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99화 (100/151)

신벌(1)

신벌

영지로 돌아와서 엘파이트의 성능 개선을 위해서 라마란스에게 맡겨 놓았다. 고대 마도 시대의 정점에 서 있던 그는 새로운 마도 공학에 관해서 공부하고는 놀라운 습득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극에 달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는 이미 대륙 최고의 마도공학자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 그가 엘파이트의 성능 개선을 해보겠다고 수리를 하는 사이에 제이슨은 아이젠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전쟁에 참여할 때만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던 그녀는 대장전에서 제이슨이 테오 대공을 쓰러트리고 진정한 마스터가 되었음을 듣자마자 성으로 달려왔다.

마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다가갔을 때 그녀는 마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와락 제이슨을 끌어안았다. 제이슨이 당황해 눈을 크게 떴을 때 그녀는 그를 껴안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큰일 날 줄 알았어요.”

무관의 마스터와 실제 마스터는 그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달랐다. 그러니 제이슨이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에 아이젠은 기쁘고 안도했다.

그런 아이젠의 체온을 느끼며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정략결혼이라고 여겼던 것이 계속해서 만나다 보니 마음이 쓰이게 됐다.

그런 데다가 이렇게 진심으로 부딪쳐 오니 제이슨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이슨은 아이젠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며 말했다.

“이제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스터를 죽이고 마스터에 오른 제이슨의 말이었다. 적어도 그를 위험하게 할 사람은 없다고 아이젠도 믿었다.

제이슨이야 아직 자신을 위협할 이들이 발에 채도록 많았지만, 굳이 그걸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제이슨의 위로에 아이젠이 그제야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길게 숨을 토해냈다. 제이슨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아이젠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에 제이슨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얼굴이 붉게 물든 그녀를 꼭 끌어안은 제이슨이 말했다.

“대공 취임식에 혼인식도 함께 올립시다.”

후작위에 오를 때 약혼했는데 대공 취임할 때 결혼한다면 이만큼 빠르게 승작한 이가 또 있을까?

아이젠은 더욱 얼굴을 붉히더니 제이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잘들 논다.

제이슨은 엘하르트의 말에 픽 웃고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때 헤이튼이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국왕 전하께서 궁으로 오시라는 전갈을 보내셨습니다.”

제이슨이 승전보를 가지고 온 지 이제 이틀. 영지로 돌아와 라마란스에게 엘파이트를 맡겨 놓은 사이에 연락이 왔다.

“알겠어.”

제이슨은 라마란스를 찾아가 엘파이트를 돌려받았다. 엘하르트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비루한 몸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도움으로 성능 개선이 됐다.

코어의 출력을 150%까지 올릴 수 있었고 그것에 부하가 걸리지 않게 다른 부분을 라마란스가 신경 썼다. 고대 공방에서 가져온 기술들을 도입해서 손을 본 덕분인지 느낌이 달라졌다.

제이슨은 엘파이트를 가지고 아이젠을 돌아보았다.

“궁에 가는데 같이 가요.”

“그래도 될까요?”

“가는 김에 결혼 얘기도 하죠.”

제이슨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니 아이젠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은 그녀와 함께 왕궁으로 갔다. 그곳에서 카이트 국왕은 두 팔 벌려 달려와 제이슨을 끌어안았다.

“잘했네.”

“말씀하신 것보다 가져온 것이 적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네. 어떻게 같이 온 건가?”

제이슨은 아이젠을 보고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답했다.

“저를 걱정해서 왔었기에 같이 인사드리자고 왔습니다.”

“하하하. 잘했네. 그리고 아이젠도 이제는 내게 눈치 안 주겠군.”

“전하! 제가 언제 눈치를 드렸다고 그러십니까?”

눈을 가늘게 뜨고 쏘아보는 모습에 카이트 국왕이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처음에 하르트 후작을 소개할 때 탐탁지 않아 했잖아. 내 얼굴 봐서 나온다고 말한 것을 잊지 않았는데.”

“전하!”

카이트가 너털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마스터 작위를 얻었으니 대공의 작위를 줄 생각이네. 그리고 테오 공국을 그대로 가져오긴 했지만, 그곳은 최전방이니 그곳보다는 차라리 이 근처 영지를 따로 모아서 공국을 하나 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데 어떤가?”

“그렇게 신경 써주셔도 되겠습니까?”

마스터들은 최전방에 공국을 내주는 것이 관례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국경에 공국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전쟁 억제력이 강하니까.

지금까지는 마스터의 공국을 공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역사를 통틀어 몇 번 마스터의 공국을 겁 없이 건드렸다가 피를 본 역사가 많다 보니 마스터는 마스터가 없는 한 건들지 않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공국은 그래서 강대국과의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에 영지 내에 제이슨의 공국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국왕이 얼마나 신경 써주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자네를 위해서라면 내가 뭘 못 해주겠나? 근처 영지의 영주들을 공국 쪽으로 보내면 되네.”

제이슨이 가진 영지 근처에 국왕 직할령이 꽤 많지만, 공국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 주변 영지의 주인들을 쫓아낼 생각마저 하면서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지.”

카이트 국왕은 제이슨을 안으로 안내하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제국에서 요청이 들어왔네.”

“제국에서요?”

“뇌속의 창을 막아달라고 하더군.”

카이트 국왕의 말에 제이슨이 눈을 빛냈다. 엘파이트의 성능을 시험해 봐도 좋았고 만약에라도 쉐일링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죽이고자 하면 죽일 수도 있는 상대. 하지만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제국의 국력은 단순히 마스터에 집중되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스터가 없다고 해도 그들은 강대했다. 마법 병단부터 시작해서 기간트 라이더의 수만 해도 만단위를 넘어간다.

게다가 마법 공학적인 면에서도 외부에 밝혀지지 않은 기술 또한 많이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런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마스터가 필요했다. 제이슨이 홀로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제국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제국과 싸우려면 쉐일링부터 카젠, 라마란스의 힘까지 모두 도움을 받아도 쉽지 않았다. 결국 승리할 수 있다고 해도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런 상처뿐인 승리를 원하지 않는 이상 제국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이들이 필요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제국을 견제할 수 있는 마스터들이 모두 죽어 없어진다면 트랑 왕국의 안위 또한 바람 앞의 등불과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이 정확히 뭡니까?”

“뇌속의 창의 진격을 막아달라고 하더군. 병력은 지원해 줄 테니 자네가 길을 막아주기만 하면 원하는 것은 뭐든 준다고 하더군.”

제이슨은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없었다.

“혹시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나 말인가?”

“왕국에 필요한 것 요청하셔도 됩니다. 절 이렇게 신경 써주시는데 왕국에 필요한 것 요청해 주십시오. 뇌속의 창을 막기만 하는 거라면 가능할 겁니다.”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야. 마스터들의 호승심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하니까.”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선을 그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뇌속의 창을 죽이지 않고 무릎만 꿇게 하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면 제국에서도 쉽게 보지 못하리라.

“너무 급하게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사흘 정도 생각하시고 답하시죠. 그사이 저도 출정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홀로 갈 건가?”

“그래도 만약을 위해서 스노우 기사단은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요.”

마스터들의 싸움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설령 지금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이 벽을 만났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그래서 제이슨은 전장에는 스노우 기사단을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진다면 주저 없이 그들을 데리고 싸울 생각이었다.

보기 좋게 키우려고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 준비하겠네. 사흘 정도 준비 시간 동안 편한 시간 보내게.”

“예.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제이슨과 함께 나온 아이젠은 그의 손을 꼭 쥐며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요?”

“환영검이나 뇌속의 창이나 개성이 다르니 누가 더 쉽냐고 묻는 것이라면 대답해 주기 어렵지만 그래 봐야 내 밑입니다.”

마스터들은 누가 더 강한지 모른다. 그들끼리 싸워 본 적이 없으니. 하지만 제이슨의 확답을 들으니 그 모든 마스터가 눈 아래로 보였다.

그래서 더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믿을게요.”

제이슨은 그녀를 직접 그녀의 영지로 돌려보내 줬다. 가는 길에 거트 공작을 만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그리고 라마란스에게 엘파이트를 다시 맡겼다.

제대로 싸워보기로 했으니 장비빨도 세워보기로 했다.

펠레드는 사흘 만에 온 연락에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있군. 진금, 진은, 진철의 거래량을 오 년간 세 배로 늘려달라고?”

“그렇게 요청했습니다.”

펠레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작정하고 기간트 제조에 힘을 쓰려는 것 같지?”

“예.”

칸트의 대답을 들은 펠레드는 픽 웃음을 흘렸다.

“좋아. 신성 교국을 손에 넣는 대가로는 싸군. 진행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런데 뇌속의 창도 그가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이기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더는 진입하지 못하게 발만 묶어 놓아도 신성 교국을 손에 넣을 시간을 얻으면 됩니다.”

“그런데 보자 하니 진짜 광휘의 검은 어떻게 된 건가 본데?”

“이 기세대로라면 보름 안에 신성 교국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저항이 있기는 하지만 샤이드 대공을 제하고라도 충분히 저희가 압도하고 있으니까요.”

“그래. 너무 쉬워서 오히려 걱정될 지경이야. 이렇게 신성 교국을 쉽게 손에 넣어도 될까 싶어서 말이야.”

“이러다가 허리를 자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병력을 한곳으로 모아서 수도 함락을 명령하게. 그러면 광휘의 검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알 수 있겠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함정이라고 해도 샤이드 대공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걸세. 뇌속의 창을 막아주는 사이에 신성 교국을 온전히 손에 넣으려면 서둘러야지.”

“준비하겠습니다.”

“그들이 자랑하는 삼대 금지에서 돌아가면서 같이 자보도록 하지.”

펠레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순간이었다.

제국의 국경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들은 극진한 대접을 해주며 제이슨을 모셨다. 그를 따라온 펠릭스를 비롯한 스노우 기사단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대접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오러 유저를 잡는 오러 유저라는 타이틀과 마스터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다르다. 그리고 그 바뀐 대접을 제국에 와서 받고 있었다.

그들은 연달아 이동해서 곧장 칠왕국 연합이 이미 공격을 시작한 성으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칠왕국 연합 입장에서는 세 번째 공략하는 성이었는데 전쟁 중임에도 안으로 별다른 문제 없이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 보아도 제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칠왕국 연합이라고 적들의 전력이 증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간 왜곡장을 펼치려고 했을 텐데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제이슨은 그들을 따라서 말없이 성벽에 가서 섰다.

성을 둘러싼 기간트들의 벽에게서 느껴지는 전장의 사기를 느끼며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뇌속의 창이군.”

적군의 기간트들의 선두에 선 에고 기간트. 뇌속의 창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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