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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25화 (126/151)
  •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퀸(1) >

    제이슨은 불퉁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마스터가 되어 다른 마스터들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해 왔던 자신이 정말 발에 땀나도록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수천 년 전에 사라진 퀸을 찾아오라니?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만 해도 그녀가 얼마나 잘 숨어있는지 알겠는데?

    제이슨의 시선을 받은 엘하르트가 담담히 말했다.

    “뭘 그렇게 봐?”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다면 수천 년을 숨어지낸 퀸을 무슨 수로 찾으라는 거야?”

    엘하르트는 픽 웃음을 흘리고 제이슨에게 손짓했다.

    “여기 그녀의 껍데기가 남아있잖아. 여기서부터 시작해.”

    제이슨은 엘하르트의 손짓에 퀸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부터 뭘 시작해?”

    “타 봐. 뭔가 실마리가 있을 거다.”

    제이슨은 그 말에 폴을 돌아보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퀸의 몸에 들어가라는 얘기이니 당연히 반대할 거라고 믿었다. 폴은 간단히 답했다.

    [퀸을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 이것이 껍데기라면 더욱.]

    제이슨은 그 말에 퀸의 배의 열린 부분으로 들어갔다. 소환해서 탑승하는 기간트와 다르게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앉자 퀸의 열려있던 배가 닫혔다.

    컴컴한 어둠 속. 제이슨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마스터가 되고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깊은 바닷속 심연과도 같았던 어둠 속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이 밀려왔다. 제이슨이 자신의 마음속 검을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제이슨은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가 깨어나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그의 앞으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순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퀸?”

    빛에 휩싸인 그녀의 모습은 성스러움까지 보였다. 정말 그녀는 탄생의 축복이라는 신력을 가진 것일까?

    제이슨이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제이슨의 머리에 새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자여.]

    제이슨은 말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남긴 영상이지 지금 실시간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제이슨이 가만히 바라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지금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은 그대가 찬탈자를 깨운 이라는 뜻이겠지.]

    제이슨은 퀸이 미래를 볼 수 있었나 싶었다. 아니라면 자신의 몸에 수천 년 전에 이런 기록을 남겨 놓았을 리 없었을 테니까.

    [나의 창조주인 사도들은 뜻이 맞지 않아 분열했고, 그들은 우리를 폐기하기로 했다. 나의 아이들을 잃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나를 도울 이가 필요했다.]

    사도들은 탄생의 힘을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이들. 그들이 분열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도저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으리라.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비록 껍데기로 남았다고 하나, 그 안에 담긴 힘은 그대에게 도움이 될 터. 그 힘을 갖고 나를 찾아라. 내가 그 부름에 응하겠다.]

    제이슨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껍데기에 무슨 힘이 남아있고, 그것으로 어떻게 부르라는 건가? 무엇보다 우선 찾으라는 말이었다.

    제이슨이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어둠이 변하기 시작했다. 철컥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리는가 싶더니 곧 제이슨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사라졌다.

    제이슨은 어둠이 사라진 곳에 자신의 앞에 놓인 팔찌를 볼 수 있었다. 제이슨은 그 팔찌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있었던 거지?”

    “2분.”

    간단히 답한 라마란스가 제이슨의 앞에 떠 있는 팔찌에 손을 가져갔다.

    파지지직!

    그리고 황급히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라마란스가 인상을 굳힌 채 팔찌를 쏘아보았다.

    “이거 사도들이 쓰던 신력이랑 비슷한데?”

    엘하르트가 그 앞으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그래.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제이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찌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걸 가지고 찾아오라고 했어. 그러면 부름에 응하겠다는군.”

    [정말! 퀸이 살아 계시다는 건가?]

    “사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맞아. 살아는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아직까지 깨어있지는 않았을 것 같고, 어딘가 잠들어 있지 않았을까?”

    제이슨의 물음에 엘하르트가 미소를 지었다.

    “그 답도 아마 그 팔찌에 있을 거다. 그러니 잘 고민해 보도록 해. 나도 내 할 일을 하러 가지.”

    엘하르트가 떠났고 제이슨은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팔찌에 시선을 주었다.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제이슨은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자신과 함께 퀸을 찾을 고민을 해줄 이가 누군지 알아보려고 하는데 라마란스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군.”

    라마란스가 도망치려고 하기에 제이슨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호수의 지배자의 이빨을 하나 꺼냈다.

    “라마란스. 이것 좀 볼래?”

    제이슨의 부름에 라마란스가 그걸 보고는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왔다.

    “호오. 이거 그냥 이빨이 아니군. 대단해.”

    “대단한 정도가 아니겠지. 그 이빨은 폴의 장갑에도 상처를 낼 수 있었으니까.”

    “그래?”

    라마란스가 관심을 가지기에 제이슨은 말했다.

    “여기는 좁아서 못 꺼내 보이겠고, 네 아공간으로 바로 가져가.”

    제이슨이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보이자 라마란스가 쑥 손을 집어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오! 이거는 대단한 놈이군. 이 정도로까지 진화가 가능하다니. 이건 내가 가져도 되겠나?”

    “물론이야. 그러니 내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가져와.”

    라마란스는 아공간 주머니를 연결해서 물고기를 옮기고는 답했다.

    “좋아. 준비해 주지. 그 팔찌를 내가 손을 대지 못하지만, 뭔가 방법이 있을 걸세.”

    라마란스의 도움을 얻기로 했기에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라마란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지자 제이슨은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보았다. 쉐일링은 역시나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힘이 되어 주었다.

    제이슨의 시선이 폴에게 향하자 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함께하겠다.]

    “우선은 고민 좀 해봐야겠어. 여기서 지낼 수 있겠어?”

    [불편하긴 하지만 지낼 수는 있지.]

    “혹시 뭐 먹는 건 아니지?”

    폴이 손을 휘휘 내젓기에 제이슨은 흑색 마탑을 나와 걸음을 옮기며 팔찌를 만져 보았다. 그의 팔찌는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았다.

    마치 이것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더니 막상 필요할 때는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걷던 제이슨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아이젠을 볼 수 있었다. 아이젠은 살짝 걱정이 서린 표정이었기에 제이슨은 무슨 일인가 싶어 걸음을 빨리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소?”

    “벡스 총사령관이 전쟁을 선포했어요. 란진 왕국과의 국경을 오늘 넘는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벌써요? 생각보다 빨랐네요.”

    제이슨은 자신의 예상을 넘는 속도로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에 감탄했다. 아이젠은 그런 제이슨의 팔을 잡고는 말했다.

    “당신도 참가한 줄 알았어요.”

    “급한 다른 볼 일이 있어 참가하지는 못했소. 어차피 참가할 마음도 그다지 없지만.”

    제이슨은 지금 사도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을 사칭하는 사도와의 전투를 대비하는 중인데 고작 인간들의 전투가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폴은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이들을 풀어 놓으면 전쟁 따위는 일어날 필요도 없다.

    “이번에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스노우 기사단이오.”

    “스노우 기사단만으로 가능할까요?”

    “당연하죠.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란진 왕국은 그냥 당할 마음이 없어 주변국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주변 왕국들도 이제는 트랑 왕국이 거침없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주변국들에서도 대비하고 있었다.

    마스터가 없는 왕국을 상대로 마스터가 전장에 나서는 것은 다른 왕국들이 그냥 두지 않는다. 아마 이번에도 제이슨이 나선다고 한다면 대륙이 들썩이게 될 거다.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보다 급한 일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마스터가 없는 곳에서는 기간트의 성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신기술에 경악하게 되리라.

    아이젠은 제이슨이 당당하게 하는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의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들을 바라보았다.

    “팔찌가 두 개나 있네요?”

    제이슨은 자신의 팔찌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하나는 라마란스가 준 것이고 하나는 퀸이 준 것이었다. 하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

    아이젠은 뭔가에 홀린 듯 손을 내밀어 제이슨의 팔찌를 만졌다. 퀸의 팔찌를 만진 그녀가 흠칫 놀랄 때 제이슨도 느꼈다.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생명의 기운을 느꼈다.

    그 생명의 기운에 반응한 것인지 팔찌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진동을 느낀 제이슨은 적어도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방향과 거리를 짐작하지 못한다는 것뿐이었지만, 그것은 공간 이동으로 찾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제이슨의 시선은 팔지가 아니라 아이젠을 향해 있었다. 아이젠도 그 파동 비슷한 것에서 느낀 것이 있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제이슨은 그녀의 배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아이젠.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회임한 것 같소.”

    “그렇죠? 저만 느낀 거 아니죠?”

    제이슨은 그녀를 꼭 끌어안고는 미소 지었다.

    “고맙소.”

    “고맙기는요. 그보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제이슨은 자신의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풀어 던지고 싶지만, 이미 싸움은 시작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퀸을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사도들조차 주의하는 존재. 그런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이슨은 아이젠을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

    “당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도록 하겠소. 나도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같이 태교 여행을 다녀옵시다.”

    “태교 여행이요?”

    “공간 이동 말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수단을 마련해 보겠소.”

    “기대할게요.”

    미소 짓는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춰준 제이슨은 다시 흑색 마탑으로 달려갔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제이슨이 라마란스를 불렀다.

    “라마란스!”

    공간 이동으로 앞에 나타난 라마란스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리 기분이 좋아 보여?”

    “방향을 파악했어. 거리는 짐작이 안 가는데 퀸을 찾기 위해서 방향만 잡고 공간 이동을 할 방법이 없을까?”

    “그런 거라면 가능하지만 그게 그렇게 기쁜가?”

    “아, 아니! 나 아빠가 된다!”

    제이슨의 외침에 그의 뒤로 불쑥 엘하르트가 튀어나왔다.

    “무슨 소리야?”

    제이슨은 엘하르트의 어깨를 감싸 안고는 말했다.

    “나 아빠가 된다고!”

    엘하르트는 제이슨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는 픽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축하한다!”

    “그리고 퀸을 찾을 방법도 알아냈어. 그러니 빨리 찾고 일들을 처리하자.”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퀸(1) > 끝

    ⓒ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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