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13화 (114/151)
  • 사도(3)

    엘하르트는 등장과 함께 엘렌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엘하르트의 상태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봉인을 다 풀지 못했구나!”

    “그래서?”

    엘하르트는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는 듯 손을 휘둘렀다. 엘하르트의 손에서 뻗어 나가는 봉인의 사슬이 길게 늘어나며 엘렌을 향했다.

    엘렌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봉인의 사슬을 보고는 뒤로 훌쩍 뛰었다. 10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깃털처럼 가볍게 솟아올라 봉인의 사슬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이슨은 곧장 엘파이트를 소환했다. 엘렌이 본체를 드러낸 이상 전투하기 위해서는 엘파이트가 필요했다. 제이슨은 아직 본신의 힘으로는 완벽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니까.

    제이슨이 엘파이트에 올라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제이슨이 휘두른 참격이 날아들자 엘렌이 기겁하며 몸을 피했다.

    “신력을 이용하니 확실히 다르군.”

    제이슨은 엘하르트의 말에 엘렌이 왜 이야기로 들었던 것과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엘렌은 지금 신력을 이용해서 몸의 움직임을 가속화 한 것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제이슨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작 셋의 힘을 이용하는 중이었다. 아직 다른 둘은 신력을 쓰지 않고 엘렌에게 몰아준 것 같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다.

    제이슨이 전력을 다해야 거의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놀라운 속도.

    제이슨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는 편하게 싸워왔던가? 게다가 지금의 제이슨은 참격으로 산이라도 자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라마란스가 외부의 시선을 차단한 것마저 신경 쓰지 않고 싸운다면 대저택은 고작 숨 몇 번 쉴 시간이면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제이슨은 참격에 한계를 두었다. 산이라도 쪼갤 수 있지만, 범위를 대저택 한정으로 해놓은 상황. 하지만 엘렌은 그런 제이슨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엘하르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엘하르트는 봉인의 사슬을 한 번 휘두르고는 곧장 뛰어들기보다 숨을 고르고 있었다. 웅크리고 있는 그가 뭘 하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제이슨은 엘렌을 몰아치기로 했다.

    놀라운 움직임을 보였지만, 단순히 빠르기만 한 거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프라메드의 혼혈들이 대륙을 지배했으리라.

    마스터에 이른 이는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제이슨이 그렇게 참격을 이용해서 엘렌이 피할 곳을 줄였을 때 측면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엘카소가 쓰는 마법이 어떤 것인지 보았다. 마법의 압축을 잘하는 그가 쏘아낸 마법이 직경만 5미터에 달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녹아내릴 것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저 마법이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대인 최강 마법이라고 불리는 헬파이어. 이제는 쓰는 이도 없는 극강의 마법.

    에고 기간트라고 해서 버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제이슨은 그걸 보고 참격을 날렸다.

    촤악!

    헬파이어가 반으로 잘려나갔다. 그리고 좌우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쾅!

    그 충격에 휘말리기 전에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보여주었던 검을 떠올렸다. 그가 보여주었던 것에서 더 발전해 제이슨의 검이 그려낸 궤적에 말려든 충격파와 불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대저택을 둘러쌌던 마법이 뜯겨 나갈 정도로 위협적인 마법의 여파. 하지만 엘카소는 제이슨을 향해 신경을 쓴 대가로 라마란스에게 몰리고 있었다.

    마력의 양이라면 둘 다 끔찍할 정도로 많았지만, 이번에 마법 연구소의 장비로 무장한 라마란스는 캐스팅 없이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용아병과 골렘으로 시선을 끌면서 저주를 비롯해 다른 마법들로 견제하던 중에 빈틈이 보이자 마법을 쏟아냈다. 아무리 엘카소라도 그것을 방비하기 위해서는 온 신경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렇게 엘카소가 라마란스에게 집중할 때 제이슨은 엘렌에게 달려갔다. 엘렌은 자신을 도왔던 엘카소가 위험에 빠진 것을 보고는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뿜어낸 것은 엘하르트가 받아냈던 신력이 충만한 광선이었다. 제이슨이 피한 자리에 어느새 엘하르트가 뛰어올라 광선을 받아냈다.

    기세 좋게 나서서 때려잡을 것처럼 굴더니 엘렌이 신력을 쓰는 순간만을 기다렸다가 그것을 흡수하는 중이었다. 제이슨은 헛웃음이 나왔지만, 자신이 몰아붙일수록 엘렌이 신력을 쏟아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제이슨은 엘렌을 몰아붙이며 엘하르트에게 연락했다.

    ‘신력에 한계는 없는 거야?’

    -아니. 신에게는 신력의 한계가 없지만, 저들은 있지. 셋이서 쓸 수 있는 신력의 한계는 금세 드러날 거다. 잘해야 이런 공격은 두 번?

    ‘왜 엘렌만 신력을 쓰고 있는 거지?’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엘페린이나 엘카소가 훨씬 더 강하다. 신력이 없이도 카젠과 라마란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라마란스는 엘카소와 박빙으로 싸우고 있었고, 카젠은 엘페린의 기간트를 벌써 다섯 기나 파괴했으니 승리의 추는 자신에게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엘렌이 아닌 다른 이들이 신력을 쓴다면?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것 같았다.

    -셋이 동시에 쓰는 것은 안 돼.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가장 약한 엘렌에게 기회를 준 것이겠지. 엘렌이 신력을 모두 쓰게 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다.

    제이슨은 이제 승부를 보기로 작정했다. 제이슨이 쉐일링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엘렌을 몰아붙여서 이제 피할 곳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검만으로 승부를 내기 어렵지 않았지만, 쉐일링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제이슨을 피해 움직이던 엘렌의 몸이 덜컥 굳었다. 쉐일링이 타고 올라가 엘렌의 관절 부위를 붙든 것. 신력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엘렌을 잠깐이지만 붙들 수 있을 정도로 쉐일링의 힘은 강했다.

    제대로 피하지 못한 상대의 가슴에 제이슨의 검이 날아들었다.

    콰직!

    엘렌은 제대로 피하지 못해 가슴에 검이 박혔다. 엘렌이 비명을 내지를 때 엘하르트가 뛰어올라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잘 쓰마.”

    엘하르트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 빛이 그의 전신으로 옮겨갔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한 빛을 흡수하는 엘하르트의 목을 휘감고 있던 봉인의 고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엘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신력이 엘하르트로 옮겨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엘렌이 본체를 버리고 인간의 형태로 돌아갔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불쑥 나타난 것은 판톤이었다.

    사도들과 싸우느라 잊고 있었던 존재. 그는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엘렌을 구했다. 제이슨이 마무리 짓기 위해 휘두르는 검격을 판톤은 검을 들어 받아냈다.

    꽈앙!

    판톤은 제이슨이 타고 있는 엘파이트의 검격을 인간의 몸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그 힘을 견디지 않고 그 힘을 빌려 훌쩍 뒤로 몸을 빼냈다.

    “미안하지만 도망은 못 가.”

    이곳에서 도망은 못 간다. 판톤이 도망치는 중에 그의 발밑에 나타난 것은 쉐일링이었다. 쉐일링은 단숨에 판톤과 엘렌을 휘감았다.

    그때 그들의 앞으로 엘페린의 기간트들이 날아들었다. 그들의 앞을 막기 위해서 달려든 기간트들이 무기를 뽑아들었지만, 그가 엘렌을 구하기 위해 온 것으로 인해 카젠이 이쪽에 합류하게 됐다.

    콰앙!

    등장과 함께 기간트 한 대를 조각 내버린 카젠이 사납게 웃었다.

    “발악하는 모습이 재밌군.”

    카젠이 손톱을 들어 올릴 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엘페린이 말했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나이트급 기간트들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기간트들을 향해 카젠이 재차 손톱을 휘둘렀다. 지금까지는 막지 못했던 카젠의 공격이 처음으로 막혔다.

    쩌엉!

    기간트의 검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카젠이 인상을 찌푸렸다.

    “옛날 생각나네.”

    카젠은 자신을 잡으러 왔던 엘페린을 떠올리고는 손톱에 불어넣는 기운의 크기가 달라졌다.

    콰자작!

    엘페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셋의 힘. 그것도 지금 이곳에서 엘렌이 신력을 낭비한 상황이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카젠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때 기간트 위로 보호막이 둘렸다. 카젠의 공격에 기간트가 부서지지 않았다.

    어느새 엘카소마저 블링크를 이용해 그들의 뒤로 이동했다. 라마란스도 다가왔다.

    “빠져나가지는 못하겠지?”

    “못 빠져나가.”

    그리 답한 라마란스가 지팡이를 내리치자 바닥에서 솟구치는 흉측한 손들이 튀어나와 기간트들을 붙잡았다.

    엘페린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셋이 모이니 귀찮아지는군.”

    엘카소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문제는 저들이 아니다.”

    엘카소는 그들의 뒤편. 엘파이트의 어깨에 올라 앉아있는 엘하르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엘하르트의 남은 봉인은 여섯 개. 열두 개의 봉인 중 반이 풀렸다.

    그래서 그런지 넘실거리는 엘하르트의 격이 느껴졌다. 아직 봉인이 반이나 남았음에도 그의 격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새삼 그가 벌였던 일이 떠올랐다.

    엘페린의 시선이 슬쩍 엘하르트를 향했다. 그리고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적어도 둘은 더 있어야겠군.”

    “그러니 말이야.”

    최소 다섯은 모여야 지금의 엘하르트와 비벼볼 수 있는 상황.

    “도망칠 방법은?”

    엘카소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도망치려면 내가 힘을 써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도망치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군.”

    한 마디 투덜거린 엘페린이 눈치를 보았다. 포위된 상황에서 몸을 빼내기도 쉽지 않은 일.

    “내가 먼저 한다.”

    “그래.”

    엘카소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페린이 자신이 품은 신력으로 기간트들을 움직였다. 라마란스의 마법으로 묶여 있던 기간트들이 힘으로 그것을 부수고 일제히 달려들자 용아병들과 골렘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의 뒤에 서 있던 카젠이 말했다.

    “엘페린은 내 거다.”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단 시작은 내가 하지.”

    제이슨의 참격이 이번에는 한계를 두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참격이 세상을 반으로 갈랐다. 나이트 기간트들이 신력을 몸에 두르고 앞으로 나서서 그 공격을 받아냈다.

    콰콰쾅!

    강렬한 충격과 함께 기간트들이 뒤로 튕겼다. 엘파이트를 탄 채로 전력을 다해 뿌린 참격은 아무리 신력을 둘렀다고 하나 쉽게 견디지 못했다.

    그 힘에 뒤로 밀린 기간트들의 틈으로 카젠이 튀어나갔다. 사도들 사이로 뛰어드는 것임에도 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리고 카젠의 시선은 오직 엘페린에게 향해 있었다.

    엘페린은 카젠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엘페린의 기운이 빠져나가고 그 기운은 엘카소에게 전해졌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

    라마란스가 한 마디 외치는 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검은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검은색의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엘카소가 뛰어난 마법사라고 하나 라마란스의 방벽을 뚫고 도망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신력까지 끌어모아야 가능한 일.

    그러니 그 신력을 끌어모을 시간을 주지 않고자 했다. 쏟아지는 벼락을 보고 엘카소는 미소를 지었다.

    “잘못 이해하고 있군.”

    엘카소는 자신에게 몰려온 신력을 이용한 마법을 펼쳤다. 그것은 라마란스도 보지 못했던 마법. 아니, 그 안에 담긴 힘에 경악했다.

    신력을 신력으로 쓰는 것이 아닌 마법의 힘까지 더하니 그것은 마치 신벌과도 같았다. 셋이서 쓰는 신력임에도 셋의 힘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라마란스 조차 그걸 보는 순간 깨달았다. 저기 담긴 힘은 셋이 모였을 때 쓸 힘이 아니라 넷이 모였을 때의 힘보다 더 강하다는 걸.

    라마란스가 황급히 뼈로 된 방벽. 본월을 일으켰지만, 이 정도로 막을 수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에 몸을 빼낼 수 있으리라.

    신력으로 완성된 마법이 본 월을 강타하려고 할 때 그 앞으로 불쑥 끼어든 존재가 있었다. 엘하르트가 내지른 주먹이 엘카소의 마법을 강타했다.

    꽈아앙!

    마법과 엘하르트의 주먹이 격돌한 여파에 대저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엘하르트는 주먹을 가볍게 털며 당황한 사도들에게 말했다.

    “수작을 부려놔서 흡수가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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