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45화 (45/171)

#45. < 나의 동료가 되어라 - 2 >

왕기가 양손으로 춘향각주의 민감한 성감대들을 자극하며 뇌까렸다.

'괴테가 말했었지.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은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길’이라고 말이야. 인간의 성욕이란 건 그만큼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발정기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테크닉을 발휘해도 한낱 피부의 접촉에 의한 간지럽힘에 불과할 뿐이야. 여성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청각이다. 시각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남자들과 달리 대부분의 여성들은 귓전을 파고드는 사랑의 속삭임에 성감이 더 고조된다.'

왕기의 입술이 춘향각죽의 귓불에 부드럽게 닿으며 밀어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대의 벗은 몸은 참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럽구려......"

밀어를 속삭이며 정신을 집중하여 MRI 이미지를 관찰하고 있던 왕기가 춘향각주가 흥분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춘향각주의 마음이 충분히 열렸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되면 간지러움이 쾌락으로 변하고 자그마한 통각조차도 쾌락으로 느껴진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지.'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한 왕기가 일전에 비무를 했던 삼수사비가 죽기 전 미친 듯이 손을 떨어대던 것처럼 빠르게 손을 흔들어 댔다. 쓰다듬고 비틀며 때로는 손가락으로 튕기며 화경에 달한 고수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손놀림이 춘향각주의 성감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 드르륵...

그러자 춘향각주의 개미처럼 가늘고 단단한 복근이 매끈하게 잡혀있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더니 양발을 좌우로 한껏 벌려 비부(秘部)를 훤히 노출시키면서 달뜬 신음성을 내뱉으며 애원했다.

"아흑... 어서... 어서 빨리..."

춘향각주가 4단계에 달하는 인간의 성반응 주기 중에서 흥분기를 넘어 고조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왕기가 양손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성감대에서 일어나는 생체 전기들을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조종하기 시작했다. 아직 쾌락 회로가 완성되지 않아서 가는 길을 몰라 헤매는 생체 전기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었고,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성감대에서 발생한 미약한 생체 전기들을 조심스럽게 증폭시켜 합류시켰다. 그러자 춘향각주의 입에서 쾌락에 가득 찬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아아... 온몸이 녹아버려 죽을 것 같아."

춘향각주의 신음성이 소프라노 음역의 오페라 가수처럼 높아지자 왕기가 최후의 작업을 할 때가 도래했다는 것을 감지했다. 춘향각주의 몸을 단단히 붙잡은 왕기가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에서 피어난 쾌락의 신경들에게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러 성감대에서 시작된 생체 전기를 거침없이 이끌고 나간 왕기의 손가락이 하복부와 가슴을 지나 그녀의 머리통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MRI를 통해 보이는 뇌의 기저핵 중에 하나인 복측 선조체에 정신을 집중한 왕기가 뇌의 신경들이 모여 있는 측좌핵으로 진입하는 선로를 마음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온몸의 성감대에서 시작된 생체 전기들이 다발로 묶이며 모조리 측좌핵으로 진입하며 뇌의 보상회로를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아..."

흔히 쾌락중추로 불리는 측좌핵에서 시작된 보상회로가 뇌 전체로 물결이 퍼지듯 번져가며 이리저리 빠르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측핵부위가 다른 부위와 연결되는 '중뇌변연피질계도파민성경로'가 단 한 번의 교접만에 완성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자 도파민을 비롯한 각종 쾌락 호르몬들이 뇌 전체에서 분비되었고 춘향각주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성을 토해냈다. 왕기가 뇌전지기를 미세하게 조종하여 생체 신호를 더욱 증폭시키자 호르몬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극한의 쾌락에 못 이겨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앙.. 아앙.. 앙..."

그리고 빠르게 이틀이 지났다.

서기 1345년 10월 17일

"아흑... 죽을 것 같아요. 계속... 계속 해주세요."

지난 이틀 동안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잠도 자지 않고 교접을 한 결과 처녀였던 순진함과 부끄러움이 다 사라진 듯 춘향각주의 거칠 것 없는 교성이 춘향각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고, 신기하다는 듯 춘향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흥분한 얼굴로 귀를 쫑긋거리며 언제 두 사람의 교접이 끝날지 서로 내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자기력을 이용해 춘향각주를 허공에 띄워 여전히 허리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던 왕기의 머릿속으로 과학계에서 유명한 실험 하나가 떠올랐다.

'1954년 캐나다 맥길 대학 심리학과의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가 쥐새끼를 이용한 실험이었지. 쥐를 이용해 자극과 임무 수행에 관련된 실험을 하던 중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쥐가 이를 쾌락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아낸 그들은 쥐의 뇌 번연계 부위에 미소 전극을 삽입하고 우리 안에 이와 연결된 레버를 만들어 쥐가 레버를 눌러 스스로의 뇌에 자극을 가하는 장치를 만들었었다. 그 결과 쥐가 레버 누르기를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지독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 레버 누르기에 심취한 쥐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은 채 탈진할 때까지 연속으로 26시간 동안 5만 번이나 레버를 눌러댔고 그 결과 탈진해서 굶어죽고야 말았다. 지금 춘향각주가 딱 그래. 그녀는 쾌락에 중독(中毒)된 쥐새끼와 똑같아. 내가 생체 전기를 증폭시켜 완성시켜준 쾌락 회로 때문에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해진 것이야. 지금의 그녀는 성감대에 내가 손만 가져다 되어도 쾌락에 몸부림친다. 이거... 내가 천하에 둘도 없는 탕녀(蕩女)를 만들어낸 것 같은데 말이야.'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전투를 할 수 있다는 화경에 달한 고수답게 아직도 지치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고 있던 왕기가 뇌까렸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야.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남자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 생체 전기를 조절해 쾌락을 몇 배로 증폭시킬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여.'

그때였다. 춘향각주의 침실 밖에서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춘향각 아래에서 이제나저제나 왕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척무관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침실까지 올라와 보고를 한 것이다.

"저하. 좋은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이제 그만 끝내고 나오시지요. 원나라 황실에서 저하를 찾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구명줄을 발견한 사람처럼 왕기가 즉각적으로 대꾸했다.

"알겠다. 곧 나가겠노라."

욍기가 허리를 멈추며 춘향각주의 측좌핵으로 들어가는 모든 전기적인 신호들을 차단시켰다. 그러자 잠시 후 쾌락에서 깨어난 춘향각주가 제정신이 든 듯 아쉽다는 표정으로 왕기의 몸을 휘감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떠나시려고 하시는 것이옵니까? 나의 낭군님."

"그렇소. 생각보다 너무 오래 머물렀소이다. 조만간 다시 들릴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그리고... 고려객잔을 대륙 전체에 세울 때 땅을 좀 여유 있게 구입했으면 좋겠소이다."

"땅투기라도 하시려는 것이옵니까?"

"그런 것은 아니오. 단지 차후에 객잔 옆에 같이 세울 건물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렇소. 고려전장(高麗錢莊)도 세워야 할 것이고 고려상단(高麗商團)의 지점들도 세워야 할 것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알겠사옵니다. 그럼 소녀가 오늘부터 고려객잔을 대륙 전체에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겠사옵니다."

"그러시구려. 재물이 모자라면 나에게 연락을 주시오,"

떨어지지 않으려는 춘향각주를 달래어 간신히 침실 밖으로 나온 왕기가 척무관을 보며 물었다.

"황실에서 날 왜 찾는 것인가?"

"고용보가 요 이틀간 분주히 돌아다니며 열심히 작업을 하더니 황제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저하를 심왕(瀋王)으로 봉했고, 원래는 심주(瀋州)와 요양(遼陽)을 다스리는 심왕부(瀋王府)를 대도에 세워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심왕부를 대도에 세운다고?"

"그렇습니다. 저하. 심왕부가 들어설 부지도 이미 정해졌습니다."

"설마... 그 부지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곳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하북 팽가가 쓰고 있는 장원을 심왕부로 사용해도 좋다는 황제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일의 진행이 내 예상을 너무 많이 뛰어넘었는데... 고용보는 지금 어디 있느냐? 당장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다."

"저하. 소관이 모시겠습니다. 가시지요."

의구심에 가득 찬 왕기가 척무관을 따라 춘향각을 나섰다.

[하북 팽가의 정문]

여기서부터는 우리 땅이라고 선포라도 하는 듯 팽가의 거대한 정문 앞쪽에는 일주문(一柱門) 형태의 문이 우뚝 서있었고, 그 양쪽에는 무사들이 경비를 서는 초소가 지어져 있었다. 평상시라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팽가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을 초소에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 이유는 팽가 정문 앞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수백의 기마병이 금방이라도 돌격을 할 듯 말들이 연신 투레질을 하고 있었고, 긴 팽가의 담장을 따라 수천의 병사들이 출입을 통제한 채 꽁꽁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쉬이잉.

척무관가 보조를 맞추며 팽가로 긴급히 날아온 왕기가 팽가를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과 근처에 처져있는 수백에 달하는 대형 파오(包)를 발견하고서는 물었다.

"황제 직속의 중앙군이 출격한 건가? 무장 상태나 기세를 보니 다들 정예병인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저하. 얼마 전 승상의 집과 어사대부의 집을 덮쳐 사람들을 도륙 한 그 병사들입니다. 황제의 명이라면 갓난아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죽일 정도로 충성심이 높고 잔인한 정예 병사들이지요."

"같이 출동했다는 고려 병사들은 어디에 있는 건가?"

왕기의 물음에 척무관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황금색 바탕에 큼지막한 봉황이 그려져 있는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태조 왕건이 세운 고려의 깃발은 봉황을 상징으로 하였다. 바탕의 노란색은 고려가 제국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지금은 그 의미가 쇠퇴했지만 말이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봉황의 원조 격인 셈이지.'

왕기가 유령처럼 미끄러져 깃발 아래 세워져 있는 대형 파오 안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 펄럭.

파오 입구를 막고 있는 가죽을 들춰 안으로 들어가자 고용보가 느긋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왕기를 발견한 고용보가 후다닥 일어나며 예를 올렸다.

"저하(邸下) 아니죠. 이제는 심왕 전하(殿下)이시지요. 마침내 오셨군요. 오래 기다렸습니다."

"춘향각주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설명부터 해보게."

"네. 전하. 전하께서 주신 재물을 이용해 승상의 재물 문제는 잘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황후마마를 통해 전하를 심왕에 봉하는 것도 비교적 손쉽게 처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북 팽가를 멸문시키는 것에 황실이 동의하는 작업을 하는 동안 황제가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두 가지로 보입니다. 첫째, 황제의 심기가 많이 상한 것 같습니다. 믿었던 승상이 배신을 하고 어사대부라는 중책을 맡았던 토크토아 또한 배신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림방주 역시 대도로 오라는 황제의 명을 어기고 아직도 항주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지요. 거기에 공식적으로 황제의 명을 받고 떠났던 대군 저하를 한낱 무림인에 불과한 도왕이 습격까지 하였습니다. 황제의 권위가 흔들린다고 생각했을 테지요."

"그래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병사들로 하여금 팽가를 밀겠다는 것인가? 원 초기에 제갈세가와 점창을 밀었듯이 말이야."

"그렇습니다. 황제의 권위를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항주로 병사를 보내어 정림방주의 목도 따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지. 상대는 화경의 고수다. 일반 병사들로 잡을 수 있는 자가 아니야."

"그렇기에 더욱 팽가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본보기로 삼을 곳이 당장은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또한 그러한 이유로 전하의 심왕부를 팽가에 부지에 세우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경의 고수인 저하를 자신의 지근거리에 두고 싶은 것이겠지요."

"황제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로군, 난 누구의 명을 받고서 움직이는 자가 아니다. 상대가 황제라고 해도 말이지. 난 황제의 칼 따위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황제 또한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무리한 명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고요. 하지만 전하께서는 심왕이시기는 하지만 고려의 왕족이기도 하십니다. 고려 백성들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지위인 것이지요. 그 점을 잘 이용하면 간단한 부탁 정도는 전하께서 들어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왕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뭐 그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는 하지. 원나라가 고려를 다시 침공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면 나로서도 당장은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야. 내가 단신으로 원나라 병사들을 막아선다고 해도 백성들의 피해가 극심할 테니까. 두 번째 이유는 뭔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