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49화 (49/171)
  • #49. < 강호출두(江湖出頭) 소림편(少林編) - 3 >

    [소림사 접객원]

    승려가 아니라 소림을 찾아온 속세의 손님들을 재우는 곳답게 처마 끝의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잇대어 달아낸 겹처마에 부연(婦椽)까지 걸어 화려하게 장식한 접객원의 방중에서 가장 화려한 특실.

    반야심공을 풀이해 주는 대가로 방장에게서 장로의 지위를 정식으로 인정받고, 그에 대한 계약금 조로 대환단이 담겨 있는 목함을 하나 받아들고 특실로 안내를 받은 왕기가 방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좀 사람 사는 곳 같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다. 당장 반야심공의 전수를 시작할 테니 자리에 앉도록."

    무지와 무장이 자리를 잡자 왕기가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야심공은 깨달음이 없으면 절대 익힐 수가 없는 무공이다. 그러한 깨달음은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지극한 도를 몇 마디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가 없고, 지극히 뜨거운 불을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지. 그게 가능했다면 혜능이 이미 자세하게 설명을 해놓았을 것이야. 내가 너희들에게 반야심공을 알려주기 위해서 나만의 깨달음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왔고, 거기에 적합한 실험까지 생각해 왔느니라. 반야심공의 지극한 원리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할게 하나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 잘 알겠습니다. 고려검황 대협.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하는 두 사람을 보며 빙긋이 웃은 왕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정관념을 얼마나 잘 버리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오랜 세월 소림에서는 반야심공을 깊이 연구해 왔을 것이다. 육조인 혜능(慧能)이 창안한 심공이니 못해도 6백 년 정도는 파고들었겠지. 하지만 아직도 불가해 구절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야. 그런 구절들을 소림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해왔는지 알고 싶다. 먼저 [대력반일(大力反日)이니 지회여동(地回如動)이고, 미력우향(微力右向)이니 수와여동(水渦如動)이다. 따라서 진신불력(眞身佛力)을 상시여동(常時如動)해야만 한다.] 이 구절부터 들어보자. 대력반일을 소림에서는 뭐라고 해석하고 있느냐?"

    왕기의 물음에 무지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대력은 말 그대로 큰 힘이니 해석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 나오는 반일이지요. 일(日)은 해, 낮, 하루 등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해가 없는 밤에 큰 힘이 생긴다고 해석을 하였지요. 그래서..."

    무지가 계속 말하기를 망설이자 왕기가 먼저 선수를 쳤다.

    "해가 없는 밤에 운공을 해야 한다고?"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의견이 실제로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시험을 해본 결과 낮과 밤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큰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완전 엉터리로 해석을 하고 있어. 대력반일은 뒤에 나오는 미력우향과 대구(對句)를 이룬다. 네 말대로라면 큰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고, 작은 힘은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겠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후우... 소승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반야심공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야. 대력반일을 이해하려면 '노자(老子)'의 말부터 먼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노자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이런 말이 있지. [대방무우(大方無隅)하고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니, 대음희성(大音希聲)하고 대상무형(大象無形)이다.] 이게 무슨 뜻이더냐?"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고, 아주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아주 큰 소리는 들을 수 없고, 아주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는 뜻이지요."

    "잘 알고 있구나. 그중에서 노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구절이 뭐라고 보느냐?"

    "아무래도.. 제일 먼저 등장하는 구절이겠지요."

    "그렇게 보는 게 상식적이겠지. 대방무우를 설명하기 위에 다른 것들을 끌어온 것일 거야. 그럼 노자가 주장한 대방무우가 정확히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느냐?"

    무지가 비교적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뒤에 나오는 대기만성은 사람의 그릇이나 됨됨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서리가 없이 원만한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왕기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무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놀고 있네. 그럼 뒤에 나오는 대음희성은 무엇이더냐? 큰 사람이 내는 목소리는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고? 정말로 그러한가? 내 생각에는 오히려 더 잘 들릴 것 같은데 말이야."

    잠시 고민을 하던 무지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부디 소승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무장을 슬쩍 바라본 왕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둘의 그릇이 너무 차이 나는군. 하긴... 스물도 채 안 되는 나이에 반야심공을 사성(四成)까지 익히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지. 무지 스스로 나름 고민도 많이 했을 테고, 익힌 학문의 경지도 절대 낮지 않다는 뜻이야. 그에 비하면 무장 저놈은... 뭐 사람은 쓰기 나름이니까.'

    왕기가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르침을 원하니 주도록 하마. 잘 들어라. 어느 날 노자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기가 발을 딛고 있는 대지(大地)가 단순히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넓고 평편한 사각형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무지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땅이 평편한 사각형이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노자가 주장한 것처럼 모서리가 전혀 없는 형태가 무엇이더냐? 그런 도형이 뭐가 있지?"

    기하학에도 나름 조예가 깊은지 무지가 즉답했다.

    "원(圓)이지요."

    "생각을 더 확장해 보거라. 그보다 더 큰 것은 무엇이더냐?"

    "구(球)입니다."

    "정답이다. 그 옛날 노자는 알았던 것이야. 자신이 밟고 서있는 이 대지가 둥글다는 것을 말이야. 대지는 대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워낙 넓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편한 사각형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대방(大方)은 본디 무우(無隅)한 것이니라. 모서리가 하나도 없는 둥근 원형, 즉 구의 형태라는 뜻이지. 놀라운 깨달음이야. 아득한 춘추전국시대에 그런 깨달음을 얻은 노자는 천재임에 분명하다."

    왕기의 말에 무지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대지는 무한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넓고 넓지만 그 끝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 대지가 정말로 둥근 구의 형태라면 사람들이 대지 위에 어떻게 서있겠습니까?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왕기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좋은 질문이기는 하지만 네게는 아직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은 들어봐야 알아듣지 못해. 일주일 동안 내 옆에 있으면서 한참을 더 배워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야."

    무지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대력반일이라고 혜능이 말했다. 혜능은 노자가 말한 것을 이해했던 거야. 혜능 역시 천재이니까. 오히려 한 단계를 더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겠지. 대지가 만약 구라면... 이 구는 거대한 힘에 의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계속 돌고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돌지 않는 구라면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어야 할 테니까. 그게 바로 지회여동의 뜻이다."

    "대지가 계속해서 회전을 하고 있다고요?"

    "맞아. 너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회전을 하고 있지. 물론 쉬이 믿기지 않을 것이야. 그건 너의 공부가 부족한 탓이니 어쩔 수 없어. 그러니 일단 넘어가고.. 지회여동을 이해했다면 대력반일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말입니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거운 구인 이 대지를 회전시키고 있는 미증유(未曾有)의 힘이 바로 대력이다. 그리고 그 대력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 뒤에 나오는 미력우향처럼 말이지. 네 생각에는 그게 어떤 방향일 것 같으냐?"

    무지가 눈을 총기로 반짝이며 즉답했다.

    "반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방향과 반대 방향일 것입니다."

    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대로 머리가 좋군. 가르침을 줄만해. 해는 동(東)에서 서(西)로 움직인다. 하지만 대지는 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하고 있지. 서(西)에서 동(東)으로 말이야. 그게 바로 대력반일 지회여동이라는 구절의 진정한 의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알아봐야 무공에 별반 도움이 되지도 않고. 진정한 반야심공의 요결은 바로 그 뒤에 있는 것이다. 미력우향이니 수와여동이라. 이 뜻을 정확히 알아야 진신불력을 상시여동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반야심공을 익힐 수가 있는 것이야."

    한참 열을 올리며 150년 후에나 등장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을 강의하고 있던 왕기가 말을 뚝 잘랐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지금 들은 내용을 이해하기도 버거울 테니까. 내가 한 말을 잊지 말거라. 너희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백 년이 지나도 반야심공을 익힐 수가 없다. 때려죽여도 불가능해. 오늘 하루는 내가 알려준 내용을 곱씹으며 고민을 해보고 내일 아침 다시 이곳으로 오너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 잘 알겠습니다. 대협.

    두 사람이 방을 나가자 목합을 챙긴 왕기가 밖으로 나와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득한 상공에서 목합에 든 대환단을 꺼내든 왕기가 중얼거렸다.

    "접객원 안에서 운기를 하다가는 건물을 다 부숴버릴 것이야. 설마 여기까지 올라와서 날 저격할 자는 없을 테지. 일주일 동안 대환단 3알을 다 복용해서 절대 무적의 내공을 지녀야만 한다. 무림행이 끝나면 이전처럼 편안하게 무공이나 연마할 시간이 없어질 것이야. 이번 기회에 최대한 강해져야만 한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대환단을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집어넣은 운기가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서 운공에 돌입했다.

    서기 1345년 10월 20일

    밤이 새도록 운기에 매진한 왕기가 눈을 뜨며 뇌까렸다.

    "내공이 5갑자를 훌쩍 뛰어넘어 6갑자에 가까워졌군. 남은 대환단마저 다 복용하면 내가 예상한 인간의 최대치인 8갑자에 접근할 것이야. 그 정도면 절대지경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터. 내가 이 세계로 넘어온 뒤 목표한 진정한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이다. 단신으로 제국을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천하제일인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왕기가 지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낙하했다, 지상에 가까워지자 왕기의 눈에 접객원 앞에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이고 있는 무장이 보였다. 자기장을 역으로 걸어 낙하 속도에 브레이커를 건 왕기가 무장의 뒤쪽으로 떨어지며 물었다.

    "무장! 혼자 왜 그러고 있느냐?"

    왕기를 발견한 무장이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날듯이 뛰어왔다.

    "대협! 큰일이 났습니다."

    "큰일? 무지가 대력이 무엇인지, 대지가 정말로 회전을 하고 있는지 느껴보겠다고 꼼짝도 않고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있기라도 한 것이냐? 밥까지 쫄쫄 굶어가면서 말이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안 봐도 뻔하지. 무지의 품성은 구도자(求道者)에 가까우니까. 백 년을 그러고 있어도 소용이 없느니라. 당장 가서 헛짓거리 하지 말고 내 방으로 찾아오라고 전해. 다음 진도를 빼야 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협."

    잠시 후 왕기가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무지와 무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의 가르침으로 대력반일(大力反日)과 지회여동(地回如動)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을 것이다. 다음 구절인 [미력우향(微力右向)이니 수와여동(水渦如動)이다.]라는 구절에 대해서 알려주마. 미세한 힘은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게 미력우향의 뜻이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우향이 어디를 가리키는 것이냐?"

    무지가 오른손을 들어 옆으로 쭉 뻗었다.

    "제가 손을 뻗은 쪽이지요."

    "그럼 네가 뒤로 돌아앉으면 정 반대쪽이 되겠구나? 그렇지?"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미력의 방향이 그렇게 제멋대로라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더냐?"

    무지가 눈을 빛내며 대꾸했다.

    "기준! 우향이 어디인지를 알려면 기준부터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왕기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가르치는 맛이 있어. 그럼 그 기준이 반야심공의 구절에 나와있더냐?"

    잠시 고민을 하던 무지가 고개를 저었다.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맞아. 반야심공에서는 그 기준을 알려주고 있지 않다. 이건 반야심공을 창안한 육조 혜능의 잘못이 아니니라. 천재인 혜능조차 착각을 한 것이지."

    "혜능 조사께서 착각을 하셨다는 말입니까? 그걸 대협께서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왕기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내가 혜능보다 더 뛰어난 천재이기 때문이지. 내 말을 믿어라. 미력의 방향은 어디에서나 항상 일정하다고 혜능이 착각을 한 것이야. 그래서 별다른 기준 없이 단순히 우향이라고 표현을 했을 것이다. 내가 진실을 알려주도록 하마. 혜능이 틀렸다. 혜능조차도 잘 못 알고 있었던 거야. 미력은 우향(右向)이기도 하고, 좌향(左向)이기도 하며, 무향(無向)이기도 하다. 단지 이 대륙에서만 우향인 것이야. 이게 진실이니라."

    "으음.."

    "지금은 이해를 못 하겠지. 이 자리에서 내가 설명을 해줘도 와닿지 않을 것이야. 그러니 너 스스로 직접 시험을 해보거라."

    "시험을 말입니까?"

    "그래. 미력이 정말로 우향인지 알아보란 말이다."

    "어떻게 말입니까? 밤이 새도록 참선을 했지만... 이 거대한 대지를 해의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킨다는 대력조차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하물며 미력이라면 더더욱 느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반대이니라. 대력은 백 년을 참선해도 느끼지 못해. 그건 노자가 말한 대방무우(大方無隅)처럼 깨달음에 속하는 영역이니까. 하지만 미력은 짧으면 이틀, 길어야 사흘이면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몸이 바짝 달아올랐는지 무지의 몸이 점점 왕기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소승이 미력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옵니까? 대협. 부디 가르침을 주소서."

    "혜능이 바로 뒤에 친절하게 설명을 해놓았지 않느냐? 수와여동(水渦如動)이라고 말이다. 미력을 시험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쿨럭."

    목이 잠기는지 왕기가 기침을 하자 무지가 왕기의 무릎을 붙잡고 매달렸다.

    "대협. 부디 시험할 방법을 마저 알려주시지요."

    진리에 대한 탐구욕에 몸부림치며 애처롭게 매달리는 무지가 대견한지 방긋 웃음을 지은 왕기가 설명을 해주었다.

    "먼저 물동이 열 개 정도를 구하거라. 그런 다음..."

    왕기의 설명이 끝나자, 귀를 쫑긋 세워 집중해서 듣고 있던 무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전부인 것입니까?"

    "그래. 그것이 전부이다. 내가 말한 대로 사흘 후에 시험을 해보거라. 그런 후 다시 날 찾아오거라. 알겠느냐?"

    축객령처럼 들리는 왕기의 말에 무지와 무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하. 그럼 사흘 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찾아올 때 방장에게 말해서 대환단도 하나 더 가져오도록 하고."

    "잘 알겠습니다. 대협."

    그리고 빠르게 사흘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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