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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18화 (119/151)
  • 드워프(2)

    맹훈련을 시키기로 하고 바로 찾아간 덕분에 펠릭스는 무슨 소리냐는 듯 빤히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드워프들을 만나러 간다고?”

    “예.”

    “그래서 나랑 같이 가자고?”

    “예.”

    펠릭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드워프와의 혼혈이기는 하지만, 드워프들의 폐쇄적인 성격은 혼혈이라고 해도 잘 봐주지 않는다. 그나마 혼혈이기에 대화나 나눌 수 있는 정도지 그들과 친분을 맺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디로 갈 건데?”

    “우선은 제국의 동부에 위치한 크리스탈 산맥의 지하로 갈 겁니다.”

    “블루 마운틴 일족이 사는 곳이군.”

    “그쪽이 블루 마운틴 일족입니까?”

    드워프들은 일족의 이름에 마운틴을 붙인다고 들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다섯 개 정도. 그중 펠릭스는 그레이 마운틴 일족의 혼혈이었다.

    각 일족마다 인간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했다. 레드 마운틴 일족은 인간들과 교역마저 하고 가장 많은 혼혈을 가지고 있지만, 블루 마운틴 일족은 순혈의 일족이라고 들었다.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괜찮겠죠?”

    “가봐야 알지. 그나마 말이나 붙이려면 내가 함께 가기는 해야겠군.”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좋아. 그런데 넌 제국에 가면 안 되잖아.”

    “절차를 따라서 간다면 그렇겠죠.”

    제이슨은 어차피 비공식으로 그곳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골렘족들을 만나도 절대로 제국에 알려줄 마음이 없었으니까.

    “훈련이 부족해서 괜찮을지 모르겠군.”

    “흑색 마탑에서 기간트의 개선할 겁니다. 나이트급 기간트지만 출력이나 힘이 히어로급 기간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될 겁니다.”

    “그게 가능한가?”

    “어차피 그 출력의 일부를 전투 에고가 감당한다는데 그렇게 될 수 있다더군요.”

    “성능 향상은 얼마나 될 것 같나?”

    “대략 50% 이상은 성능이 향상될 겁니다.”

    “그럼 훈련을 새로 해야 한단 얘기군.”

    스노우 기사단의 곡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제이슨은 픽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어차피 다녀올 시간은 충분하니 가시죠.”

    “그러지.”

    제이슨은 무기 하나 딸랑 든 펠릭스를 보고는 미소를 지은 채 라마란스가 준비해 준 팔찌를 쓰다듬었다. 간단한 방식으로 작동한 마법진이 발밑에 생기자 제이슨은 펠릭스에게 눈짓했다.

    그도 마법진에 오르자 그들은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제이슨은 그렇게 나타난 곳에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크리스탈 산맥.

    제국의 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진금이 나오는 곳으로 더 유명했다. 그런 만큼 제국의 초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과 엮여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제이슨이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광산을 피해서 어떻게 드워프들을 만날 수 있죠?”

    “드워프들이 이용하는 동굴을 찾아야지. 어쩌면 제국에서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제국에서는 저와 단장님 모두를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직접 찾아야지.”

    제이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마란스에게 받은 팔찌를 반대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일곱 마리의 스펙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체 형태로 움직일 수 있는 스펙터라면 빠르게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게다가 라마란스가 탐색용으로 개조한 그들은 신관들이 아니면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동굴을 찾아와.”

    그 말에 스펙터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나무 위로 올라가 기대앉았다. 펠릭스도 옆의 나무로 올라가서는 말했다.

    “어째 더 쉬운 것 같다.”

    “그보다 블루 마운틴 일족은 어떤 이들입니까?”

    “나도 말만 들어서 잘 모르지만,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했다. 말을 붙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군. 지하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불리할 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이슨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을 떠나서 함께 하는 쉐일링을 당해낼 수 있는 이들이 없으리라. 아무리 드워프들이 강하다고 해도 큰 걱정이 없었다.

    스펙터들을 보내놓고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크리스탈 산맥의 넓이는 아무리 스펙터들이 빠르게 난다고 해도 단시간에 모두를 뒤질 수는 없을 넓이였다.

    제이슨이 펠릭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먹을 것 좀 있습니까?”

    “야전 생활이 오래됐지?”

    펠릭스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육포를 던져주기에 제이슨은 그걸 받아서 씹었다. 동부 전선에서는 툭하면 전선에 뛰어들었기에 아공간 주머니에는 언제나 먹을 것들을 챙겼었다.

    지금은 야전에 나갈 일이 없으니 안 챙겼는데 펠릭스는 아직도 그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제이슨이 육포를 뜯으며 중얼거렸다.

    “전장이 그리우십니까?”

    “전장이야 계속 나갈 텐데 그리울 것이 뭐가 있겠나?”

    은퇴하면서 스노우 기사단을 맡았는데 카이트 국왕이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당분간 전쟁에 나가게 생겼다. 제이슨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아울과는 연락하십니까?”

    “가끔. 전하가 아낌없이 밀어주고 있다고 하더군. 어쩐지 란진 왕국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에 뻗어 나갈 요원들을 교육하느라 정신없다고 들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

    “결혼은 안 하실 겁니까?”

    “결혼은 무슨.”

    픽 웃음을 흘린 펠릭스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저 멀리 광산 주위에 있는 제국군의 초소를 바라보았다.

    “자네 덕분에 좋은 기사단을 만났네. 운이 좋다면 오러 유저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더군.”

    시작부터 나이트급 기간트 라이더들만 모아 놓았었다. 오러 유저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교관이자 기사단장이 펠릭스니 오러를 깨닫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을 터.

    그런 최강의 기사단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에 펠릭스는 만족하고 있었다.

    “전장에 나가게 되었을 때는 확실히 그들의 전력이 도움될 걸세.”

    “아울을 돕기 위해서 기사단을 맡으신 건 아니죠?”

    “그러면 안 되나?”

    제이슨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답했다.

    “아울을 위한 장비들을 만들어서 왕궁에 팔아야겠군요.”

    “정보 요원들을 위한 장비들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

    “쓸만한 것 하나 찾아서 드릴 테니 직접 선물하십시오.”

    “훗.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제이슨이 육포를 다 먹을 때쯤 그의 앞으로 스펙터들이 날아왔다. 제이슨은 스펙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는 펠릭스를 돌아보았다.

    “가시죠.”

    “좋아. 가세.”

    둘은 스펙터를 따라 이동하기 전에 투명 망토를 둘렀다. 그렇게 따라간 곳은 광산이 있는 곳과는 반대편이었다. 크리스탈 산맥의 반대편으로 간 제이슨은 그곳에 수풀 사이에 가려진 커다란 바위를 볼 수 있었다.

    “음. 여기라고?”

    바위 하나만 있을 뿐 어떤 마법적인 장치도 없는 곳이었다. 이곳에 드워프들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믿기 힘들었다.

    그때 펠릭스가 앞으로 나섰다.

    “승강기다.”

    “승강기요?”

    “드워프들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공학이라는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발달했지. 오직 공학의 힘으로만 자신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니까.”

    그렇게 말한 펠릭스가 바위의 아래쪽을 손으로 만지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그럼 가볼까?”

    펠릭스가 힘껏 손을 들어 올리자 바위가 눈앞에서 회전했다. 뒤로 구른 것이 아니라 회전한 곳에는 철문이 있었다.

    펠릭스는 그걸 보고는 말했다.

    “이거 부수면 저쪽에서도 알게 될 거다. 어떻게 할 거냐?”

    강행 돌파할 것인지 아니면 몰래 들어갈 것인지 묻는 것에 제이슨은 펠릭스에게 물었다.

    “혹시 이거 열 방법은 없습니까?”

    “드워프들이 가진 키가 있어야만 열 수 있지.”

    “그럼 안쪽에 연락할 방법은 없습니까?”

    “그건 가능할 거다.”

    씨익 웃은 펠릭스가 철문을 쾅쾅 두드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식한 방법에 제이슨이 멀뚱히 바라보자 그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기다렸다.

    잠깐 기다리니 저 밑에서부터 위이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슨은 검을 뽑을까 고민하다가 우선은 이야기로 풀기로 마음 먹고 기다렸다.

    곧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끼익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이들은 검은 렌즈의 고글을 쓰고 헬버드를 든 두 명의 드워프들이었다.

    키는 제이슨의 가슴께 밖에 오지 않지만, 어깨 넓이는 1.5배는 되어 보이는 이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터질 듯한 근육은 그들이 얼마나 단련된 전사들인지 알 수 있었다.

    제이슨이 펠릭스를 돌아보자 그가 앞으로 나섰다.

    “그레이 마운틴 일족의 검은 수염의 아들 펠릭스라고 합니다.”

    그러자 드워프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세 가닥으로 수염을 꼰 드워프가 헬버드를 거두며 물었다.

    “검은 수염이라면 나도 기억하는 이름이군. 드워프답지 않게 방랑벽이 있는 녀석이라 이곳을 찾아왔었지.”

    제이슨이 그럼 이곳을 알고 있었냐는 듯 바라보자 펠릭스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 답했다.

    “블루 마운틴 일족의 흑맥주가 그리 맛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크하하하. 정말 검은 수염의 아들인가 보군. 우리가 흑맥주 하나는 끝내주지.”

    제이슨은 지하에 사는 이들이 어떻게 흑맥주에 필요한 보리를 얻을 수 있나 궁금했지만, 그 호기심은 지금 풀 문제가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우리를 찾아온 건가?”

    펠릭스가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제이슨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족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우리 영감을?”

    너무나 태연히 대꾸하기에 제이슨은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영감은 인간들을 싫어해.”

    제이슨이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이들을 쓰러트리고 안으로 들어가 볼까? 쉐일링의 도움이 있다면 드워프들을 협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그런 제이슨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펠릭스가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흐음.”

    잠시 고민하는 드워프의 뒤에 서 있던 짧은 수염의 드워프가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영감도 지금 상황에서는 만나주지 않을까?”

    “그럴까?”

    “일단 데리고 가보자고.”

    “쩝. 영감이 꼬장 피울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데리고는 가보세.”

    세 가닥 수염의 드워프가 앞으로 나섰다.

    “영감을 소개해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가 쫓아낸다면 두말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약속하겠다면 데리고 가지.”

    제이슨은 그제야 드워프들이 거짓말을 못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오직 진실만을 얘기하는 그들은 인간들에게 많은 사기를 당했다. 그래서 더더욱 인간들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제이슨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약속하겠습니다.”

    “좋아. 따라오게.”

    제이슨은 그들이 먼저 안으로 들어간 철문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들어갔다. 펠릭스는 큰 키 때문에 거의 허리를 숙이고 탔다. 그렇게 모두 타자 드워프가 벽을 만졌다.

    곧 철문이 닫히더니 위이잉 소리와 함께 바닥이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제이슨은 살짝 긴장할 정도였다.

    그렇게 내려가던 제이슨은 한참을 지나서야 바닥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철문을 열고 성큼 앞으로 나선 드워프의 뒤에 선 제이슨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하로 들어왔는데 천정까지의 높이가 족히 50미터는 될만한 도시가 눈앞에 있었다.

    철문에서 도시의 중앙에 세워져 있는 건축물까지 길게 뻗은 거리 좌우로 드워프들이 나와서 구경을 시작했다. 제이슨은 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인간이야!”

    “드렐이 드디어 미친 건가? 인간을 데리고 오다니!”

    “영감이 저 인간들 다 죽이면 어떻게 하려고!”

    어째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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