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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44화 (145/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승리?(2) >

신살검에 상처를 입은 엘드라고는 곧장 자신의 발을 잘라냈다. 어차피 잘라낸 발도 신력으로 다시 만들어내면 그뿐. 그가 입은 데미지는 없었다.

고작 그가 지니고 있던 강대한 신력 중 발 하나 크기 정도가 사라진 것일 뿐이었다.

엘드라고는 데쓰 기간트를 휘감은 빛의 줄기를 그대로 좁혔다. 으스러지는 데쓰 기간트들을 지키기 위해서 비행정에서 연달아 흑마법이 날아들었지만, 엘드라고는 그것을 그대로 막아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이제 제이슨에게 고정되었다. 신살검을 되찾은 제이슨은 자신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그 피해가 아주 미약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계속된다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시선을 제이슨에게 두었다. 단순한 투검술인줄 알았는데 자신이 밟고 있는 발을 뚫고 돌아갈 정도라면 이건 투검술이라고 볼 수 없었다.

검과 하나가 되어 언제든 원하면 검을 부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조금 전에 신살검을 얻게 되었을 때 부숴버렸어야 했다.

엘드라고가 손을 움켜쥐자 데쓰 기간트가 빛의 줄기에 의해 우그러져 부서졌다. 그 모습을 흘끔 본 엘드라고는 비행정을 향해 신벌의 다발을 쏟아냈다.

비행정에 온갖 방어 마법이 설치되어 있었고 안에서 라마란스가 황급히 뼈 갑옷을 만들어 비행정을 둘렀지만, 그 정도로 신벌을 막을 수는 없다.

라마란스를 침묵시킨 엘드라고는 제이슨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제대로 시작해 볼까?”

엘드라고가 일으키는 거대한 신력. 바닥에서 솟구친 수를 헤아리기 힘든 빛의 줄기들을 바라보며 제이슨은 낮게 속삭였다.

“라마란스?”

-몸은 빼냈다. 이곳에 있던 이들은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싸워라. 다만 내가 가진 것은 모두 잃어서 하늘 신전이 아니라 돌아왔다.

“잘했다.”

지금 엘드라고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없다. 그는 지금 오직 제이슨만을 상대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멀리 보내 놓는 것이 좋았다.

그래도 하늘 신전에서 다른 곳으로 몸을 빼내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제이슨은 엘드라고가 자신을 바라보는 사이에 엘젠트와 폴의 승부가 난 것을 보았다. 갈수록 신살의 기운이 커져서 결국 엘젠트는 폴의 손에 쓰러졌다.

폴의 상태도 좋다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퀸의 축복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

엘카소는 아직도 카젠과 싸우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카젠이 잘해주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퀸이 도움을 주기 때문일까?

폴이 주먹을 들어 올리고 엘젠트를 향해 주먹을 내리치려는 순간에 빛의 줄기가 올라와 엘젠트를 휘감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끌고 들어갔다.

엘젠트가 패하도록 뒀지만, 그가 죽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벌인 건지 알 수 있었다. 저 자는 독식할 마음이다.

엘카소와 엘젠트가 하늘 신전에 남아있었던 것은 자신들을 상대하려고 했었지만,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저들이 당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들의 힘을 흡수해서 진정한 신이 되고자 한 건지도 몰랐다.

엘드라고의 뜻을 엘카소도 읽었는지 그는 카젠을 튕겨내고는 곧장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엘드라고는 코웃음을 치고는 손뼉을 쳤다.

그러자 사라졌던 엘카소가 다시 엘드라고의 앞으로 나타났다. 엘카소의 가슴에 손을 찔러넣은 엘드라고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별 도움이 안 되는군.”

제이슨이 데리고 인 이들 중 아직은 누구 하나 죽은 이가 없었다. 그러니 엘드라고의 말은 틀렸다고 볼 수 없었지만, 사도는 그 개개인이 강하지 않았다.

사도가 진정으로 강한 힘을 내는 것은 그들이 신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였는데 엘드라고는 잠깐 엘카소에게 힘을 전해주고 나서 더는 그에게 힘을 전해주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엘카소를 카젠과 퀸이 감당하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그걸 눈치챈 엘카소가 도망칠 때 그를 다시 신력으로 끌어들인 것을 보면 지금 엘드라고는 거의 신이나 다름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

마법의 궁극에 도달한 이가 도망조차 치지 못한다는 것은 인간들 기준의 실력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었으니까.

제이슨은 엘카소를 죽여서 그 힘을 흡수하면서 전신에서 빛을 뿜어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12사도의 모든 힘을 하나로 모은 것.

엘렌이 죽었으니 11사도의 힘이겠지만, 앞에서 느껴지는 엘드라고의 힘은 분명 신성이었다.

저런 엘드라고를 엘하르트의 도움도 없이 상대해야 한다는 건가?

“엘하르트.”

제이슨이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오랜만이었다.

제이슨은 퀸의 곁에서 한 발 떨어져 신살검을 들어 올렸다. 엘파이트와 베제트를 잃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진정한 검사는 홀로 선다.

검사의 곁을 지키는 것은 검이다.

제이슨은 처음과 다른 눈으로 신살검을 바라보았다. 신살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인지하며 제이슨은 천천히 신살검으로 엘드라고를 겨눴다.

신살검은 신을 죽이기 위한 검. 그것과 마음을 하나로 합치하자 신살검이 검명을 토해냈다.

우우웅.

제이슨은 신살검으로 엘드라고를 겨눈 채 말했다.

“어차피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건 하나뿐이니까.”

사도와의 싸움은 엘하르트를 구한 그 순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 물러나지 않는다.

엘카소마저 죽자 제이슨의 주위로 인원들이 모여들었다.

상태들은 처음 왔을 때 비해서 많이들 안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죽은 이는 없었다. 라마란스와 펠릭스는 생각보다 도움이 안 됐지만, 지금 당장은 아이젠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다.

이제 상대해야 할 것은 신 행세를 하는 엘드라고다.

제이슨은 자신의 뒤에 선 이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지금은 오직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만 생각한다.

그런 제이슨을 눈치채고 그의 뒤에 선 퀸은 그에게 축복을 걸어주었다. 모든 사도의 힘을 얻은 엘드라고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제이슨의 신살검 뿐이었다.

퀸은 카젠과 폴에게도 축복을 내려주었다.

폴은 반쯤 파괴되었던 몸이 수복되었고, 카젠도 몸이 회복되었다. 그렇게 둘을 치료한 덕분에 퀸은 기진맥진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이제는 한계야.”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신벌을 막았다. 게다가 몇 번이나 축복을 내렸으니 버티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이제는 내가 처리하지.”

“무슨 소리야? 내가 한다.”

제이슨은 씨익 웃고는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발밑에는 쉐일링이 요동치며 일어났다.

쉐일링에게 있어서도 신벌은 위험한 것이었지만 제대로 싸워볼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시작할 테니 도와.”

말을 마친 제이슨이 앞으로 내달렸다. 제이슨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엘드라고가 미소를 지었다. 엘드라고의 몸이 저 위로 솟구치면서 그의 앞으로 빛의 줄기들이 서로 꼬이며 형상을 이루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엘젠트의 모습.

제이슨은 신경 쓰지 않았다. 기간트에 타지 않은 채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물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앞으로 나선 제이슨을 향해 엘젠트 형상의 빛 덩어리가 공격을 퍼부었다. 제이슨은 그 검격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신력으로 만들어낸 엘젠트의 검은 그가 펼치던 검만큼의 깊이가 없었다. 제이슨의 신살검이 단숨에 그를 찢고 앞으로 나섰다. 그런 제이슨을 보고 엘드라고는 양손을 모았다가 천천히 벌렸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신벌의 창이었다. 노란색 번개로 이뤄진 신벌의 창을 높이 든 엘드라고가 미소를 지었다.

“어디 이것도 피해 봐라.”

그리고 신벌의 창을 휘두르자 그 끝에서 시야를 노랗게 만드는 무수한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제이슨은 그 빛의 틈새를 살피다가 신살검을 휘드르며 그 사이를 내달렸다.

제이슨 혼자의 움직임이라면 부족했겠지만, 쉐일링이 그의 등 뒤로 마치 검은 날개처럼 활짝 펼쳐지며 놀라운 속도를 끌어 내줬다.

그 덕에 단숨에 신벌의 사이를 누비며 엘드라고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엘드라고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그러니 확실히 하나씩 공격을 쌓아가야 했다.

제이슨이 쏟아지는 신벌을 가로질러 처음으로 찌르기를 날렸을 때 엘드라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신력을 이용한 공간 이동은 제이슨도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엘드라고가 사라졌을 때 제이슨은 이미 신살검을 날린 후였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신살검은 엘드라고가 나타난 곳에 이미 도달해 있었다.

엘드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다급히 한 번 더 공간 이동을 했다. 제이슨은 그사이 검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검을 쥐고 재차 던졌다.

제이슨이 엘드라고를 쫓아가는 동안 카젠과 폴도 그가 나타날 곳을 향해 움직였다. 엘드라고는 지금 제이슨의 신살검에 작은 상처도 나지 않으려고 몸을 피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엘드라고는 카젠과 폴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카젠의 뒤로 공간 이동을 했다. 그리고는 카젠의 목을 틀어쥐었다.

카젠이 반항하려고 했지만 엘드라고의 힘은 카젠의 힘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신이란 완전무결한 존재지. 그리고 나는 지금 신이 됐다.”

제이슨이 날아가던 신살검을 멈추고 손으로 되돌아오게 했을 때 카젠을 쥔 엘드라고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어차피 너희는 모두 죽는다. 그 첫 번째로는 네가 어울리겠군.”

엘드라고가 카젠의 목을 잡고 팔과 다리를 찢었다. 카젠의 용비늘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신이 되었다고 하더니 그 용력조차 신의 것이 됐는지 강대함을 자랑했다.

그렇게 카젠의 사지를 찢어낸 엘드라고의 인상이 굳어졌다.

“이것 봐라?”

퀸의 뒤쪽으로 카젠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드라고가 돌아보자 카젠이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된 허상에 속았군.”

키득거리는 카젠을 보면서 엘드라고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신은 무슨 놈의 신이냐? 이 정도에도 속아 넘어가는 주제에.”

그 말에 엘드라고의 시선이 퀸을 향했다. 지금까지 제이슨을 우선 상대해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싸워보니 알겠다.

조금 전에 자신이 속은 것도 퀸이 축복을 내리면서 카젠에게 신력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자신조차 속을 정도였다.

이미 죽었어야 할 자들이 살아남은 것은 오직 퀸 때문이다. 저들 중 유일하게 축복으로 상처를 회복시키고 자신의 신벌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골렘들을 죽일 때 죽였다고 여겼는데 그조차 저 능력으로 숨겼었다는 것을 떠올리니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었군.”

엘드라고의 시선이 퀸에게 고정되었다. 적 중 가장 먼저 죽여야 할 것은 다른 이가 아닌 퀸이었다.

엘드라고의 시선이 퀸을 향한 것을 본 제이슨의 머릿속으로 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미끼가 될 테니 기회를 노려요.]

제이슨은 퀸만큼은 이곳에서 죽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가장 필요한 여인이었으니까.

엘드라고가 곧장 퀸의 앞으로 공간 이동했고, 제이슨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런 그의 앞으로 수많은 빛의 줄기들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제이슨은 쉐일링의 도움을 받아서 더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나 엘드라고보다 빠르지는 못했다.

퀸의 앞에 나타난 엘드라고가 신벌의 창을 찔러 넣었다. 퀸이 뒤로 물러났지만, 그보다 빠르게 신벌의 창이 그녀의 심장을 노렸다.

제이슨이 쉐일링의 도움을 받아도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그런 엘드라고의 신벌의 창을 카젠이 막았다. 카젠의 복부를 뚫고 들어간 신벌의 창이 퀸에게 닿기 전에 폴이 엘드라고의 몸을 끌어안았다.

“건방지군.”

엘드라고의 몸에서 신벌의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모두가 빛에 휩싸였을 때 제이슨과 쉐일링의 검은빛이 그 빛을 갈랐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승리?(2)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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