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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32화 (133/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신살검(2) >

    엘젠트는 주위를 돌아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스스로 봉인도 되지 않고 떠돌아 네가 바라던 경지를 얻지 못했나?”

    엘젠트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그 경지에 오른 줄 알았다. 이렇게 패하지 않았다면.”

    엘드라고는 그런 엘젠트를 향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찬탈자가 깨어났다.”

    “그랬다고 들었다.”

    “그와의 싸움을 도와다오.”

    “내가? 이만한 힘을 갖춘 네가 어떻게 못 할 정도인 건가?”

    “찬탈자의 힘은 알잖나.”

    엘젠트는 과거를 회상했다. 고대에 신에게 대적했던 찬탈자. 그의 강함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그 힘에 감탄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수련해 왔는데.

    그런 그와 다시 싸울 기회가 생긴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나서서 싸울 생각이었다. 다만 그건 자신이 죽어도 좋다는 거지 이렇게 사도들이 모여서 공격할 마음은 아니었다.

    엘젠트의 마음을 읽은 엘드라고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더 좋은 싸움을 만들어주기 위해 구했어. 그러니 내가 원하는 곳에서 싸워주게.”

    엘젠트는 그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찬탈자와의 싸움에 자신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다. 가능하면 그 와중에 신력을 이용해 최선을 다한 싸움이 가능하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구했을 때 이미 그만큼을 생각해 놓고 벌인 일이리라.

    “그러지.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빚도 갚아야지.”

    엘젠트의 시선이 엘카소와 엘렌을 향했다.

    “그런데 저 친구는 누군가?”

    엘젠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판톤이 서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를 보면서 묻자 엘렌이 판톤의 목을 끌어안으며 답했다.

    “내 맹약자.”

    “맹약? 그런 걸 왜 맺는 건가?”

    “안 맺어 본 네가 할 말은 아니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테니까.”

    엘젠트는 픽 웃고는 물었다.

    “엘페린은?”

    “그는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힘은 빌려주기로 했네.”

    엘젠트는 거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찬탈자와 싸우려면 사도가 다 모여도 쉽지 않을 거야.”

    “그래. 알고 있어. 그래서 지금 엘카소와 저들이 힘들게 찾고 있는 거고.”

    엘젠트는 어깨를 으쓱인 다음에 말했다.

    “그보다 저 친구 좀 빌려줘.”

    제이슨의 칼을 받아냈던 판톤을 빌려달라는 말에 엘렌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겠어?”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판톤이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검을 익힌 그에게 있어 엘젠트는 그 오랜 시간을 수련해온 구도자였으니까.

    성으로 돌아왔을 때 제이슨은 승전보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나서서 엘젠트를 처리했지만, 그가 없이도 연합군을 무너트릴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합군에서 트랑 왕국의 편에 선 왕국들에 대해서는 불가침 협약을 맺었고, 그 외에 다른 왕국들에 대해서는 전쟁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지금 당장 군사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순순히 전쟁 보상금을 내놓기로 했다. 제이슨이 비록 나서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가 없어도 몰려있던 오러 유저들을 죽인 스노우 기사단에 대한 소식을 들었으니까.

    그들은 전원이 오러 유저가 아님에도 오러 유저들, 히어로급 기간트를 상대할 수 있는 기간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소문이 났다.

    그렇게 돌아온 스노우 기사단에게 포상금이 전해졌다. 그들이 처리한 기간트들의 대한 소유권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따로 포상금이 주어졌는데 그 골드가 무려 1,000만 골드였다. 히어로급 기간트 열 기를 살만한 골드였지만, 란진 왕국을 손에 넣은 데다가 연합국의 전쟁 보상금은 넘치도록 많아서 그것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제이슨은 스노우 기사단이 받아온 포상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들이 가져온 기간트도 골드를 주고 구입해서 흑색 마탑의 연구 자료로 넘겨줬다.

    라마란스는 기간트의 전투 보조 에고를 잘만 이용하면 엘페린이 썼던 것처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얻은 기간트들을 모두 그에게 넘겼다. 대신에 그렇게 번 골드로 스노우 기사단원들은 가족들에게 골드를 보냈다.

    전쟁이 끝났고, 그들의 공적을 인정해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주었다.

    스노우 기사단의 대부분이 휴가를 떠났지만, 그들은 고작 사흘 만에 모두 돌아왔다. 그런 그들은 다시 맹훈련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번에 얻은 것이 커서인지 몰라도 그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들은 이번 전쟁에서 확실히 깨달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간트의 성능을 아직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음을 알았기에 그들은 치열할 정도로 수련에 집중했다.

    그런 그들 덕분에 훈련장은 소란스러웠다. 펠릭스도 스스로 이번에 깨달은 것이 있는지 그들을 정말 죽일 듯이 굴렸다.

    제이슨은 스노우 기사단을 자신을 대신할 칼로 키우는 중이었다. 그래서 펠릭스가 원하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상대해 주었다.

    실력 차이가 완연히 나지만 싸우다 보면 머릿속이 비워지기에 그와의 대련도 마다치 않았다. 그리고 그와의 대련뿐만 아니라 제이슨은 이번에 엘젠트와의 전투도 복기했다.

    그와의 대련 중에 얻었던 깨달음. 그것은 운명조차 자신의 뜻대로 바꾸는 경지였다.

    제이슨은 홀로 그 전투를 복기해 보고는 명확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만한 경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 자신과 대련해줄 상대가 필요했다.

    제이슨은 그래서 엘하르트를 불렀다. 이번에 얻은 신살검을 통해서 봉인을 풀던 엘하르트는 제이슨의 부름에 흔쾌히 나섰다. 그렇게 마주한 엘하르트가 제이슨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말했다.

    “많이 늘었군.”

    “아직 부족해.”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엘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가 먼저 대련하자고 요청한 것을 보면 뭔가 필요한 것이 있나 보군.”

    “이번에 엘젠트와의 대련 중에 얼핏 본 것이 있는데 그걸 확인해 보려고.”

    “카젠을 안 부른 것을 보면 내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맞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

    엘하르트는 시간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섰고, 그런 그를 향해 제이슨이 미소를 지은 채 성큼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앞에 보이는 운명의 길.

    엘하르트의 실력이 아직도 압도적인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제이슨은 그 간격을 좁힐 방법을 이번에 보았다.

    제이슨의 검이 그 궤적을 따라가지 않고, 성큼 그 간격을 지웠다. 그건 엘하르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이었다.

    쩌엉!

    엘하르트가 뒤로 물러나는 걸 보고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어때?”

    “이거 예상 밖이군.”

    엘하르트는 제이슨의 성장에 순순히 감탄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고대에도 이 경지에 이른 인간은 없었다.

    이 경지에 든 인물은 오직 자신. 찬탈자인 자신밖에 없었다.

    운명은 엿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안에서 그걸 비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엘하르트는 기고만장한 제이슨을 향해 미소를 지은 채 검을 들었다.

    “다시 하자.”

    제이슨은 재차 달려들면서 검을 날렸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운명의 길을 새로 그리며 뻗어 나가는 검의 앞에 새로운 벽이 나타났다.

    그것은 제이슨이 새롭게 그리는 운명의 길을 중간에 잘라내고 나타났다.

    꽈앙!

    제이슨은 뒤로 주루룩 밀려나서는 엘하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은 채 그를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네가 이 수준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만 여기까지 온 이상 제대로 해보자.”

    제이슨은 엘하르트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하긴 너무 쉽다 했다.”

    엘젠트조차 놀란 경지. 그 경지에서 제이슨은 스스로에 만족했지만, 엘하르트는 그보다 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조차 따라잡는다.

    “제대로 붙어보자.”

    제이슨이 전력을 다해 엘하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까지는 지도 대련을 해주던 엘하르트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만 싸울 수 있는 제이슨의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짓고는 마주 검을 휘둘렀다.

    바닥에 쓰러진 제이슨을 향해서 엘하르트가 웃으며 말했다.

    “너 이거 기간트를 타고도 가능하겠냐?”

    “기간트를 타면 더 잘할 수 있지.”

    제이슨 스스로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기간트에 오르면 실력이 더 늘어난다. 마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엘하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에게 내 권능 중 일부를 내줄 테니 그걸 써봐라.”

    “네 권능?”

    “이제 봉인을 많이 풀어서 내 권능 중 하나를 쓸 수 있다. 대형화.”

    “대형화?”

    고개를 끄덕인 엘하르트가 제이슨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이슨의 가슴에 닿은 손길을 통해서 신력이 전해진다. 이제 이것은 신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 힘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신살검. 이걸로 키워봐라.”

    제이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엘파이트를 소환했다. 엘파이트에 오른 제이슨은 자신의 신살검을 꺼내 엘파이트의 손에 쥐여줬다.

    아무래도 제이슨의 손에 맞춰 놓은 크기라 그런지 장난감을 든 것 같았다.

    “내 권능을 써봐라.”

    제이슨은 그 말에 눈을 감고 그 힘을 끌어냈다. 심장에 깃든 기운이 뿜어져 나와 엘파이트의 컨트롤러를 타고 전해졌다.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더라니, 기운이 그대로 전해져 손끝에 도달했다. 그리고 신살검이 커지더니 엘파이트의 크기에 맞춰 자랐다.

    신살검이 그렇게 거대해져서는 엘파이트의 손에 쥐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엘하르트가 미소를 지었다.

    “위력에는 이상이 없군.”

    “그건 그런 것 같네.”

    신살검에서 전해지는 힘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 게다가 기간트에 오른 채로 검을 들어보니 알 수 있었다.

    “사도도 죽일 수 있겠어.”

    “당연하지.”

    엘하르트는 제이슨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야토 녀석 대체 뭘 만든 건지.”

    아마도 야토는 엘하르트의 뜻을 이해하고 정말로 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맹약으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고 그 실력조차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제이슨이 있었다. 운명을 고쳐 쓰는 것은 오직 자신, 그리고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자. 어쩌면 자신을 구하러 봉인지에 온 순간부터 둘은 맺어져 있었다. 그럴 운명이었던 것이리라.

    “우습군.”

    “뭐가?”

    “아니다. 그보다 그걸로 다시 한번 겨뤄보자.”

    엘하르트도 본체로 현신했다. 그리고 제이슨의 앞에 섰다.

    운명을 찢어내고자 신에 도전했던 자신이 결국 운명으로 맺어진 제이슨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제이슨의 실력을 끌어올린다. 자신 혼자서 해내지 못했던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실력을 보여라.”

    제이슨의 검이 엘하르트를 향해 나아갔다.

    쩌엉!

    두 개의 신살검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신력이 들끓었다. 그런데 그 기운은 주위를 휘감다가 다시 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묘하게 검의 기운이 활성화한 것 같았다.

    제이슨이 연달아 검을 펼치지 않고 신살검을 내려다보자 엘하르트도 신살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야토.”

    야토는 단순히 신살검을 두 자루 만든 것이 아니다. 마치 엘하르트가 맹약을 맺을 것을 알았는지 두 자루의 신살검을 만들었고, 두 자루의 신살검은 서로 공명하며 힘을 키운다.

    그냥 담긴 힘만으로도 신살을 이룰 것 같았는데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대단했다. 게다가 이 힘. 봉인을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해보자.”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신살검(2)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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