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고려제국건국기-44화 (44/171)
  • #44. < 나의 동료가 되어라 - 1 >

    - 껄껄껄...

    - 하하하...

    일방적으로 도륙된 100여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학살의 현장인 춘향각 앞에서 때아닌 강호인들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잠... 잠시만... 이것 좀 놓고 갑시다."

    대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눈에 띄게 불룩하게 솟아오른 왕기의 사타구니 앞섬을 춘향각주가 행여나 놓칠세라 섬섬옥수로 단단히 틀어쥐고서 춘향각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당할 엄두조차 안 나는 죽음의 사신과도 같았던 왕기의 쩔쩔매는 모습에 강호인들이 배를 쥐고 웃음을 터뜨릴 때 춘향각주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본 각주가 오늘 부군을 맞아 초야를 치르는 날이니 이를 기념하여 여기 계신 강호인들에게 오늘 하루 술과 고기를 공짜로 대접해 드리겠사옵니다."

    춘향각주의 말에 강호인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왕기가 들어라는 듯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 천하의 고려검황도 미인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려.

    -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남녀 사이에 무공 따위는 의미가 없지.

    - 맞소이다. 안 그랬다면 내가 매일같이 마누라에게 두들겨 맞을 일이 있겠는가?

    - 고려검황. 적당히 하시구려. 첫날이라고 너무 무리하다가는 내일 아침에 네발로 기어 나올 수도 있소이다. 내가 내일 아침에 반드시 확인하고서 춘향각을 떠날 것이오.

    [춘향각주의 방 안]

    성숙한 여인의 규방(閨房)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분향이 진동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방안을 왕기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면 춘향각주가 정갈하게 차려진 술과 안주가 올라가있는 소반을 직접 들고서 방안으로 들어왔다.

    - 쪼르륵.

    춘향각주가 공손히 술을 따르며 말했다.

    "소녀의 장난을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사실... 많이 떨렸습니다. 고려검황 대협께서 화가 나셔서 행여나 제 손목을 자르시지나 않을지, 제 목을 치시지는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의 양물을 만져봐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양물의 크기가 상당하시더군요. 제가 설명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커 보였습니다. 하지만 본 각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걸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각주의 가장 큰 임무는 다음 대를 이어갈 각주를 출산하는 일이었기에 대협께서 고자가 아닌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지요."

    술잔을 집어 든 왕기가 단숨에 입으로 털어 넣으며 대꾸했다.

    "본인이 더 고맙소. 무공이 화경에 달한 자는 신체의 모든 부위를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조종할 수가 있소이다. 발기를 감추고자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감출 수가 있었다는 뜻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가만히 있었던 것은 각주가 하신 행동이 본인에게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소이다. 각주께서는 권력이 어디에서부터 나온다고 보시오?"

    "권력...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다른 사람들을 내 말에 절대복종하게 만드는 권력 말이오."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기는 하오만... 본인이 생각하는 권력의 원천은 공포라오. 권력자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평생에 걸쳐 힘들게 모은 재물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감옥에 갇혀 영원히 자유를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며,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 그것이야말로 권력의 원천이오. 본 검황이 오늘 팽가의 무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것은 본 검인이 피에 굶주린 살인귀여서도 아니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라오. 본인이 강호에서 절대적인 권력자가 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보시면 될 것이오."

    "일종의 일벌백계(一罰百戒)였다는 뜻이옵니까?"

    "머리가 상당히 좋구려. 그것과 비슷하오. 진정한 권력은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오.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무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지. 실제로 내가 그걸 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오."

    "그 말인즉슨... 고려검황께서 모든 강호인들을 다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검황에 맞서면 하북 팽가와 같은 뛰어난 세력도 멸문을 당하고 만다는 믿음을 강호인들에게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로군요."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구려. 바로 그것이라오. 내가 오늘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지. 오늘의 일로 내가 조만간 강호를 주유할 때 나에게 맞서거나 나의 뜻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질 것이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본인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귀로만 사람들 눈에 비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소이다. 그런 사람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기 때문이오. 뛰어난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때로는 빈틈도 보이고, 다정다감하며 사람 같은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지. 아까 보셨잖소? 본인을 사신 보듯 벌벌 떨며 바라보던 강호인들이 웃고 떠들며 본 검황을 서슴없이 놀려대던 것을 말이오. 그 모든 건 각주가 행한 행동 때문이었소.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각주에게 오히려 내가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입장인 것이지. 오늘 일을 보고 들은 사람들이 널리 널리 소문을 퍼뜨려 줄 것이오. 이기어검술을 자유롭게 시전하는 강력한 무공을 지닌 고려검황과 그런 검황의 양물을 움켜쥐고서 꼼짝 못하 게 만든 천하절색의 미녀. 강호인들이 술자리에서 술안주로 떠들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니겠소?

    "검황께서는 고려의 왕족이시라서 그러신지 나이에 비해 심계가 상당히 깊으신 듯 하옵니다."

    "그런 면이 분명히 있긴 하지. 난 조만간 고려의 왕이 될 사람이고 품은 꿈이 원대한 사람이니까."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고려를 강성하게 부흥시켜 언제가 이 대륙을 고려의 발아래에 둘 꿈을 가지고 있소이다. 한(漢)족인 그대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은 꿈이겠지만 말이오."

    "고려검황 대협 아니 곧 소녀를 취하시고 지아비가 되실 분이시니 낭군님이라고 불려야 맞겠군요. 낭군님께서는 오해를 하고 계신 듯 하옵니다. 전 한족이 아닙니다. 춘향각의 역사는 무려 200년에 달하지요. 200년 전에 이 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한족이 아니었습니다."

    왕기가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을 한 다음 물었다.

    "200년 전이면 대륙을 다스리고 있던 것이 송(宋)이 아니라 금(金)이었겠구려."

    "그렇사옵니다. 여진족(女眞族)이 세운 금나라가 천하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지요. 춘향각은 여진족인 부부가 세운 가업이옵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민족의 피도 섞이기는 했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여진족이지요. 고려족이 대륙을 지배한다? 그것이 뭐 어때서요? 한때는 여진족이 다스렸고 지금은 엄연히 몽골족이 다스리고 있는 땅입니다. 또 다른 민족인 고려족이 다스린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있겠사옵니까? 소녀는 낭군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본인은 그대와 부부의 연을 맺을 수는 없소이다. 그대를 고려국의 정비(正妃)로 맞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오. 본인이 신분이나 종족 등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만백성을 다스려야 하는 고려의 왕이 될 몸이기에 따라야 할 법도가 있기 때문이오.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시오."

    "상관없사옵니다. 낭군님. 바라지도 않고 있고요. 답답한 왕성에 갇혀 평생을 지낼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소. 그러니 그대는 나의 왕비가 아니라 동료가 되어 주시오. 나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훌륭한 동업자가 되어주시길 바란다는 뜻이오."

    "동료이자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동업자라. 듣기에 나쁘지는 않군요. 장차 고려의 왕이 되실 낭군님께서는 소녀가 어떤 일을 도와주길 원하시는 것이옵니까?"

    "춘향각의 전 지점을 대륙 전체에 내어주시오. 본인에게 당장 필요한 건 대륙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고려국의 거점이자 정보수집처요. 고려 국경 근처에 있는 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비롯해 저 멀리 남해에 있는 광동성, 복건성과 비단길 입구에 있는 청해성, 신장. 신강까지 골고루 진출해 주길 바라고 있소이다."

    "낭군님의 말씀을 따르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들이 있사옵니다. 첫째, 대륙 전체에 지점을 내려면 막대한 재물이 소요될 것이옵니다."

    "재물은 내가 해결해 주겠소. 며칠 내로 팽가로 멸문시켜 그들의 재물을 거둘 생각이니까."

    "알겠사옵니다. 두 번째 문제로는 특정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단순히 재물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지역의 전통적인 토호나 문파가 방해를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내 이름을 내 거시오. 고려검황이라는 이름값이 그렇게 싸지는 않을 것이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 드리리다."

    "그렇지요. 화경의 고수인 도왕을 죽이신 낭군님의 명성과 무공이라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되겠군요. 마지막으로 인재의 부족입니다. 춘향각이 200여 년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춘향각에서 배출한 뛰어난 기녀들의 힘입니다. 그런 기녀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십수 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지요. 필요하다고 해서 대장간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마음대로 찍어낼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업종을 바꾸시면 되지 않겠소? 굳이 춘향각처럼 기루(妓樓)를 낼 필요는 없을 것이외다. 술과 밥을 팔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객잔 정도로도 충분할 테니까. 고려객잔(高慮客棧)이라는 이름을 내 걸고 잘 훈련된 기녀들을 지점장으로 삼으면 되지 않겠소이까? 고려검황과 춘향각주가 손을 잡고 낸 객잔들을 대륙 전체에 세우는 것이지. 고려객잔 신강지점, 항주지점 등의 이름으로 말이오."

    "그렇게 하면 소녀에게 무엇이 돌아오는 것입니까?"

    "본인이 그대를 정비로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고려국의 비빈(妃嬪)으로는 인정을 해주겠소이다. 그에 따른 명예와 지위를 보장할 것이고 그대가 바라는 것처럼 각주의 뒤를 이을 딸을 낳을 때까지 이 몸이 열심히 노력하겠소이다. 또한 그대가 여인으로서의 행복을 누리게끔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하겠소이다."

    "그게 말처럼 가능하겠사옵니까? 낭군님께서 고려의 왕이 되시면 이역만리인 머나먼 고려 땅으로 가셔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믿으시오. 본인의 경공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매달 날짜를 정해놓고 이곳으로 오리다. 본인의 제안이 어떠하오? 안기부장."

    "안기부장은 또 무엇이옵니까?"

    "조만간 그대가 맡을 직책이지. 장차 고려에 세워질 정보기관인 안전기획부(安全企劃部)의 초대 부장은 그대가 될 것이오. 본인이 그대가 딸을 출산할 때까지 춘향각에서 무위도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약속한 대로 최대한 자주 들리도록 하겠소이다. 어떻소?"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을 모두 지키신다면 소녀가 낭군님의 뜻을 따라 대업에 동참을 하지요. 하지만 잊으시면 안 됩니다. '일부함원오월비상(一婦含怨五月飛霜)'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본인도 잘 알고 있소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법이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구려."

    - 드르륵.

    빠르게 소반을 치운 각주가 망사로 된 잠옷을 벗으며 뇌쇄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어디 계약의 징표를 받아볼까요? 여인으로서의 행복을 누리게 해주시겠다는 낭군님의 말이 진실인지 보여주시지요."

    "좋소이다. 본인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무공이 화경에 달해있고 여성의 신체에 대한 지식 또한 적지 않으니 충분히 만족하실 것이외다."

    빠르게 장삼을 벗은 왕기가 춘향각주를 번쩍 들어서 침상으로 이동하며 뇌까렸다.

    '여인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쾌락을 맛 보여주도록 하지. 지금 나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 철컹. 철컹.

    침상 양쪽에 삼삼이와 칠칠이를 내려놓은 왕기가 둘 사이에 강력한 전자기장을 형성시키며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이전에 보았던 것처럼 매트릭스의 세상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거기에 새로운 세상이 덧씌워졌다. 연속된 자기장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오버랩 된 것이었다.

    분심으로 마음을 나눈 왕기가 침상에 걸려있는 강력한 자기장을 조심스럽게 껐다 켰다 하며 다른 마음으로는 그에 따라 변화되는 자기장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구현하기 시작했다.

    - 쓰으윽.

    왕기가 밥공기를 뛰어넘어 냉면 그릇처럼 거대한 춘향각주의 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풍만한 가슴속에 있는 유선조직들과 미세한 혈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이론적으로만 구상했던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 자기공명 영상법)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자 왕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좋았어. MRI를 이용하면 각주의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손에 잡힐 듯 파악할 수 있다. 남은 건 생체 전기를 미세하게 조종해 신경끼리 전달하는 신호를 증폭하는 것뿐이야. 현대 과학과 의학에서 인간이 쾌락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이미 규명해 놓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지만 쾌락 중추에 작용하는 전기적인 신호는 얼마든지 증폭이 가능해. '베르나르 베르나르'가 쓴 '뇌'라는 소설에서도 이미 차용을 했듯이 말이야. 여성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쾌락을 느끼게 만들어 주마.'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의 왕기가 손을 뻗어 춘향각주의 속옷을 단숨에 벗겨버렸다.

    '이 시대는 여성의 인권이 낮은 세상이며 남성들이 여성의 성적 쾌락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이다. 성교육 따위는 전혀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난 다르지.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희를 하며 상대방의 성감대(性感帶)를 자극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성감(性感)이라는 단어에 마음 심(心)자가 괜히 두 번이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야. 진실된 마음으로 임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왕기가 냉면 그릇 같은 거대한 젖무덤에 얼굴을 묻으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리고는 남자의 양물보다 신경말단의 숫자가 두 배나 많으며, 발기조직이 있어 흥분 시 크기가 커지고, 오로지 성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신체 장기인 춘향각주의 음핵(陰核)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으으음.. 음음.."

    춘향각주의 입에서 들뜬 신음성이 새어 나오자 절대 고수와 일전을 벌이는 듯 도왕과의 혈투 때보다 더욱 정신을 집중한 왕기가 각주의 신체 변화를 MRI를 통해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생체 전기를 조금씩 조절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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