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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40화 (141/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하늘 신전(1) >

    하늘 신전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젠은 언제나 조심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젠의 배에 손을 올린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아이젠 할 말이 있어.”

    아이젠이 바라보자 제이슨은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얻은 에고 기간트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지금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자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그 긴 이야기를 들은 아이젠은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이건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화의 이야기.

    태초에 인간을 탄생시킨 존재들과의 싸움이라는 이야기는 그녀가 단숨에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까지 제이슨이 이뤄온 역사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이야기를 믿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그들을 찾아 죽일 생각이야.”

    “가능하겠어요?”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지만 그보다 자신은 신살자가 되었다. 최초로 사도를 죽였던 자신이었으니까.

    “충분히.”

    “다행이네요. 그럼 저는 이제 뭘 하면 되죠?”

    제이슨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와 함께 가줘.”

    “예?”

    사교계의 여왕이라지만 그녀는 전쟁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는 제이슨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혹스러워했다. 제이슨도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비행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이들이 모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 비행정 자체가 퀸의 축복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방호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도들을 찾아간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병력을 나눌 수 없는 상황이니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이슨은 아이젠에게 함께 하자고 했다.

    “그래야 내가 지켜줄 수 있어.”

    아이젠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배에 손을 올려보고는 답했다.

    “꼭 지켜주실 거죠?”

    “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줄 겁니다.”

    “그럼 함께 가요.”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이젠은 제이슨과 함께 처음으로 흑색 마탑에 들어섰다. 흑색 마탑이 영지 안에 있다고 하지만 제이슨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던 곳이었기에 그녀는 살짝 기대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선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곳에는 스켈레톤들이 우글거리고 있었으니까.

    “저기 여기가···.”

    “신경 쓰지 말아요.”

    제이슨을 바라보던 스켈레톤들이 정중히 길을 안내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제이슨이 메이지 스켈레톤이 작동해준 워프 게이트를 통해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한 제이슨의 손을 잡고 있었던 아이젠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가 보기에 이만한 크기의 비행장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와.”

    놀라는 아이젠의 어깨를 안으며 제이슨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야.”

    “그래 보여요.”

    제이슨을 따라가는 아이젠의 품에서 쏙 스노우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제이슨은 그런 스노우의 머리를 쓱쓱 만져주며 말했다.

    “잘 부탁한다.”

    컁컁!

    아이젠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마음 같아서는 쉐일링도 내주고 싶지만, 사도들과의 싸움에서는 그도 필요했다.

    제이슨이 그녀를 안내해서 비행정으로 다가가자 포탈처럼 푸른 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모여 있었다.

    엘하르트, 라마란스, 카젠, 퀸, 폴, 펠릭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아이젠은 그들 중 몇몇의 얼굴은 알았지만, 퀸이나 폴은 처음 보았기에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그런 그녀의 시선에 그들을 소개해주었다.

    “이쪽은 골렘 일족의 여왕 퀸. 이쪽은 골렘 일족의 대전사장 폴이야. 우리와 함께 사도와 싸울 전력이야.”

    “반가워요.”

    퀸은 미소를 지은 채 아이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다.

    “아이에게는 제 축복을 내리도록 할게요. 누구보다 건강할 겁니다.”

    퀸의 축복이 뭔지 몰랐지만, 아이젠은 그저 미소로 화답했다. 제이슨은 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엘하르트. 놈들의 위치는 찾았어?”

    “대략적인 위치는 나오고 있어. 우선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탐색해볼 생각이야.”

    “준비는 끝난 거야?”

    라마란스가 눈을 번뜩이며 답했다.

    “준비는 자네가 오면서 끝났지. 출발해도 되겠나?”

    “그래. 가보자고.”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라마란스가 손짓하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제이슨은 자신의 옆자리에 아이젠이 앉게 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나자 라마란스가 입을 열었다.

    “출발한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비행정의 앞으로 포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뭐야?”

    “이곳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길을 뚫을 수는 없어서 만든 거야. 좌표는 이곳 상공이야.”

    말을 마치기 무섭게 비행정이 진동하더니 떠올랐다. 그리고 곧장 포탈로 진입했고, 곧바로 구름 위, 푸른 하늘. 창공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이슨은 그들이 앉은 곳 주위의 풍경이 전방위는 물론이고 위아래까지 보이는 것을 보고는 살짝 오싹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높은 하늘 위에 떠본 적은 없었으니까.

    제이슨이 겁에 질려 있을 때 아이젠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거 짜릿하네요.”

    제이슨은 꺅꺅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신보다 더 즐기는 것 같아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제이슨의 시선이 닿자 라마란스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럼 출발한다.”

    말 한마디와 함께 비행정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늘을 가로질렀다. 구림이 그 비행정의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찢겨 흩어졌다.

    엘드라고는 엘카소가 데리고 온 이를 바라보았다. 포박되어 온 것을 보면 결코 순순히 따라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엘라온. 함께 할 마음이 없나?”

    엘라온이라 불린 사내는 봉인의 사슬에 묶인 채 엘드라고를 바라보았다.

    “네가 신을 흉내 낸 순간부터 우리는 버림받았다.”

    엘라온의 말에 엘드라고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래!”

    엘드라고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엘라온의 턱을 잡아 들어 올렸다.

    “우리는 처음부터 버려졌다. 찬탈자가 나서서 도전하기 전까지 그는 우리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까. 찬탈자를 꺾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떠나갔다.”

    “그래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옳다는 거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보지 못할 테니까.”

    차갑게 말한 엘드라고가 엘라온의 턱을 놓아주며 말했다.

    “찬탈자가 우리를 찾고 있다. 이미 엘렌이 죽었고, 우리는 찬탈자를 사냥한다.”

    “넌 그의 힘마저 빼앗을 생각이냐?”

    “그래!”

    엘드라고는 차가운 조소와 함께 엘라온의 몸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바닥에서 올라온 빛의 선들이 엘라온의 몸을 휘감았다.

    엘라온이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를 때 그의 입까지 빛이 파고들더니 곧 바닥으로 끌려갔다. 그가 사라지자 엘드라고의 발밑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그를 휘감았다.

    그렇게 전신을 휘감은 빛에 엘드라고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준비가 됐군.”

    엘카소도 엘드라고가 가진 힘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엘렌이 죽었지만, 그녀는 희생하면서 신력을 더 강화해 놓고 갔다.

    그런 만큼 지금 엘드라고가 뿜어내는 힘은 가히 신에 필적할 만했다.

    이만한 힘이라면 굳이 도망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자신들은 수천 년 전의 자신들이 아니었다.

    엘카소도 마법적으로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마법의 힘이 더해진다면 신력을 쓰는 방식은 전보다 훨씬 더 뛰어나 졌다.

    어디 그뿐인가?

    엘젠트 또한 검에 대한 경지가 무서울 정도로 올랐다. 그가 신력을 사용한다? 그러면 그것 또한 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모든 사도가 수천 년 전에 비해서 크게 성장했다. 직접 움직이고 엘드라고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엘카소와 엘젠트 둘 뿐이지만 다른 이들이 신력을 빌려주니 그것만으로도 준비가 끝났다.

    엘드라고는 전신에 충만한 힘을 느끼며 말했다.

    “얼마 전부터 우리를 찾는 존재가 있었는데 이제 더는 숨을 필요가 없겠군.”

    엘드라고는 지금까지 숨어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 조각을 얻었으니 오히려 찬탈자를 찾을 때다.

    “그렇다면 보여줘야지.”

    엘드라고가 자신이 머무는 신전. 하늘 높이, 사람들의 시야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 떠 있는 자신의 신전을 숨기는 기운을 지웠다.

    엘드라고가 뒤를 돌아보니 엘카소가 입을 열었다.

    “이제 그들을 만나는 건가?”

    “그래.”

    “엘젠트는?”

    엘드라고는 심드렁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맹약을 맺고는 둘이 죽이 맞아서 나오지를 않더군. 그래도 이곳이 공격당하면 나타나겠지.”

    엘드라고는 그리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전지전능에 가까운 신력을 손에 얻은 그는 세상 모든 것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호오! 비행정인가?”

    자신이 만든 하늘에 떠 있는 신전은 오직 신력으로만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저것은 마법 공학으로 만들어진 것. 게다가 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의 면면을 읽은 엘드라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는 찬탈자였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찬탈자. 그는 신에게 도전했다가 패했고, 이제 자신에게 도전했다 패하게 될 터였다. 그의 모든 힘을 빼앗고 자신은 진정한 신이 된다.

    수천 년간 이곳에 나타나지 않는 신이 아니라 진정한 신이 될 것은 자신뿐이라 여겼다.

    “와라.”

    어렴풋이 파악되던 신력이 명확하게 느껴진 순간 엘하르트가 방향을 지시했고, 비행정은 곧장 속도를 높였다. 어느 순간 푸르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고, 하늘 가득 별이 반짝였다.

    그렇게 날아가던 비행정에서 엘하르트가 입을 열었다.

    “저들도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우리를 초대하는 느낌이야.”

    “초대라니?”

    “신력을 내비치며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위치를 파악하기 쉬웠지.”

    “사도가 다 모인 건가?”

    “그래. 11명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군.”

    저 검푸른 창공 속에서 빛나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별과는 다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을 본 순간 다른 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빛을 뿜어내는 곳.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것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가능해?”

    제이슨의 중얼거림에 라마란스가 툭 내뱉었다.

    “신력의 힘이라면.”

    마법이 아닌 신력으로 가능한 것. 그것은 제이슨이 가진 대공의 성만큼이나 거대한 신전이었다. 그런 거대한 신전이 어떻게 하늘에 떠 있는가?

    신력으로 저것을 띄우고 있다는 것만 해도 사도들이 벌이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런 기적을 벌이는 자들과 싸우기 위해 왔다.

    라마란스는 신전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인사 한 번 해볼까?”

    라마란스가 컨트롤러를 조정하자 비행정의 위로 거대한 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으로 코어 에너지가 쏠리는가 싶더니 길이만 20미터에 달하는 창을 쏘아냈다.

    신살의 기운은 없지만, 그 창의 창극에 매달린 것은 야토가 만든 무기였다. 그리고 창대에 온갖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그 창이 날아갔을 때 신전의 주위로 거대한 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투명한 막을 보면 그대로 돌진해 갔다면 충돌해서 비행정이 박살 났을 것 같았다.

    쩌저적!

    신전의 보호막에 창이 박히는 순간 균열이 일어났고, 창대에 맺힌 마법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주위를 얼리고 그 위로 치달린 거센 불길이 신전의 보호막을 부수며 구멍을 만들었다.

    그 구멍 안으로 비행정이 들어선 순간 비행정의 모든 동력 기관이 꺼졌다.

    하늘을 날던 비행정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중에 쉐일링이 움직여 부드럽게 비행정을 받아냈다. 비행정의 앞으로 사도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체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셋을 보면서 엘하르트가 미소를 지었다.

    “준비됐나 보군.”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하늘 신전(1)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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