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89화 (90/151)

【89】 마탑(2)

라마란스는 레어를 만들겠다고 했기에 제이슨은 홀로 영지로 돌아왔다. 에르도는 라마란스에게 현혹되었지만, 그와 함께 있지 않을 때는 정상으로 행동했다.

그것이 신기했지만, 마법 중에서 흑마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었다. 사실 아크 리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 그가 가진 마법의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될지 알 수 없었다.

제이슨은 캐리와 로크를 따로 불렀다. 조안나는 아직 이들에게 배우는 처지라 이 자리에는 끼지 못했다. 그리고 제이슨이 이들을 부른 것은 이유가 있었다.

제이슨은 캐리와 로크에게 차를 따라주고는 말했다.

“마탑을 만듭시다.”

“마탑이요?”

마탑을 만들겠다는 말에 로크가 놀라서 되묻자 제이슨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골드는 부족할 수 있지만, 원천 기술이 다양하여서 마탑을 설립하면 금세 키울 수 있을 거야.”

“어떤 원천 기술이 있죠?”

제이슨은 씨익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라마란스의 말을 빌리자면 기간트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올릴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러니 그 기술 중 몇 개를 팔면 마탑의 이름은 공고히 할 수 있어. 그리고 자체 개발한 기간트를 발표하면 될 것 같아.”

캐리가 그 말에 주저하다가 말했다.

“라마란스의 계획인가요?”

“아니. 라마란스는 오히려 힘을 숨기자는 주의에요. 하지만 마탑을 만들게 되면 이곳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서 변명할 것들이 생기죠.”

캐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좋아요. 그럼 마탑주로는 제가 내정된 건가요?”

“당연하죠.”

“그리고 제 이름을 내건 곳에서 라마란스의 기술들이 풀려나오는 거고요.”

제이슨은 말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보고는 말했다.

“라마란스에게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거예요. 현존하는 최고의 대마법사니까요.”

대마법사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아크 리치. 게다가 흑마법만으로도 경지에 올랐다. 그에게 배울 것은 평생을 배워도 부족하리라.

“셋 다 그의 제자로 들어가세요.”

캐리가 그 말에 입맛을 다셨다.

“조안나를 가르칠 자격이 안 된다는 얘기군요.”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배우면서 가르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요.”

제이슨의 말을 들은 캐리는 쿨하게 인정했다.

“좋아요. 사실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는 하지만, 다른 부분은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캐리의 말을 들은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저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로크는 눈을 반짝거렸다.

“와! 소름 돋아! 형 내가 형 사랑하면 안 될까?”

“안 돼.”

제이슨은 단호하게 말했다. 로크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군 전역도 빨리했고, 이제는 스승님도 구해다 주고. 크흐흐흐.”

“그렇게 웃지 마. 조안나가 싫어한다.”

“아, 그럼 안돼.”

사제지간보다는 차라리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우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지금 당장은 캐리와 로크가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올라있지만, 자질의 수준이 다르다고 했으니 끝에 가서는 누가 더 뛰어날지 모른다.

제이슨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우선 마탑을 만들죠.”

“흑마법을 기반으로 한 마탑으로 신청할 거예요.”

“물론입니다.”

흑마법이 천대받는 세상. 하이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흑마법의 효용을 보여줬지만, 그만큼 나쁜 명성도 같이 얻었다.

그런 상황에서 흑마법을 기반으로 한 마탑을 세운다고 한다면 마탑 연합에서 좋게 볼 리가 없다. 하지만 무시는 할지언정 설립을 반대하지는 않으리라.

우선 마탑을 설립하면 연합에 골드를 지불하니까. 그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설립하기만 하면 된다. 가지고 있는 원천 기술이 현 시대의 마도공학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들이라 그것을 풀어놓기만 하면 그때는 무시가 아니라 시기와 질투를 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든 줄을 서려고 할 터였다. 제이슨의 영지에 세운 사설 마탑이기에 제이슨을 넘어서지 않으면 손을 댈 수 없다.

그러니 마탑을 세운다.

“시작하죠.”

마탑 연맹의 맹주 클리프는 자신의 앞에 놓인 보고서를 읽었다.

“흐음. 오랜만에 마탑을 설립하겠다는 서류군.”

그의 앞에 선 여인이 웃으며 답했다.

“흑색 마탑이라고 하더군요.”

마탑 앞에는 특성에 따라 색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마탑 앞에 색을 붙이는 것은 그런 특색을 공표하는 것이고 그런 만큼 함부로 달지 않는다. 만약 단다면 같은 색들끼리 연합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은 이런 마법을 위주로 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이야기다.

그러니 흑색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어떤 마법을 사용하려는지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리프는 그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흑마법을 기반으로 한다고?”

“그렇죠. 어떻게 할까요?”

“흑마도공학을 하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었나?”

“몇몇 남아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다들 숨어지내기 바쁘죠.”

“그런데 떡하니 자신의 이름을 올렸군. 캐리?”

“예. 그런 이름의 마탑주더군요.”

클리프는 잠시 고개를 들고는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이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흑마법사 하나가 크게 사고 치지 않았었나?”

“그런 부분까지는 우리가 관여할 수 없죠.”

“트랑 왕국에서 설립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가 함께하는가 본데?”

“그럴 수 있겠죠.”

클리프는 뺨을 긁적이고는 답했다.

“뭐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 하이젤 왕국에 있는 마탑들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수준의 흑마법사라면 남는 것도 없이 건들 필요는 없으니까.”

“그럼 이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연맹에 들어오고 우리가 인정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 얼마나 돼?”

“가입비가 10만 골드에 1년에 1만 골드의 유지비가 있습니다.”

“그래. 우리는 연맹에 넣어주는 것만으로 그 정도 골드를 받네. 그리고 대부분 재료를 우리를 통해서 공급받으면서 이윤을 남기지. 그렇다고 마탑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우리 연맹이 책임을 지느냐? 아니. 그건 그 마탑에서 책임을 져.”

클리프는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안 받아줄 이유가 있나?”

클리프의 비서 프리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럴 이유는 없죠.”

“위치는 어디 보자. 하르트 후작 성? 여기 요즘 그 유명한 곳 아닌가?”

“예. 지금 무관의 마스터라는 소문이 돌고 있죠. 워낙 유명해서 지금은 수많은 검호들이 그의 영지로 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재미있겠군. 정말 유명세만큼 실력이 있는지 궁금한데?”

“한 번 알아보라고 할까요?”

“됐네. 연맹의 오러 유저를 그런 곳에서 써먹을 수는 없지. 괜히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져. 이 건은 그냥 처리하지.”

클리프는 서류에 인장을 쿡 찍고는 프리치에게 건네줬다.

흑색의 돌을 구해서 새로이 마탑을 올렸다. 마탑을 올리는 공사에 스노우 기사단이 동원되었다. 펠릭스는 공사가 있다는 말을 듣자 그들을 기간트에 탄 채로 공사에 동원했는데 대규모 힘을 써야 하는 일에 동원된 그들은 놀라운 일을 해냈다.

제이슨도 이미 동부 전선의 요새 건설에서 한 번 힘을 써 봤었기에 알고 있었다. 기간트를 정교하게 다루는데 필요한 훈련이었는데 처음 공사에 기간트를 써본 그들은 당황해하면서 많은 자제를 부숴 먹었다.

그렇게 그들이 공사에 투입되면서 마탑의 설립은 박차를 가했다. 마탑의 외관을 온통 흑색 돌로 만든 후에 그 안을 꾸미기 시작할 때 마탑 연맹에서는 마탑의 연맹 가입을 허락한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제이슨은 그걸 거절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연맹 입장에서는 새로운 마탑이 생기는 것을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라마란스는 외관이 완성되고 나서 돌아왔다. 그는 마탑의 외관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리고 그 안을 꾸미는 것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다.

그리고는 정말 수천 마리의 스켈레톤을 소환해서 단 사흘 만에 내부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안을 온갖 흑마법으로 도배하면서 자신의 제자로 들어온 이들을 데리고 다녔다.

캐리와 로크, 조안나를 데리고 그는 그곳에 온갖 장치들을 설치했다. 아마 이 마탑이 완성되는데 자신들이 한 손 거든 것도 있지만, 그걸 통해서 흑마법을 배워나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마탑이 완성되었을 때 제이슨은 아이젠을 초대했다. 워낙 바빠서 신경 쓰지 못했었지만,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그녀를 챙겨주려 했다.

제이슨의 부름에 찾아온 아이젠은 흑색 마탑을 처음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지 내에 마탑을 두셨다고 해서 와 봤는데 이건 전혀 예상 밖이네요.”

제이슨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흑마도공학을 밀어보려고요.”

“캐리와 로크가 모두 흑마도공학자들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밀어줄 줄은 몰랐네요. 이거 연맹에 들어가는 골드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제이슨은 아이젠의 걱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아직 모른다. 이 마탑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라마란스가 어떤 존재인지.

“투자라고 생각하죠.”

아이젠은 가만히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떠오르는 무관의 마스터다. 실제로 그의 실력이 마스터인지는 상관없었다. 수많은 오러 유저 중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하는 이들은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찾아온 이들은 없었나요?”

“누가 절 찾아오겠습니까?”

“오러 유저들이요. 소문이 자자해요. 그렇지 않아도 무소속 오러 유저 몇 명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제이슨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오러 유저 수준에서는 자신을 당해낼 자가 없다. 마스터라면 모를까 다른 이들은 어차피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쉐일링이 함께 하는 지금은 마스터도 상대가 아니다.

누군가 찾아온다면 다른 왕국에서 오는 것이라면야 워프를 할 때 국경을 지나야 하니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래도 도착할 때는 충분히 지났다.

“소문이 그래도 오러 유저들이라고 함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무소속이라고 해도 진짜 무소속인 오러 유저는 별로 있지도 않고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있는데 헤이튼이 찾아왔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예. 신성 교국의 검이 될 수련행 중인 성기사였습니다. 수련행이 끝나면 이름을 받을 수 있다고 아직 이름없는 성기사라고 하더군요.”

헤이튼이 이렇게까지 설명해준 것은 상대가 신성 교국의 인물이라 그렇다. 그들의 검이 되고자 하는 수련행은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신성 교국의 검이 될만한 자들이라면 그 수준이 오러 유저다.

그 수준에 이른 이들을 대륙에 풀어두고 강자들을 찾아가서 대련을 시키는데 대련 중에 죽는 일은 어지간하면 없었다. 신성 교국의 첫 번째 검은 언제나 마스터였으니까.

광휘의 검이라고 불리는 그와 대적할 마음이 없으면 적당히 손을 봐주는 정도에서 끝냈다. 물론 그렇게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한 이들이 많아서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런 그들의 대련을 거부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신성 교국과 연줄을 만들 기회이기도 했고,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재미있겠네요. 같이 가실래요?”

“그래도 될까요?”

신성 교국은 제국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그들과 연줄을 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게다가 검이 될 수련행 중이라면 차기 신성 교국의 검이 될 가능성이 큰 자들.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도 함께 가기로 했다.

제이슨은 그녀와 함께 헤이튼을 따라 연무장으로 갔다. 수련행 중에는 대접도 받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연무장에서 기다린다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있었다.

새하얀 갑옷을 입고 있는 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의 앞에는 카젠이 바게트를 입에 물고 있었다. 카젠은 제이슨과 시선이 마주치자 발로 툭 쓰러진 자를 차며 물었다.

“이건 뭔데 보자마자 달려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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