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41화 (142/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하늘 신전(2) >

비행정을 내린 것은 제이슨과 엘하르트, 퀸과 폴, 카젠이었다. 라마란스와 펠릭스는 비행정에 남았다.

비행정의 방어력은 퀸의 축복 덕분에 엘카소의 마법도 견딜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굳이 나가야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비행정에는 온갖 마법진을 설치했다.

아크 리치인 라마란스는 그 자체로 강했지만, 마법사는 준비가 되어 있을수록 더 강하다. 그리고 자신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아이젠이 남아있었기에 배를 지키기 위한 인원이 남는 것이 좋았고 그렇기에 라마란스와 펠릭스가 제격이었다.

제이슨은 비행정에서 내린 채 앞에 있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낯익은 인물이 있었다.

“판톤?”

판톤은 제이슨을 보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다.”

판톤의 기세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면서 제이슨은 마주 앞으로 나섰다. 사도들도 그 모습을 지켜만 봤고, 엘하르트와 아군들도 모두 그 모습을 지켜만 봤다.

“누군가와 맹약을 맺은 것 같은데 해치워 버려.”

맹약자가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엘렌은 자신이 죽을 위기에서 맹약자인 판톤을 공간 이동으로 날려 보냈다. 맹약자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것들을 떠올렸다.

그러니 판톤이 죽는 것은 상대의 전력을 크게 깎을 수 있는 것.

제이슨은 판톤이 홀로 나온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나섰다. 제이슨은 베제트를 소환해 몸에 둘렀다. 이미 운명을 엮어내는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자신이 한 발 더 앞설 수 있는 것은 기간트에 탔을 때다.

베제트를 소환한 제이슨이 앞으로 나서자 판톤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검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검이다. 하지만 그 검에 깃든 신력은 느낄 수 있었다.

“새로 만든 검인가?”

판톤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엘젠트와 맹약을 맺고 나서 엘젠트가 신력을 끌어다 만든 검.

이 검에 깃든 신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검은 오직 자신을 위한 검이었다. 그리고 이 검은 신살검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이었다.

판톤은 무기에서 자신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엘젠트와 맹약을 맺으면서 벽을 깨부쉈다. 이제는 제이슨에게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판톤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은 내려치기.

이제 그 승부를 낼 때다. 판톤이 성큼 앞으로 돌진하며 검을 내리쳤다. 그걸 보고 제이슨도 마주 달려들었다.

판톤이 내려치기가 자신 있는 공격기라면 제이슨은 참격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제이슨의 횡 베기와 판톤의 내려치기가 서로를 노렸고, 그 궤적에 걸리는 모든 것이 베어졌다.

쩌어엉!

둘의 검이 마주치는 순간 신력이 깃든 신검과 신살의 기운이 깃든 신살검이 서로 맞부딪쳐 굉음을 울렸다. 단순한 굉음만이 아니라 충격파가 발생했고, 그건 신전의 기둥 여섯 개를 쓸어냈다.

비행정도 강력한 보호막이 자동으로 발동하지 않았다면 그 충격파만으로 박살이 날 정도였다.

지켜보던 이들도 갑작스레 터져 나온 충격파에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뎌냈다.

판톤은 제이슨의 검을 찍어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죽을 시간이다.”

말을 마친 판톤이 검을 들었다가 다시 내리쳤다. 제이슨은 판톤의 검을 쳐내고는 거리를 좁히고 어깨로 들이받았다. 신검과 신살검.

그리고 둘의 힘은 모두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제이슨은 검을 마주 댄 순간 알았다. 찬탈자만이 도달한 운명을 다시 쓰는 수준에 판톤은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 또한 벽을 넘었고, 지금 운명을 엿보는 검로를 펼친다. 게다가 그가 펼치는 모든 공격에 신력이 담겨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운명을 엿볼 수 있는 펠릭스가 도저히 비벼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운명을 엿보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강자다. 하지만 그걸 비틀 줄은 몰랐다.

제이슨은 충격파를 흘려내고 그 사이로 어깨를 들이밀었다. 엘하르트와의 대련을 통해서 운명을 다시 쓰는 것에 익숙해진 제이슨의 일격은 판톤이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자신이 보던 운명의 길이 지워지고 불쑥 들어온 공격이었으니까.

그렇게 튕겨 나간 판톤이 바닥을 굴렀다가 일어났다. 그가 입고 있는 갑옷에 균열이 가 있었다.

엘렌이 만들어 주었던 갑옷. 그 안에 담긴 신력을 생각하면 이렇게 힘없이 부서져서는 안 됐다. 그만큼 제이슨의 공격이 강력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제이슨은 베제트의 어깨가 박살 난 것을 보았다. 공격은 성공했지만, 이런 식이면 자신이 견디지 못한다. 상대가 두른 갑옷이 이리도 단단할 줄은 몰랐다.

판톤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제이슨의 어깨를 보호하던 견갑이 박살 난 것을 본 판톤도 지금 상황을 알았다.

제이슨의 실력은 자신보다 확실히 윗줄이었다. 자신이 예상 못 한 공격을 퍼붓는 것을 보면.

하지만 장비는 자신이 더 뛰어나다. 그러니 다시 붙어볼 수 있다.

판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제이슨이 마주 달려들며 검을 뻗었다.

비행정 안에서 제이슨이 판톤과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젠은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만큼 둘의 대결은 피가 마를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

지금껏 제이슨이 얻어온 모든 것들을 전해만 들었지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두 눈으로 보는 지금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펠릭스가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보니 알겠군요. 상대보다 제이슨이 더 강합니다.”

“정말요?”

아이젠이 묻자 펠릭스가 담담히 답했다.

“곧 알게 될 겁니다. 둘의 차이가 저만큼 난다면 오래가지 않아서 곧 끝날 겁니다.”

아이젠은 그 말에 품에 안긴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라마란스가 그런 아이젠의 마음을 읽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제이슨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찬탈자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자는 그 오랜 역사를 통틀어서도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아이젠은 라마란스까지 제이슨을 두둔하자 조금은 안심하고는 스노우를 꼭 끌어안았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숨에 압도하려고 하지 않고, 상대를 조금씩 압박했다. 둘의 대결을 지켜보던 양측의 표정이 변했다.

사도들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졌다. 특히 엘젠트의 표정이 안 좋았다.

판톤은 자신과 맹약을 맺으면서 고대 마스터들보다 더 높은 수준에 올랐다. 그래서 찬탈자가 아닌 제이슨과 싸운다고 할 때는 싸우라고 했었다.

그런데 싸우다 보니 그 수준 차이가 명확히 느껴졌다.

엘젠트의 시선이 엘드라고를 향했다. 엘드라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엘젠트는 신력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사도가 늘어나면서 얻은 신력을 자신의 몸에 두는 것만으로 맹약을 맺은 판톤에게 전해진다.

운명의 길이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보면서 제이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이 확실히 판톤보다 우세했지만, 판톤은 지금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향상되면서 그를 이기는 길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제이슨은 이번 기회에 판톤을 죽이지 못하면 앞으로의 싸움이 길어질 것을 알았기에 그 길을 따라 검을 뻗었다. 제이슨의 검이 날아들자 그를 향해서 마주 판톤의 검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두 개의 검이 교차했다. 검이 부딪치는 순간 제이슨은 검을 비스듬히 기울여 당겼다. 서로의 강력한 힘이 교차할 거라고 여긴 순간에 힘을 흘려내며 당기자 판톤의 검에 담긴 신력이 끌려왔다.

제이슨은 그 힘을 오히려 판톤을 향해 되돌려줬다. 엘하르트가 종종 쓰던 기술이었는데 처음으로 펼쳤다. 상대의 힘을 상대에게 되돌리는 기술.

판톤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신력에 코웃음을 치며 힘을 더 끌어올렸다. 어느 정도 여력을 남기고 제이슨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다시 힘을 더 끌어올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두 힘의 충돌하는 순간 제이슨의 검이 그 충돌의 힘이 사방으로 퍼져 나갈 때 그 사이를 가르고 들어와 판톤의 가슴을 찔렀다.

제이슨의 검이 판톤의 가슴을 찔렀다고 여긴 순간 그의 몸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제이슨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저 멀리 엘젠트의 옆에 그가 나타났다.

판톤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 표정을 보니 그는 자신의 가슴이 뚫렸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엘젠트가 조금 빨랐다.

그를 공간 이동으로 곁으로 불러내 간신히 죽음에서 그를 구했다.

제이슨은 입맛을 다셨지만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에는 살짝 감각이 남아있었다. 공간 이동으로 다급하게 몸을 빼냈지만 판톤의 몸에 확실히 검을 찔러 넣었다.

신살의 기운을 심었는데도 불구하고 버티는 것은 가진 신력의 힘이 커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곧 그들에게 파국을 전해줄 터였다.

제이슨이 한발 물러나자 엘드라고가 입을 열었다.

“몸풀기로 적당했지?”

엘드라고의 말에 엘하르트가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인데 뭘 더 끄냐? 시작하지.”

엘하르트가 앞으로 나서자 그의 좌우로 인원들이 흩어졌다.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엘드라고를 상대하겠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우측의 엘젠트 방향으로 향했다.

엘젠트가 판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제이슨은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은 엘파이트에 올랐고, 폴이 함께했다.

그리고 엘카소 편으로는 퀸과 카젠이 움직였다. 마법사를 상대로 그 둘이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되었지만, 라마란스가 비행정에서 지원해줄 터였다.

엘젠트에 오른 판톤이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미안하군.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맹약자인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할 뿐이다.”

엘젠트가 그 말과 함께 판톤과 하나가 됐다. 판톤은 엘렌에 올랐을 때와는 다르게 엘젠트와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그간 두문불출하면서 이곳에서 훈련했던 것이었다.

엘렌과는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 하나가 될 수 없었지만, 엘젠트는 가장 큰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판톤의 몸이 분자 단위로 흩어져 엘젠트와 하나가 되었다. 엘젠트가 해석한 진정한 맹약은 이거라고 느끼고 벌인 일이었다. 그렇게 온전히 하나가 된 엘젠트가 신력을 끌어왔다. 조금 전에 끌어왔던 신력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단숨에 신력이 가득 차올랐다.

12사도가 아니라고 해도 그 신력은 충분했다. 인간과 퀸도 창조해 냈던 그 신력.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이룰 힘이 엘젠트의 몸에 흘렀다.

엘젠트는 자신에게 힘이 깃든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자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엘하르트의 맹약자. 그자를 죽일 수 있다면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맹약을 맺어보니 알게 됐다. 맹약을 맺는 것은 마지막 한 조각을 찾는 것처럼 완벽함에 도달하는 길이었다. 신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열쇠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그건 찬탈자를 상대하고 나서 고민해 볼 문제였다.

엘젠트는 판톤과 하나 된 채로 검을 들었다. 그가 내치리는 검을 보는 제이슨의 눈에 처음으로 당혹스러움이 서렸다. 신살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12사도 모두의 신력이 담긴 일격이 펼쳐지는 순간 그의 앞에 휘둘러지는 것은 단순한 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력의 파도였고, 참격을 날린 제이슨은 자신의 참격조차 그것에 묻히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운명을 새로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건 그것조차 짓이길 정도로 강대한 힘이었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하늘 신전(2)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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