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42화 (143/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하늘 신전(3) >

산조차 베어낼 수 있는 참격이지만 신력의 파도 안에는 세계를 만들 힘이 깃들어 있었다. 아무리 제이슨의 참격이라고 해도 그 파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폴이 옆에서 주먹을 내뻗었다. 무엇이라도 부수는 그의 주먹도 신력의 파도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고작 한 번의 공격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12사도의 신력. 그들은 12사도의 힘을 모았을 때가 진정 강한 힘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엘드라고가 그 힘을 모두 쥐고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저들은 한 번의 공격에 그 힘을 실어 주었다. 그 힘을 이리저리 오가며 사용할 수 있다면 순간순간 저들은 12사도 모두의 신력을 다룰 수 있다.

엘렌이 죽었으니 11사도라고 해야 되겠지만, 그 힘은 제이슨조차 겁에 질릴 정도였다.

게다가 저 공격을 자신이 받아내지 못한다면 뒤에 있는 비행정도 무사하지 못한다.

“폴!”

[내가 막지!]

폴이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연달아 내뻗기 시작했다. 한 번으로 부술 수 없다면 수백, 수천 번이라도 날리겠다는 듯 쏟아내는 주먹질이 향한 곳.

신력의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때 뒤편에서 비행정이 솟구치면서 신력의 파도를 피했다. 그걸 본 제이슨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바닥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참격으로 신력의 파도는 베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바닥을 잘라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바닥을 잘라내고는 곧장 폴을 데리고 그 아래로 숨었다.

그 위를 지나가는 신력의 파도에 숨이 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건 피할 수밖에 없는 재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올라왔을 때 엘젠트는 재차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비행정은 다시 비행이 가능해졌으니 위험할 일은 없었지만, 정작 제이슨과 폴은 아직 이걸 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막으려고 하지 마.]

피하기도 쉽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제이슨은 폴과 반대 방향으로 신력의 파도를 피했다. 그렇게 피하면서 참격을 날려보지만, 엘젠트는 그걸 그저 검을 들어 막을 뿐이었다.

참격은 검에 깃든 신력을 쪼개지 못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있는 사도는 12사도분의 힘을 온전히 자신이 쓸 수 없다. 이쪽에서 힘을 쓰는 동안 다른 쪽에서 쓰지 못하니 다른 사도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도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그 힘은 줄어들 테니 결국 이곳에서 시선을 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었다.

제이슨의 생각을 읽었는지 폴도 피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간간이 공격을 퍼부었다. 그렇게 싸우는 동안 다른 쪽도 치열하게 싸움이 시작됐다.

엘카소는 엘젠트가 신력을 가져간 동안 마법만 사용했다. 그가 쏟아내는 마법이 날아들 때 앞으로 나선 것은 퀸이었다. 그녀가 내미는 손길 한 번에 날아들던 마법은 모조리 사라졌다.

그녀가 가진 신력은 혼자 사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엘카소의 마법보다 확실히 상위에 있었다. 그것을 보고 카젠이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의 마법이 소용없다면 상대가 사도라고 해도 어려울 것 없었다.

카젠이 곧장 달려들 때 엘카소가 지팡이를 내밀었다. 그 모습에 퀸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엘카소의 마법을 해제하려고 했던 것인데 엘카소가 쏘아낸 마법은 퀸의 힘으로 해제되지 않았다.

그렇게 날아온 것은 한 자루 불길의 창. 플레임 스피어라면 카젠은 그냥 몸으로 막아도 됐다. 하지만 그걸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피해야 해!”

퀸의 외침이 들리기 전에 카젠은 이미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렇게 불길의 창은 카젠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카젠은 처음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크아악!”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 카젠은 자신의 옆구리가 녹아내리는 것을 보았다. 조금 전에 맞은 불길의 창은 신력이 담겨 있었다.

그것도 용마인인 카젠의 비늘을 녹여 버릴 정도로 지독한 열기를 품었다. 단순한 마법처럼 보였지만, 그 마법은 부술 수도 없었다.

카젠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옆구리를 훑고 지나갔던 불길의 창이 되돌아 오고 있었다.

그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라져라!”

용언 마법을 사용했지만, 불길의 창은 살짝 흔들렸을 뿐 곧장 카젠을 향해 날아왔다. 퀸의 힘조차 통하지 않는 불길의 창을 보고 카젠은 깨달았다.

엘카소가 지금 이 순간 모든 신력을 끌어왔다는 것을.

12사도의 신력이 모두 모인 불길의 창은 퀸의 힘으로 해제할 수도 없었고, 막을 수도 없었다. 피하는 것이 고작.

카젠의 몸 위로 한 줄기 빛이 휘감았다. 카젠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고, 그의 몸이 움직이는 것도 빨라졌다.

퀸은 자신의 신력으로 축복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걸 이용해서 도움을 줬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엘카소의 마법을 막지 못한다면 카젠을 돕기로 했다.

카젠은 퀸의 축복을 받고 더욱 빨라져 불길의 창을 피하고 엘카소를 향해 돌진했다. 그렇게 거리가 좁혀진 순간 엘카소는 보호막을 펼쳤다.

앱솔루트 베리어를 펼친 엘카소를 향해 돌진한 카젠이 주먹을 내리치는 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신벌이 떨어졌다. 카젠이 피할 틈도 없었다.

퀸이 펼친 보호막이 카젠의 몸을 휘감았지만, 그 위로 떨어진 신벌에 카젠은 무릎이 굽혀졌다. 퀸의 보호막이 신벌에 찢겼다.

카젠은 신벌에 전신이 구워지면서 이를 뿌득 갈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판이다.

그때 다가온 퀸이 그를 끌어안으며 옆으로 몸을 굴렸다. 카젠이 있던 자리에 신벌이 떨어지며 거대한 크리에이터가 만들어졌다.

카젠은 전신에서 노란색 번개가 지지직 튀는 동안 고통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이것들이.”

신벌은 엘드라고의 능력. 그리고 엘카소는 온갖 마법의 형태로 신력을 쓸 수 있다. 엘카소가 잠시 방어를 하는 동안 엘드라고가 펼친 공격에 죽을 뻔 했다.

“괜찮나?”

퀸은 몸을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카젠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날리며 충격을 견뎌냈지만, 퀸의 몸으로도 신벌을 그대로 받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직격을 피했기에 망정이지 제대로 맞았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새삼 12사도가 모은 신력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깨달았다.

양쪽에서 엘카소와 엘젠트와 싸우는 사이에 엘하르트는 홀로 엘드라고를 향했다. 신의 행세를 하는 엘드라고를 향해 돌진하는 엘하르트는 다른 이들에게 신력이 몰려가는 것을 보았다.

12사도의 힘 전부를 주는 것으로 다른 이들은 파악했겠지만, 엘하르트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을 엘드라고 뿐이라는 것을.

저들은 진정한 12사도의 힘을 보지 못했기에 저 정도에 모든 힘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오직 이 자리에서 엘하르트만이 이들이 가진 12사도의 힘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12사도 이상의 힘. 그들에게 그 힘을 전해준 신의 능력을 떠올렸다.

자신의 마지막 봉인을 풀어도 감당하지 못했던 힘.

다행이라면 엘렌이 죽었고 저들은 11사도의 힘만을 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엘드라고였다. 엘하르트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자 하늘에서 신벌이 떨어졌다.

엘하르트는 떨어지는 신벌을 신살검으로 끌어다가 오히려 엘드라고에게 되돌려 보냈다.

엘드라고는 자신을 향한 신벌에 코웃음 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엘젠트와 엘카소가 신력을 가져다 썼지만, 엘하르트와 정면으로 마주친 지금은 엘드라고가 그 힘을 모두 가지고 왔다.

그래서 엘드라고는 공간 이동으로 멀어지면서 연달아 신벌을 날렸다.

엘하르트가 가진 되받아치기는 신과의 대전에서도 써먹었던 고급 기술이다. 그 기술이 있음을 알았기에 그 공격이 날아들 것을 짐작한 엘드라고는 그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었다.

엘드라고가 연달아 쏘아내는 신벌이 엘하르트의 앞길을 막았고 바닥에서 솟구친 기이한 빛의 줄기들이 엘하르트의 몸을 휘감으려고 했다.

엘하르트는 자신을 덮치는 빛의 줄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비록 마지막 봉인을 못 풀었다고 해도 엘하르트의 능력은 엘드라고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신벌을 튕겨내고, 빛의 줄기들을 잘라내며 돌진하는 엘하르트를 보며 엘드라고의 인상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이렇게 쉽게 뚫릴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웃기지 마!”

엘드라고가 그리 외치며 손짓하자 엘하르트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엘드라고는 그렇게 엘하르트를 보내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엄청난 신력을 소모했지만, 엘하르트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 아무리 엘하르트라도 돌아오기 쉽지 않은 곳.

그래도 혹시 그가 돌아올지 모르니 이제 자신이 나서서 이것들을 처리할 시간이다.

엘드라고의 시선이 다른 이들을 향했다. 지금 자신이 신력을 끌어와서 엘카소와 엘젠트가 밀리는 상황. 하지만 그들은 사도 중에서 홀로 수련을 해왔던 이들.

그들은 홀로 잘 버텨줬다. 그렇다면 자신이 도울 차례였다.

엘드라고가 손짓하자 하늘에서 무수한 번개가 쏟아졌다. 그 번개는 엘하르트나 되니 막을 수 있었던 것. 그가 돌아오기 전에 그의 편에 선 모두를 죽일 생각이었다.

엘젠트와의 싸움 중 그의 몸에 깃들었던 신력이 빠져나간 것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은 곧장 엘카소에게 넘어가 카젠을 위협했지만, 지금은 엘드라고에게 전해졌다.

엘하르트가 그와 싸우고 있었으니 분명 어떻게든 쓰러트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엘하르트가 사라지고 머리 위로 신벌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신벌보다 강력한 신벌이었다.

제이슨은 그렇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신벌을 신살검으로 휘감아 엘젠트에게 쏘아 보냈다. 이건 엘하르트나 쓸 수 있는 궁극의 기술. 되받아치기.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를 휘감아 되돌리자 그의 앞에서 엘젠트가 검을 들어 그걸 막았다.

꽈앙!

뒤로 밀려난 엘젠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런데 그의 검을 바라보던 제이슨은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제길!”

욕설을 내뱉은 제이슨의 앞에서 엘젠트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 생각도 안 했을 것 같나?”

뒤로 튕겨낸 것은 그 안에 담긴 힘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해서일 뿐 지금은 신력으로 만든 검이 신벌을 품었다.

엘젠트는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엘하르트를 상대할 때를 대비해 준비한 것이었는데 네가 걸렸군.”

엘젠트가 그리 말하고 검을 휘두르는데 노란색의 번개가 검의 궤적을 따라 제이슨을 향해 몰아쳤다. 제이슨은 그것을 엘카소를 향해 튕겨내고는 엘젠트를 바라보았다.

신벌이 검에 깃든 순간부터 검에서 노란색 섬전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일회용이 아니라 신벌을 머금은 순간 저 검은 마음껏 신벌을 쓸 수 있었다.

그것도 엘드라고가 쏘아낸 그 위력 그대로.

제이슨은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간격을 좁히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신에게 떨어지는 신벌은 튕겨낼 수 있었지만, 폴은 그걸 몸으로 버텨야 했다.

벌써 몸이 검게 물든 상황. 이대로 간다면 곧 폴이 죽을 수도 있었다.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다시 밀려오는 신벌의 검기를 보며 검을 뒤로 당겼다. 그리고 오직 단 하나. 상대를 꿰뚫겠다는 의지를 담아 앞으로 튀어나갔다.

광휘의 검이 펼쳤던 찌르기가 단숨에 신벌의 검기를 꿰뚫었다. 그 대가로 제이슨이 타고 있던 엘파이트의 외갑이 신벌의 여파에 휩쓸려 타들어 갔지만, 그보다 빠르게 엘젠트에게 도달했다.

쩌엉!

엘젠트가 훌쩍 뒤로 밀려났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때 뒤로 밀려났던 엘젠트가 비틀거렸다. 그의 몸에 작은 상처에 불과했던 것이었지만, 판톤과 하나가 된 덕분에 그의 몸에서 독처럼 신살의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제이슨은 씨익 웃으며 재차 엘젠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 끝을 볼 차례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하늘 신전(3) > 끝

ⓒ 다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