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61화 (61/171)
  • #61. < 성혼(成婚) 그리고 내란(內亂)의 조짐 - 2 >

    [위왕의 파오]

    위왕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왕기를 보며 연신 대단하다며 칭찬을 하고 있는 가운데 파오의 휘장이 걷히며 뒤늦게 도착한 백인장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위왕의 눈길을 받은 그들 둘이 동시에 고개를 가로 젖자 위왕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왕기가 입을 열었다.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는 확인이 끝났으면 약속을 지키셔야지요?"

    "알겠네. 내가 승의공주의 지참금으로 천 명의 병사를 심왕부로 보내주도록 하지."

    그 순간 왕기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는 곤란합니다. 그 말씀은 늙어서 젖도 안 나오는 말라비틀어진 양 천 마리를 신부값으로 줘도 상관없다는 말과 똑같으니까요. 지참금으로 데려갈 병사는 제가 선택하겠습니다."

    "지금 여기서 말인가? 내 휘하의 병력이 2만 정도 된다네. 하지만 여기 카라코룸에는 3천 명밖에 없어. 나머지는 대도와 대초원 인근에 흩어져 있지."

    "그 3천 명에서 선발해도 충분합니다. 카라코룸까지 같이 데려왔다는 것은 병사들 중에서 가장 정예이며 충성심 또한 높은 자들일 테니까요."

    "알짜들로만 골라서 쏙 뽑아가겠다는 뜻이로군."

    "그렇습니다. 그 대신 양 천 마리에 고려의 보물 중에 보물을 드리지요."

    말을 하며 왕기가 품속에서 조그마한 가죽 주머니 하나와 책 한 권을 꺼내들어 위왕에게 내밀었다. 가죽 주머니를 먼저 풀어본 위왕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호오... 대단한 보석들이로군. 양 천 마리 값으로는 너무 많아 보이는데? 심왕이 하북 팽가의 재물을 털어 갑부가 되었었는 소문을 듣긴 했는데 그게 정말 사실인가 보군?"

    "사실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재물은 넉넉하게 있지요. 그 정도의 보석이면 질 좋은 양으로 2천 마리를 사고도 남을 것입니다. 사위가 부자여서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근데 이 책은 뭔가?"

    "제가 말한 고려의 보물인 훈민정음이라는 것이지요. 몽골의 문자는 어렵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전쟁 포로로 잡혔던 위구르족의 필경사가 강요에 의해 만든 거니까요. 타 민족인 전쟁 포로가 열과 성을 다해 제대로 만들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만든 훈민정음은 단순하면서도 입으로 내는 모든 소리들을 그 누구라도 글로 적을 수 있는 문자 체계입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한문처럼 글자마다의 뜻을 배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할 필요도 없지요. 평상시에 말하던걸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되니까요. 훈민정음은 몽골족들의 문화를 한단 계 올려줄 뿐만 아니라 장차 제가 다스릴 고려와의 관계도 돈독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시험 삼아 수하들 중에 머리가 좋은 자들에게 익히게 해보시면 그 진가를 금방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왕기가 말을 하다가 감각을 끌어올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엿듣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위왕 전하께서 평상시에 주장하신 것처럼 몽골족의 전통을 지키며 대초원에서 살아가는 나라를 건국하고 싶으시면 비밀리에 제게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 사위가 적극적으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왕기의 말에 위왕이 펄쩍 뛰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 나보고 원나라를 배신하라는 뜻인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위왕 전하도 아시겠지만 현재 중원의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만간 한족이 힘을 합쳐 반란을 일으킬 겁니다. 쇠락한 원나라가 힘에서 밀려서 북쪽으로 쫓겨나고 새로운 한족의 나라가 중원에 들어설 테지요. 그때를 가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원나라가 망하고 나면 위왕 전하께서 배신을 염려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며, 패망한 원나라 황족의 후예보다는 몽골족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위왕 전하께서 직접 나서서 건국을 하시는 것이 몽골족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낫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 순간 익숙한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띠리링. 일전에 경고 드린 것처럼 미래를 함부로 발설하는 것은 세상의 반발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짜증 어린 표정의 왕기가 속으로 뇌까렸다.

    '이 정도는 괜찮잖아? 머리가 뛰어나고 형세 파악이 정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측 가능한 일이라고.'

    [띠리링. 그 판단은 과거로 넘어온 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신들의 협의체에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누적된 반발력의 합이 임곗값을 뛰어넘으면 대적자(對適子)가 탄생하게 되며, 그 값이 커질수록 그 숫자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난데없이 대적자는 또 뭐야? 내 일을 방해하기 위해 나와 같은 자들이 세상 곳곳에서 튀어나온다는 건가?

    [띠리링. 말씀하신 것과 비슷합니다. 이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한 민족이 전 세계를 석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들이 정한 규칙입니다.]

    사사건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메시지에 화가난 왕기가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염병하고 자빠졌네."

    잠시 후 파오 밖으로 나온 왕기가 위왕이 끌어모은 카라코룸에 머물고 있는 3천에 달하는 대병력 앞에서 공중으로 둥실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대초원이 떠나가라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사전에 설명을 들었겠지만 이 자리에 모인 병력 중에서 단 천명만 뽑을 것이오. 그리고 미리 말하겠지만 뽑힌 자들은 훗날 내가 고려의 왕이 되었을 때 나와 같이 고려로 가서 고려군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겠소이다. 거기에 걸맞은 대우와 지위를 약속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그대들이 몽골족과 싸울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내 이름을 걸고 약조하리다. 본 왕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면 내가 약속을 철석같이 지킨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오.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지금부터 선별작업을 시작하겠소이다. 이 중에서 말을 탈 줄 모르는 자들은 뒤로 빠지시길 바라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병사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릴 때 왕기의 말이 계속되었다.

    "수영을 못하는 자들도 뒤로 빠지시오."

    "활 쏘기에 자신이 없는 자들도 뒤로 빠지시오,"

    "이미 결혼을 하여 가정이 있는 자들도 뒤로 빠지시오."

    병사를 선별하는 조건이 많아지자 뒤로 빠지는 자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한편 그시각 마교의 총본산이 있는 십만대산의 심처에서는 교주가 직접 주관하고 원로원의 원로들과 주요 간부들이 모두 참여하는 천마집회(天魔集會)가 열리고 있었다.

    [십만대산에 위치한 마교본산]

    중원은 이제 막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산악지대에 위치한 마교본산 인근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교의 13대 교주이자 무림강호에서 일비(一秘)로 통할 정도로 정체가 신비에 휩싸여 있는 무쌍천마(無雙天魔) 갈중악(葛中岳)이 거대한 대전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갈중악이 독(毒), 패(覇), 검(劍), 편(鞭), 장(掌), 요(妖), 조(爪), 뇌(腦)로 통하는 원로원의 팔마(八魔)들 중에 전통적으로 머리가 좋고 계략이 뛰어난 뇌마(腦魔)라는 칭호를 물려받은 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먹자는 제안이 왔다고? 그건 그 옛날 위(魏), 촉(蜀), 오(吳) 삼국으로 천하를 나누었던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와 다를 바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만 현재로서는 그것이 최선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산동(韓山童)이 이끄는 미륵교도들이 주축이 된 한(漢)족이 강남을 먹고, 정림방의 방주인 팔비신장(八譬神掌) 장태호(長泰浩)가 이끄는 세력이 화북 지역을 먹으며, 그 둘을 제외한 지역을 마교가 먹는 것이지요."

    "그게 수지타산(收支打算) 이 맞는 것인가? 물산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한 강남도 포기하고, 원나라가 들어서고 난 뒤 급격히 발전한 화북도 포기를 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땅의 넓이로는 꿀릴 것이 없지요. 마교가 청해(靑海)와 감숙(甘肃) 그리고 신강(新疆)과 서장(西藏)을 통째로 먹는 것이니까요. 더욱 중요한 것은 중원과 서역의 교역로를 마교가 독차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장안(長安)에서 출발하여 하서주랑(河西走廊)을 통과해 타클라마칸을 둘러 가는 전통적인 교역로도 마교의 손아귀에 들어오고, 원나라 건국 후 대도에서 출발해 섬서를 거쳐 넘어가는 새롭게 개척된 교역로 또한 마교가 차지하게 됩니다. 양쪽 교역로에서 걷어들이는 세금만으로도 충분히 교도들을 먹여살리고도 남지요. 마지막으로 네 개의 성을 바탕으로 정식으로 국가를 건국함에 따라서 영속적인 마교의 발전과 지속적인 교세의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양쪽 눈꼬리가 매섭게 치켜져 올라간 뱀눈에 매부리코, 그리고 그 아래에 난 팔자수염과 뾰쪽한 하관에 난 염소 수염이 음험하면서도 살벌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갈중악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마교도로 이루어진 나라를 세운 다음 서역과의 교역로를 독차지하여 세금을 거둔다라. 나쁘지는 않군. 원을 전복할 가능성은 있고?"

    "승산이 9할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되었습니다. 현재의 원나라는 이미 국력이 쇠락했고,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치솟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원나라의 군사력은 정복전쟁을 멈춘 후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지요. 실전 경험 또한 많이 부족합니다. 마교가 한산동과 장태호의 손을 잡으면 원나라를 전복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입니다."

    그 순간 갈중악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과신은 금물이야. 마교가 중원을 쳐들어가서 성공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천하제일이라고 불리던 교주들조차도 숱하게 죽음을 맞이한 곳이 바로 중원이다. 그들의 저력을 얕보아서는 곤란해. 역대 교주들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쌍천마로 불리는 내가 교주에 등극한 후 왜 이곳에서 계속 칩거를 하고 있는지 그대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잘 알고 있습니다. 역대 교주들 중 그 누구도 달성을 못한 '천마입신(天魔入神)'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지요."

    "맞아. 내가 그 경지에 도달하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고 절대로 죽지 않을 자신도 있어. 하지만 아직 나조차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야. 천마신공(天魔神功)이 천하제일 무공이라고 불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신공들이 중원에도 제법 있다는 것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그럼 한산동과 정림방의 손을 잡는 것은 없던 일로 할까요?"

    "그러기에는 너무 아쉬운 기회이긴 하지. 중원으로 보낼 병력은 충분한가?"

    "충분하옵니다. 교주님. 지난 몇 십 년간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자세로 힘을 키워왔으니까요. 천마대 2천, 군림대 2천, 흑풍대 4천 도합 8천의 교도들이 교주님의 명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교주 직속의 무쌍대 2천까지 합치면 도합 1만의 병력입니다. 단숨에 중원으로 쳐들어가 원나라의 군사이든 중원 무림의 강호인이든 가리지 않고 물밀듯이 쓸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아. 정림방에 사자를 보내게. 천하삼분지계에 마교도 동참하겠다고 말이야. 거사의 날짜가 정해지면 내가 직접 나서서 일만의 병력을 이끌고 중원으로 쳐들어가겠다고 전해. 원로원에 있는 그대들도 대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알겠사옵니다. 교주님."

    대답을 한 뇌마가 벌떡 일어나 양손을 하늘로 치켜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 천마강림(天魔降臨)

    그러자 대전에 모여있던 모든 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하늘로 치켜올리더니 마치 광신도처럼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다.

    - 만인앙복(萬人仰伏)

    대륙에 본격적인 전운이 감돌기 시작할 때 지참금 명목으로 용맹한 몽골적 병사 천명을 모두 추린 왕기가 승의공주를 품에 안고서 심왕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품에 안겨있던 이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 왜 아까 파오 안에서 갑자기 욕설을 내뱉은 거예요?"

    "메시지 때문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말이야. 대적자라는 것 때문에..."

    "아. 대적자. 저도 과거로 넘어오면서 설명을 들어봤어요. 오빠가 하는 행동에 따른 반발력에 의해서 현세의 사람들 중 신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적수가 생성되는 걸 말하는 거죠? 그런 반발력은 저에게도 해당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과거로 온 뒤에 특별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 살았죠. 행여나 오빠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요."

    그 순간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진 왕기가 다급히 물었다.

    "방금 뭐라고 말했어?"

    "제가 하는 행동에도 반발력이 발생한다고 해서...."

    "아니. 그것 말고. 대적자가 어떤 자들이라고?"

    "반발력에 의해서 탄생되는 오빠의 적수들요?"

    "그전에... 대적자는 현세의 사람들 중에서 탄생되는 거라고 말했지?"

    "네. 맞아요. 신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는 자들이죠. 오빠를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 순간 왕기의 표정이 오뉴월 햇살처럼 환하게 밝아졌고,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양손을 움직여 주먹을 하늘로 치켜 올리는 어퍼컷을 연신 날리며 힘차게 외쳤다.

    "됐어! 그거면 됐다고! 그거라면 충분해!"

    영문을 몰라 유나가 어리둥절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 갑자기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예요?"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화경에 달한 무공 따위가 아니야. 극도로 발전된 현대의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것이지.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요? 제가 지닌 의학적 지식도 시대를 아득히 초월해 있으니까요."

    "내가 대적자 때문에 걱정했던 건 나처럼 현대에서 과거로 넘어온 자들이 세상 곳곳에서 대량으로 등장하는 거야. 그런 자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면 나조차도 감당이 안 된다고. 머리 숫자에서 밀리니까 말이야. 하지만 대적자는 분명 현세의 인물이라고 말했잖아? 비록 신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지만..."

    "맞아요. 전 분명 그렇게 들었어요."

    왕기가 빠르게 속으로 뇌까렸다.

    '이봐. 내 말이 들리지? 방금 전 유나가 한 말이 정확한 거야? 이건 반드시 확인을 하고 넘어가야만 한다고."

    [띠리링. 다 맞는 말입니다.]

    '난 왜 그런 설명을 듣지 못했지?'

    [띠리링. 신들은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일일이 설명해 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과거로 넘어온 자가 스스로 깨쳐야만 하는 것들 중에 하나일 뿐이지요.]

    '꼴갑 떨고 있네. 내가 초반부터 대형사고를 칠까 봐 무서워서 그런 거겠지.'

    확신을 가지게 된 왕기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된 거야. 현세의 인물이 대적자로 되는 건 두렵지 않다고. 무더기로 등장해도 좋아. 제아무리 신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가진다고 해도 얼마든지 감당할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오늘부터 내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서 고려 부흥에 나서도 된다는 뜻이야.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날 막아서기 위해 신들이 만들어내는 대적자라는 놈들과 말이야."

    말을 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흥이 났는지 하늘을 날아가는 왕기의 발끝에서 갑자기 새빨간 불꽃이 터져 나오며 무시무시한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마치 한줄기 유성처럼 밤하늘을 호쾌하게 가로지르며 자신의 연인을 품에 안은 왕기가 심왕부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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