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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04화 (105/151)
  • 블랙 드래곤 용병단(1)

    블랙 드래곤 용병단

    길일을 받은 제이슨은 한 달의 시간이 있는 것을 보고는 제국에 두 장의 초대장을 보냈다. 샤이드 대공과 칸트 공작에게 초대장을 보낸 제이슨은 가족들을 먼저 초대했다.

    제이슨이 대공의 작위에 오르다 보니 가족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왕국의 모든 귀족이 줄을 서고 있었다.

    한 달 안에 성의 증축을 마칠 수는 없었다. 라마란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의 능력이 밝혀져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제이슨은 성은 증축하면서 아직 덜 꾸몄지만, 가족을 초대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버지의 작위는 형이 물려받으면 될 일. 그렇게 만난 가족들을 반갑게 맞이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었다.

    “형도 이곳으로 오고 싶다고?”

    [그래. 아직 아버지도 정정하시고, 굳이 그곳에 있기보다는 이곳에서 일을 배우고 싶구나.]

    제이슨은 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호된 고초를 겪고 형은 많이 변했다. 그런 형을 바라보던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를 관리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런 영지를 관리해줄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허튼짓하지 않을 사람으로 형만 한 사람이 없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 형 클라이는 사람이 됐다. 말수도 줄었고, 사람이 진중해졌다. 게다가 그의 몸을 살피려면 캐리가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캐리가 이곳에 마탑을 세운 이상 클라이도 종종 찾아와야 했는데 직접 미리 말을 꺼내주니 그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 형 몸을 돌리는 데 있어서 마탑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테니까. 굳이 내 일을 배우지 않아도 마탑의 일을 돕는 것도 좋겠다.”

    제이슨의 말에 브렐리아나도 찬성했다. 캐리의 도움으로 잃었던 팔을 되찾았고, 로크 덕분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마탑에서 흑마법을 배우지 못해도 마탑을 돕는 것도 좋으리라 여겼다.

    “좋은 생각이구나.”

    클라이도 불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바라고 있던 일이었다. 이곳에 오겠다고 생각한 것도 캐리에 대한 마음 때문이었으니까.

    망가졌던 그가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캐리의 도움이 컸다. 단순히 시체의 팔을 가져다 단 것이 아니라 그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졌던 것.

    [고맙다.]

    “그리고 형도 전보다 많이 좋아질 거야.”

    이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라마란스에게 부탁하면 전보다 훨씬 좋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제이슨의 말을 들은 이들은 여기서 더 좋아질까 의심했지만, 제이슨은 개의치 않았다.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옳으니까.

    제이슨은 가족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작위 수여식 때 결혼식도 같이 올릴 예정입니다.”

    “정말이니?”

    브렐리아나가 놀라서 되묻자 제이슨이 씨익 웃었다.

    “예. 그러니 어머니가 신경 좀 써주세요.”

    결혼식을 올릴 때는 브렐리아나가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상대가 거트 공작가의 공주님이다 보니 브렐리아나가 더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있었다.

    제이슨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작위 수여식 같은 경우에는 왕가에서 사람이 나오기로 했거든요.”

    “결혼식 준비가 그것과 같을 수가 없잖니. 혹시 손님 명단이라도 있니?”

    “제 손님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제이슨의 이름으로 보낸 초대장은 두 장뿐이다. 물론 그것이 아니라도 그를 찾아올 이들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모두를 받을 것은 아니었다.

    대공 정도 되면 손님도 가려 받아야 했으니까.

    제이슨의 말을 들은 브렐리아나가 의욕을 불태웠다.

    “공작부인을 만나 뵈어야겠구나.”

    “그렇게 하세요.”

    거트 공작가의 공작부인 또한 결혼식에 대해서 지금 한창 신경 쓰고 있을 터. 예전이라면 만나보기도 힘든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사돈이 될 상황에다가 이쪽도 백작 부인이지만 대공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제이슨은 이번 결혼식을 찾아올 이들을 떠올리고는 그에 걸맞은 결혼식이 되어야 함을 알았기에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브렐리아나에게 건넸다.

    “결혼식 준비에 쓰세요. 부족하면 더 말씀하시고요.”

    “흐음. 그래. 남기지 않고 잘 쓰도록 하마.”

    제이슨이 준 주머니 안쪽에는 무려 300만 골드가 들어있었다. 히어로급 기간트 세 기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골드였는데 남기지 않고 다 쓰겠다는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마 역사에 남을 결혼식이 될 것 같았다.

    “예. 꼭 남기지 말고 다 쓰세요. 세기의 결혼식 한번 해보죠.”

    어지간한 왕가에서도 결혼식 한 번에 쓰기에는 많은 골드였다. 브렐리아나는 그제야 주머니를 새삼 바라보았다. 그래도 아들이 대공이 되어 올리는 결혼식이니 골드는 많이 쓰면 쓸수록 좋다 여겼다.

    “맡겨두렴.”

    제이슨의 부탁을 들은 라마란스는 흥미롭다는 듯 클라이를 바라보았다.

    “누가 이렇게 한 거냐?”

    “저희 남매가 했습니다.”

    “재미있는 시도로군.”

    라마란스는 그렇게 평하고는 클라이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이런 이식이 성공한 것을 보면 의외로 적합성이 뛰어난 편이군. 몇 가지 시험해보고 싶을 정도야.”

    라마란스의 눈이 위험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제이슨이 딴지를 걸었다.

    “솔직히 지금도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어. 형이 강해질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마.”

    “마스터의 형이잖아. 기본은 해야 하지 않겠어.”

    “참으라고.”

    제이슨이 진지하게 말하자 라마란스는 입맛을 다시고는 물었다.

    “그럼 원하는 게 뭐야?”

    “혹시 저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말할 수 있나?”

    “그 정도는 간단하지. 성대를 이식하면 돼.”

    너무나 간단히 말하는 모습에 제이슨이 어이가 없었다.

    “원래의 목소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입으로 말할 수 있게 될 거야.”

    너무나 간단히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캐리와 로크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질문했다.

    “그런데 성대를 이식 가능할까요? 목을 열어서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잖아요.”

    “아, 너희 수준에서는 무리겠군. 그건 내가 직접 집도하지.”

    간단히 말한 라마란스를 보고 제이슨은 그 자세한 상황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째 형의 치료 장면을 보다가는 칼을 휘두를지도 몰랐다.

    가슴을 졸이느니 라마란스를 믿기로 했다.

    그때 라마란스가 물었다.

    “성대 이식을 해주는 대가로 원래 있던 망가진 성대는 내가 가져도 되겠나?”

    “그건 뭐하게?”

    “이만큼 다른 종족과의 적합성이 뛰어난 인재는 못 봤어. 그러니 몇 가지 시험해보려고.”

    제이슨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건 마음대로 해.”

    “좋아. 다른 건 부탁할 것 없나?”

    “아, 그리고 형이 마탑에서 지내고 싶다는데 맡길만한 일이 있는지 알아봐 줘.”

    “그러려면 한 가지 언약을 맺어야 하는데 괜찮겠나?”

    “비밀 엄수 언약인가?”

    “그래.”

    제이슨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에서 진행되는 것들 대부분이 대륙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었다. 알려졌다가는 발칵 뒤집힐 만한 일.

    제이슨의 시선이 클라이를 향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럼 내 작위 수여식 전까지 형을 치료해 줘.”

    “그때는 나도 참석하지.”

    “그렇게 해.”

    제이슨은 클라이를 부탁하고는 마탑을 나섰다. 그런 제이슨의 뒤를 캐리가 따라 나왔다. 제이슨이 돌아보자 캐리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고마워요.”

    “형이 원한 거예요.”

    “클라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를 위한 전용 마갑까지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 캐리에게도 클라이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잘 부탁해요.”

    캐리는 형과 어울리고 로크는 조안나와 어울리니 둘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새롭게 탄생한 마스터.

    마검이라는 별칭의 마스터 제이슨 대공의 작위 수여식은 선택받은 이들만이 참가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열린 행사가 아니었던 이유는 결혼식을 함께 하기 때문이었기에 그곳에 참가하게 된 이들은 그것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좋아했다.

    제이슨이 초대한 이들은 벡스와 아울을 포함한 동부 전선에서 연이 있었던 이들이었고, 아이젠이 초대한 이들은 거트 공작과의 오랜 연이 있던 이들이었다.

    그렇게 참석하는 이들을 하나둘 맞이하는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다가왔다. 제이슨도 그를 보고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폐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곳에는 샤이드 대공과 칸트만 데리고 온 펠레드가 서 있었다.

    “섭섭하군. 나에게는 초대장도 보내지 않았다니.”

    “그야 황궁을 벗어날 리 없다고 여겼으니까요.”

    웃음을 터트린 펠레드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직 한창 공사 중이더군.”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원한다면 마도 공학자들을 빌려줄 수 있네.”

    제국 마도 연구소의 마도 공학자들을 빌린다면 공사는 금세 끝날 테지만 모든 것을 제국이 알게 된다.

    “괜찮습니다. 급한 것도 없고요.”

    성을 증축 중이라고 해도 그것이 없다고 해도 성은 충분히 크고 쓸만했다. 스노우 기사단도 소수 정예로 키우고 있었기에 특별히 지금 당장은 성의 증축이 급하지 않았다.

    “흐음. 그런가?”

    펠레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이슨의 뒤편에 서 있는 카이트 국왕을 바라보았다. 트랑 왕국의 국왕이 되고 나서 두 개의 왕국을 쓰러트리고, 테오 공국까지 손에 넣으면서 제국에 비할 바는 아니나 대륙의 역사에 새로이 이름을 쓰고 있는 패왕이었다.

    “이렇게 만나보는 것은 처음이군. 반갑네.”

    펠레드가 손을 내밀자 다가온 카이트 국왕이 그 손을 맞잡았다. 샤이드 대공을 뒤에 둔 펠레드와 제이슨을 뒤에 둔 카이트 국왕.

    황제와 패왕의 만남에 제이슨은 뺨을 긁적였다.

    “제 작위 수여식과 결혼식입니다만.”

    “흠흠. 너무 시선을 끌었나?”

    제이슨은 씨익 웃고는 말했다.

    “귀빈석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지.”

    그렇게 안으로 안내하니 제이슨은 새삼 작위 수여식이 생각보다 커진 것을 깨달았다. 제국의 황제가 지켜보고, 또 다른 마스터 수호검 샤이드 대공까지 함께한 데 더해서 제국의 재상까지 왔다.

    어쩌면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펠레드가 직접 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신성 교국을 공격할 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그런 그들을 돌아보던 중에 작위 수여식의 시간이 됐다. 작위 수여식이 끝나면 카이트 국왕의 주례로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카이트 국왕은 영광이라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때를 떠올린 제이슨은 대전의 상석에 검을 들고 서 있는 카이트 국왕을 향해 다가갔다. 천천히 무릎을 꿇은 제이슨의 앞에서 카이트 국왕이 선언했다.

    “오늘 이 자리는 제이슨 폰 하르트 후작에게 새로이 대공의 작위를 수여하는 성스러운 자리로서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증인이 될 것이다.”

    카이트 국왕이 검을 뽑아 들었다. 제이슨은 그 검이 어떤 검인지 알고 있었다. 왕가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초대 국왕의 검. 성능보다도 상징적인 그 검을 높이 든 카이트 국왕이 그 검을 든 채 외쳤다.

    “이 검은 트랑 왕국을 건국하신 카베르님이 쓰신 검 자르카다. 이 검을 하사하니 이 검을 쥔 자는 왕국법 앞에서 모든 죄를 사하는 면책 특권을 내린다.”

    왕궁의 보물을 아무렇지 않게 내리는 모습에 제이슨은 두손을 올려 검을 받아들었다. 카이트 국왕은 반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것은 대공의 인장이네.”

    반지를 받아든 제이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으로 검을 들어 올리고 왼손으로 반지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모인 이들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 제이슨의 귀로 라마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침입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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