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00화 (101/151)

신벌(2)

칠왕국 연합의 총사령관으로 온 마스터. 뇌속의 창 브라이트는 세 번째 공략할 성을 마주하고는 새삼 제국의 힘을 느꼈다. 마법 방어진을 대체 얼마나 두껍게 한 건지 저것을 뚫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부수려고 하면 자신이 전력을 다한 공격에 성공해야 할 정도.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전진이 느렸다. 그렇다고 그들의 저항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성에 대 기간트 용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으로 진입하고자 하면 그것들을 뚫어야 하는데 그것에 부서진 기간트가 고작 성 두 개를 지나오는데 벌써 나이트급 기간트 다섯 기와 워리어급 기간트 100기가 부서졌다.

상식을 초월하는 그들의 대기간트 용 무기 덕분에 제국은 아직 기간트 한기 내보내지 않았다.

성을 지키고 있는 병력들 또한 대기간트 용 무기를 다루는 이들만 남아있을 뿐이라 그들은 성문이 뚫리는 순간 공간 이동 장치를 이용해 후퇴한다.

제국의 성 두 개를 얻었지만, 남아있는 이 하나 없는 그런 성만 얻었다.

제국의 영토를 차지했다는 명예는 얻었지만, 실속은 없는 상황.

그럼에도 신성 교국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 방해가 없으니 조금이라도 더 성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렇게 성을 공략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

신성 교국은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과 다르게 광휘의 검이 나서지 않고 있었다.

주화입마라도 걸린 것인지 아니면 적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황 자체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신성 교국이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신성 교국이 제국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제국이 대륙 통일을 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성 교국 뿐이다. 광휘의 검이 없다고 해도 그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속절없이 당하고 있었다.

협약을 떠나서 제국이 신성 교국에서 돌아오게 하기 늦었다면 최대한 많은 성을 점령해야 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던 브라이트는 앞을 막는 이들이 없을 거로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성문을 열고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가 있었다.

에고 기간트.

그 거체를 보는 순간 브라이트는 걸음을 멈췄다.

“새로운 마스터로군.”

마갑의 기사라고 불리던 오러 유저. 그자가 환영검을 죽이고 전장에서 에고 기간트를 취한 새로운 마스터.

그자가 제국의 편에 서서 자신의 앞을 막아설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다.

“재미있군.”

브라이트는 자신의 에고 기간트 엘로몬의 부무장인 투창을 꺼내 들었다. 이번 수성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에고 기간트 뒤로 수많은 기간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성의 대 기간트 용 무기들을 뚫어도 저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말은 이 성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

그 말은 저 성을 점령하려면 이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인사를 주고받기로 했다.

과연 새로운 마스터는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까?

마스터를 죽이고 마스터에 오른 이라니 기대가 컸다.

오러 홀에서 뿜어져 나간 막대한 오러가 코어에 전해지고, 그 힘이 데페린 선을 따라 전해져 마치 자신의 몸처럼 느껴질 때 한껏 당겨진 시위가 놓이든 투창이 날았다.

손에 놓였다 싶은 순간 이미 상대의 코앞까지 날아가는 투창. 뇌속의 창이라 불리는 그였지만, 실상 부무장인 투창 선에서 거의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벼락처럼 날아가는 투창을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했는데 생각도 못 했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벼락처럼 날아간 투창을 상대가 붙잡았다.

“뭐?”

날려 보낸 투창을 피하거나 무기로 쳐내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투창이 잡히는 것은 얘기가 달랐다.

같은 마스터끼리 이런 것이 가능한가?

그때 상대가 투창을 고쳐 잡더니 다시 되 던졌다. 날아드는 투창을 마음 같아서는 손으로 받아내고 싶었지만, 그 속도는 자신이 던진 것보다 더 빨랐다.

반사적으로 창을 들어 쳐냈다.

쩌엉!

뒤로 주룩 밀려난 것으로 방금 투창에 얼마나 큰 힘이 담겨 있었는지 느꼈다.

“같은 에고 기간트 맞아?”

상대의 투창술이 자신을 압도한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기본적인 투창술 정도로 보였는데 그 출력이 다른 것인지 전해진 힘이 놀라웠다.

뇌속의 창은 그 투창술 한 번을 경험하고는 창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후퇴를 명령 내렸다.

아직 상대를 파악하기도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그의 결정에 병력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성능은 끝내주네.”

-출력만 높였는데도 이 정도는 하는군. 내가 던진다니까.

“엘하르트. 네가 던졌으면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럴 수도 있었겠군. 저 정도에도 쩔쩔매는 걸 보면.

제이슨은 픽 웃음을 흘리고는 뒤돌아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적이 물러난 이상 굳이 그들의 앞에 설 필요는 없었다.

제이슨이 돌아서자 그 뒤를 따라 나왔던 스노우 기사단을 필두로 다른 기간트들도 모두 성안으로 들어왔고 문이 닫혔다.

그들은 처음으로 발을 묶은 제이슨을 우상처럼 바라보았다. 같은 편에 섰을 때는 마스터만큼 든든한 이들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그들의 눈에 맺힌 열기를 읽은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신성 교국은 저항을 포기한 것인지 성을 쉽게 쉽게 내줬다. 그렇게 무혈입성한 성에 사는 이들을 해하지는 않았다. 깃발만 갈아치운 채 신성 교국의 수도 함브레이트까지 쾌속 진격한 제국군이 함브레이트의 앞에 집결했다.

황성의 성탑에서 성의 밖을 틀어막은 제국군의 진영을 바라보던 교황 발데르크는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과감하게 밀고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걸까? 자신들이 광휘의 검을 꺼내지 못하자 제국군은 거침없이 밀고 들어왔다.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했기에 지금 이렇게 모인 제국군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성녀 샬로트는 입을 열었다.

“이대로 저들의 진흙 발이 교국의 성지를 짓밟게 둘 건가요?”

발데르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까지 다른 곳은 열어줄 수 있었지만, 긴 역사 속에 단 한 번도 수도는 함락된 적이 없었다.

교국 역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남게 될 상황이었다.

“뇌속의 창이 생각만큼 힘을 쓰지 못한 탓이 크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건가요?”

“다른 건 몰라도 이곳만큼은 내어줄 수 없죠. 신도들도 그냥 내어줄 마음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교황의 뜻에 따라 병력이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저항할 생각이니 이곳을 쉽게 차지하지는 못하리라.

샬로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군이 가지고 있는 힘에 저항하면서 얼마나 많은 신도가 다치고 피를 흘릴 것인가?

그리고 눈엣가시로 여겼던 교황과 자신을 어찌 대할 것인지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정말 신을 찾게 되네요.”

발데르크는 그 말에 쓴 웃음을 지었다. 기도의 힘으로 저들을 막을 수 있다면 뭘 못하겠는가? 하지만 신탁조차 받기 힘든 신이 이런 기도를 들어줄 것인가?

“응답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샤이드 대공은 신성 교국의 수도 함브레이트를 바라보다가 손짓했다.

“신성 교국을 거두도록 하지.”

샤이드 대공의 손짓에 마법 방어진 무효화 투창이 허공을 검게 물들이며 날아들었다. 대기하고 있던 기간트 3천 대가 동시에 던진 투창이 신성 교국의 수도 함브레이트의 보호막을 두드렸다. 보통 보호막이 아닐 텐데도 불구하고 수천 발의 마법 무효화 투창 앞에서는 그 보호막도 종잇장처럼 찢겼다.

그렇게 찢긴 성의 보호막을 바라보던 샤이드 대공이 손짓하자 기간트들이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보호막이 사라진 이상 성은 돌벽에 불과할 뿐이다.

그만큼 하이젤 왕국에서 만들었던 마법 무효화 투창은 제국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만드는데 많은 골드가 들어가지만, 제국은 골드라면 넘쳐났다.

그렇기에 어렵지 않게 함브레이트의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을 때 그들의 대 기간트 용 무기들이 쏟아져 날아왔다. 앞장서 달려가던 기간트들이 들어 올린 방패를 뚫고 박히는 거대한 작살을 보면서도 샤이드 대공은 나서지 않았다.

마스터가 나설 경우는 마스터가 나설 때만이다. 그가 없어도 제국군은 강했으니까.

그렇게 제국군이 성벽에 접근했을 때 이제는 신성 교국에서도 기간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신성 교국이 제국군에 비견되고 하는 이유는 그들의 기간트 보유량이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앙으로 뭉친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맞이한 저항이었지만 샤이드 대공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래도 전력은 제국군이 더 높았으니까.

다만 샤이드 대공은 저항이 강렬한 곳들을 보고는 처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가 할 일은 히어로급 기간트인 오러 유저들을 상대하는 것.

신성 교국이 자랑하는 검들. 광휘의 검이 보이지 않느니 저런 잔챙이들을 상대해야 했지만, 제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나서는 것이 좋았다.

수호검이라고 불리는 그는 기본적으로 방어에 특화되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같은 마스터들을 상대할 때나 그런 것이었다. 오러 유저들 정도는 지나가는 길에 휘두르는 일검만으로 족했다.

오러 유저들이 기를 쓰고 일으킬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조차 상시 뽑아내 휘두를 수 있는 데다가 그 단단함 또한 비교가 불가할 정도였으니까.

샤이드 대공은 단숨에 적진을 가로지르며 오러 유저들을 학살했다. 지나가는 길에 걸리는 나이트급 기간트나 워리어급 기간트는 덤으로 갈려 나가는 상황.

마스터의 무위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금 신성 교국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 하지만 그들의 뒤편 저 멀리 성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들의 사기는 다시 들불처럼 일어났다.

“신의 뜻이 머무는 땅을 적들의 발에 밟히게 하지 마세요!”

성녀 샬로트의 외침이 절절히 와 닿자 신성 교국의 기세가 크게 일었다. 그들은 그 뒤로는 죽어도 좋다는 듯 거칠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제국군이라고 해도 그런 적들을 상대로는 진흙탕 싸움이 되어 큰 피해를 볼 상황. 샤이드 대공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성녀의 외침에 눈이 돌아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친히 그 사기를 꺾어주겠노라 마음먹은 샤이드 대공의 검은 거침이 없었다.

샤이드 대공 혼자라면 이 많은 기간트를 죽일 수 없겠지만, 그의 뒤에는 제국이 벼려낸 검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전방의 기간트들을 베어내고 그대로 성탑을 향해 돌진해 나갈 때 그의 앞을 악착같이 막아내던 기간트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렇게 샤이드 대공이 성탑의 앞까지 도달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샤이드 대공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전력을 다해서 오러를 뽑아냈고, 반사적으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제국군의 기간트들 위로 하늘을 뒤덮는 벼락이 셀 수도 없이 떨어졌다. 수천, 수만 줄기의 벼락은 재해와 같았고, 그것은 기간트의 방어력으로 견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갑자기 벼락이 칠 이유는 없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으니까.

샤이드 대공이 탄 에고 기간트 엘제크도 코어가 과열되어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엘제크가 역소환되고 바닥에 내려선 샤이드 대공은 자신의 뒤에 벌어진 끔찍한 참살의 현황을 볼 수 있었다.

제국군의 기간트 3천 기가 숯덩이가 되어 있었고, 그들을 상대하던 신성 교국의 기간트들이 곧게 서 있었다. 그리고 성녀의 목소리가 샤이드 대공의 귀를 파고들었다.

“신벌이다!”

오러 홀이 텅 빈 샤이드 대공은 그 말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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