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20화 (121/151)
  •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불사조의 심장(2)

    사슬로 묶고 있었다고 하지만 불사조의 폭발은 그 사슬의 틈을 통해서 사방으로 튀었다. 제이슨은 그걸 보는 순간 더크의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날아오는 불덩어리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기간트를 탄 상태에서나 가능한 기술. 제이슨의 검이 그려내는 궤적이 모든 불똥을 베어내고 쳐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쳐낸 제이슨은 불똥이 다시 한 자리로 모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사슬의 틈에서 빠져나온 태양처럼 빛나는 불사조의 심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제이슨은 자신이 찌른 창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날아오는 창을 피해 심장을 옮겼나 보다.

    제이슨은 그것을 깨닫고는 더크를 바라보았다.

    “젠장. 전설에는 이거로 포획하면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하더니.”

    더크도 오래 살아온 것으로 보였지만, 불사조 사냥은 처음이니 전설만 믿고 싸웠으리라.

    그러나 사슬만 믿고 싸우기에 불사조는 영특했다. 영성이 남다른 것인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방금처럼 불똥으로 공격하고 심장만 남긴 채 다시 몸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만 해도 쉽게 죽일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창과 사슬 모두 반쯤 녹아 있어 다음번에는 불사조를 구속할 수나 있을지 모를 지경이었다.

    제이슨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의 크기만으로 따진다면 분명 불사조를 죽일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검술이라면 다르다.

    참격 하나만 해도 크기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하지만 운명을 엿보는 시야로도 불사조를 단번에 베어낼 길은 보이지 않았다. 싸우면서 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

    제이슨은 더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제가 해보죠.”

    “혼자서 말인가?”

    “예.”

    제이슨은 그리 말하고는 곧장 불사조를 향해 달려갔다. 불사조의 불똥은 어찌나 뜨거운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면 엘파이트의 외갑이라도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그러니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제이슨은 달려가는 기세 그대로 참격을 날렸다. 불사조가 황급히 몸을 움직여보지만, 제이슨의 참격은 전과 달리 무척이나 빨라져 있었다.

    제대로 피하지 못한 불사조의 한쪽 날개가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런 것을 기뻐할 틈은 없었다. 불사조의 날개는 어느새 다시 자라났으니까. 게다가 잘려나간 불사조의 날개는 깃털로 변하는 것 같더니 제이슨을 향해 쏟아졌다.

    제이슨은 날아드는 불사조의 깃털을 모조리 검으로 쳐냈다. 그래도 그간의 수련 성과가 있었는지 엘하르트가 보여주었던 쳐내기를 펼칠 수 있었다.

    제이슨은 두 개의 무기를 지녔다. 불사조도 베어낼 수 있는 참격과 깃털을 쳐낼 수 있는 방어술.

    하지만 이리저리 심장을 움직이는 불사조 때문에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저렇게 강렬한 열기와 빛을 뿜어내는 불사조를 상대하는 것에서 쉐일링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쉐일링의 천적이라고 할만한 존재였다. 어쩐지 처음에 만났을 때도 쉐일링을 표현할 때 별로 놀라지 않았던 것은 상성의 우위를 확실히 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제이슨의 참격이 늘어날수록 불사조의 반격도 거세어졌다. 하지만 제이슨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불사조를 몰아붙였다.

    조금씩 운명의 길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불사조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더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은 드워프 일족의 용사. 그것도 그 정점에 선 이였다.

    족장이 단순히 싸움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족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대부분은 가장 강한 이가 되었다. 그리고 드워프들 중 가장 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싸움만이 아니라 대장 기술 또한 정점에 이른 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더크는 그렇기에 제이슨의 실력을 첫눈에 알아보았다. 그가 자신과 비견될만한 강자라는 것을.

    하지만 직접 싸우는 제이슨을 보니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만큼 제이슨의 능력은 충격적이었다.

    제이슨은 홀로 불사조를 상대하고 있었다. 불사조를 잡을 수 있는 창조차 통하지 않았던 불사조를 검 하나 들고 제압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은 더크만이 아니었다. 불사조는 살아생전 처음 누군가를 만났다.

    불사조는 태어나기를 용암 속에서 태어났고, 그 안에서 몸을 키워왔다.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용암 속에서 목욕하고 성장만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억이 있는 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 부모, 아니 전생의 기억이었다. 불사조는 영생이 아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때 더 강한 힘을 얻게 되는 법.

    기억을 넘긴 후에 온전히 힘을 되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힘을 되찾으면서 점점 더 강해진다. 자신은 전생의 자신보다 강해졌지만, 이곳에서는 만족했다.

    사실 용암이 없는 곳에서 살아가려면 스스로 힘을 조금씩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이곳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만난 이들이 반가웠는데 대뜸 자신을 죽이겠다고 했다. 그 분노로 시작했던 싸움이었는데 어째 점점 밀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죽지 않는 불사조라고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죽는다. 정말로 심장을 빼앗길지도 몰랐다.

    심장을 빼앗기게 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영생을 잃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불사조는 그래서 자신의 힘을 되찾기 위해 용암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뛰어난 상대라고 해도 용암 속에 있는 자신을 노릴 수는 없을 테니까.

    제이슨은 불사조가 용암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 다섯 수 정도면 승부를 가릴 수 있었는데 용암 속으로 도망쳐 버린 불사조를 바라보았다.

    용암 속에서는 불사조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불사조와 대적하면서 그 고유의 파장을 읽은 제이슨에게는 용암 속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용암 안에서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래 봐야 참격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제이슨은 용암 속에서 몸을 회복하려는 불사조에게 그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가르쳐주기 위해 검을 내리쳤다. 제이슨의 검이 그려내는 궤적을 따라 용암이 반으로 갈렸다.

    뜨거운 용암이 반으로 갈리고 그 안에서 도망치던 불사조의 날개가 크게 베였다. 불사조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제이슨은 불사조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그 존재 자체도 몰랐던 상대.

    하지만 골렘은 꼭 찾아야 하는 상황.

    미안하지만 골렘을 찾기 위한 제물이 되어라.

    제이슨의 연달아 참격을 날렸다. 용암이 쫙쫙 갈라지며 불사조의 몸에 하나둘 상처가 더해갔다.

    제이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 끝을 본다.

    용암이 갈라지고 점점 더 불사조가 궁지에 몰렸다. 그래서인지 불사조는 도망치기보다 자신의 전신을 폭발시켰다. 불통에 용암까지 더해져 제이슨을 향해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저 기술이 불사조의 필살기라고 부를 만한 기술이지만 얼마나 위험한 기술인지도 알고 있었다. 상대를 폭살 시키는 기술. 하지만 제이슨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제이슨은 엘하르트에게 배웠던 쳐내기를 펼치며 오히려 간격을 좁히고 다가갔다. 그것은 엘하르트가 가르쳤던 것보다 더 수준 높은 기술이었다.

    그것도 깨닫지 못한 제이슨은 무아지경에서 검을 찔러넣었다. 저 심장을 쪼갤 것이 아닌 이상 참격은 무의미하다. 제이슨은 그래서 찌르기로 펼쳤다.

    그 찌르기는 광휘의 검이 펼쳤던 찌르기.

    광휘의 검처럼 빠르지는 않았지만, 이건 운명을 엿본 검이었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검.

    불사조도 그 검은 피하지 못했다.

    쩌엉!

    불사조의 심장에 찌르기가 닿았다. 그 충격에 사방으로 튕겨 나갔던 불똥은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제이슨은 그걸 무시하고 불사조의 심장을 손에 쥐었다.

    불똥으로 화하고 나서도 심장으로 다시 돌아오던 불길이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제이슨은 그렇게 손에 쥔 불사조의 심장을 가지고 더크에게 돌아왔다.

    엘파이트에서 내린 제이슨이 불사조의 심장을 손에 쥐었다. 그 안에 강력하게 깃들어 있던 불사조의 영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 찌르기가 닿는 순간 꺼지듯 사라진 것 같았다.

    제이슨이 손에 쥔 태양석을 가지고 다가가자 더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허허. 설마 창도 없이 잡을 줄은 몰랐군.”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더크는 제이슨이 건넨 불사조의 심장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품에서 꺼낸 망치로 내리쳤다. 척 보기에도 보통 망치가 아니었는데 그 망치가 내리치는 순간 불사조의 심장에서 작은 조각이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 부스러기를 바라보던 더크는 씨익 웃더니 힘차게 그것을 용암 속으로 던져 버렸다. 제이슨이 뭔가 하고 바라보자 더크가 답했다.

    “불사조는 저 심장의 조각만 있어도 부활할 수 있어. 그것도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로.”

    제이슨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럼 전대 불사조의 심장도?”

    “그렇지. 수천 년 전이지만 그때도 불사조를 잡고 심장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저 기억을 감당하는 부위는 용암에 던져 놓았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용암 속에서 불사조는 부활한다.”

    “그렇습니까?”

    “뭐 상부상조하는 사이지. 다행히 기억은 못 하나 보군. 다음번에는 더 강해졌을 테니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제이슨은 더크의 손에 들린 불사조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그게 태양석입니까?”

    “그렇다네. 태양석일세. 도시의 빛이 될 것이고 일부는 화로를 살리는데 들어가지. 신물이라고 부를 만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게 될 거야.”

    제이슨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외부와 교류도 하지 않는 그들이 신물이 왜 필요한가?

    제이슨의 표정을 읽은 더크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단지 만드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네.”

    “대단하군요.”

    “자네의 도움을 받았으니 우리 창고에서 하나를 선물해 주지.”

    “감사합니다.”

    골렘족에 대한 정보 외에 더 얻을 것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크는 용암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봉인에 관한 연구를 더 해야겠군.”

    블루 마운틴 일족은 굉장히 폐쇄적인 집단이다. 어쩌면 불사조를 이렇게 사육하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서일까?

    더크는 제이슨에게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다가와 말했다.

    “그래도 자네 덕분에 이 일이 해결됐군. 가세! 블루 마운틴 일족 특산품인 흑맥주를 마시게 해주지.”

    제이슨도 살짝 기대가 됐다. 그래서 더크를 따라가며 물었다.

    “그런데 보리는 어디서 구하는 겁니까?”

    지하에 사는 이들이 어떻게 보리를 구하는 걸까? 제이슨의 물음에 더크는 손에 들고 있는 태양석을 보여줬다.

    “일종의 인공 태양이라고 할 수 있지. 이 빛을 몇 가지 굴절 현상을 이용하면 실제 태양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지. 그래서 우수한 품질의 보리를 얻을 수 있지.”

    이들의 공학은 얼마나 뛰어난가? 이런 지하에서 태양석을 이용해 인공 태양을 만들다니? 그것도 마법의 도움도 없이.

    공학의 절정에 달한 자들이다.

    제이슨은 더크와 함께 도시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이미 펠릭스가 흑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이슨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인간이 자신은 불사조를 잡고 와서 겨우 흑맥주를 얻어 마실 기회를 얻었는데 태연히 흑맥주를 얻어 마시고 있다니.

    더크는 그런 제이슨의 등을 팡 소리가 나게 치면서 소리쳤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준 이 친구에게 블루 마운틴 일족의 친구다!”

    더크의 외침에 제이슨은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드워프들이 우루루 달려와서는 제이슨을 붙잡고 헹가래를 쳤다. 워낙 힘이 좋은 드워프들이라 천장에 머리를 박을 뻔한 것을 몸을 틀어 천장을 밟고 아슬아슬하게 바닥에 내려섰다.

    그런 제이슨에게 수염 가득한 드워프들이 달려와 껴안았다.

    제이슨이 황당해하는 사이에 그런 그를 향해 펠릭스가 맥주잔을 들어 보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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