눈에 의아함이 가득 떠올랐다. 얼어붙은 압록강 한가운데에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 누런 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인근 지역의 정보 취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던 여춘옹주가 다가와 말했다.

    "전하. 소문으로는 국경에 살고 있는 고려 백성들이 전하께서 행여나 말을 타고 강을 건너시다가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실까 봐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에 있는 짚단들을 들고 나와 압록강 위에 깔기 시작했다고 들었사옵니다. 소첩이 보기에는 아마도 그 짚단으로 만든 길인 것 같습니다."

    "강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이 날씨에 그런 작업을 했단 말이지? 화경에 달한 고수가 행여나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다칠까 봐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그만큼 고려의 만백성들이 전하에게 걸고 있는 기대와 염원이 큰 것이지요. 만약 전하의 옥체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고, 백성들의 참혹한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어깨에 올라간 무거운 짐의 무게와 함께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 왕기가 말고삐를 죄며 이주대가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날 믿고 있는 고려 백성들에게 보여줘야지. 그들의 군주가 이따위 얼음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자라는 것을 말이야. 기마대부터 선두로 해서 다들 나를 따라라. 이랴!"

    - 두구두. 두구두...

    말을 몰아 강 위에 깔린 짚단 위를 날듯이 뛰어가던 왕기의 몸이 점점 빨라지더니 마침내는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 압록강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압록강을 건너간 왕기의 눈에 자신을 마중 나와있던 백성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말을 타고 하늘에 둥실 떠있는 왕기의 입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본인이 너희들의 새로운 왕인 공민왕이니라."

    - 공... 공민왕 전하시다.

    - 우리들이 기다리던 왕께서 마침내 오셨다.

    - 전하. 부디 이 나라 백성들을 굽어살펴주시옵소서.

    앞다투어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절을 올리는 백성들을 보며 왕기가 또다시 외쳤다.

    "보다시피 본 왕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정도로 무공이 뛰어나다. 그러니 너희들은 날 걱정하지 말고 각자의 생업에 돌아가거라. 언젠가 짐이 군사들을 이끌고 다시 이 강을 건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야. 그날은 이 나라 고려가 저 넓은 대륙을 정벌하는 날이 될 것이니라. 그때 다시 만나도록 하자."

    왕기가 무려 4만에 달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는 그때 개경에서는 부원배들이 권겸의 저택에 모여서 긴급하게 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부원배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기철이 죽자 그를 대신해 새로운 우두머리로 자리를 매긴 권겸이 입을 열었다.

    "디들 소문을 들으셨소? 개경으로 오고 있는 공민왕 전하의 품에 살생부가 있다는 소문을 말이오. 여기 있는 자들 중에서 살아남을 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 같소이까?"

    그러자 미리 입을 맞춘 듯 웅성거리는 부원배들 중에서 노책이 즉각 대꾸했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이 없잖소? 공민왕 전하는 우리들의 손으로 추천한 왕일 뿐만 아니라 원나라 황실의 부마이며 원나라 황제에게 정식으로 인정을 받은 고려의 정통 국왕이시오. 우리에게는 거부할 명분이 전혀 없소이다. 그리고 화경에 달한 그의 무력은 천하제일이라고 불리며 그의 휘하에는 하늘을 훨훨 나는 범 같은 장수들과 정예 병사들이 수천에 달한다고 하오. 개경에 있는 오합지졸로는 그들을 절대 막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제아무리 뛰어난 자라고 해도 죽으면 썩어갈 시체에 불과할 뿐이외다. 사람을 죽이는데 반드시 군사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지요. 공민왕 전하께서 만월대로 들어오시면 연회를 여실 것이 분명하오. 왕위에 오른 기념으로 말이지요. 그때 은밀히 손을 쓰면 되는 것이오."

    "누가 나서서 화경에 달한 고수를 죽일 수가 있단 말이오?"

    - 스으윽. 턱.

    품속에 손을 집어 넣은 권겸이 입구가 꽁꽁 묵힌 주머니 하나를 꺼내었다.

    "본인이 천금을 주고 중국에서 힘들게 구한 칠보단장산(七步斷腸散)이라는 것이오. 산공독(散功毒)의 일종이라 복용시 내공이 즉각 흩어져서 화경에 달한 고수라도 일곱 걸음을 걷기 전에 내장이 녹아서 죽고마는 극독이라고 들었소."

    그러자 다른 부원배가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먹일 작정이오? 왕실에서 열리는 연회이니 당연히 음식들을 기미(氣味)하는 자가 있을 것이고 사전에 철저한 검사가 이루어 질것이외다."

    "그 문제는 본인에게 맡기시구려. 그 대신... 본인이 공민왕의 독살에 성공하면 여러분들은 적지 않은 재물을 모아 내게 주셔야만 할 것이고, 날 최고의 자리로 밀어주셔야만 할 것이오. 공민왕을 처치한 본인의 공이 크니 말이외다."

    그러자 부원배들이 동의의 뜻으로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본인에 대한 암살 모의가 열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왕기는 압록강을 건넌 이주자들을 이끌고 개경을 향해 빠르게 진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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