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73화 (73/171)
  • #73. < 왕기, 마침내 고려(高麗)의 왕이 되다 - 3 >

    [천마산 인근의 국방과학연구소]

    수백에 달하는 향도들을 동원해 국방과학연구소를 건립하고 있던 신라면과 최무선이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하루의 작업을 모두 끝마친 향도들을 모두 돌려보낸 후 어느 정도 올라간 연구소 건물 안에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 쾅.

    거칠게 탁주 잔을 술상 위에 내려친 신라면이 분을 참지 못하고 노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개 같은 부원배 놈들이... 아우님은 소문을 들었는가?"

    왕기로 인해 신라면과 인연을 맺고 의형제 사이가 된 최무선이 대답했다.

    .

    "원나라로 보낼 사신들을 선정하고 있다는 소문 말입니까? 당연히 들었지요. 고려 전역에 파다한 소문을 이 동생이 못 들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새로운 왕을 왕위에 올리는 공을 세울 기회라며 너도나도 자신을 뽑아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기철을 필두로 하는 부원배들에게 뇌물을 바리바리 갖다 바치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나라를 다스리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작년에는 8살짜리 아이를 왕위에 올리더니 이제는 장성한 전하를 놔두고서 9살짜리를 왕위에 또 올리겠다고? 그러니 고려 꼴이 이 모양 아닌가? 부원배 놈들을 뼈째로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것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고려 만백성들의 삶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부원배들이 오로지 자신들 입맛에 맞는 왕을 찾는 것이지요. 원나라에 계시는 심왕 전하를 왕위에 올리면 자신들 맘대로 조종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하다가는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때려죽여도 전하를 왕으로 추천하지는 않을 테지요."

    "그러니까 큰일이 아닌가? 고려의 차기 왕위를 백성들의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세상이니 우리에게 뾰쪽한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러다가는 나를 따르는 향도들에게 난(亂)이라도 일으키라고 부추겨야 할 판일세."

    "아이고. 형님. 매일같이 수백의 향도들을 동원해 이곳에 연구소를 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경의 저잣거리에는 그러한 소문이 일절 돌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그 이유가 뭔가?"

    "그만큼 백성들의 삶이 절박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백성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아시잖습니까? 부원배들을 등에 업은 권문세족들의 행패로 다들 피죽도 제대로 못 먹고 있습니다. 그나마 개경은 사정이 좀 낫지요. 얼마 전 왜구 떼가 쳐들어와 가을에 추수한 식량을 약탈해간 전라도 일대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은 시신들이 길바닥에 널려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향도들도 잘 알고 있는 거지요. 이곳에서는 전하께서 주고 가신 넉넉한 재물로 하루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을 수 있지만 행여 소문이라도 잘못 났다가는 당장 내일 먹을 밥이 사라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다들 죽어라 비밀을 지키고 있는 거라고요.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는 자들이고 태어나서 창 한번 안 잡아본 향도들을 부추겨 난을 일으킨다고 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부원배들이 거느리고 있는 강력한 군사들과 맞붙었다가는 힘 한번 못써보고 몰살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꿈도 꾸지 마십쇼. 형님."

    "그럼 난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경창부원군(慶昌府院君)이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면 전하께서 언제 또 왕이 되실지 기약이 없지 않은가? 경창부원군이 병약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라 앞으로 10년을 더 살지 20년을 더 살지 그 누구도 장담을 못 한다고. 하지만 날 따르는 모든 향도들은 미륵의 환생인 심왕 전하께서 이번에 왕이 되실 거라고 다들 철석같이 믿고 있단 말일세. 단순히 개경의 향도들뿐만이 아니야. 미륵의 선물이라는 훈민정음이 백성들 손을 거치며 널리 퍼지는 동시에 고려 전역에 있는 백성들 사이에서 그러한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다네. 자신들을 구원할 진정한 왕을 부처님께서 이번에 내려주실 거라는 소문이 말이야. 그런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울분을 토하는 신라면의 말에 최무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님. 지금 형님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미륵의 화신은 전하시지 형님이 아닙니다. 우린 그분이 부리는 종에 불과할 뿐이지요. 이 아우가 며칠 전에도 전하를 뵈었습니다. 그분은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이 절대 아니에요. 전하와 화약을 이용한 무기 제작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천재성에 소름이 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제가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천재 중에 천재이시지요.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전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하실 것입니다. 형님과 제가 해야 할 것은 딱 한 가지뿐입니다."

    "그게 뭔가?"

    "전하께서 맡기신 일에 매진하면서 향도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전하께서 새로운 왕이 되실 거라는 굳은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형님. 전하를 믿으십시오. 부처님께서 직접 현몽하여 형님에게 전하께서는 미륵의 화신이라고 알려주셨다면서요? 명색이 중이라는 분이 그렇게 신심(信心)이 약해서 어떡합니까?"

    "으음... 아우의 말이 일리가 있네. 내일부터는 향도들에게 그런 소문을 널리 퍼뜨리라고 독려해야 하겠군. 미륵의 화신인 전하께서 반드시 차기 왕이 되셔서 고려의 만백성들을 구원할 것이니 절대 흔들리지 말라는 소문을 말이야."

    "지금은 그것으로 족합니다. 형님."

    [심왕부의 연병장]

    밤이 으슥해지자 병사들의 출입마저 통제한 연병장에서 수소 기체가 가득 든 사람 몸통보다 조금 더 큰 비행선이 사람 대신 쌀을 가득 담은 가마니 몇 개를 줄에 매달고서도 공중으로 가볍게 떠오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비행선의 부력이 더 좋은데요?"

    필요 이상으로 높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밧줄을 꽉 붙잡은 채 비행선의 부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던 왕기가 유일하게 참관이 허락된 승의공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할 것이오. 지금은 자질구레한 부대 장비들을 일체 달지 않았고 골조도 대나무로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실제 전장에 투입될 비행선은 사람과 짐을 싣는 바구니도 달려야 하고, 진로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주는 동력 장치도 설치되어야 하며, 골조도 대나무가 아닌 쇠로 바꿔야 하니까 이 정도의 부력까지는 보이지 못할 테지.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외다."

    "전하. 골조를 굳이 무게가 무거운 쇠로할 필요가 있을까요?"

    "보일- 샤를(Boyle-Charles)의 법칙을 모르시오? 온도가 내려갈수록 기체의 부피는 감소하오. 비행선의 고도가 올라가게 되면 비행선이 급격하게 쭈그러든다는 뜻이지. 대나무 골조로는 그 힘을 절대 버티지 못할 것이니 비행선이 높은 고도로 날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오. 맘 같아서는 무게가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골재를 만들고 싶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알루미늄을 만들지 못하니 어쩔 수가 없소이다. 알루미늄 제련이란 것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니까. 오죽하면 나폴레옹이 손님들을 초대해 은접시 대신 알루미늄 접시를 내놓으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겠소? 알루미늄 제련은 나조차도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외다. 혹시 다른 개선 사항이 보이시오?"

    "폭발의 위험성이야 전하께서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타고 있는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낙하산의 개발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지. 하늘에서 떨어져도 뛰어난 경공으로 지상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는 사람은 심왕부에서도 몇 안 되니까. 그대가 맡아서 개발해 주시겠소?"

    "알겠사옵니다. 전하. 소첩이 왕부에서 바느질을 잘 하는 아녀자들을 동원해서 한번 만들어 보지요. 기본 원리야 간단하니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왕 낙하산을 만드는 김에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미싱(Mishin)이지요. 거대한 비행선을 뒤덮을만한 천을 만들기 위해서 일일이 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것은 효율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낙하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요. 신첩이 집에서 미싱을 사용해본 경험이 좀 있으니 미싱의 설계도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전하께서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내 그리하리다. 나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 지금처럼 그대가 많은 도움을 주시길 바라오."

    "네. 전하. 소첩이 최선을 다해 전하를 내조하겠사옵니다."

    그때였다. 출입이 금지된 연병장 안으로 척무관이 비호처럼 뛰어오고 있었다. 공중에 둥실 떠있는 비행선을 발견하고서는 눈이 휘둥그레져 잠시 움찔한 척무관이 왕기에게 빠르게 다가와 서찰 하나를 내밀며 보고했다.

    "전하. 춘향각으로부터 급전이 날아왔고, 자정원사인 고용보가 전하를 급히 뵙고자 왕부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자세한 것은 소관도 모르나 아무래도 고려 쪽에서 변고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춘향각에서 급전을 보낸 이유가 고려 국경에 세워진 고려객잔에서 날아든 정보 때문이라고 들었으니까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왕기가 서찰을 뜯어보았다.

    - 고려의 충목왕 병사. 고려의 조정에서 기철을 중심으로 한 부원배들이 경창부원군을 차기 왕으로 추대하기로 결정. 원나라에 사신을 파견할 절차를 밟고 있음.

    "으음..."

    신음성을 내뱉은 왕기가 척무관에게 물었다.

    "고용보는 지금 어디 있느냐? 당장 그자를 만나봐야 하겠다."

    [심왕부의 가주전]

    왕기, 승의공주, 무지 이렇게 세 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왕기와 고용보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의 왕기가 내뱉었다.

    "충목왕이 병사했다고 들었소이다. 그래서 그대가 찾아온 것이겠지?"

    "심왕부의 소식통이 제법 빠르군요, 원나라 황실에서도 파악한지 얼마 안 된 정보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춘향각 덕분이겠지요?"

    "그렇소. 그쪽에서 지속적으로 고려 쪽의 정보를 수집해 전달해 주고 있으니까. 근데... 본 왕이 약속을 어기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는 것을 그대도 잘 알고 있지 않소? 기황후께서는 본 왕과의 약속을 저버릴 생각인 것이오?"

    "전하. 오해이십니다. 황후마마께서는 약속을 어길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근데 왜 고려의 차기 왕으로 내가 아니라 경창부원군이 추대된 것이오?"

    "그건 전하께서 자초하신 일이지요. 친정인 기씨 일족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황후마마의 부탁을 전하께서 단호하게 거절하셨잖습니까? 그러니 황후마마께서도 고려 조정에 대해서 손을 뗀 것이지요. 고려의 왕은 원나라 황실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려 조정에서 정하여 올리는 것을 원나라 황실에서 승인을 해주는 것뿐이지요. 때로는 왕의 폭정이 심해 고려 조정에서 왕을 교체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들어주거나요. 고려에서 보낸 사신이 원나라 황실에 당도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더 걸릴 것입니다. 사신단을 선정하는 데 사흘 그리고 말을 달려 대도까지 오는 데 빨라도 나흘 정도는 걸릴 테니까요. 사신단이 대도에 도착하면 그때 기황후께서 분명히 약속을 지키실 것입니다. 차기 왕의 보령이 너무 어리니 다른 자를 찾아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럼 고려 조정에서 전하를 왕으로 추대하겠다며 다시 사신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그것으로 황후마마께서 하신 약속은 지켜진 것이지요."

    "만약 그때에도 고려 조정에서 날 왕으로 추천하지 않으면?"

    "다시 또 사신을 되돌려보내야겠지요. 그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원나라 황실에서 직접적으로 전하를 차기 왕으로 올리라고 명을 내리는 것은 엄연한 내정간섭에 해당되는 일이니까요. 황후마마께서 친정 오라비인 기철을 통해 은밀히 손을 쓰신다면 몰라도요."

    그 순간 왕기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대는 지금 나와 말장난을 하고 있군.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날 협박하고 있는 중이야. 내가 기씨 일족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될 거라는 협박인 것이지. 고려에 있는 부원배들이 날 왕으로 추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을테니 말이야. 그대는 고려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애국자이지 않은가?"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친정 식구들을 걱정하는 황후마마의 애틋한 마음 또한 살피지 않을 수가 없지요. 전하. 끽해야 몇 십 명의 목숨입니다. 그들을 살려주겠다는 약속만 하신다면 지금이라도 황후마마께서 곧바로 손을 쓰실 것입니다."

    "내가 왕이 되기 위해 기씨 일족을 살려주라고? 그럴 수는 없지. 여태껏 고려 백성들에게 패악을 저지른 자들을 처단하지 않으면 왕이 될 나의 권위가 제대로 서지 않는 법이니까."

    "전하. 세상의 모든 것을 전하의 뜻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 맘에 안 드시면 무공이 뛰어난 전하께서 직접 그들을 쳐죽이시는 방법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그런 후 전하의 말을 따르는 신하들로 조정을 채운 후 새로운 사신단을 보내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왕이 되기도 전에 신하들을 쳐죽인 잔혹한 성품을 지닌 왕이라는 평을 듣겠지만 말입니다."

    잠시 후 변죽을 울리던 고용보가 돌아가자 왕기가 승의공주와 무지를 보며 말했다.

    "기황후가 작정을 한 것으로 보이오. 자신의 친정을 몰살시키겠다는 내가 곱게 보이지는 않겠지. 만약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설사 나중에 내가 왕위에 오르더라도 뒷말들이 무성할 것이고 나의 권위가 제대로 서지 않을 것이오. 고려에 있는 문무백관들이 자청해서 추대하지 않은 왕이며 원나라의 힘에 의해서 강제로 등극한 왕이라고 말이외다. 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있겠소?"

    그러자 승의공주가 입을 열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고려 조정에 있는 자들이 자청해서 전하를 차기 왕으로 추대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넣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 쪽에서 직접 압력을 넣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라고 하는 격이니 그들이 둘어줄 리가 만무하니까요. 하지만 고려에는 부원배들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고려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충성스러운 신하들도 있을 것이고,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고려 백성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그럴듯한 계책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승의공주의 말에 무지가 대꾸했다.

    "저에게도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아마도 전하께서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저보다 더 머리가 뛰어난 분이시니까요. 요 근래 시중에서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다 같이 손바닥에 그 방법을 적어서 비교해 볼까요?"

    "좋소. 나에게도 그럴듯한 생각이 한 가지 있으니까. 다들 제갈량(諸葛亮)과 주유(周瑜)가 되어 그 방책을 손바닥에 적어봅시다."

    - 쓱. 쓰슥...

    붓을 들어 손바닥에 자신이 생각한 계책을 적은 세 사람이 동시에 손바닥을 펼쳤다.

    - [비행선]

    - [비행선]

    - [비행선]

    모두의 뜻이 같다는 걸 확인한 왕기가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으며 방밖에 있는 척무관을 향해 소리쳤다.

    "고려촌에 있는 삼돌이를 부르도록 하거라. 한시가 급하니 지금 당장 찾아서 산 채로 잡아오도록 해."

    그때 숭의공주가 입을 열었다.

    "전하. 한 가지 또 급한 것이 있사옵니다. 이는 전하께서 고려의 왕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니 반드시 서둘러야만 할 것이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왕기의 물음에 승의공주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하와 저의 결혼식이지요. 잊으셨습니까? 고려는 지금 원나라의 부마국입니다. 원나라 황실의 공주인 저와 결혼식을 올려서 부마의 지위를 획득해야만 모든 절차와 과정들이 매끄럽게 진행될 것입니다. 내일 당장이라도 서둘러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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