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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36화 (137/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앙트로프 평원 전투(1) >

    하늘에서 떨어진 강렬한 신벌. 그것이 적들에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신성 교국 측에서 기뻐할 때 신벌이 갈라졌다. 그것은 성녀조차 몸이 굳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늘을 가르며 떨어진 신벌이 다시 갈라졌고, 그곳에 서 있는 기간트가 눈에 들어왔다.

    에고 기간트 엘파이트.

    그랜드 마스터라 불리는 제이슨이 처음 보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신벌 한 번에 올라오던 사기가 뚝 잘려나갔다. 성녀의 인상이 굳어졌을 때 아군 측에서는 블랙 드래곤 용병단과 뇌속의 창이 이끄는 섬뢰 기사단이 달려나갔다.

    최정예 기사단을 이끌고 달려나가는 두 명의 마스터. 그 모습을 보고 성녀가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군. 신벌을 막아낼 수 있다니.”

    “신벌이 막힌 겁니까?”

    당황한 발데르크의 물음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혼자다. 전쟁은 혼자 치르는 것이 아니니 시작하도록 하라.”

    “그리하겠습니다.”

    발데르크가 손짓하자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엘하르트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 그는 이번 전장에 신벌이 내린다면 분명 그 힘을 추적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봉인이 거의 풀렸기에 가능했던 것.

    그런 엘하르트의 말을 듣고 제이슨은 홀로 이곳에 왔다. 다만 엘하르트가 신살검에 자신의 권능을 불어 넣어 줬다. 그거라면 이제 제이슨도 신벌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 확인했다. 제이슨은 자신의 신살검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거라면 사도도 죽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던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적들을 보았다. 뇌속의 창은 알아보았지만, 다른 에고 기간트는 알아보지 못했다.

    검푸른 동체의 에고 기간트. 그걸 바라보고 있으려니 라마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렌이 직접 왔군.

    “그래?”

    사도를 죽일 수 있는 신살검을 지니고 있으니 이건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제이슨이 앞으로 나서며 적들을 바라보았다.

    마스터들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사단도 따라오고 있었다.

    “스노우 기사단.”

    제이슨의 말에 스노우 기사단이 뒤를 따라 나왔다. 제이슨도 앞으로 나서자 황금 창이 뒤쪽에서 날아가 적들에게 꽂혔다. 그 파괴적인 공격이 적들의 진격에 앞서 공격을 가했을 때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아크 리치 마법 좀 보여줘.”

    -이깟 기간트 따위로는 못 막는다는 걸 보여줄 테니 사도나 확실히 처리해. 기회가 왔을 때.

    “그래.”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엘렌을 탄 판톤과 뇌속의 창이 동시에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이슨은 그들의 뒤에서 달려오는 히어로급 기간트들에 시선을 주었다.

    스무 기의 히어로급 기간트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다른 사도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래. 혼자 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제이슨이 곧장 달려서 검을 휘두르자 그에 맞서 달려온 판톤의 검이 부딪쳤다.

    쩌엉!

    제이슨은 상대의 힘을 한 번 가늠해보고자 간을 봤는데 단 일격에 상대의 검에 균열이 일어났다. 상대가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보였지만, 제이슨은 그것 한 번으로 알 수 있었다.

    신살검을 얻기 전에는 꽤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신살검을 얻고 제이슨은 엘하르트와의 대련을 통해 더 강해졌다.

    판톤과 그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때 제이슨의 뒤편에서 적진을 향해 검녹색의 불꽃이 적진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 크지 않았지만, 빠르기는 섬전과 같아 달려오던 기간트가 방패를 들어 막았다.

    화륵!

    방패에 닿는 순간 검녹색의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 불꽃은 기간트의 마법 방어진이 무색하게 태워버렸고, 연달아 주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은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성녀가 손을 내밀자 신성력의 빛이 전장에 퍼져나가며 불꽃을 꺼트렸다.

    검녹색의 불꽃이 사그라지기 전까지 무너진 기간트는 오십 기가 넘었다.

    그리고 라마란스의 마법은 이제 시작이었다. 바닥이 부식성 늪으로 변하며 달려오는 기간트들의 발이 빠지자 녹아내렸다. 결국 성녀의 가호가 그쪽으로 몰려왔을 때 적군의 뒤편에서 기간트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카젠이 적군의 뒤편에 나타나 기간트들을 박살 내며 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좌측에서 기간트들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단 한 기의 골렘. 전사장 폴이 나서며 적들을 산산조각냈다. 20미터의 신장을 지닌 폴이 휘두르는 주먹 하나 발차기 하나 모두 적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되었다.

    전장이 요동치는 것을 보고 트랑 왕국군도 돌진을 시작했다.

    그런 전장의 소용돌이와 상관없이 제이슨은 앞에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

    사도 엘렌과 그의 뒤에 선 스무 기의 히어로급 기간트. 엘페린이 고작 나이트급 기간트만 가지고도 어떤 일을 벌였는지 기억하는 제이슨이었기에 이번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적 중에는 뇌속의 창까지 있었다.

    그 둘의 합공. 오히려 제이슨은 기대가 되었다.

    엘하르트와 대련해온 자신은 어디 수준까지 올랐을까?

    이제 그것을 증명해 볼 시간이다.

    제이슨의 눈빛이 변했고 그의 눈에 운명의 길이 보인다. 그 경로를 본 제이슨이 성큼 검을 휘둘렀다.

    제이슨의 검을 막기 위해 판톤이 검을 마주 휘두를 때 뇌속의 창이 창을 찔러넣었다. 판톤을 구하기 위한 협공 사이로 제이슨은 새로운 길을 읽었다.

    그리고 그 길조차 뛰어넘어 검을 휘둘렀다.

    카캉!

    판톤의 검이 튕기는 순간 그 반탄력으로 제이슨의 검이 뇌속의 창을 쳐냈다. 뇌속의 창은 자신의 찌르기가 이렇게 간단히 튕겨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가 다시 날아드는 검을 보고 황급히 뒤로 몸을 눕혔다.

    콰직!

    판톤이 돕겠다고 검을 다급히 뻗지 않았다면 단 일 합에 뇌속의 창은 죽을 뻔했다.

    식은땀을 흘린 뇌속의 창은 그제야 자신과 제이슨의 차이가 아득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전장을 이탈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동시에 히어로급 기간트들이 제이슨을 향해 공격을 퍼붓지 않았다면 뒤로 물러나는 것도 불가능했으리라.

    제이슨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일사불란한 무기들을 보면서 수호검이 이래서 힘들었겠구나 중얼거리며 한발 물러났다. 그리고 제이슨이 휘두른 참격이 세상을 반으로 갈랐다.

    실력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무기의 영향도 컸다. 인첸트까지 걸어놓은 무기가 참격 한 번에 모조리 두 조각이 났다. 그리고 히어로급 기간트 또한 반으로 잘려나간 상황.

    엘페린의 힘을 부리면서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눈치 빠르게 위로 솟구쳤던 판톤만이 살아남았다. 판톤이 허공에서 몸을 트는 순간 하늘에서 신벌이 떨어졌다.

    아마도 시간을 끌려는 것 같지만 어림없다. 이미 한 번 상대해본 신벌. 신살의 기운이 있는 신살검으로 충분히 베어낼 수 있다.

    제이슨이 자세를 잡을 때 판톤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검으로 신벌이 내리꽂혔다.

    파지지직!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신벌을 몸에 두른 판톤이 바닥에 내려섰다. 그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신벌의 가공할 기운.

    그리고 본격적으로 할 마음인지 엘렌의 몸에도 신력이 모여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할 마음이 생겼나 보네.”

    이쪽에서 신력을 쏟아낸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자신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엘하르트가 적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이제는 질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 자신은 퀸의 가호와 함께 엘하르트의 도움으로 엘파이트도 강화된 상태였고, 스스로도 이제 크지는 않지만 신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창조의 힘과 신살 검에 깃든 신살의 힘.

    상반되는 두 힘을 가진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엘렌을 향해 마주쳐갔다. 그녀의 검을 따라 뻗어 나오는 신벌은 주위를 쓸어내기에 제이슨은 그것을 잘라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뒤따라 나온 스노우 기사단이 위험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제이슨이 신벌을 잘라내고 반격을 가할 때 엘렌의 검이 날아들었다.

    벡스에게도 패했던 엘렌이 아니다.

    신력을 다루는 데다가 그녀는 이제 판톤과 맹약을 맺어서인지 그가 조종하는 덕분인지 검술도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제이슨은 조소를 머금었다. 신벌을 머금었다고 해도 신력을 다룬다고 해도 이전처럼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분명 자신을 상회하는 속도였고, 그 속도에 더해 검이 날아들었기에 위험성은 증가했다.

    카캉!

    그러나 뒤로 밀리는 것은 오히려 엘렌이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끌어다 쓰는 신력은 다섯 명분이다. 전보다 더 많은 양. 게다가 지금은 신벌을 몸에 둘렀다. 그건 엘카소의 인첸트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맹약을 맺은 판톤의 검술도 분명 뛰어났다. 그랬기에 당연히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제이슨은 새로운 검을 들고 왔고, 그가 펼치는 검술은 그녀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엘하르트도 없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쯔걱.

    신벌을 담은 검으로 막아내 보았지만, 이번에는 검이 잘려나가며 옆구리가 크게 베였다. 연달아 내리쳐 오던 검은 뇌속의 창이 뻗은 창 때문에 검로가 틀어져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뒤로 훌쩍 물러난 엘렌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옆구리에 베인 곳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끔찍했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것.

    판톤과 함께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시간을 끌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자신이 왔고, 다른 이들은 남은 사도들을 찾고 있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한 합조차 받아내기 힘들었다. 그만큼 상대가 강했다.

    [물러나야겠다.]

    판톤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상대는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수준의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니 도망쳐야 할 때다.

    “할 수 있다면.”

    엘렌이 고개를 끄덕이고 엘카소가 보내준 마법진에 신력을 불어넣었다. 신력을 주입하면 즉발형 마법진이었다. 그들의 영지로 돌아갈 수 있는.

    그렇게 마법진에 신력을 불어넣는 순간 제이슨의 신살검이 날아들었다. 검이 없는 상황. 몸에 두르고 있던 신벌을 쏘아내 시간을 끌고자 했다.

    그런데 이미 몇 번이나 신벌을 베었던 제이슨이었기에 그 신벌을 더 빠르게 갈랐다. 아니 오히려 그 격류를 거슬러 오르는데 오히려 더 속도가 오르는 느낌이었다.

    즉발형 마법진이 발동하던 중에 옆구리에 입었던 상처가 저릿거렸다. 그곳에 깃든 기운이 신력에 저항해서인지 즉발형 마법진이 발동되지 않았다.

    그렇게 공간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신살검이 도달했다.

    촤악!

    엘렌의 몸이 반으로 잘렸다. 반으로 잘린 순간 엘렌은 직감했다.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그 안으로 파고드는 신살의 기운.

    자신은 살아남지 못함을 알았다. 그래서 엘렌은 흩어지는 신력을 이용해서 기적을 보였다. 자신의 맹약자 판톤을 공간 이동시켰다.

    “안 돼!”

    판톤이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엘렌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자신은 이리 죽어도 판톤은 살릴 수 있었다.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맹약이 끊어지는 것이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자신의 목숨보다 다른 이를 살리고자 하는 것.

    나쁘지 않았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앙트로프 평원 전투(1)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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