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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43화 (144/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승리?(1) >

    승리?

    엘젠트는 자신의 몸에서 시작된 끔찍한 통증에 혼백이 일그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제이슨을 보고 신검을 휘둘렀다.

    판톤이 익혔던 검. 그리고 자신이 평생을 익혀왔던 검.

    그 검이 하나가 되어 제이슨을 향해 날아든다. 그렇게 날아드는 검을 보고 제이슨도 사선 베기를 펼쳤다.

    두 개의 검이 닿는 순간 끔찍할 정도로 강렬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그보다 제이슨의 검이 상대의 검을 타고 들어가는 것이 빨랐다.

    엘젠트는 제이슨의 신살검을 피할 여유가 없자 왼팔을 들어서 그걸 잡았다.

    콰직.

    왼팔이 잘려나가는 순간 엘젠트는 공간 이동으로 몸을 빼냈다.

    “쳇.”

    제이슨은 검사이면서 공간 이동까지 쓰는 엘젠트에게 투덜거렸지만, 지금 승부를 내야만 했다.

    제이슨이 다시 몸을 돌려 달려들었을 때 엘젠트의 뒤로 엘드라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드라고는 제이슨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그의 앞으로 빛의 줄기들이 꼬이며 나타났다.

    제이슨은 신살검으로 그것들을 잘라내면서 인상이 굳어졌다. 이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단단하고 질겼다. 신살검으로 잘라내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이슨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그런 제이슨을 향해서 엘드라고가 미소를 지었다.

    “우선 묶여라.”

    제이슨은 점점 느려지는 속도에 빛의 줄기에 휘감겼다. 참격으로도 단번에 잘리지 않다 보니 결국 빛의 줄기가 엘파이트를 휘감았다.

    아무리 퀸의 힘으로 강화되었다고 해도 오래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제이슨을 향해 신벌이 쏟아졌다. 제이슨은 꼼짝도 못 한 상태로 신벌을 맞으면서 새삼 퀸의 육신으로 강화한 엘파이트가 얼마나 강화된 건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제이슨의 귀로 베제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험 상황입니다. 외장갑 파손율 82%에 도달했습니다.

    “미안하다.”

    베제트와 엘파이트. 둘을 구하려고 하다가는 자신이 죽을 판이다. 그래서 제이슨은 컨트롤러로 전하던 기운을 끊고, 신살검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 제이슨은 신살검을 끌어안은 채 말했다.

    “미안하다. 베제트.”

    베제트와 엘파이트 모두 도움이 됐지만, 더는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고집한다면 죽을 판이다.

    버려야 할 때는 버린다.

    우지직.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제이슨은 엘파이오에서 튀어나왔다. 기간트에 올랐을 때 제이슨은 분명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지만, 엘드라고의 파상 공격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제이슨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무섭게 신벌이 다시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날아드는 신벌을 보고는 바닥을 구르듯 피했다.

    콰콰콰쾅!

    제이슨의 발이 닿는 모든 곳이 폭발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죽어라 그걸 피하기만 했다.

    기간트에 오르지 않은 지금 상태로는 되받아치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피하는 제이슨을 향해 달려온 폴이 날아드는 신벌을 몸으로 받아냈다.

    콰쾅!

    아무리 폴이라고 해도 신벌을 받아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신벌을 받아낸 폴의 무릎이 굽혀졌을 때 바닥에서 솟구친 빛의 줄기가 나타나 그를 휘감았다.

    제이슨은 자신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군이 하나 줄 때마다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제이슨은 참격을 날렸다.

    그그극.

    힘겨웠지만, 빛의 줄기를 잘라낼 수 있었다. 제이슨이 빛의 줄기를 잘라내 폴을 구했을 때 엘젠트가 다가와 검을 내리쳤다.

    엘젠트는 이미 신살의 기운 때문에 파국으로 치달리는 와중에도 제이슨을 공격할 힘은 남아있었다.

    쩍!

    그러나 엘젠트의 검은 폴이 왼팔을 내밀어 받아냈다. 신살의 기운이 몸을 잠식하는 때문인지 왼팔이 잘리지 않았다. 그리고 폴은 그대로 엘젠트를 끌어안으면서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검조차 휘두르지 못하는 거리에서 날린 주먹은 엘젠트에게도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폴은 20미터나 되는 신장. 엘젠트의 두 배에 달하는 신장이다 보니 엘젠트가 품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엘드라고는 혼자 독식할 마음인 건지 엘젠트에게 신력을 내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사도들의 신력이 신살의 기운에 더럽혀지는 것을 막고자 한 지도 몰랐다.

    엘젠트와 폴이 개싸움을 벌이는 동안 제이슨은 빛의 줄기가 자신을 잡으려고 날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엘드라고는 엘젠트를 도울 마음이 없어진 것 같았다. 엘젠트도 그걸 알았는지 폴과 드잡이질을 하는 중이었다.

    제이슨이 연달아 뒤로 피하는 사이에 엘드라고를 향해 비행정의 공격이 쏟아졌다. 엘드라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온갖 흑마법들을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엘드라고의 앞으로 빛의 줄기들이 솟구쳐서 서로 얽히며 마법들을 막았다.

    비행정에서 쏟아진 마법들은 엘드라고에게 통하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돌리는 정도. 그사이에 제이슨은 다른 이를 돕기보다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이 자리에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뒤로 물러난 제이슨은 숨을 고르고는 전장을 살폈다.

    엘젠트는 폴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 죽음에 달하게 될 것 같았다. 엘카소의 마법은 신력을 전해주지 않아서 그런지 몰아치는 퀸과 카젠의 공격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문제는 엘드라고다.

    모든 신력을 쥐고 있는 엘드라고만큼은 지금 이곳에 있는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다. 엘하르트가 없는 지금은 더더욱.

    오직 그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제이슨. 자신이 쥔 신살검 밖에 없었다.

    12사도의 힘이 더해졌을 때는 신살검의 힘도 그 앞에서 무색해진다. 하지만 이 검을 찔러 넣기만 한다면 신력에 상반되는 신살의 기운이 그들을 안에서부터 부순다.

    그것을 알았기에 제이슨은 엘드라고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을 때 뒤로 물러나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을 준비했다. 비행정에서 라마란스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라마란스는 이번 전투에 모든 것을 걸었다. 비행정에서 뛰어내리는 두 기의 에고 기간트. 광휘의 검이 가졌던 것과 고대 시대의 에고 기간트.

    두 기의 에고 기간트는 이미 최상급 데쓰 기간트로 변환된 상태였다. 아크 리치 라마란스의 비장의 무기.

    그 둘의 주위로 짙은 마기가 일렁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이슨은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로 마음 먹었다. 엘하르트가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엘하르트를 다른 곳으로 날려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엘드라고만 죽이면 승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달려드는 데쓰 기간트 두 기와 그 뒤를 따르는 듀라한을 비롯해 온갖 언데드들이 나타나 엘드라고를 향했다. 엘드라고는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어리석구나.”

    음차원 에너지를 이용한 흑마법에 정반대에 서 있는 것이 엘드라고의 신력이었다. 저런 언데드들 따위 진정한 신벌 앞에서는 한낮 먼지에 불과했다.

    엘드라고의 손짓에 떨어져 내린 신벌이 사방을 휩쓸었고, 그 여파에 밀린 언데드들이 먼지처럼 부서졌다. 단 두 기의 데쓰 기간트만이 그것을 뚫고 돌진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엘드라고의 인상이 굳어졌다. 엘드라고의 본체는 에고 기간트이면서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에는 진심 어린 짜증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곧장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데쓰 기간트들을 보며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을 통해서 신벌의 노란 벼락 줄기가 두 기의 데쓰 기간트를 향해 날아갔다.

    두 기의 데쓰 기간트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둘은 각자 마스터에 올랐던 이들. 하지만 그들의 검술이 신벌을 막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콰앙!

    폭발과 함께 뒤로 튕겨 날아갔지만, 그들은 신벌을 견뎌냈다. 그것이 엘드라고의 인상을 더 굳게 만들었다.

    그때 비행정에서 라마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알았냐?

    라마란스. 아크 리치인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최강의 무기. 데쓰 기간트가 가지고 있는 음차원 에너지와 그들이 가진 검술이 더하니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신벌을 견뎌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제이슨은 기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드라고는 진심으로 데쓰 기간트들을 부수고자 마음먹었다. 그가 잠깐이지만 데쓰 기간트에 시선을 주었을 때 기회가 왔다.

    제이슨은 자신이 기간트에 타지 않은 상태라 제대로 싸우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지만, 맨몸으로도 엘하르트와 대련했었다.

    한 번이지만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할 수는 있다. 제이슨은 숨을 고르고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몸으로 직접 다가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다가갔다가는 살아남지 못한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은 결혼도 했고 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죽어줄 마음은 없었다.

    그러니 다른 길을 찾는다. 이미 운명을 새로 쓰는 수준의 경지에 도달한 제이슨은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제이슨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던졌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한줄기 섬광. 신살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엘드라고를 향해 날아갔다.

    엘드라고가 데쓰 기간트들을 향해 신벌을 내리칠 때 날아간 신살검이 엘드라고의 등에 박힐 것 같았지만, 바닥에서 솟구친 빛의 줄기들이 신살검을 막았다.

    신살검은 빛의 줄기를 꿰뚫고 쭉쭉 나갔지만,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엘드라고의 앞에 도달했을 때 신살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 신살검을 밟은 채 엘드라고가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이런 게 통할 줄 알았나?”

    엘드라고의 말과 함께 사방에서 빛의 줄기가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검이 없다고 해서 그 실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제이슨은 황급히 몸을 뒤로 빼내려고 했지만, 이곳은 그들의 터전이다.

    하늘 신전 바닥에서 솟구치는 빛의 줄기들은 끝이 없었다. 바닥 전체가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제이슨은 허공을 박차고 재도약했다. 그렇게 위로 솟구친 제이슨을 향해 엘드라고가 신벌을 떨어트렸다. 검도 없이 받아낼 수 없는 공격.

    제이슨이 몸을 둥글게 말았을 때 그의 옆으로 불쑥 나타난 것은 퀸이었다. 그녀는 제이슨을 끌어안고는 손을 들어 신벌을 막았다.

    콰앙!

    그들은 다시 땅으로 떨어졌지만, 그녀가 주먹을 내리치자 빛의 줄기들이 찢겨 흩어졌다. 그렇게 무사하게 바닥에 내려선 퀸이 제이슨을 안은 채 물었다.

    “괜찮아요?”

    “괜찮지는 않네요.”

    온 힘을 다했던 공격이 막혔다. 엘드라고는 정말 혼자서 이들 모두를 상대할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엘하르트를 어디론가 보내 버린 지금 그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엘카소는 카젠이 근접전으로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용언 마법이 있어서 그런지 퀸의 축복을 받아서 그런지 압박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결국 엘젠트와 엘카소 모두 이길 수 있는 상태. 문제는 그 둘보다 나머지 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엘드라고가 문제였다.

    퀸은 폴의 상태를 보고는 그에게 축복을 내려서 엘젠트와의 개싸움에서 유리하게 하고는 엘드라고를 바라보았다. 엘드라고는 퀸이 끼어든 것을 보고는 오히려 그쪽에 신경을 안 쓰고 라마란스의 데쓰 기간트에게 집중했다.

    엘드라고 작정해서 데쓰 기간트를 향해 손을 쓰자 사방에서 튀어나온 빛의 줄기가 데쓰 기간트를 휘감았다. 데쓰 기간트들이 검을 휘두르지만, 제이슨을 압박할 만큼 많은 양의 빛의 줄기가 그들을 구속했다.

    신살검이라고 해도 지금 제이슨의 힘으로는 엘드라고에게 생채기만 낼 수 있을 뿐이다. 그 생채기에 퍼질 신살의 기운으로 어떻게든 그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신살검을 잃은 이상 자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퀸은 그런 제이슨의 어깨를 잡은 채 말했다.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없으면 안 돼요.”

    제이슨은 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살검이 없이도 자신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랐지만, 데쓰 기간트가 박살 나기 전에 도움이 될 길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엘드라고의 발밑에 깔려 있는 신살검에 생각이 닿았다. 자신은 그저 신살검을 던진 것이 아니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제이슨은 신살검에 의식을 집중했다. 자신에게 있는 신력과 신살검에 깃든 기운은 이미 수련하는 중에 충분히 하나가 되었다.

    이제 그 힘과의 공명을 통해 그를 부른다.

    제이슨이 손을 들어 올리자 신살검이 엘드라고의 발을 뚫고 날아와 제이슨의 손에 잡혔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승리?(1)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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