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 도왕(刀王)과의 혈투(血鬪) - 1 >
일전에 본 적이 있는 영약고를 출입할 수 있는 금패(金牌)를 무려 4개나 받아들고서 대명전을 나서는 왕기를 따라붙으며 척무관이 물었다.
"저하. 황제에게 영약을 달라고 조건을 건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내공이 오를수록 경공이 빨라지고 지속시간도 당연히 길어질 테니 바얀 승상을 붙잡아서 내전을 막으려면 황제도 내줄 수밖에 없겠지요. 근데 갑자기 정동행중서성(征東行中書省)을 폐지해달라고 말을 하신 연유는 무엇이십니까? 저하께서 왕위에 오르셔서 마음만 먹으시면 언제든지 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닙니까? 그럴 바에는 이전의 고려땅이었던 화주(和州 : 현재의 함경남도 영흥(永興))지역을 강제로 점령하고 있는 쌍성총관부(雙城摠管府)를 폐지해 달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척무관이 협상의 기본을 모르는군. 상대방이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면 협상은 깨지기 마련이야. 그런 건 내가 절대적인 갑(甲)의 위치일 때나 사용 가능한 방법이지. 내가 지금 갑인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내가 을(乙)이기 때문에 그런 조건을 내걸 수가 없어. 내가 부탁하고 대칸이 들어주겠다고 해서 쌍성총관부가 저절로 뚝딱 폐지될 것 같은가? 대칸의 권위는 막강하지만 기본적으로 몽골족의 관례를 따를 수밖에 없어. 중요한 의결은 쿠릴타이 회의라고 부르는 몽골 부족장들의 협의체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뜻이지. 화주 일대의 땅이 원나라 전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넓이의 땅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원나라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토에 해당한다. 황제가 주고 싶다고 해서 독단적으로 고려에 덜컥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야."
"그렇군요."
"하지만 정동행중서성 그러니까 정동행성은 달라. 일종의 관청에 불과할 뿐이니 대칸이 마음대로 철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지. 일본을 점령하겠다는 기존의 설립 취지도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이니 황제에게도 부담이 없고 말이야. 쌍성총관부가 있는 화주 땅은 결국 무력으로 원나라 병사들을 밀어내서 되찾는 수밖에 없다. 내게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그럴 자신도 있고. 내가 고려의 왕이 되어서 그 정도도 못해내면 나가 죽어야지."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저하께서는 정동행성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정동행성에는 대원 관계에서의 이적행위를 다스리는 이문소(理問所)가 설치되어 있다. 그로 인해 부원배들의 불법과 전횡을 옹호해 주는 기관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그들을 하나로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지. 고려 조정에서 높은 관직에 올라가 있는 부원배들은 뼛속까지 사대주의에 젖은 자들이야. 그런 자들을 정리할 때는 무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분이 중요한 것이다. 고려의 왕이 거느린 군사의 숫자가 적어서 부원배들을 척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야. 내가 명을 내려 정동행성을 폐지시키면 그걸 명분으로 삼아 사사건건 나에게 시비를 걸 것이다. 하지만 원나라 황제가 자신의 뜻으로 철수시키면 반대할 명분 자체가 사라져 버리지. 국내 정치를 쇄신하려면 정동행성부터 치워야만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진정한 고려의 자주적인 독립은 거기서부터 출발할 것이니라."
왕기의 말에 척무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소관이 무관이다 보니 정치 쪽으로는 잘 몰라서... 근데 정말로 바얀 승상을 잡으실 수 있겠습니까?"
"대도에서 항주까지 말을 달리면 4~5일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떠난 지 이미 이틀이 지났으니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무리야. 내가 창안한 자기부상신법이 허공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속도 또한 다른 여타 신법들보다 빠른 편이기는 하지만 내공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영약을 복용하고 나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공만 충분하다면 내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새로운 신법들을 적용해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새로운 신법이 성공적으로 구현이 된다면 속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야. 자기부상신법조차도 감히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
"저하. 그새 또 새로운 신법을 창안하셨다는 말이십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척무관을 보며 왕기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꾸했다.
"척무관이 말하지 않았나? 내가 불세출의 기재라고 말이야. 새로운 신법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척무관이 해줄 것이 있다."
- 부스럭. 부스럭.
품속을 뒤져 금패 하나와 곱게 접은 종이 하나를 꺼낸 왕기가 척무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금패는 일전에 말한 대로 척무관에게 내가 선물을 주는 것이야. 지금 나에게 있는 칼은 척무관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척무관도 영약을 먹고 더욱 강해져야만 해. 어딜 보내더라도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내게 심어줘야만 한다고. 마음 같아서는 영약을 더 주고 싶지만 내가 시험해 볼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하도록."
금패와 쪽지를 넙죽 받아든 척무관이 고개를 숙이며 대꾸했다.
"언감생심 감히 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근데 영약으로 어떤 시험을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왕기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내공무적(內功無敵)!"
"네? 저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척무관이 말하지 않았나?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내공은 4갑자가 한계라고 말이야. 도왕이나 팔비신장도 그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난 양의검법을 대성한 사람이야. 양의검법의 오의가 뭔가?"
"한 사람이 두사람 몫을 해내는 것이지요."
"거기에 내공은 해당되지 않을까? 분맥과 분공을 이용한다면 4갑자가 아니라 그 두배인 8갑자의 내공을 지닐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야. 그게 가능하다면... 난 내공무적의 경지에 도달할 테지. 천하의 그 누구도 감히 날 상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혼자만의 힘으로도 제국을 맞상대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테지. 영약고에 있는 영약들은 복용 시 평균적으로 1갑자 정도의 내공을 준다. 내가 지금 2갑자이니 3개를 더 복용하면 산술적으로는 5갑자가 되는 것이지. 4갑자에 그칠지 더 이상 올라갈지를 시험해보겠다는 거야. 원래는 소림사의 대환단을 얻어서 시험할 생각이었는데... 바얀 승상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어."
왕기의 말에 척무관이 받았던 금패를 도로 내밀며 말했다.
"저하. 자고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하였습니다. 정말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내공을 지니시는 것이 가능하시다면 5갑자보다는 6갑자가 더 나을 것입니다."
척무관이 내민 금패를 거절하며 왕기가 답했다.
"그럴 필요 없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지. 지금부터 내가 가는 길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나조차도 확신이 없어.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단계별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야. 지금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설사 실패해서 내공이 4갑자만 되어도 이 시대의 화경 고수들과 싸워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저하. 근데 이 쪽지는 무엇이옵니까?"
"새로운 신법을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수통 신발의 설계도이다. 구조가 워낙 간단하니까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야."
"수통 신발이라고요?"
"맞아. 기존의 신발에 물을 담을 수 있는 각반 형태의 물통을 부착하고 물통 안에 쇠로 제작된 관이 두 개 매달려 있는 것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내가 영약을 먹고 내공을 수습하는 동안 척무관이 책임지고 제작해 줬으면 좋겠어."
쪽지를 펴고서 잠시 설계도의 내용을 살펴보던 척무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대로 구조가 워낙 간단해서 공방에 부탁하면 금방 제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소관이 저하가 떠나기 전에 준비해 놓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도착한 약재고 앞에서 금패를 보여주며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영약고 앞에 도착하자 일전에 본 적이 있는 두 명의 고수가 경호를 서고 있었다. 왕기가 덤덤한 표정으로 3개의 금패를 내밀자 좌측에 있는 자가 질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금패를 받아들며 물었다.
"3개씩이나? 영약을 가져간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3개를 가져간다는 것인가?"
"누가 들으면 안에 있는 영약이 당신 건 줄 알겠소이다. 황제가 하사를 해서 받았을 뿐이오."
"황제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로군. 고려 오랑캐 따위에게 너무 잘 해..."
- 파아악.
- 스윽.
그 순간 오색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며 뭔가가 매끄럽게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을 하다가 얼굴의 절반이 사선으로 잘려나간 경호원의 얼굴이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지켜보던 또다른 경호원이 아직도 오색찬란한 빛에 감싸져 있는 왕기의 손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말로만 듣던 수강(手罡)...이로군요. 화경에... 드셨습니까?"
"맞소이다. 정보가 많이 느린 모양이오? 황궁 내에 소문이 자자할 텐데 말이외다. 이자는 황제의 뜻을 거역하고 본인을 능멸했으니 죽어 마땅하오. 그대도 본인을 막을 생각이시오?"
"그럴 리가요. 화경의 고수에게 덤벼들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말을 하며 살아남은 경호원이 순순히 영약고의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간 왕기가 [인형설삼(人形雪蔘) 천년]짜리를 척무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난 산삼을 복용한 적이 있으니 이건 척무관이 복용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저하."
"그리고 강호에 소문을 하나 내도록 해."
"어떤 소문을 말입니까?"
"얼마 전 화경에 든 고려검왕의 성깔이 더러워서 자신의 앞에서 오랑캐 소리를 하는 자들은 목을 잘라버리는 나쁜 습성이 있다고 말이야. 그놈의 오랑캐 소리... 듣기가 지긋지긋하군."
"그리하겠습니다. 저하."
대화를 하며 남은 영약들인 [하수오(何首烏) 천이백 년], [구지삼엽초(九枝三葉草) 천백 년], [천년금구(千年金龜)의 내단(內丹)]을 모조리 쓸어 담은 왕기가 약재고를 나서서 연공실로 이동했고, 척무관은 다급히 공방으로 뛰어갔다. 한편 그때 왕기가 바얀 승상을 잡기 위해 조만간 황궁을 나설 거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도왕이 자신의 대도를 챙겨 하북 팽가를 나서고 있었다.
[식량창고를 개조한 연공실]
구지삼엽초를 복용한 기운을 반야심공으로 흡수한 다음 하수오 천이백 년짜리를 먹고서 뇌전벽력공을 운기한 왕기가 눈을 떴다.
"드디어 인간의 한계라는 4갑자에 도달했군. 안전을 위해 합공을 한 다음 천년금구의 내단을 먹는다. 그럼 두 가지 내공심법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야."
잠시 후 합공을 끝낸 왕기가 젤리처럼 말캉말캉한 천년금구의 내단을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냉큼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런 후 두 가지 내공심법을 동시에 돌리기 시작했다.
- 우우웅.
- 번쩍. 번쩍.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선풍에 휘말려 공중에 떠올라 있는 왕기의 주변에서 스파크를 뛰어넘은 번개가 연속적으로 치더니 주변이 보라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연이은 번개에 주변의 공기가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되며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로 불리는 플라스마 상태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 번쩍.
눈을 뜬 왕기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플라스마를 잠시 살펴보다가 자신의 몸 상태를 관조하기 위해 다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내공이 5갑자가 조금 못 되는군. 영약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한 탓이겠지.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내공이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 스르륵.
잠시 후 선풍이 사라지자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한 왕기는 본인이 완벽한 화경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신강기.'
내공을 일으키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오색찬란한 강기가 왕기의 전신을 빈틈없이 휘감아 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왕기가 자신이 상상으로만 구상했던 신법 중에 하나를 시전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기의 발밑에서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전자기장이 걸리기 시작했고, 발바닥을 통해 뿜어져 나간 기가 이온화되더니 새파란 빛을 뿜어내며 왕기의 몸을 천천히 허공으로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던 왕기가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뇌까렸다.
'역시... 이온 추진 엔진은 추진력이 너무 약해. 달리 우주에서 쓰는 게 아니지. 진공인 우주에서야 작용 반작용의 힘만으로도 우주선이 가속을 받을 수 있지만 여기는 지구다. 대가와의 마찰과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속도를 낼 수가 없어. 하지만 엔진에는 이온 추진 엔진만 있는 것이 아니지.'
왕기가 밖에 있는 척무관에게 소리쳤다.
"척무과. 내가 준비하란 것을 가져왔느냐?"
"네. 저하."
안으로 뛰어들어온 척무관의 오른손에는 양가죽으로 제작된 물을 담을 수 있는 각반에 곤충의 더듬이처럼 두 개의 관이 튀어나와 아래로 구부러져 있는 수통 신발이 들려있었고, 왼손에는 물이 가득 담겨있는 물통이 들려있었다.
"저하. 이것들을 어디에 쓰시겠다는 것입니까?"
무릎까지 올라오는 각반을 단단히 묶은 왕기가 각반에 물을 담으며 대꾸했다.
"일단 멀리 물러가거라. 위험하니까."
"저하. 이곳에는 물밖에 없습니다. 위험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빙그레 웃은 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긴... 척무관 정도라면 다치지는 않겠지. 가만히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야."
수통 신발을 착용한 왕기가 양쪽 발의 각반에 전기를 가득 주입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 극에서는 수소 기체가, + 극에서는 산소 기체가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다.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폭발을 시키면 그게 바로 로켓 엔진인 것이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온몸에 호신강기를 일으킨 왕기가 각반에서 더듬이처럼 나와 있는 두 개의 관에 각각 음극과 양극의 전기를 걸었다. 그러자 관 끝 쪽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쉬이익...
예상한 대로 물이 전기분해가 되자 왕기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잘못될 리가 없지. 물의 조성이 과거라고 바뀔 리가 없으니까."
그 순간 왕기가 강기를 섬세하게 조종해서 양쪽 관을 보호하기 위해 강기를 씌운 다음 분출구 쪽에 깔때기 모양의 강기를 하나 더 만들어 양쪽 관에서 새어 나온 기체를 한 군데로 포집하기 시작했다. 그런 후 전기를 이용해 만든 스파크를 가스 쪽으로 집어던졌다.
- 파바박.
-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수소가스와 산소가스의 혼합기체가 폭발을 하며 왕기의 몸을 하늘로 치솟게 만들었다. 호신 강기에 휩싸인 왕기가 발밑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지상에서 발사된 로켓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 식량창고의 천장을 가볍게 뚫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자 입이 귓가에 걸린 왕기가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주 소년 왕기. 용감히 싸워라..."
아톰처럼 양쪽 발에서 끊임없이 불꽃을 뿜어내며 전투기처럼 새파란 하늘에 하얀 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왕기가 바얀을 따라잡기 위해 항주를 목표로 방향을 잡았다. 로켓 엔진을 응용한 신법에 점점 익숙해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왕기의 스피드가 더 빨라지고 있었다. 황성 밖에서 왕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도왕(刀王)이 굉음을 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득한 상공을 날아가는 왕기를 발견하고서는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무 때 이상한 신법을 선보였다는 것은 들었지만 저건 또 뭐 하는 신법인 거야? 나조차도 따라갈 엄두가 안 나.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가 쳐야 하겠는걸. 저놈을 잡으려면 아무래도 특별한 작전이 필요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