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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31화 (132/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신살검(1) >

    신살검

    카젠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정말 미친 야장이었군.”

    카젠의 뒤에 서 있던 칼데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됐다.”

    카젠은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전방을 바라보았다. 고대 시대에도 최고라고 불리던 야장.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불리는 야토의 던전답게 안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물리적인 장치들이었다.

    그래서 용언 마법도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날아오는 창날 하나, 칼날 하나 모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카젠은 용마인으로 변한 채로 그것들을 막아냈는데 그의 비늘이 깨져 나갈 정도로 날카로운 것들이었다.

    그래서 날아온 창날이나 날카로운 것들도 차근차근 챙기는 중이었다. 그렇게 날아온 무기 하나하나가 가히 절세의 무기로 쓸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도 그 날카로움이 다르다. 여기 있는 것들 무엇 하나 가지고 나가면 신병이기로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물건들이었다.

    카젠은 이곳이 확실히 야토의 던전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만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야토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이거 만만치가 않네.”

    용마인인 카젠의 반응 속도는 마스터들이라고 해도 울고갈 정도다. 그런 그조차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함정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없을 터였다.

    “가자.”

    카젠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 몇 번이나 위험한 곳을 지나면서 카젠의 상처는 하나둘 늘었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야토의 대장간이고, 자신의 몸에도 상처를 남길 수 있을 정도의 것들을 고작 함정에 썼다면 진짜 제대로 만든 무기는 자신이 쓰기에도 적합하다.

    카젠은 자신의 육신을 이용하는 전투에 능숙했다. 그렇다고 무기를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용마인인 그의 재능은 뭘 들어도 쉽게 다룰 수 있었으니까.

    기본기만 펼쳐도 당해낼 이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그것이 통하지 않는 괴물들을 상대해왔지만.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무기를 얻을 기회가 왔다. 사도들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무기를 챙길 생각이었다.

    카젠은 마지막으로 눈앞에 서 있는 출렁다리를 보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게 마지막 함정으로 보이는데?”

    칼데안의 일행은 마른침을 삼켰다.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곳이었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동안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온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던전의 끝에 도달하면 이곳의 함정을 해체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여기서 기다려라.”

    “조심하십시오.”

    “그러지.”

    카젠은 가볍게 몸을 풀더니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단숨에 출렁다리를 지나갈 것 같았는데 좌우에서 날카로운 칼날들이 날아들었다. 출렁다리 위로 날아서 갔다면 그대로 꿰뚫려 죽었을 가공할 공격이었다.

    카젠은 코웃음을 치고 달리는 사이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들을 모조리 손등으로 쳐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이 강해서 손등에 상처 입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달린 끝에 출렁다리의 절반을 넘었다.

    그때 출렁다리가 크게 출렁였다. 그리고 발밑에서 솟구치는 창들.

    카젠은 이미 그것이 발을 뚫으려고 할 때 도약했다.

    단번에 반대편까지 갈 기세로 뛰어오르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좌우에서 칼날이 날아들었다. 카젠은 코웃음을 치며 허공에서 몸을 틀었다.

    그의 좌우에서 날아든 칼날들이 그의 비늘을 베었지만, 그사이에 카젠은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지만, 카젠은 끝에 도달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다시는 오나 봐라.”

    제이슨의 꾐에 넘어가 와봤다. 자신이 아니라 제이슨이 와도 될 일이었다. 솔직히 검을 쓰는 제이슨의 실력이라면 별 문제 없이 이곳을 지났을 것 같았다.

    그 검이 견딜 수 있었다면.

    카젠은 어쨌든 이제 결과를 즐길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앞에 서 있는 문을 바라보던 카젠이 문에 손을 올렸다.

    드드드드.

    역시나 물리적으로만 만든 곳이라 그런지 그냥 무겁기만 한 바위 문이었다. 그 무게가 카젠도 힘줄이 튀어나올 만큼 무겁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이거 기간트도 히어로급 기간트 이상의 출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밀지도 못했을 무게였다.

    카젠도 바위 문을 완전히 열고 나자 땀이 주루룩 날 정도였다.

    “미친놈.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옮겨 놓은 거야?”

    가볍게 투덜거린 카젠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에 딱 띄는 물건이 있었다.

    “저거군.”

    길이만 6미터에 달하는 검. 그 검을 바라보던 카젠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나만 바라보라는 듯 놓인 검에 시선을 빼앗기니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마도 야토의 평생의 역작이 아닐까 싶은 검이었다.

    카젠은 그 검으로 다가가려다가 멈칫했다. 어쩐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만져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카젠은 걸음을 멈추고 통신 장비를 열었다. 던전의 모든 것을 뚫은 지금. 라마란스라면 이곳으로 곧장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젠이 통신을 연결하자 제이슨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어?

    “안부부터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

    -네가 다칠 이유가 없잖아.

    카젠은 자신의 상처들을 보았다. 칼날은 단순히 날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뭐라도 담겨 있었는지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고 있었다.

    “시끄럽고. 이곳으로 와라.”

    -기다려. 라마란스에게 말해서 갈게.

    카젠은 바위 문 너머로 보이는 칼데안에게 소리쳤다.

    “라마란스가 오면 이쪽으로 오게 해주마!”

    “저희는 괜찮습니다!”

    카젠은 안쪽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그럴 마음이 드는 건 이곳을 보지 않아서 그렇지.”

    가운데 놓은 것은 엘하르트의 물건으로 보였지만, 다른 것들은 아니다. 그러니 이제 이것 중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이곳에 있는 서른두 개의 무기는 척 봐도 하나하나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기들이다.

    자신에게 날아든 날붙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들.

    그것 중 뭘 쓸까 고민이 되었지만, 지금 당장 저것들을 집어 들 수는 없었다.

    엘하르트의 물건이 중심이 되어 있기에 그것을 먼저 취하지 않으면 다른 것들은 만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그의 앞으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치만 정확히 안다면 공간 이동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아크 리치 라마란스다. 그렇게 나타난 곳에는 카젠도 처음 보는 이가 있었다.

    “응? 넌 누구지?”

    느껴지는 격은 만만치 않았다. 어쩌면 자신조차 쉽게 당해내지 못할 강자였다. 게다가 여인. 이런 여인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야토의 던전이라고 해서 따라왔어요. 반갑군요. 퀸이에요.”

    “퀸?”

    이름이 퀸인가 싶어서 바라보던 카젠은 그 이름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골렘 족의 여왕?”

    “기억하는군요.”

    “그만한 격을 지니고 있고 자신을 퀸이라고 소개할 정도라면 그 이름밖에 생각이 안 났으니까.”

    퀸은 미소를 지었고 가운데 놓인 검을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의 대장장이가 이만한 물건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그 대답은 엘하르트가 했다.

    “그런 자들이 있지. 신조차 놀랄 정도의 재능을 가진 존재들이.”

    엘하르트는 퀸을 돌아보았다.

    “확률의 문제다. 너희는 정확히 원하는 이들을 태어나게 하지. 그만한 재능을 지닌 이들을.”

    “그렇죠.”

    “하지만 인간들은 아니야. 그들은 스스로 재능을 선택할 자유가 없지만, 그런 만큼 확률적으로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태어난다. 야토도 그런 자 중 하나였지.”

    엘하르트는 자신의 앞에 놓인 검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날 위한 무기를 만들어준다고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신이 한마음 한뜻으로 벼려난다고 해도 이렇게 벼려내기 힘들 물건이었다. 정말 신살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검.

    엘하르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날 위한 무기 같으니 뽑아도 되겠지?”

    제이슨도 어깨를 으쓱이고는 답했다.

    “그렇게 해.”

    엘하르트가 본신으로 변했다. 봉인을 전보다 풀어서 그런지 그의 외상은 모두 나아 있었다. 부서졌던 손도 회복되어 있었고 허벅지도 멀쩡해졌다.

    그런 엘하르트가 검 앞에 서서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고맙다. 야토.”

    그리 말한 엘하르트가 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엘하르트는 그걸 쥐는 것만으로 자신의 봉인이 하나 더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야토는 신의 의지를 이 검에 모두 때려 부었다. 그래서 이 검을 쥐는 것만으로 신의 의지가 차올라 봉인이 하나 더 풀렸다.

    엘하르트가 검에 심취해 있는 동안 제이슨은 카젠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너 상태가 왜 이래?”

    카젠은 뒤를 손짓하며 말했다.

    “그보다 쟤네 이리 부를 방법 없어?”

    “쟤네?”

    고개를 돌린 제이슨은 바위 문 너머 출렁다리 건너편에 있는 칼데안과 일행을 볼 수 있었다. 제이슨이 라마란스를 불렀다.

    “저들 좀 이리로 옮겨 줘.”

    라마란스는 가볍게 투덜거렸다. 어차피 날붙이는 쓰지 않는 이였으니까 이게 아무리 뛰어난 무기라고 해도 관심 없었다. 다른 이들은 눈이 뒤집혀서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고른다고 난리였지만.

    라마란스는 공간 이동을 해서 칼데안의 곁으로 간 후에 그들 일행 모두를 데리고 출렁다리를 넘어왔다. 그러고는 바위 문 앞으로 가서는 말했다.

    “단순한 대장장이가 아니었나 보군.”

    “무슨 소리야?”

    “엘하르트가 저 검을 취하지 않았다면 이 안에서는 마법을 쓸 수 없었을 거야. 던전의 핵이 되는 것이 저 검이었군.”

    “우리는 어떻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야?”

    “그것도 이 방이 아니었다면 바로 들어오지도 못했어. 이 방의 정확한 좌표만 있다면 이 던전은 그냥 마법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니까.”

    “마법사이기도 했다는 건가?”

    엘하르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만지며 답했다.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가 아는 마법사가 없었을까?”

    “그건 그렇군.”

    이 정도 신병이기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라면 그 인맥 또한 가볍지 않았을 터. 아마도 당시에 손에 꼽히는 마법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라마란스는 곧 심드렁해져서는 주위를 살피는 이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언제 돌아갈 거야?”

    제이슨은 그곳에서 검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거 마음에 드는군.”

    그 검은 엘하르트가 들고 있는 검의 모양과 같았다. 마치 엘하르트의 검을 만들기 전에 시험 삼아 만들어 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은 모양.

    균형감이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제이슨이 그 검을 들고 있자 엘하르트가 들고 있던 검과 공명이 일기 시작했다. 제이슨과 엘하르트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거 단순히 같은 모양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나 보군.”

    제이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하러 두 개의 무기가 공명하게 한 거지?”

    “모르겠군. 하지만 우연은 아닌 것 같아.”

    엘하르트도 그리 말하고는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제이슨은 공명 이후에 느껴지는 기운을 읽고는 확답했다.

    “이거 신력이야?”

    “그 검에도 있는 건가?”

    “그런 것 같네.”

    그냥 들었을 때는 느껴지지 않던 것이 공명 이후에 느껴지는 것은 둘이 함께였을 때 제대로 발현되는 힘이라는 뜻인가 보다.

    “신력이란 다루기에 따라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다. 퀸의 신력은 탄생에 관련된 것이지만 이건 달라. 무기에 담아진 순간 이 신력은 신살의 기운이 된 거다.”

    제이슨은 검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걸로 사도도 죽일 수 있는 건가?”

    “아니. 신도 죽일 수 있지.”

    엘하르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벨 수만 있다면.”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신살검(1)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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