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11화 (112/151)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사도(1)

사도

제이슨이 고대 던전에서 찾은 물건들에 대한 보고를 들었을 때 그의 영지로 샤이드 대공이 찾아왔다. 황제도 없이 홀로 온 그는 이미 한 번 제이슨의 영지에 왔었기에 경비병들이 그를 알아보았다.

샤이드 대공이 힘을 잃었다는 것은 아직 다른 곳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 그러니 마스터의 등장에 경비병들은 빠르게 안에 연락했고, 영지는 발칵 뒤집혔다.

제이슨은 자신을 찾아왔다는 샤이드 대공을 연무장이 아닌 서재에서 만났다. 아무래도 샤이드 대공이 오러를 잃었으니 무리해서 그와 대련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샤이드 대공과 마주한 제이슨이 조심스레 물었다.

“몸은 어떠십니까?”

“괜찮다고는 못하겠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샤이드 대공은 그렇게 낙담한 표정은 아니었다. 어쩐지 뭔가 내려놓은 표정을 보니 오히려 뭔가를 초탈해 보였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하지 말게. 오러 홀은 건재해서 영약을 먹고 오러는 채워 놓았네. 내 것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야.”

“얼마나 걸리실 것 같습니까?”

샤이드 대공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답했다.

“한 달은 정양해야 할 것 같군.”

“그럼 전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전장은 굳어졌네. 신성 교국에 광휘의 검이 없다는 것은 확실해졌으니 그들이 선공을 취할 일은 없을 것 같군.”

제이슨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샤이드 대공을 바라보았다.

“은퇴하실 겁니까?”

“은퇴?”

샤이드 대공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래야 할 것 같나?”

묘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제이슨은 그 모습에 씨익 웃었다. 어째 비우고 나서 그는 더 높은 경지로 오른 것 같았다. 제이슨도 쉬이 볼 수 없는 경지.

“그럼 무슨 일로 이렇게 찾아오신 겁니까?”

“자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고, 해줄 말도 있고.”

“해줄 말이요?”

“그래.”

샤이드 대공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놈들의 검은 오러 블레이드에도 베이지 않았네.”

“기간트 무기가 잘리지 않았다고요?”

“그렇다네.”

제이슨은 자신의 참격이라면 벨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는 지금까지 베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괜히 마스터가 전쟁 억제력을 가졌다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막지 못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막혔다는 것이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도 저 하늘의 별이 끌어내려 진 느낌이었으니까.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그건 모르겠네. 출력의 한계는 있어서 나이트급 기간트 두 기가 동시에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것만 해도 큰일이지.”

“그렇네요.”

히어로급 기간트도 아니고 나이트급 기간트가 마스터의 공격을 받아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히어로급 기간트는 그 개체 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나이트급 기간트는 넘치도록 많으니까.

그런 이들이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을 수 있다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수만 넉넉하면 이제 마스터도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제이슨의 표정을 보고 샤이드 대공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것도 문제이기는 한데 블랙 드래곤 용병단의 기간트들은 조금 신기한 느낌이었네.”

그것만 해도 충분히 괴기스럽다.

“다른 것도 있었습니까?”

“다른 이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마치 한 몸인 것 같았네. 한 몸에 팔과 다리가 많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

“연수합격을 훈련한 것이 아닐까요?”

“아닐세. 그렇게 빠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네.”

샤이드 대공은 확언했다. 사실 한 몸인 것 같다는 말이 더 말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샤이드 대공은 제이슨도 몇 시간씩 상대해야 할 정도의 강자. 그런 그가 상대를 잘못 읽었을 리는 없었다.

-엘카소가 있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군.

‘무슨 말이야?’

-사도 중에 엘페린이라는 자가 있다. 기생체를 이용해 골렘들을 다뤘던 자지. 기생체들은 모조리 박멸했지만, 엘카소가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재현했을 수도 있겠어. 어쩐지 자폭을 쉽게 하더라니.

‘기생체?’

-그래. 그럼 지금 나와 있는 것은 엘렌, 엘페린, 엘카소인가?

‘셋이면 어때?’

-셋 정도라면 아직 할 만할 거다. 마침 이번에 얻은 힘도 있어서 봉인을 하나 더 풀었으니.

엘하르트가 봉인을 풀수록 제이슨 자신도 강해져야 한다. 엘하르트와는 맹약을 맺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강함이 필요했다. 기간트에 올랐을 때는 마스터로서 부족함이 없지만, 홀로는 아직 마스터로서 부족했다.

제이슨은 샤이드 대공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우선은 블랙 드래곤 용병단에 대해서 제국의 정보 집단 레드 캣이 움직였네.”

제국의 레드 캣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왔다. 트랑 왕국의 블랙 아울은 알제리 왕국만 감시할 수 있었지만, 제국의 레드 캣은 대륙을 감시한다고 할 정도로 그 능력이 뛰어난 곳이었다.

그들이 블랙 드래곤 용병단을 살핀다고 하니 어쩌면 사도에 대한 것을 알아낼지도 모른다. 알아낸다고 해도 뭔가 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들도 주시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조심하게 될 터.

시간은 벌 수 있었다. 사도가 더 모이기 전에 그들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지나가는 싸움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본거지를 신성 교국의 성도로 옮겼다고 하더군.”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갔다. 제국의 입장에서도 그들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뭐를 말입니까?”

“블랙 드래곤 용병단이 가진 기술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마스터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을 걸세.”

“그렇기는 하죠. 특히나 그들이 썼던 독을 생각하면 가벼이 볼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말일세.”

전장에서 있었던 그들의 자폭 공격이 대단하기는 했으나 샤이드 대공이 멀쩡했다면 그 정도 폭발은 그냥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무거운 응징의 철퇴를 받았을 터.

하지만 오러를 감염시키는 독 때문에 그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도주해야만 했다.

샤이드 대공이 분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단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그들을 공격할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가?”

샤이드 대공은 제이슨의 대답에도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직접 복수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황제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용병 길드와 싸울 각오를 해야 할법한 일이지만 샤이드 대공을 잃을 뻔했던 것에 대한 분노는 고스란히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이 아무리 신성 교국의 성도에 있다고 해도 말이다.

샤이드 대공은 남은 차를 다 마시고는 말했다.

“몸이 모두 회복되면 한 번 더 찾아오겠네. 그때는 대련이라도 하세.”

“폐하의 곁에 있으셔야죠.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고.”

“그럼 한 달 후에 뵙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네.”

제이슨은 직접 샤이드 대공을 배웅해 줬다. 그를 보내고 돌아온 제이슨은 턱을 쓰다듬었다.

일단 셋 이상의 사도가 나타난 상황. 샤이드 대공에게는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준비되는 대로 사도들을 잡으러 갈 생각이었다.

블랙 드래곤 용병단은 필요 없이 오직 그들만 잡을 생각이니 샤이드 대공과 부딪칠 일도 없으리라.

고대 마법 연구소에서 구한 물건들은 대부분 회수했고, 그중에서 물건을 추려냈다. 대부분 시험적인 것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 부족한 부분을 라마란스가 채워 놓았다.

일반인이 쓴다면 모든 마나가 빨려 나가 죽을 수도 있던 물건을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충전식 마력석을 연결해 놓아 일반인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공성전에서나 쓰일 법한 대기간트 용 마법 무기들을 아무런 반동도 없이 쓸 수 있는 아티펙트들.

그것들로 무장한 칼데안은 팀을 데리고 칠왕국 연합을 찾아 떠나갔다. 제이슨은 위험하면 언제든 자신과 연락할 수 있는 장치를 내주었다.

라마란스가 만들어 준 그 장치가 있다면 대륙의 끝에서도 연락은 취할 수 있다. 라마란스가 있으니 그 위치도 파악이 가능하니 위급한 상황에서 제이슨이 그들을 구할 수 있는 보험도 들어 두었다.

그들이 타국에 정체가 발각된다면 도와주지 못한다고 했지만, 제이슨은 이번에 자신들의 필요성을 증명한 그들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고 나서 제이슨은 라마란스가 내놓은 팔찌를 바라보았다.

“이건가?”

“그래. 이거면 독에 감염되지 않는다.”

제이슨은 가만히 팔찌를 만지다가 팔에 차고는 말했다.

“블랙 드래곤 용병단은 지금 제국의 레드 캣이 주시하는 중이야. 그런 그들을 우리가 기습해도 괜찮을까?”

라마란스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마법의 정점에 도달한 나다. 레드 캣이고 뭐고 간에 내가 벌이는 일을 알아챌 수 있는 자들은 없어.”

제이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들과의 첫 만남. 셋만 모여도 신력을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예사롭지 않은 자들. 지금 잡지 못하면 귀찮아질 수 있으니 이번에 찾아가 끝을 볼 생각이었다.

제이슨은 카젠을 불렀다. 볼에만 살이 오르는 것이 아니고 슬슬 허리도 두꺼워지기 시작하는 카젠이 제이슨의 부름에 다가와서는 물었다.

“어디 가냐?”

“사도 잡으러.”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카젠의 눈이 변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분노를 풀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듯 변하는 그의 눈을 바라보던 제이슨이 입을 열었다.

“준비됐어?”

“언제나 준비되어 있지.”

카젠은 씨익 웃어 보이고는 가볍게 목을 좌우로 꺾었다. 수천 년을 갇혀 있었던 그에게 있어서 사도는 반드시 죽여야 할 상대다. 게다가 이번에는 사도를 먼저 공격할 기회.

저번처럼 그들이 먼저 공격을 해오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 때와는 반대다.

“다 가는 건가?”

“물론이지.”

“질 리가 없겠군.”

감옥의 수감자들만 해도 개개인이 세 명 이상의 사도가 모여야만 했던 강자들. 게다가 제이슨과 함께하는 엘하르트가 있으니 질 수가 없는 구성이다.

“그래도 주의해야지. 이번에 오러에 통하는 독도 놀라운 것이었으니까.”

전에는 사도 중에서 수감 된 이들을 잡으러 가는 구성에 엘카소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인간과 골렘을 창조한 사도들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자.

그런 자를 상대하는 일이니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라마란스가 담담히 답했다.

“엘카소는 내가 맡지.”

라마란스 또한 마법의 정점에 선 이. 둘이 대결하는 동안 다른 이들과 승부를 보면 되리라.

“가자.”

블랙 드래곤 용병단은 지금 신성 교국의 성도로 본거지를 옮겼다고 했다. 그곳은 또 하나의 사도. 지금은 신의 흉내를 내는 엘드라고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신벌이 내린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인원이기에 시도하기로 했다.

라마란스는 이번에 직접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다른 곳과 다르게 직접 마법진을 그리는 것은 그들이 성도에 진입했다는 것 자체를 비밀로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라마란스가 만든 마법진에 모두 올라서자 마법진이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투명한 막에 휘감긴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착한 곳에 이미 투명한 막이 펼쳐져 있어 주변을 지나가는 이들은 그들이 도착한 것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이슨은 투명 망토를 두른 채 뒤를 돌아보았다.

라마란스와 카젠을 뒤에 두고 제이슨은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신성 교국에서 새롭게 내준 블랙 드래곤 용병단의 대저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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