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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34화 (135/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성전(2) >

제이슨은 곧장 카이트 국왕을 찾아갔다. 란진 왕국을 점령하면서 가뜩이나 바빴지만, 제이슨의 방문을 마다하지는 않았다.

독대를 허락한 카이트 국왕은 제이슨이 찾아온 것에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반겼다.

“한창 바쁠 텐데 어쩐 일로 찾아온 건가?”

제이슨은 카이트 국왕이 아직 신성 교국에서 벌인 일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성전이 벌어질 거라고 합니다.”

“성전? 신성 교국의 이야기인가?”

“예. 7왕국 연합은 물론이고 패전국들까지 긁어모아서 온다고 하는군요.”

“어디서 들은 건가?”

“수호검이 알려줬습니다.”

카이트 국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직접 전해줬다는 것은 다른 도움은 줄 마음이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그럴 수도 있겠죠.”

카이트 국왕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성 교국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고, 그들을 대신해 제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왕국이 되고자 했다.

란진 왕국까지 먹은 정도로는 부족했지만, 패전국들을 쥐어짜다가 은근슬쩍 그들의 영토도 집어삼키고 나면 제국이라는 이름을 걸어도 못할 것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제국도 그걸 알았음인가?

성전이라는 것을 신성 교국에서 벌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는 이 기회에 양패구상을 당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성 교국에서 성전을 벌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승리했다.

성전이라는 이름이 걸리면 신성 교국의 모두가 움직인다. 광신도들이나 다름없는 그들이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일 때는 자폭도 서슴지 않는다.

그야말로 끔찍한 전쟁이 벌어질 터.

“자네도 참전할 생각인가?”

“그럴 생각입니다.”

“다행이군.”

제이슨은 차분하게 말했다.

“흑색 마탑의 도움도 얻을 것이고 총력을 다해서 전쟁을 치를 생각입니다.”

“다행이군. 제국이 돕지 않는다고 해도 해볼 만하겠어.”

제이슨은 잠시 숨을 죽이고 말했다.

“하지만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뭘 말인가?”

“성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전쟁들.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했는지 잘 아실 겁니다.”

“그래. 정말 씨를 말려야 했지.”

신성 교국의 마지막 한 명까지 죽인다는 각오가 없다면 성전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했다. 제이슨의 말을 들은 카이트 국왕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 정도 각오는 했으니까.”

“승리한다고 해도 좋은 평은 듣기 어려울 겁니다.”

카이트 국왕은 미소를 지었다.

“역사는 승리자의 전유물이네. 걱정하지 말게.”

“그럼 저는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하겠습니다.”

“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도록 하지. 성전을 벌이겠다고 마음먹었어도 그들이 이곳까지 진군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네. 게다가 성전이라고 했다면 그들은 일반 병사들까지 모두 동원할 테니 그들의 진군 속도를 생각하면 그리 빠르지는 않을 걸세.”

“그렇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이슨이 돌아가자 카이트 국왕은 마음을 굳혔다. 이번 전쟁이 고비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트랑 제국이라는 이름을 달아도 제국에서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한다.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할 방법이 필요했다.

“벡스 공작을 불러라!”

새로운 성녀의 등장과 신탁에 대해서 알릴 때 블랙 드래곤 용병단의 단장이었던 판톤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 전과는 다른 분위기.

신탁에 내려왔던 마스터.

발데르크는 그가 신탁과 관련된 순간부터 가벼이 대할 수 없었다.

“바라는 것이 있소?”

“히어로급 기간트를 최대한 많이 구해주시오.”

“그걸 운용할 오러 유저들이 없소.”

“그건 내가 알아서 하리다.”

성전이라는 것은 총력을 다한다는 것. 당연히 골드도 아낌없이 사용한다.

“알아보겠소.”

히어로급 기간트는 오러 유저가 아니면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그런 만큼 여유분으로 많이 만들어 놓지도 않는다.

그래도 모조리 긁어모아서 살 계획이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소?”

“나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오. 다만 언제 시작할지 알려주시오.”

“성전에 대한 소식은 대주교들이 모두 전했소. 각 성에서 기간트들을 끌어모을 것이고 그 준비 기간은 5일. 그리고 7왕국 연합과 합류하는 것은 7일 후. 그리고 기간트 라이더들만 이동해서 패잔국들의 병력과 트랑 왕국의 새로운 국경에서 합류하는 것은 십 일 후요.”

판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 알고 있겠소.”

판톤이 걷는 옆으로 엘렌이 환영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판톤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일단 만나보자.”

판톤이 간 곳은 성녀의 방이었다. 새로이 성녀가 된 소녀. 곁을 지키던 성기사들이 그녀의 손짓에 물러났다. 하지만 온전히 시야에서 물러나지는 않았다.

이미 성녀를 납치당한 그들은 전보다 훨씬 주의 깊게 성녀를 살피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성녀는 신탁을 받은 상태로 계속 지내는 중이었다. 성기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판톤은 그런 성녀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앞으로 십 일 후에 전쟁이 벌어질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 알고 준비하겠다.”

“더 전할 말이 있으십니까?”

“그 안에 모든 것이 준비될 것이다.”

“그럼 그리 알겠습니다.”

판톤이 기도하는 탑을 나와서는 훌쩍 몸을 날렸다. 단숨에 기도하는 탑의 정상에 올랐지만, 그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신탁의 예언대로 찾아온 이였고, 그의 능력은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으니까.

판톤은 지붕 위에 앉아서 물었다.

“그가 정말로 그렇게 강하다면 이길 방법이 없는 것 아냐?”

어느새 판톤의 뒤에 나타난 엘렌이 그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건 시간을 끄는 거야. 찬탈자가 인간과 함께라면 이번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약은 수를 쓰는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니까.”

“그런가?”

판톤은 엘렌에게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이슨과 검을 마주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잘해야 다섯 번이나 버틸 수 있었을까?

검을 든 이래로 그 정도로 뛰어난 검은 처음 보았다.

“그래도 다시 붙을 기회가 생긴다니 다행이군.”

“또 싸워보고 싶어?”

“그래. 그것 때문에 이곳에 온 거니까.”

엘렌은 그런 판톤을 가만히 끌어안아 주었다.

카이트 국왕이 연합군을 형성하려고 했지만, 성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다들 이번에는 함께 하고자 할 마음이 없는 듯 발을 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성전은 신성 교국의 모든 국민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이지 않는다면 이길 수 없는 전쟁. 지금까지 대륙에서 몇 번이나 있었던 성전이 모두 신성 교국의 승리로 끝난 것에는 그런 이유가 가장 컸다.

누구도 그 무거운 혈겁의 무게를 짊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이트 국왕이 벡스와 함께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을 때 제이슨도 일행과 함께 흑색 마탑에 모였다.

“신성 교국의 전력은 우리를 아득히 넘어서. 사도들이 우리를 막는다면 질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제이슨의 말에 라마란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너 혼자서도 모두 죽일 수 있잖아.”

라마란스의 말에 엘하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의 검을 더럽혀서 좋을 것은 없다. 신살검은 신을 베기 위한 것. 인간의 피로 더럽힐 수는 없지.”

카젠이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설마 우리끼리만 싸우라는 거야?”

엘하르트의 시선이 카젠을 향했다.

“왜? 못하겠어?”

카젠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쪽에서도 뭔가 나올 거잖아.”

“저쪽에서 최고의 전력이 나온다면 그들은 사도들일 테고 사도는 나와 제이슨이 맡는다.”

“하긴 그러면 되겠군.”

제이슨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준비는 해두겠지만, 이곳을 지키는 것은 스노우와 쉐일링이 할 일이야. 사도들이라고 해도 쉽게 들어오지 못할 방법이 필요해.”

“못할 것은 없지.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리겠군.”

“성전이라고 해서 병사들은 뒤를 따라오겠지. 기간트 라이더들이 먼저 올 거야.”

라마란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하나만 묻자.”

“뭔데?”

“정말로 신성 교국의 인간 하나도 안 살려둘 거야?”

“그래야 한다던데?”

엘하르트는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그들의 신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꼭 그런 건 아니지. 솔직히 사도들이 인간들에게 있어 신은 맞잖아.”

엘하르트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수천 년간 신으로 군림해 왔던 엘드라고를 신으로 당연히 믿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 죽이게?”

라마란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과연 신이 얼마나 도와줄지 궁금하군. 내가 손을 쓰면 분명 신벌이 내려올 것 같은데 같이 가주겠나?”

“그런 거라면 어려울 것 없지.”

이미 로크가 손을 쓰는 것은 봐왔다. 다만 아크 리치인 라마란스가 손을 쓰는 것은 어느 수준 정도일지 모를 뿐이었다.

“병사들이 집결된 곳에 가서 한 번씩 손을 쓰면 돼. 그러면 적들의 진군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좋아. 그럼 가보자.”

그 말을 듣고 라마란스가 제이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제이슨이 돌아보자 엘하르트가 담담히 말했다.

“네가 위험하면 언제든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출발해.”

“그래.”

라마란스와 제이슨의 몸이 빛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곳을 보고 카젠이 엘하르트를 돌아보았다.

“이번 성전에는 우리가 나서라는 건가? 그래도 되겠어?”

“왜? 못할 것 같나?”

“그런 건 아니지만, 솔직히 우리는 흘러간 시대의 유물들이잖아.”

엘하르트가 그 말에 픽 웃고는 말했다.

“너희를 제이슨이 꺼낸 순간부터 너희는 이 시대를 살아가게 된 거다. 사도들을 죽이는 것이 너희의 목적이지만, 저들의 술수에 놀아줄 마음이 없으니 저들이 끄는 시간은 너희가 맡아라. 나는 그사이에 놈들을 처리할 방법을 찾을 테니까.”

“저들의 의도대로 안 놀아주겠다는 건가?”

“그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어울려 주지.”

“그래. 믿는다.”

공간 이동해서 나타난 곳은 신성 교국의 병사들이 집결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들이 어찌나 사나운 기세를 풍기고 있는지 광기가 물씬 느껴졌다.

제이슨은 그걸 내려다보며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저런 놈들이라면 사기는 문제가 아니겠군.”

목숨이라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 병사들이 모이고 있었다. 몇 개의 성마다 집결지를 정해서 모으고 있는데 각 집결지마다 대략 3만 이상의 병력이 모이고 있었다.

다 모인다면 못해도 30만은 될 것 같았다. 병사 동원 능력은 제국조차 압도하는 곳이 신성 교국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성전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으니 더 큰 문제다.

“어떻게 할 거야?”

“저들을 한 번에 죽여서는 의미가 없지.”

“그럼?”

“저들에게 공포를 남겨줘야 해.”

라마란스가 씨익 웃으며 품에서 약병들을 꺼내들었다.

“저주와 질병, 독등 신성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그들이 믿는 신이 얼마나 무능한지 깨닫게 될 거다.”

“신성 주문으로도 어떻게 못 하는 것들이 있어?”

라마란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나 아크 리치야.”

그렇게 말한 라마란스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자 바닥이 갈라지면서 꿈틀거리며 튀어나오는 것들이 있었다. 어른 팔뚝만 한 두께의 괴물들을 소환한 라마란스가 그들에게 초록색 약병을 열어 뿌리자 그걸 받아먹은 것들이 금세 땅을 파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라마란스가 말했다.

“이곳에는 독. 아마 내일부터 중독이 시작될 거다. 하루에 30%씩 줄어들 거다. 매일 그렇게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성전을 부르짖나 보자고.”

제이슨은 라마란스를 전쟁에 끌어들인 것이 잘한 일인가 잠깐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승자가 역사를 기록한다고 했지만, 이 정도 대규모 흑마법으로 적들의 씨를 말린다면 그때도 과연 승자의 기록이 남을까 싶었다.

“뭐 뒷일은 국왕 전하가 알아서 할 일이지. 다음은?”

“다음은 저주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성전(2)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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