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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35화 (136/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성전(3) >

발데르크는 자신이 들은 보고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슨 소린가?”

“집결지마다 일어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병과 중독, 그리고 저주로 벌써 집결지에 모인 인원의 절반 이상이 죽었습니다.”

“발병한 지 얼마나 됐는데?”

“오늘이 3일 차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죽었다고?”

“대략 모인 인원들의 6할 이상이 죽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전쟁을 치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집결지에는 대신관 이상이 나가 있기로 되어 있지 않나?”

“그들 중 태반이 죽었습니다.”

발데르크는 헛웃음을 흘렸다.

“대신관이 풀지 못하는 독과 질병, 저주라는 건가?”

“예.”

발데르크의 안색이 굳어졌다. 질병과 독, 저주는 분명 흑마법의 소행이다. 그런 흑마법으로 끔찍한 일을 벌였으니 적국에 대해 맹렬한 비난이 쏟아질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상대는 신성 교국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흑마법으로 공격할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그걸 신성 교국에서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성 교국의 대신관까지 당해 죽었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걸 막지 못하면 신성 교국은 성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멸할 판이었다.

발데르크가 인상을 굳힌 채 말했다.

“대주교라도 보내서 처리하라 그래.”

“그게··· 대주교 두 분이 가셨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고작 사흘 만에 모인 병력의 절반이 넘게 죽었다. 대신관의 피해도 피해지만, 대주교의 죽음은 치명적이다. 성전이나 되니 동원할 수 있었던 고급 전력들이었는데 싸우기도 전에 죽어 나가고 있다.

성전이라고 선포하고 고작 며칠 만에 병력의 태반을 잃었다. 그것도 흑마법에게.

이런 꼴을 보기 위해서 성전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발데르크가 참담함을 숨기지 못했을 때 문이 열리고 성녀가 들어왔다.

“내가 가겠다.”

발데르크가 인상을 굳힌 채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왜 안돼?”

“성녀의 죽음은 다른 이들과의 죽음과는 다릅니다. 성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겁니다.”

성녀는 그 말에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나 보군. 그것들은 내가 끊어내겠다.”

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성녀를 바라보고 발데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좋은 생각이군. 가자.”

성전은 시작도 하기 전에 막을 내릴 뻔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흘 만에 질병과 중독, 저주를 해결했다. 물론 그사이에 7할이 넘는 이들이 죽었다.

성녀가 나서서 그 모든 것을 다시 해결하자 남은 이들은 다시 사기를 불태웠지만, 주변국들의 불타올랐던 분위기는 비를 맞은 것처럼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

성전이라는 이름에 대륙이 숨을 죽였었는데 이제는 그 위세가 줄었다. 그래서인지 카이트 국왕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성전이라는 것 때문에 솔직히 기가 질렸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카이트 국왕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흑색 마탑이 한 일인가?”

“예.”

“놀랍군. 대신관도 대주교도 어쩌지 못하는 질병, 저주, 독을 만들어낸 건가?”

“예. 하지만 성녀가 그걸 해결했더군요.”

“이번 성녀는 지금까지의 이름만 성녀이던 것과는 다르네.”

카이트 국왕은 신랄하게 성녀에 대해서 말하고는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그래도 자네 덕분에 부담이 크게 줄었네.”

성녀의 이름을 더욱 돋보이게 했지만, 집결지에 모였던 신성 교국의 병력들 대부분이 죽어 나갔다. 이 정도 끔찍한 살육이 벌어지면 주변국들에서 성토할 일인데 성전에서 흑마법으로 그들에게 한 방 먹인 덕분에 오히려 트랑 왕국에 대한 평은 좋아진 상황이었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계십니까?”

“저들이 워낙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우리도 우선 기간트 라이더들만 모을 생각이네. 그래도 병력의 열세는 어쩔 수 없겠어.”

“하긴 적들은 마스터만 둘이라고 하더군요.”

“괜찮겠나?”

제이슨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고맙군. 자네가 없었다면 이번 전쟁은 하기도 전에 포기했을지도 몰라.”

“저야말로 고맙죠. 솔직히 공국의 병력은 얼마 안 되니까요.”

스노우 기사단은 최정예 기사단이었다. 일반 병력들도 치안을 유지할 정도로만 키웠지 이렇게 전쟁을 대비할 정도로 키우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트랑 왕국 내부의 성들을 모아서 만든 공국이라 그런지 제이슨도 느슨하게 관리했으니까.

“트랑 왕국과 하르트 공국은 하나일세. 그런 말 말게나.”

제이슨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전장은 정해진 겁니까?”

“대충은 정해졌네. 워낙 대규모 기간트가 모일 대회전이라 앙트로프 평원이 되겠더군.”

“시간 내에 이동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미 준비는 끝났네. 그쪽으로 기간트 라이더들을 보냈으니 걱정할 건 없을 걸세.”

“성전의 시작이자 끝이겠군요.”

“병사들도 오고 있기는 하지만 대회전이 끝나고 나면 그들도 성전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크네. 만약 그래도 싸우겠다고 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네.”

“알겠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준비하고 전장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세.”

제이슨이 떠나고 나자 카이트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전의 시작에 재를 뿌리고 시작하는 덕분에 어느 정도 승산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도 지원을 보내는 곳이 없나?”

“은밀하게 협조하겠다는 곳은 있습니다.”

“눈에 띄기는 싫다는 말이군.”

신성 교국의 승산을 높이 보았던 이들이 이제는 슬슬 줄을 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적들이 준비를 한다는 점이었다.

고작 7일이 지났는데 7왕국 연합의 기간트 라이더들과 신성 교국의 기간트 라이더들이 모두 모였다.

패전국들에서도 기간트들이 모이고 있는데 저들이 모두 모이는 데는 며칠 남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어찌나 서둘러 병력을 모았는지 모른다.

그러니 아직 다른 왕국의 협조를 얻지 못해 병력의 열세를 면할 수 없었다.

적어도 다섯 개 왕국의 기간트가 모인다. 몇 번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영토를 넓혀왔지만, 병력의 수급은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막대한 전쟁 보상금들을 통해서 기간트들을 구매하고 그걸 통해서 병력을 늘릴 계획이지만, 그걸 시행하기 전에 일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대충 산출한 병력 계산에서 적어도 세 배 정도 차이가 났다. 게다가 적들은 광휘의 검은 없지만 새로운 마스터라고 말하는 묵룡검과 뇌속의 창이 있다.

제이슨이 마스터를 베고, 뇌속의 창을 꺾으며 이제는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해도 두 명의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제국이 나서지 않고 지켜만 보는 상황에서 이 병력의 열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흑색 마탑이 보여주었던 저 대단한 대신관과 대주교조차 막지 못했던 가공할 질병과 독, 저주 때문일까?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적들을 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좋아. 전쟁을 준비해 보자고.”

앙트로프 평원.

기간트 라이더들만 이동한다면 공간 이동을 이용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기습 작전이 성공할 수도 있었고.

성전을 준비하는 만큼 신성 교국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앙트로프 평원에 병력을 집결시켰다. 신성 교국이 준비한 기간트는 히어로급 기간트 스물두 기와 나이트급 기간트 152기, 워리어급 기간트 1220기였다.

그리고 7왕국 연합에서 지원을 나온 히어로급 기간트 12기와 나이트급 기간트 82기, 워리어급 기간트 420기가 준비되었다.

패전국들이 모아 온 기간트는 모두 나이트급 기간트 120기와 워리어급 기간트 632기가 준비되었다.

모두 합쳐 히어로급 기간트만 24기에 나이트급 기간트 354기와 워리어급 기간트 2272기가 준비되었다.

제국에서도 감히 구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양의 기간트들이 동원되었다. 이번 전쟁에는 일반 병사는 지원해주지 않았는데 그것은 이번에 트랑 왕국에서 보여준 흑마법에 겁을 집어먹은 탓도 있었다.

그런 신성 교국을 상대하기 위해 모인 트랑 왕국의 병력은 그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히어로급 기간트는 고작 세 기에 불과했고, 나이트급 기간트는 122기에 워리어급 기간트 700기에 불과했다. 그것도 은밀한 지원을 받아서 만든 머릿수였다.

아무래도 전장에서 오랫동안 싸웠던 이들은 구하지 못해서 지금 당장은 전쟁 경험조차 얼마 없는 이들에게 기간트를 사서 태워준 것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전장에 참여한 발데르크의 표정에는 묘한 흥분이 서려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신탁을 이루고 성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발데르크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그곳에는 세상을 달관한 표정의 성녀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위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성녀가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는 신이 도울 테니까.”

그 말에 발데르크는 긴 숨을 토해냈다. 지금까지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던 신이 도움을 준다면 질 수 없는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발데르크의 시선이 반대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블랙 드래곤 용병단장 묵룡검 판톤이 서 있었다. 그의 검푸른 빛이 감도는 거대한 에고 기간트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에고 기간트였다.

그뿐인가?

그의 뒤편에 서 있는 스무 기의 히어로급 기간트. 이번에 구해달라고 해서 급하게 구한 히어로급 기간트 스무 기는 전부 검은색으로 도색되어 있었다.

블랙 드래곤 용병단의 부활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저들이 얼마만한 성과를 내줄지 모르겠지만, 이쪽은 마스터가 둘이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제이슨이라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이 한 번의 전쟁에 대륙의 패권이 결정되겠군.”

발데르크는 이번 전쟁이 뭘 의미하는지 명확히 이해했다. 이번 전쟁에서 신성 교국이 신벌을 이용해 승리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입은 피해조차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면 더는 트랑 왕국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들은 왕국이 아니라 제국이 될 수 있다.

지금 제국이 나서지 않는 것은 나서는 것보다 지켜보기를 택한 것이지만, 만약 이번 전쟁에서 트랑 왕국이 승리한다면 더는 그들을 견제할 수 없게 될 거다.

마스터 둘을 상대해 이긴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로 싸움을 걸 수도 없을 테니 대륙에는 새로운 제국이 탄생하게 될 터였다.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이기는 자는 대륙의 패권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

“이제 시작하지.”

성녀의 말에 발데르크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하자 병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연합군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들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하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압도적인 전력이 움직이다 보니 그 자체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에 비하면 상대의 전력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들도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갔다. 그들의 선두에 선 이를 보고 성녀가 눈을 반짝였다.

“시작하자고.”

성녀가 손가락으로 트랑 왕국군을 가리켰을 때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마른하늘에 떨어지는 새하얀 빛줄기. 그 빛줄기는 신벌이었다.

그렇게 떨어진 신벌이 전쟁의 개막을 알렸다.

트랑 왕국군 위로 신벌이 내렸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성전(3)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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