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01화 (102/151)
  • 여파(1)

    샤이드 대공은 오러 홀이 조금 전 쏟아지던 신벌을 막기 위해서 오러 홀이 바닥이 나도록 전력을 다해야 했다. 에고 기간트마저 작동을 멈춘 상황.

    그런 샤이드 대공을 향해서 남은 기간트들이 달려왔다. 샤이드 대공은 그 모습을 보고 결국 한숨과 함께 가지고 있던 팔찌를 만졌다.

    순간 빛에 휩싸인 샤이드 대공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 기간트들이 몰려왔지만, 그를 잡을 수는 없었다. 마스터나 되는 그에게 제국에서는 당연히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아티펙트를 마련해 주었다.

    공간 왜곡 장도 뚫을 수 있는 제국 마도공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아티펙트로 아직까지 다섯 개밖에 만들지 못한 물건이었다.

    그렇게 샤이드 대공이 빠져나갔지만, 발데르크는 그것을 탓하지 못했다. 샤이드 대공을 잡았다면 앞으로 감히 제국에서 더는 신성 교국을 넘보지 못했을 테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신벌이 존재하는 것을 안 이상 신성 교국을 노리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하하하. 진짜 신은 계셨다!”

    성녀 샬로트도 옆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발데르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신벌이 내릴 줄은 몰랐다.

    신탁조차 평생 처음 받아보았는데 이번에는 신벌이 내려왔다. 신은 자신들을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위급한 순간에는 도움을 내려주셨다.

    그것에 기뻐하며 성녀가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으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발데르크도 함께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았다. 그것은 그 둘만이 아닌 신성 교국의 수도에 있는 모든 이들이 행한 일이었다.

    눈앞에서 보여준 이적 앞에 그들은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뇌속의 창이 군대를 물리고 나서 서로 경계하는 중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제이슨은 느끼지 못했지만, 함께 있던 쉐일링이 격하게 반응했다.

    제이슨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돌아보는데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력이다.

    “신력?”

    -그래. 사도들이 신의 힘을 빌려 썼군.

    “사도가 모여야 쓸 수 있다던 그 신력을 썼다고?”

    사도가 여럿이 모여야 쓸 수 있다고 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하나하나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로 여겼었다. 벡스에게 한 팔을 잘렸던 엘렌 같은 경우에는 혼자서 사지를 찢어내는 것도 가능할 거로 여겼었으니까.

    그런데 신력을 다루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력을 다루면 쉐일링이나 라마란스, 카젠까지 잡을 수 있는 것이 사도들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신력은 함부로 못 다룬다고 했잖아.”

    -뭔가 부족하긴 한데 신력이기는 해. 가까이였다면 더욱 명확히 느꼈을 테지만 지금 느껴지기로 신력은 확실하다.

    “사도들이 신력을 다룬단 말이지?”

    -그래. 그런데 왜 신력을 쓴 거지? 아무리 사도들이라고 해도 아무런 대가 없이 신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자신에게 무리가 올 것을 알면서도 신력을 썼다면 이유가 있겠지.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일 때 그곳으로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제국측에서 제이슨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따라온 제국군 부관으로 오러 유저인 인물이었다.

    제국에 남아있던 오러 유저 조웰은 깊이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

    “신성 교국을 점령하던 점령군이 전멸했다는 소식입니다.”

    뜬금없기는 하지만 쉐일링과 엘하르트가 신력을 느낀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받은 보고라 짐작이 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들었습니까?”

    “신벌이 내렸다고만 합니다.”

    제이슨은 그 말에 인상을 굳혔다. 자신의 예상대로 신력이 발동된 순간 제국군이 전멸했다.

    신의 힘이라는 것이 이 정도로 대단한 것일 줄은 몰랐다.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래서 다른 전달 사항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신성 교국은 살아남았고 제국은 두 개의 성을 빼앗긴 건가?”

    제이슨은 저 멀리 전장을 바라보았다.

    “샤이드 대공께서는 어떻게 되셨나?”

    “무사히 돌아오셨으나 지금 오러 홀이 텅 빈 상태라 치료를 받고 계신다고 합니다.”

    신성 교국을 친 이상 신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그런 상황이니 그의 회복은 기다려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포션은 쓸 수 있을지언정 신관들의 도움은 받을 수 없다.

    상황이 그리되었다.

    제이슨은 쓰게 웃고는 전장을 바라보았다.

    “성은 되찾아야겠군.”

    “성을 어찌 되찾으시겠다는 겁니까?”

    그냥 이대로 시간이나 끌려고 했는데 일이 틀어졌다. 신성 교국도 광휘의 검이 없으니 역습은 꿈도 못 꿀 터. 신벌이라는 것은 신의 변덕과 같은 것이니 계속해서 자신들을 도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리라.

    그럼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국에 있는 신관들을 회수하고 주변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이다.

    그런 상황이니 제국에 들어와 있는 뇌속의 창을 쫓아내야 했다. 단순히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그를 패퇴시켜야 할 상황.

    대장전을 걸 생각은 없으니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게 생겼다.

    “제국의 점령군이 전멸했다면 정예를 많이 잃었겠군.”

    신성 교국을 상대하기 위해 정예를 모았는데 신벌 한 번에 모두 죽어버렸다. 제국의 정예가 빠진 상황. 그렇다고 해도 제국은 제국이다.

    지금 자신을 보좌하는 조웰만 봐도 오러 유저고 그를 따르는 기사단도 최정예는 아닐지 몰라도 트랑 왕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예병들이다.

    “준비해라.”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제이슨은 담담히 답했다.

    “원래 내게 원한 도움은 그저 이곳에서 적들에게서 이 성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제국이 신성 교국을 포기하고 돌아온 이상 원래 제국의 영토는 되찾아야지.”

    “대장전을 벌이실 생각이십니까?”

    “이제는 받아주지 않을 거다.”

    그때는 무관의 마스터라 불렸기에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같은 마스터. 대장전이라는 불확실한 요건을 들어줄 리 없으니 힘으로 싸움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뇌속의 창을 패퇴시키면 칠왕국 연합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의 앞까지 가겠다.”

    제국을 위해서 뇌속의 창을 상대하겠다는 말을 들은 조웰이 경례를 올리고는 돌아갔다. 그사이 제이슨은 펠릭스를 불러서 자신이 보고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신벌?”

    제이슨의 말을 들은 펠릭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최소 3천 이상의 기간트가 동원되었는데 그게 신벌 한 번에 전멸했다고?”

    “그렇다네요.”

    “빌어먹을. 그런 게 있다면 대체 우리는 뭘 하는 거냐?”

    무엇을 해도, 발버둥 쳐도 그런 것이 상대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펠릭스의 말을 듣고 제이슨은 담담히 말했다.

    “그건 그쪽이고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하죠.”

    “우리가 할 일?”

    “우리가 잘하는 일이요.”

    제이슨은 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진을 관통해 뇌속의 창과 대결을 할 겁니다.”

    “뇌속의 창을?”

    “저들을 물러가게 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펠릭스가 씨익 웃었다.

    “좋은 훈련이 되겠군.”

    스노우 기사단의 전력은 확실히 뛰어나나 그들만 가지고 적진을 뚫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이슨이 그 선두에 선다고 해도 적군 또한 마스터가 키워온 최정예들이니 쉽지는 않으리라.

    “살아남는 녀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준비시키마.”

    제이슨은 펠릭스가 스노우 기사단을 데리러 간 사이 적진을 바라보았다.

    신벌에 대한 것이 전해지기 전에 적들을 기습한다. 그래야 적들도 대응하지 못하리라.

    성문이 열리고 갑작스레 튀어나온 제국군은 정렬하기도 전에 곧장 돌진해 왔다. 그 갑작스러운 돌진에 대치 중이던 칠왕국 연합은 서둘러 기간트에 올랐다.

    그래도 거리가 있어서 그들이 방진을 짜고 나서야 제국군이 도착했다. 문제는 제국군의 가장 선두에 선 자였다.

    에고 기간트 엘파이트. 그가 휘두르는 검은 마주한 기간트들을 너무나 간단히 베어 넘겼다. 마치 물이 흐르듯. 달려오는 속도 하나 줄이지 않고 앞을 막아서는 기간트들을 뚫었다.

    게다가 그의 뒤를 따르는 기간트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히어로급 기간트 하나와 나이트급 기간트들로 이뤄진 소규모의 전력들.

    그들은 엘파이트가 열어놓은 길을 따라 달리며 길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 밀려오는 제국군의 기간트들.

    저 첨봉을 꺾지 않는다면 병력이 반으로 잘려나갈 판이었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건만 피할 방법이 없었다.

    한숨을 내쉰 브라이트가 엘로몬을 소환하고는 창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상대가 눈에 빠르게 들어왔다.

    에고 기간트를 탔다고 해도 무기의 길이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창을 쓰는 브라이트가 조금은 거리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

    빠르게 거리가 좁혀지자 브라이트가 전력을 다해서 창을 찔러넣었다. 지금까지 펼쳐 본 가장 완벽한 찌르기.

    상대와의 자신을 잇는 단 하나의 선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상대를 꿰뚫으려 나아가는 검을 향해 상대가 검을 들어 올렸다.

    고작 이 정도로 막힐 공격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몸을 비틀며 마지막까지 오러를 주입했다. 그렇게 뻗어 나간 창을 향해 엘파이트의 검이 날아들었다.

    쩌엉!

    무엇이든 뚫을 수 있던 오러 스피어가 잘려나갔다. 그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술이었다. 오러 스피어를 자를 수 있는 기술이 있을 줄이야.

    자신도 오러를 뚫을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오러 스피어가 잘릴 줄은 몰랐다. 그렇게 오러 스피어가 잘려나갔을 때 엘파이트의 검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자신의 찌르기만큼이나 빠른 검격.

    쩌엉!

    창을 들어 받아내자 힘에 창이 들렸다. 그런데 그때 예상보다 더 빠른 움직임으로 접근한 엘파이트가 창대를 붙잡고는 발을 들어 배를 걷어찼다.

    콰앙!

    어찌나 강한 충격인지 에고 기간트의 충격 제어가 통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충격에 머리가 울릴 지경이 되어 창을 놓치고 뒤로 밀렸다.

    엘파이트는 그렇게 손에 얻은 창을 휘둘렀다.

    콰직!

    어깨를 관통해 들어온 창. 어깨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그리고 재차 다가오는 엘파이트의 검이 날아들자 브라이트는 전력을 다해서 뒤로 뛰었다.

    가속까지 사용해서 뒤로 물러났지만, 검이 닿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팔이 잘려나갔다.

    오른 어깨에는 창이 박혔고 왼팔이 잘려나갔다.

    양팔을 잃은 상황에서 더는 싸울 수 없었다.

    “물러나라!”

    이 정도 파손이라면 하루 이틀 만에 수리할 수 없었고, 멀쩡할 때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이런 상태로 싸웠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다.

    마스터가 되고 나서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자 브라이트는 황급히 도망쳤다. 어깨에 창이 박혔는데 그걸 뽑을 팔도 잘린 상황. 어깨에 창을 꽂은 채 황급히 도망치는 브라이트는 이 순간 자신의 명예 따위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큰 차이가 났으니까.

    “이건 말도 안 돼!”

    같은 에고 기간트인데 움직임에 이 정도 차이가 날 수는 없다. 마치 그 폭발적인 속도는 엘로몬을 아득히 상회 했다. 마스터간의 실력은 몰라도 에고 기간트의 차이는 명확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물러나야 했다.

    칠왕국 연합의 총사령관인 뇌속의 창이 꽁무니를 빼며 퇴각 명령을 내렸을 때 전쟁의 승패는 났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순간은 후퇴할 때.

    그것도 제대로 된 통솔이 아니라 무작정 도망칠 때는 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지금까지 성을 계속 내주던 제국군은 그 분노를 지금 토해내고 있었다.

    제이슨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고 무너지는 칠왕국 연합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뇌속의 창을 꺾은 지금 자신까지 나서서 적들을 베어 넘길 필요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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