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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27화 (128/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퀸(3) >

    제이슨과 폴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공동묘지였다. 폴에게 투명화 마법진을 새겨놓지 않았다면 금세 들켰으리라.

    사람이 있는 곳을 갈 수도 있기에 투명화 마법진을 그려놓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제이슨은 폴과 함께 무덤으로 다가갔다.

    제이슨도 다른 이들과 부딪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 망토를 두르고 걸어갔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에서 퀸의 팔찌는 반응하고 있었다.

    다만 왜 이곳에 퀸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인간의 형태로 빠져나온 그녀는 왜 묘지에 있는 것일까?

    “찾아오기는 했는데 여기 어디에 있는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폴은 퀸이 살아있다는 것부터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이슨의 말을 듣고 기대를 하고 온 상황.

    제이슨은 이 팔찌를 가지고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으니 공동묘지의 중앙에 서서 팔찌를 들어 보였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고는 침착하게 공동묘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팔찌는 이곳까지 안내만 해주었고, 여기서 더는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잔잔하게 울리면서 이곳이 맞다라는 신호만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공동묘지를 돌던 제이슨은 그제야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에 오니 팔찌에서 전해지는 기운이 일정한 줄 알았는데 그 안에서도 미미한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제이슨은 가장 반응이 오는 곳에 설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공동묘지의 가장 구석진 곳. 나무 그들 때문인지 더 을씨년스러운 곳이었다.

    제이슨은 그 묘비 앞에 섰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것인지 온통 이끼가 끼어 있는 묘비에는 이름조차 쓰여 있지 않았다. 제이슨은 그 앞에 서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정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게 생긴 묘비였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곳에 퀸이 숨었다면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리라.

    제이슨이 그런 묘비 위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묘비가 진동하더니 묘비가 뒤로 넘어갔다. 제이슨은 그 아래에 드러난 계단을 보고는 폴을 돌아보았다. 인간이나 들어갈 수 있지 폴은 들어갈 수 없는 크기의 계단이었다.

    “내가 다녀오지.”

    [잘 부탁한다.]

    골렘들에게 퀸은 신과 같은 존재인지 경건하게까지 말한다.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퀸은 사도들조차 경계하고 죽이고자 했던 이.

    그런 여인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일 리 없다. 작정하고 이곳에 함정을 만들었다면 그 자체로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슨은 베제트를 소환해서 몸에 두르고 아래로 내려갔다. 자신도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고, 베제트의 도움과 쉐일링의 도움이 있다.

    적어도 어이없이 당하지는 않으리라.

    품에서 라이트 아티펙트를 꺼내서 걸어가는 제이슨은 계단 아래로 보이는 포털을 보았다.

    “뭐야?”

    단순히 환상 마법이 아니라 어디론가 연결되는 포털이다. 그리고 그 포털을 보고 퀸의 팔찌가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보이는 그 모습에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옮겼다.

    던전에 들어가는 것과 다르게 포털 안에 들어갈 때는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포털에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제이슨이 검을 뽑아 들고 포털 안으로 쑥 들어갔다. 긴장하고 들어간 것과 다르게 그 안에 펼쳐진 광경은 이해하기 힘든 곳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나온 포털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앞으로 시선을 주니 그곳에는 언덕이 나와 있었다. 그곳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퀸의 거처. 그렇다면 저 여인은 퀸이라는 것일 터.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의 시선이 제이슨을 향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치마에 흙이 묻은 손을 닦고 서 있는 그녀.

    은발에 은안.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은 인간의 기준으로도 눈에 띄는 미녀였다.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미녀. 그녀가 보여주는 격만 느껴도 그녀가 퀸임을 알 수 있었다.

    제이슨이 다가가자 그녀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제이슨은 그녀의 앞에 서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이슨 폰 하르트라고 합니다.”

    “그냥 퀸이라고 불러줘요.”

    그녀는 가만히 제이슨을 살피다가 물었다.

    “그런데 찬탈자과 계약을 맺지 않았나요?”

    “예. 그랬죠.”

    “그런데 그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군요.”

    “예. 그는 지금 홀로 봉인을 풀고 있습니다.”

    퀸은 가볍게 탄식했다.

    “그랬군요. 하긴 그를 봉인하기 위해서 쓴 사도들의 신력만 해도 대단했으니까요.”

    제이슨은 새삼 퀸이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고대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다. 퀸의 시선이 제이슨의 그림자로 향하자 쉐일링이 스르륵 일어났다.

    그를 바라보며 퀸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군요. 쉐일링이 멸족당한 줄 알았는데.”

    “최후의 쉐일링입니다.”

    퀸의 시선이 제이슨을 향했다. 새삼 제이슨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감탄이 서려 있었다.

    “찬탈자와 함께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쉐일링도 함께 인가요?”

    “함께 하는 이들을 묻는 것이라면 아크 리치와 용마인, 그리고 골렘의 전사장이 있습니다.”

    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대륙의 역사와 함께하는 여인의 저런 표정은 반칙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폴을 말하는 건가요?”

    “예. 지금 저 밖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를 볼 낯이 없군요.”

    담담히 말한 퀸은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사도들은 만나 봤나요?”

    “한 번 붙어봤는데 엘드라고가 구해갔습니다.”

    “엘드라고. 그는 어찌 지내고 있나요?”

    “지금은 신의 행세를 하고 있죠.”

    “결국, 그렇게 됐군요.”

    고개를 끄덕인 퀸이 앞치마를 벗고는 말했다.

    “저도 돕겠어요. 가죠.”

    자신을 찾으라고 하더니 찾고 나니 그녀는 별다른 조건 없이 합류했다. 제이슨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가시죠.”

    제이슨이 먼저 포털을 넘어섰고, 그 뒤를 따라오던 퀸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있던 공간을 돌아보았다. 오랜 시간 사도의 눈을 피하려고 만들었던 공간.

    퀸은 그곳에 대한 미련을 접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살아남은 골렘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나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도들은 죽어야 했다.

    포털 밖으로 나온 그녀는 포털에 손을 올렸다. 포털이 그녀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퀸은 그제야 제이슨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가죠.”

    제이슨이 퀸과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투명화 마법진을 두르고 있던 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퀸.]

    그 한 마디의 부름이 가늘게 떨리는 모습을 보고 제이슨은 지금 그가 어떤 느낌일지를 떠올렸다. 그에게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은 신을 영접하는 것과 같은 순간일까?

    단순히 여왕을 맞이하는 기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퀸은 무릎을 굽힌 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폴이 손바닥을 내밀자 그 위에 손을 올린 퀸이 말했다.

    “폴. 힘들었겠구나.”

    [괜찮습니다. 이렇게 살아계신 것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퀸은 가만히 그의 손 위에 올라서서는 말했다.

    “그보다 찬탈자를 만나야겠구나. 이렇게 있으면 사도들이 날 찾을 수 있을 거다. 오래 숨기지는 못해.”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찌를 조작했다. 곧 그들의 주위로 공간 이동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 이동 마법진이 그들을 모두 휘감자 곧 흑색 마탑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제이슨이 도착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엘하르트와 라마란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하르트가 퀸을 보고는 다가갔다.

    “오랜만이군.”

    “그래요. 오랜만이에요.”

    퀸이 엘하르트에게 다가가 그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워낙 그림이 되는 미남 미녀라 가만히 포옹하는 것만으로도 잘 어울렸다.

    그 모습을 보고 폴의 눈에서 붉은빛이 감돌았다. 제이슨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둘이 잘 아는 사이라는 것만 관심이 생길 뿐이었다.

    가만히 퀸의 등을 토닥여 준 엘하르트가 말했다.

    “제법 실력이 늘었군.”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요.”

    엘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팔에 차고 있던 봉인의 사슬을 풀었다. 그 모습에 제이슨도 놀라 물었다.

    “이제 풀 수 있는 거야?”

    “그래. 봉인을 전부 풀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사슬을 풀 수 있게 됐지.”

    엘하르트가 퀸의 손목에 봉인의 사슬을 걸어주며 말했다.

    “이제 언제든 원하면 풀 수 있도록 만들어 뒀다.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척을 숨기는 정도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라마란스는 그 말을 듣고는 다가와 봉인의 사슬을 살피며 말했다.

    “이거 내가 살펴봐도 되겠나?”

    “뭐하게?”

    “엘카소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

    엘하르트는 반대쪽 봉인의 사슬도 풀어서 라마란스에게 건넸다. 지금까지는 봉인의 사슬을 다른 이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줬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아예 풀어서 건넬 수 있던 것. 확실히 전보다 봉인이 많이 풀린 것으로 보였다.

    엘하르트는 퀸에게 시선을 준 채 말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괜찮아요.”

    둘이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고 제이슨이 폴을 돌아보았다.

    “폴. 화났어?”

    [내가 복수를 함께 하겠다고 했지만, 감히 퀸에게.]

    부들부들 거리는 20미터짜리 골렘을 보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지만, 지금 그를 건드리면 제대로 싸워야 할 것 같아 굳이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엘하르트는 흑색 마탑의 옥상에 올라 퀸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많이 늙었군.”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엘하르트는 쓴웃음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보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말씀하세요.”

    엘하르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잔주름 하나 보이지 않지만, 그녀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는 그 눈의 깊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신은 인간과 우리 에고 기간트들에게 맹약이라는 것을 남겼다. 그것에서는 나도 자유롭지 못했지.”

    엘하르트의 시선이 퀸에게 머물렀다.

    “골렘과는 어떤 것이 있는 거지?”

    “골렘에게는 없어요.”

    엘하르트는 그 말에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는 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퀸은 그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골렘들에게는 없죠. 그건 오직 내게만 있어요.”

    “그런가?”

    “그런데 에고 기간트와 관련된 것은 아니에요.”

    “그럼?”

    퀸은 가슴에 손을 얹고는 답했다.

    “그건 인간과 제가 맺어지는 것이에요.”

    “퀸과 인간?”

    “그래서 내 기억에 없던 건가?”

    “예. 아마도 그럴 거예요.”

    엘하르트는 팔짱을 낀 채 퀸을 바라보았다.

    “조건은?”

    퀸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적합자는 한 명밖에 보지 못했어요. 그간 적합자를 찾았지만, 아무도 저와 계약을 맺을 자격이 없더군요. 저의 격을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없었어요.”

    엘하르트는 누구를 말하는지 깨달았다.

    “제이슨이군.”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퀸(3)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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