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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29화 (130/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엘젠트(2) >

    대회전은 기간트 대전이 주를 이룬다.

    대회전이 이뤄지는 전장의 뒤편에는 보병대가 모여 있었다. 그들의 우상이었던 테오 대공을 죽이고, 공국을 빼앗아간 트랑 왕국에 대한 란진 왕국의 적의는 굉장해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대회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그들은 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무의미한 병력이 죽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방법이었는데 그렇게 본진에 대기 중이던 중에 녹색 신호탄이 올라가고 연합군이 배반하는 것을 보고 병사들의 사기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아무리 무를 숭상하는 이들이라고 해도 일반 병사들은 기간트 하나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의 구석에 있던 사내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그가 터벅터벅 전장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옆에 서 있던 사내가 물었다.

    “젠트. 어디를 가는 건가?”

    “전장에.”

    “우리 같은 이들은 가봐야 죽을 뿐일세.”

    젠트라고 불린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을 통솔하던 기사 하나가 그의 앞을 막았다.

    “진영을 벗어나지 마라.”

    “비키쇼.”

    기사의 눈썹이 꿈틀거리거나 말 거나 젠트는 어깨에 걸친 창 한 자루를 가지고 걸음을 옮기고자 했다. 기사가 검을 뽑았을 때 그는 어느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가 어떻게 바닥에 떨어지는지 조차 보지 못한 주위의 인물들이 수군거리면서 물러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젠트는 터벅터벅 전장을 향해 걸어갔다.

    전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선 젠트는 연합군의 배반을 보고는 가볍게 혀를 찼다.

    “연합이라는 것이 좋게 끝나는 꼴을 본 적이 없지.”

    창 한 자루를 든 젠트가 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펠릭스는 녹색 신호탄이 터지면서 전장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카이트 국왕이 손을 쓴 것이 성공해서 적진은 지금 발칵 뒤집혔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이라 본진을 뚫고 지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황금의 창도 더는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펠릭스는 제이슨과의 대련으로 더 성장해서 그런지 앞을 막아서는 적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저 베고, 찌르고, 들이받는다.

    기본을 지키기만 하는 데도 전보다 기간트의 손상이 적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번에 새롭게 강화된 기간트 덕도 있었다.

    전투 보조 에고는 펠릭스의 의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줬고, 히어로급 기간트가 그보다 더 높은 출력으로 전장을 쓸어내고 있었다. 그러니 앞을 막아서는 워리어급 기간트와 나이트급 기간트들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이트급 기간트들은 보통 한 기사단을 이끄는 이들이 많다 보니 그들끼리 뭉친 스노우 기사단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게다가 뒤를 살펴보니 뒤따라 오는 스노우 기사단도 그간의 훈련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선두에서 가장 강한 적을 베고 지나가면 그 뒤를 따라오며 나머지들을 쓸어낸다. 그렇게 적진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그렇게 앞으로 달려나가던 펠릭스는 본진의 지휘부에 도달했다.

    란진 왕국의 오러 유저들이 탄 히어로급 기간트만 네 기. 게다가 그들을 지키는 이들까지 더하면 이곳에 모인 인원만 대략 50기의 기간트가 있다. 외부에 워리어급 기간트는 족히 이백 기는 모여 있다.

    나이트급 기간트들만 해도 스무 기가 넘게 모인 곳.

    스노우 기사단의 뒤로 중앙 기사단도 있었지만, 그들은 나이트급 기간트는 열두 기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워리어급 기간트들.

    중앙 기사단이 외부의 적들을 막아내야 하니 그들의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내가 둘을 맡겠다.”

    펠릭스가 앞으로 달려나가자 반대편에서도 히어로급 기간트들이 나섰다.

    콰앙!

    펠릭스의 배틀 액스를 막았던 히어로급 기간트가 뒤로 주룩 밀려나는 것을 보고 그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경악했다. 히어로급 기간트의 출력은 정해져 있다. 그러니 한쪽이 형편없이 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펠릭스는 작정하고 힘을 쓰면서 말했다.

    “정정한다. 넷 다 내가 맡으마.”

    펠릭스가 날뛰기 시작하자 그를 바라보던 스노우 기사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이트급 기간트만 상대하려고 해도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

    펠릭스가 히어로급 기간트 넷을 상대하는 것만큼은 아니나 그들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간트의 성능을 믿고 날뛰기 시작했다.

    지휘부에서 벌어진 전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펠릭스가 히어로급 기간트 넷을 상대할 때 압도적인 힘으로 한 기를 먼저 박살 내놓은 덕분에 승기가 트랑 왕국군 측으로 기울어졌다.

    스노우 기사단의 기간트들도 다른 나이트급 기간트들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기량이 성장한 것도 있었지만, 기간트의 성능 차이를 실감했다.

    혼자서 둘씩 상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서 셋도 넷도 상대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지휘부가 반쯤 무너지고 온전히 승기가 넘어왔을 때 펠릭스에게로 한 자루의 창이 날아들었다.

    벌써 두 기의 히어로급 기간트를 쓰러트린 상황에서 날아든 한 자루 창. 그것은 대기간트 창도 아니었고 일반 창병들이 쓰는 창이었다.

    길이는 2미터.

    하지만 날아오는 기세에 본능적으로 배틀 액스를 돌려서 막아냈다.

    꽈앙!

    뒤로 주룩 밀려난 펠릭스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펠릭스는 자신의 배틀 액스를 살폈다. 배틀 액스에 실금이 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라마란스가 직접 나서서 인첸트까지 해주었다고 했다. 확실히 다른 히어로급 기간트들과 싸울 때 오러를 일으키니 적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그랬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고작 일반 창 하나를 막는데 실금이 갔다. 자신의 오러로 감싼 도끼가.

    펠릭스가 그렇게 뒤로 밀려났을 때 적들도 뒤로 물러났다. 펠릭스는 오러 유저 넷과 싸우면서도 단 한 번도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대략 50% 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기간트와 더욱 단단한 무기. 그 두 가지에 더해 제이슨과의 대련을 통해서 성장한 실력으로 그는 넷과의 전투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오러 유저가 넷이라고 하나 그들이 연수합격을 훈련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지금 끼어든 창 한 자루로 그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펠릭스가 돌아본 곳에는 한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또 한 자루의 창이 들려 있었다. 펠릭스가 긴장한 채 바라보는 사이에 사내는 그 창을 던졌다.

    허공을 찢어내며 날아드는 창을 전력을 다해서 쳐냈다.

    꽈앙!

    실금이 더 진해졌다. 이대로 두 번 정도만 더 받아내면 배틀 액스가 부서질 판이었다. 그제야 지휘부의 모두가 그 사내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신위는 놀라운 것이었다. 마스터라고 해도 기간트에 타지 않고 이만한 실력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스노우 기사단 모두가 긴장한 사이에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별수 없군.”

    펠릭스는 제이슨에게 연락을 넣었다.

    -지금 한창 전장 아닙니까?

    “맞네. 그런데 이곳에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나타나서.”

    -괴물이요?

    “이대로 두면 우리 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네.”

    -지금 가죠.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펠릭스는 스노우 기사단 전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내 뒤로 모여라.”

    오러를 두른 자신의 무기니까 받아냈지, 일반 무기로는 저 창을 받아내지 못한다. 펠릭스의 외침에 스노우 기사단이 움직였을 때 그의 좌표를 확인한 것인지 상공에서 제이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홀로 나타난 제이슨은 전장을 대충 쓸어보았다. 이곳에 어떤 괴물이 나타났다고 스노우 기사단이 위험하다는 연락을 한 것일까?

    펠릭스의 머리 위 상공으로 좌표를 잡고 공간 이동했던 제이슨의 시야에 한 사내가 잡혔다.

    창을 던지는 사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전신이 바짝 긴장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이슨은 허공을 박차고 떨어져 내리며 펠릭스를 향해 날아들던 창을 검으로 찍어냈다.

    창의 방향이 틀어져 바닥에 꽂혔고, 그 힘의 여파로 바닥에 크리에이터를 만들었다. 그 위력보다 손끝이 저려 오는 것에 제이슨은 새삼 상대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바닥에 내려선 제이슨은 쉐일링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는 깨달았다.

    “사도구나.”

    제이슨의 말에 아공간 주머니에서 창을 꺼내던 사내는 의아함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그런 사내를 향해서 검을 겨누며 말했다.

    “전장에서 날뛰지 말고 따로 보지.”

    사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제이슨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을 만났군. 쉐일링인가?”

    “알아봤으면 가자고. 나나 당신이나 전장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니까.”

    제이슨의 말을 들은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이 먼저 움직이자 그를 따라 사내도 움직였다. 그 둘의 움직임은 코어 카트를 타고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빨라서 지휘부의 모두가 멍하니 그 둘을 바라보았다.

    펠릭스는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예비 무기를 뽑아 들었다. 만약을 대비해 준비한 무기를 뽑아 든 펠릭스가 남은 적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저들은 저들끼리 놀라고 하고 우리는 전쟁을 마무리 짓자.”

    제이슨은 처음 보는 사도와 함께 전장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제이슨은 자신의 앞에 선 사도를 바라보았다.

    사도들을 지금까지 몇 만나 보았지만, 이렇게 피부로 느껴지는 강함을 가진 자는 처음이었다. 엘카소도 강했지만, 마법사의 강함은 제이슨이 느낄 수 없었으니까.

    “제이슨이라고 한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자군. 어찌 인간이 쉐일링과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력을 품을 수 있는 거지?”

    제이슨은 미약하나마 퀸과 계약하고 얻은 신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을 감지해 내고 있었다.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것이 예의 아닐까?”

    “엘젠트.”

    “특이한 자로군.”

    “뭐가 특이하다는 거지?”

    “사도 중에 너처럼 강한 자는 만나본 적이 없어서.”

    엘젠트가 픽 웃음을 흘렸다.

    “사도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나?”

    엘젠트의 시선이 저 멀리 하늘을 향했다.

    “하긴 신벌을 쓰는 것을 보면 발끈한 친구들이 몇 있겠군.”

    “너는 상관없는 건가?”

    엘젠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그들과 나는 다른 길을 걷기로 한 이상 서로 간섭할 이유는 없다.”

    제이슨은 엘젠트의 성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오롯이 자신의 길만 보는 자.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여겼다.

    “그런데 왜 란진 왕국 편에 선 거지?”

    엘젠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나는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그러자니 수련하기에 가장 적합한 란진 왕국에서 머물게 됐지.”

    수련하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는 란진 왕국. 그들은 아침 저녁으로 수련하는 자들이었으니까.

    그런 곳에서 홀로 수련해온 자다. 수천 년을 살아온 사도가 그 오랜 시간 수련을 해왔다면 그 자체로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본체도 아니고 인간 형태로 수련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제이슨은 궁금함을 접었다. 어차피 상대해야 할 사도다. 지금 당장은 저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펠릭스를 공격했다.

    저만한 괴물이 란진 왕국 편을 들면 어떤 계획도 다 망가진다. 저자를 막는 것은 자신이 되어야 했다.

    제이슨이 검을 들어 그를 겨누며 말했다.

    “사도들의 대적자로서 물러날 수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엘젠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창으로 제이슨을 겨누었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싸워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제이슨은 쉐일링과 함께하는 자신을 상대로도 여유를 부리는 엘젠트를 향해서 그대로 돌진했다.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엘젠트(2)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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