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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37화 (138/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앙트로프 평원 전투(2) >

    엘렌이 반으로 잘려나갔을 때 제이슨은 이미 뇌속의 창을 향해 움직였다. 마스터라고 사사건건 이렇게 끼어들 거라면 이번에 확실히 끝을 내놓은 것이 좋았다.

    어차피 사도랑 싸울 때는 도움도 안 될 수준의 자니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제이슨이 뇌속의 창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미 그와 자신의 차이는 명확했다. 그러니 단숨에 거리가 좁혀졌다. 뇌속의 창도 자신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든 제이슨을 향해 전력을 다한 찌르기를 펼쳤다.

    광휘의 검이 펼치는 찌르기와 다르게 오러가 창처럼 날카롭게 날아든다.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오러 스피어를 보면서 검을 휘둘렀다.

    사선으로 베어낸 검이 그린 궤적의 참격에 오러 스피어는 물론이고 뇌속의 창이 탄 에고 기간트마저 반으로 잘라냈다.

    마스터의 최후라고 보기에는 허망할 정도였지만, 그만큼 제이슨의 실력이 오른 탓이었다.

    제이슨은 그렇게 무너지는 뇌송의 창에게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전장에 시선을 주었다. 그런 제이슨의 귀로 라마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녀를 잡아.

    “그러지.”

    제이슨은 앞으로 달리며 전장을 살폈다. 이번에는 이간책도 실패했고, 적의 수는 두 배가 넘어 세 배에 달한다. 기간트의 수로는 압도적.

    하지만 적들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죽었다.

    그러니 이제 전장의 흐름을 가져올 때였다. 이 전장은 신성 교국의 성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도가 수작을 부린 전쟁.

    인간들의 애꿎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최소한의 피해로 끝내야 하게 생겼다.

    제이슨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의 본진을 향해 달리자 그들의 앞으로 신성 교국의 기간트들이 우루루 달려 나왔다. 그들에게 있어 이번 성녀는 특별했다. 그녀는 신탁을 언제나 받은 상태였기에 진정한 성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를 위해서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수십 기의 기간트들이 철벽과도 같은 방패를 들고 제이슨의 앞을 막고자 했다.

    제이슨은 그런 그들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제이슨이 휘두른 참격이 방패와 함께 기간트들을 베었다. 세상이 반으로 잘려 사선으로 미끄러지듯 앞을 막아섰던 기간트들도 몸이 반으로 잘려 주루룩 미끄러졌다.

    제이슨은 그렇게 앞을 막아선 스무 기의 기간트를 베어내고 그렇게 열린 길을 따라 달렸다. 엘파이트는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빨랐다.

    단숨에 본진과의 거리를 좁혔을 때 하늘에서 신벌이 떨어졌다. 주변에 있는 기간트들과는 상관없이 정확히 제이슨만을 노린 신벌.

    제이슨의 검은 그런 신벌조차 베었다. 신살검은 신벌에 깃든 신력조차 베어낼 수 있었기에 그렇게 베어낸 후에 제이슨은 본진과 더 접근했다.

    광휘의 검이 죽었기에 제이슨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그들이 자랑하는 성기사단이었다. 새하얀 스노우 기사단처럼 그들도 새하얀 기간트들이었는데 그런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그때 신벌이 그런 성기사단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제이슨은 성녀가 드디어 미쳤나 싶었지만 성기사단 열두 기의 기간트는 신벌을 몸에 둘렀다.

    마치 엘렌처럼 몸에 신벌을 두른 그들이 제이슨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는데 그들의 무기에 신벌이 깃들었고, 그들의 기간트 성능이 대폭 상향되었다.

    촤악!

    그러나 제이슨의 검 앞에서는 평등했다. 제이슨의 검이 그려낸 궤적은 신벌을 가르고 그 뒤에 있는 기간트들마저 베어냈다. 열두 기의 기간트가 벌어낸 시간은 잠깐일 뿐이었다.

    그렇게 제이슨은 교황 발데르크와 성녀를 만날 수 있었다.

    제이슨의 엘파이트를 본 발데르크가 겁먹은 채 뒷걸음질 칠 때 성녀는 오히려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발데르크를 지나친 채 제이슨의 앞에 섰다.

    성녀는 제이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홀로 왔군.”

    “혼자는 아니지.”

    “찬탈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녀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라마란스의 흑마법과 카젠, 폴이 난장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잔챙이에 불과했다.

    신력을 다루지 못하는 자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 성녀의 시선이 제이슨에게 고정되었다.

    찬탈자만이 상대라고 여겼다. 지금 사용하는 신벌은 더 강해졌음에도 그걸 혼자 힘으로 베어낸다.

    성녀의 시선이 제이슨이 들고 있는 검을 향했다. 신살의 기운과 더불어 거대화의 권능이 깃들어 있었다.

    “그건 누구의 솜씨지?”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추적할 시간을 벌어줘야 했는데 성녀가 알아서 질문을 던져주니 오히려 잘됐다 여겼다.

    “이건 야토가 만든 검이다.”

    “미친놈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진짜로 신살의 기운을 담은 검을 만들었을 줄은 몰랐군.”

    성녀는 천천히 제이슨을 검지로 찌를 듯 가리켰다.

    “그렇다고 해도 찬탈자 없이 혼자 온 것은 실수한 거야.”

    “네 신벌은 통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제이슨이 성큼 한 걸음을 내딛자 그런 성녀가 손을 옆으로 그었다. 순간 제이슨은 반사적으로 뒤로 뛰어야 했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가 지워졌다.

    제이슨은 조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성녀가 손가락으로 그리는 궤적에 서 있었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을 깨달았다.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지금까지 모은 사도의 수가 꽤 돼.”

    성녀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솔직히 찬탈자가 있었다면 이 정도로 안심하지 못했겠지만, 너는 다르지.”

    성녀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녀는 그렇게 허공에 떠올라 제이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맹약은 우리 사도들에게 강대한 힘을 준다. 하지만 그런만큼 맹약이 깨졌을 때 반동이 크지.”

    서늘한 미소와 함께 성녀가 두 손바닥을 마주쳤다.

    제이슨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가 있던 자리의 공간이 사라졌다. 마치 거대한, 정말로 거대한 누군가가 손뼉을 마주친 것처럼 사방이 박살 나 있었다.

    제이슨은 그 모습에 처음으로 긴장했다. 사도들이 모이면 신력을 다룰 수 있고, 모두가 모였을 때는 인간이나 골렘도 창조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강렬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자들.

    아직 다 못 모았다고 했는데 지금 부리는 신력을 보니 상상 이상이다. 자신의 참격이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지만, 상대가 부리는 신력도 끔찍할 만큼 강했다.

    제이슨은 시간을 더 끌다가는 자신이 죽을 판이라 이제 끝을 보기로 했다. 제이슨이 뒤로 물러나 신살검을 고쳐 쥐는 것을 보고 성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제이슨은 성녀가 다시 한번 손짓하는 순간 그에 맞춰서 검을 휘둘렀다. 지금과는 다르게 자신의 주위 전체를 휘감는 검이었다.

    촤아악!

    마치 꼼꼼한 그물망처럼 제이슨의 주위로 참격이 벌어졌다. 사방으로 쏘아내지는 않았다. 오직 상대가 자신을 노리는 것만 막을 수 있도록 펼친 공격.

    과연 제이슨을 노리고 밀려오던 공간이 사방에서 쪼개져 흩어졌다.

    제이슨은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검을 뻗는다.

    광휘의 검이 펼쳤던 찌르기. 그보다 더 날카롭고 빠른 검이 운명을 뛰어넘어 상대를 향해 나아갔다. 성녀를 단숨에 조각내 버리겠다는 각오로 찌른 검.

    섬뜩하게 날아드는 검을 보고 성녀가 손을 내밀었다. 성녀의 앞으로 새하얀 전격의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제이슨의 검이 그걸 단숨에 꿰뚫었다.

    그리고 그대로 뻗어 나가 성녀의 심장을 노렸다. 성녀가 황급히 양손을 모았다. 제이슨이 찌르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좌우에서 밀려오는 공격에 당할 상황.

    그러나 제이슨은 오히려 미소를 지은 채 검을 찔러 넣었다. 성녀는 분명 엘드라고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엘드라고가 연결을 끊기 전에 죽일 수 있다면 상대에게 충격을 전할 수 있다.

    그래서 제이슨의 찌르기가 그대로 성녀를 찔렀고, 좌우에서 밀려온 거대한 힘이 제이슨이 타고 있는 엘파이트를 공격했다.

    콰앙!

    성녀는 자신의 심장을 뚫은 검보다 제이슨이 자신의 공격을 견뎌냈다는 것에 놀랐다. 제이슨은 그런 성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군.”

    엘파이트는 단순한 에고 기간트가 아니었다. 엘하르트가 성능을 증폭시킨 것에 그치지 않고, 퀸이 강화까지 해준 엘파이트는 단 한 번이지만 신력을 이용한 공격을 견뎌냈다.

    신벌을 직격으로 맞아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함을 지녔다.

    성녀가 입에서 피를 왈칵 쏟으며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성녀와 눈을 마주친 채 말했다.

    “끝이다. 엘드라고.”

    제이슨의 검이 성녀의 몸을 반으로 갈랐을 때 강렬한 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걸 보고 신성 교국의 인물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신이 강림한 것으로 보이던 성녀가 이리도 허무하게 당했다. 그녀가 보였던 모든 것은 신화에 나올 법한 것들. 인간의 몸으로 기간트를 짓이겨 버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들이었기에 기대했는데 그런 그녀가 반으로 조각났다.

    그건 그들에게 있어 신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절망감을 심어 주었다. 당황한 그들을 보고 벡스 공작이 소리쳤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는 자들은 항복을 받아주겠다.”

    제이슨의 시선이 발데르크를 향했다. 그는 제이슨이 탑승한 엘파이트가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무릎에 힘이 풀렸다. 성녀가 보여준 신에 필적하는 힘을 그대로 견뎌내며 성녀를 죽이는 모습은 신을 죽이는 신살자의 것과 같았다.

    발데르크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신성 교국의 남은 자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신벌도 막아내고, 신의 강림과도 같았던 성녀가 죽은 이상 성전의 이름은 더럽혀졌다.

    발데르크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항복하겠소.”

    제이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 교국의 모든 이들을 죽였어야 했던 성전에서 발데르크의 항복 선언을 받아내 사람들을 더 죽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제이슨이 검을 거두는 사이에 그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폴이 다가왔다. 신성 교국의 기간트들이 모두 무릎을 꿇어 더는 난동을 피울 필요가 없었기에 다가온 그가 제이슨을 보며 물었다.

    “어때?”

    “견딜만 해.”

    엘파이트가 으스러지는 줄 알았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무리해서 공격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이 정도 신력을 견뎌낼 수 있음을 알았다.

    어느새 다가온 카젠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돼지 뒷다리 구이를 꺼내서 뜯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힘썼더니 배고프군.”

    곧 라마란스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가만히 제이슨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엘하르트에게 연락은 없나?”

    “아직. 추적이 성공했으면 좋겠군.”

    제이슨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저 멀리 어딘가로 향했던 빛줄기.

    엘드라고는 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제이슨이 라마란스를 향해 말을 꺼냈다.

    “비행정이 필요하겠어.”

    “비행정?”

    “아무래도 엘드라고는 저 하늘에 있는 것 같아서.”

    라마란스는 그 말에 인상을 굳힌 채 대꾸했다.

    “하늘을 나는 비행정의 설계도는 있지만, 고대에도 만들지 못했던 거야. 가능할까?”

    “너라면 가능하겠지.”

    라마란스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만들어 주지.”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앙트로프 평원 전투(2)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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