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50화 (에필로그) (151/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에필로그 >

에필로그

몸에는 남은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값에 도전하는 이는 없었다. 제이슨이 모든 것을 잃은 것을 아는 이는 성 내의 중요 인사들뿐이었다.

“식충아.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냐?”

제이슨의 물음에 지붕 위에서 오리의 넓적다리를 뜯어먹던 카젠이 뼈만 툭 내뱉으며 말했다.

“꼬우면 쫓아내 보든가.”

제이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빌어먹을 놈은 자신이 힘을 잃은 것을 알고는 저리도 막 나오고 있다. 물론 카젠 정도 되는 녀석을 세상에 풀어놓느니 품고 있는 것이 옳았지만 열 받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제이슨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아빠. 그런데 식충이가 뭐예요?”

제이슨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을 잡은 아이를 보았다. 새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제이슨의 입가에 바보처럼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 고작 두 살. 퀸의 축복 덕분인지 일찍 걷고 말도 금세 익혔다. 그래서 가능하면 앞에서 말을 조심했는데 카젠을 보니 북받쳐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미안하구나. 나쁜 말이니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 나쁜 말 쓰면 나빠요.”

“미안하구나. 엘.”

제이슨은 엘을 품에 안고는 들어 올렸다. 카젠이 키득거리다가 훌쩍 뛰어내리고는 말했다.

“엘. 네 아빠처럼 저렇게 나쁜 말 쓰면 나쁜 사람 된다.”

“카젠 삼촌!”

꺄르르 거리는 엘을 카젠이 슬쩍 빼앗아갔다. 제이슨은 모든 힘을 잃어서 엘을 빼앗아가는 카젠에게 속수무책이었다. 카젠은 엘을 허공에 던졌다 받았다 하며 놀아주었다.

높이 던진 엘을 허공에 불쑥 나타난 퀸이 낚아챘다.

“고모!”

퀸은 자신을 향해 밝게 미소 짓는 엘의 뺨을 꼭 누르며 카젠을 쏘아보았다.

“카젠! 아직 엘은 자신의 능력을 다 깨우치지 못했어요. 위험하게 놀아서는 안 돼요.”

“에헤이. 이 정도로 뭘. 이 친구라면 몰라도 엘은 괜찮잖아.”

제이슨은 카젠이 말하며 툭치는 바람에 비틀거렸다. 인상을 구기는 제이슨을 향해 카젠이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이 정도에 비틀거리면 어떻게 해?”

제이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꼬우면 한 대 쳐보시든가?”

제이슨은 퀸에게 부탁했다.

“퀸. 엘 눈 좀 가려줄래?”

퀸이 엘의 눈을 가려줬다. 카젠이 그 모습에 눈웃음을 지으며 뺨을 내밀었다. 드래곤 본으로 이뤄진 육체. 카젠의 몸을 잘못 치면 제이슨이 다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런 도발이 하루이틀도 아니었지만, 엘 앞에서도 이러는 것은 못 참는다.

“쳐. 쳐 봐.”

제이슨이 허리를 틀며 주먹을 내뻗었다. 분명 손뼈가 으스러지고, 퀸의 축복을 받아서 치료해야 할 터. 그래도 지금은 이 분노를 풀지 않으면 홧병에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뻗은 주먹. 그런데 주먹이 카젠에게 닿기 전에 제이슨은 문득 전신에 차오르는 충족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힘을 손끝에 모았다.

빠각!

“꾸엑!”

카젠이 비명을 지르며 벽을 부수고 날아갔다. 퀸이 놀라서 제이슨을 바라볼 때 제이슨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이 충만한 힘. 제이슨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엘하르트.”

“왜?”

제이슨이 돌아보자 그곳에는 엘하르트가 서 있었다.

“너 진짜 엘하르트냐?”

엘하르트는 제이슨이 달려와 끌어안으려는 것을 슬며시 피하더니 퀸의 품에 안긴 엘을 안아 들었다. 퀸도 반응하지 못한 빠르기였다.

마치 처음부터 엘하르트의 품에 엘이 안겨있는 것 같았다.

엘이 엘하르트를 올려다보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내 이름을 딴 거냐?”

“그래.”

엘하르트는 엘과 눈을 마주치고는 그 이름을 불렀다.

“엘.”

“누구세요?”

“엘하르트다.”

“그건 제 이름인데요?”

엘하르트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런 엘을 꼭 안아주었다.

“누구냐고 물었니?”

“예.”

“난 네 아빠다.”

“예?”

제이슨도 어처구니없어 바라보는데 엘하르트는 뻔뻔하게 답했다.

“네 아빠와 난 일심동체다. 그러니 내가 네 아빠다.”

엘하르트의 시선이 제이슨을 향했다.

“어때? 틀린 말이냐?”

제이슨은 엘과 엘하르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 픽 웃고 말았다.

“그래. 네 둘째 아빠다.”

어리둥절한 엘을 사이에 두고 제이슨과 엘하르트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에필로그 > 끝

ⓒ 다원.

작가의 말

기갑물을 쓰고 싶어서 시작했던 글이 여러분의 사랑 덕에 이렇게 완결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만족했냐고 물으신다면 너무 부족한 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즐거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끓어 오릅니다.

마지막까지 따라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 드리며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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