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86화 (87/151)
  • 【86】 아크 리치(2)

    캐리의 반응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녀는 그 시선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크 리치는 음차원 에너지 파장이 독특할 수밖에 없으니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탐지기를 만들면 될 것 같아요.”

    “가능하겠습니까?”

    “어찌어찌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아크 리치가 존재한다면 차라리 찾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이슨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크 리치를 찾아만 낸다면 어떻게든 싸울 방법이 나올 수 있었다. 쉐일링도 있고, 카젠을 엘하르트의 도움 없이 함께하기로 했으니 둘이 돕는다면 아크 리치를 꺾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일단 찾아야지. 그러지 않았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왕국 파괴범이라고 하나 고대 시대의 모든 연은 사라졌다. 그가 왜 왕국을 파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그 일을 자행했을 때에 관계되었던 모든 것은 사라진 후다.

    그래도 미쳐서 날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수천 년이라는 시간. 인간의 정신력이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아크 리치 수준까지 올라갔다면 보통의 마법사가 아니라서 그의 정신세계는 방대할 수 있지만, 감옥에 수감 된 채 수천 년. 미치지 않았으리라고 보기 어려웠다.

    카젠처럼 잠만 잔 상태나 쉐일링처럼 아예 다른 종족일 때와는 달랐다.

    그러니 찾아야만 했다. 아크 리치가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그 문제는 대륙이 감당해야 할 사안이니까.

    그러니 그를 찾아와야 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젠이 나섰다.

    “아크 리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내가 돕는다면 상대는 할 수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아크 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를 마음대로 부릴 수 없다.”

    “라이프 베슬?”

    캐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일종의 영혼 저장소라고 보면 될 거예요.”

    영혼 저장소. 영혼을 따로 보관했다는 말일까?

    제이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흑마법에 대한 이해가 되어 있는 꼬마군. 라이프 베슬은 아크 리치의 영혼을 담아 놓는 것으로 그것만 손에 넣으면 놈을 부리기는 쉽다. 하지만 그걸 구하지 못하면 아크 리치는 사실 죽지 않는 불사신이지.”

    “하지만 가둘 수는 있잖아.”

    제이슨의 대꾸에 카젠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긴 네가 가진 사슬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겠군. 그런 정신 나간 봉인 술식이면 라이프 베슬이 없어도 놈을 묶을 수 있을 거다.”

    단순히 묶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이슨의 몸에서 아직 봉인의 사슬을 떼어놓지 못하는 만큼 항상 달고 다닐 것이 아니라면 봉인의 사슬을 떼어놓는 방법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엘하르트가 그걸 가능하게만 하면 어떻게든 놈을 구속할 수 있으리라.

    “우선은 찾는 것이 먼저야.”

    카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캐리를 돌아보았다. 그녀와 로크는 아직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카젠을 동경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제이슨은 그 오해를 정정해 주지 않았다. 그러려면 알려줘야 할 말이 많았으니까.

    “그렇다면 한 번 개발해 볼게요.”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캐리가 로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젠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여기 식당이 어디지?”

    제이슨은 쓴웃음을 짓고는 자리를 파했다. 펠릭스는 기사단원들을 훈련 시키겠다고 떠났고, 캐리와 로크는 아크 리치 탐색기를 만들겠다고 떠났다.

    제이슨은 카젠을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영지 내에서 카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길 곳이었다.

    식당으로 간 제이슨은 그곳의 담당 시녀에게 카젠을 소개해 줬다.

    “시나. 이쪽은 카젠이라고 제 귀한 손님입니다. 언제 어느 때든 먹고 싶다고 하면 음식을 내주세요. 먹을 양은 카젠이 정할 텐데 보통 먹는 양은 10인분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해 줘요.”

    “예.”

    “그리고 앞으로는 식당 담당이 아니라 카젠의 전속이 될 겁니다.”

    시나는 카젠을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도록 잘 생긴 그를 바라보며 가슴을 두근거린 시나가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친구가 불편하지 않게만 해주세요. 부탁하죠.”

    귀족이 부탁이라는 말까지 했으니 그만큼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시나가 카젠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우선 먹을 것 좀 내와.”

    친절한 제이슨과 다르게 카젠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귀족이라면 당연히 그럴 거라 여겼기에 시나는 별말을 하지 않고 그를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시나. 카젠의 방은 제 옆방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나만큼 신경 써줘야 할 친구니 잘 부탁하죠.”

    몇 번이나 강조하는 말에 시나는 카젠이 정말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카젠에게 전속 시녀를 붙여주고 제이슨은 영지의 일을 돌보았다. 그렇게 삼 일간 영지의 대소사를 처리한 제이슨을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제이슨을 찾아온 것은 아버지가 보내주신 영지의 시종장 헤이튼이었다. 헤이튼은 자신이 가르치던 시종장 후보에게 모든 것은 인수인계하고 아버지의 부탁으로 제이슨의 성으로 왔다.

    성에서 시종장이 가지는 위치는 상당했다. 영주를 제외하고 성의 대소사를 처리할 수 있는 위치.

    어지간한 일은 그의 선에서 해결된다. 정책적인 것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성을 관리하는 것은 거의 그의 일. 성의 관리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 아버지가 배려해서 보내주셨다.

    제이슨도 헤이튼이 온 것에 기뻐하면서 그를 일행들에게 소개해주었다. 이미 백작성에서 지냈던 이들은 헤이튼이 온 것을 보고 기뻐했고, 새로운 식구인 펠릭스와 스노우 기사단을 비롯해 카젠까지 소개를 해주었다.

    헤이튼은 성의 새로운 식구들과 인사를 하고는 성의 살림을 돌보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이제 막 시작하는 헤이튼에게 이번에는 넉넉히 골드를 내주었다.

    바론 백작성에 비해서 성의 크기만 해도 지금 두 배 이상 증축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기사단까지 함께 하는 이들이 많으니 헤이튼은 전보다 훨씬 바빠졌지만, 그가 오는 것만으로 영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정된 성내 살림 덕분에 제이슨이 여유를 가졌을 때 팀 블레이드가 영지에 도착했다.

    제이슨이 영지에 두려고 하던 정보 집단은 아울의 밑에서 맹훈련 중이다. 그들은 란진 왕국에 파견 나가서 이제 하나씩 일을 배워 나갈 것이었고, 스노우 기사단은 지금 펠릭스의 훈련에 매일 단내가 나도록 고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단장이 오러 유저라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마스터의 기사단이 아닌 다음에는 오러 유저가 기사단장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 만큼 배우는 열정도 대단했다. 루웰을 비롯해 영지의 내로라하는 기사단의 기사들이 이 악물고 수련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제이슨은 자신이 관리할 이들은 고대 던전을 털어낼 팀 블레이드였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고심하던 차에 그들이 엮인 탓에 손도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었다.

    제이슨은 그들과 서재에서 만났다. 서재에서 만난 제이슨을 보고 그들은 감동하고 있었다. 증축 중인 성의 크기는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조사했었지만, 알면 알수록 자신들이 연줄을 댄 제이슨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선 트랑 왕국의 실세 중의 실세였다.

    게다가 그의 검술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난 상황.

    오러 유저들 중에서는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런 제이슨이었기에 그들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귀족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모두 성과에 눈독을 들이다 보니 대부분의 트레저 헌터들은 귀족들의 지원을 받았다가 결국에는 귀족의 손에 죽임을 당하거나 탈주한다.

    그들을 만족하게 하는 트레저 헌터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만큼 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제이슨은 그렇게 만난 이들이 오기 전에 준비해 놓은 것이 있었다. 란진 왕국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으니 란진 왕국에서 고대 던전으로 의심되는 곳들을 알려주기로 했다.

    란진 왕국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고대 던전의 개수는 두 개. 제이슨은 그들에게 미리 찍어놓았던 고대 던전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내밀었다.

    제이슨이 툭 내민 지도를 보고 칼데안은 이게 뭔가 싶어서 바라보았다.

    “높은 확률로 그곳에 고대 던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위치는 파악이 안 되었는데 그걸 파악하고 던전의 물건들을 아무도 모르게 빼내오는 게 그대들이 할 일이다.”

    칼데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지도를 보다가 다시 제이슨을 보았다.

    “혹시 연관된 사료가 있습니까?”

    “아니. 그건 블레이드 팀에서 찾아야 할 일이지. 하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그래.”

    칼데안은 긴가민가 싶었지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왜 그곳에 없냐고, 왜 못 찾냐고 난리 치는 귀족들도 있다고 들었다.

    “만약 이곳에 없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이슨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없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 만약 찾아간 곳에 탐색했는데 못 찾았다면 다른 곳으로 가도 상관없어.”

    덤덤히 말한 제이슨은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한 던전을 탐색하는데 지원해줄 수 있는 골드는 5만 골드. 탐색의 착수금으로 5만 골드. 그리고 던전을 발견하면 보상으로 5만 골드를 내주지. 착수금은 아끼지 말고, 다 쓴다고 생각하고 고대 던전을 발견하면 보상이 5만 골드. 그리고 던전에서 나온 것들의 가치를 환산해서 그중 10%를 주지.”

    칼데안은 눈이 커졌다. 실패해도 따지지 않고 5만 골드는 얻는다. 다 쓰라고 했지만, 5만 골드라면 착수금으로 차고 넘친다.

    제이슨은 덤덤히 말을 이었다.

    “던전을 뚫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장비들을 지원해 줄 거야. 그리고 우선 이번에 부서진 기간트를 수리해주지. 앞으로도 기간트가 부서지면 수리를 해줄 거야. 이 안에는 공방도 있으니 어렵지 않아. 그리고 언제든 나이트급 기간트 라이더가 된다면 나이트급 기간트를 지원해주지.”

    칼데안은 정신이 없었다. 이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제이슨은 아낌없이 퍼주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찍어준 고대 던전의 위치에서 던전이 5개 중에 하나만 걸려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다. 고대 던전을 하나 발굴하면 기댓값이 50만 골드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 5개 중에 하나만 걸려도 된다.

    하지만 고대 던전이 그렇게 쉽게 나타날 리가 없다. 제이슨은 이 모든 것을 얘기하고는 마지막으로 확언해 주었다.

    “실패를 탓하지는 않아. 하지만 적어도 석 달 이상 꼼꼼하게 찾아봐. 그거면 된다.”

    칼데안은 이번 던전이 폭포 아래 연못 안쪽에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사실 자신들만 찾았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를 위치. 그런 곳을 찾은 제이슨이 하는 말이었기에 이 말은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언제부터 착수할 수 있지?”

    칼데안은 일행을 돌아보았다. 이번에 던전 탐사에 실패하고 죽을 뻔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도 못했다. 죽고 싶지는 않아서 온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태생이 트레저 헌터들이었다.

    고대 던전 탐사에 평생을 건 이들.

    그런 이들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다면 물러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습니다.”

    제이슨은 그들 모두의 눈빛이 하나처럼 빛나는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들은 트레저 헌터들이다. 태생이 트레저 헌터인 이들에게 고대 던전의 위치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니 그들은 지금 당장 뛰쳐나가고 싶어 하는 것이리라.

    “기간트는 수리 맡겨 놓고 우선 조사부터 시작해.”

    제이슨의 말이 끝나자 칼데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저희에게 주신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고대 던전을 찾아오겠습니다.”

    칼데안이 하는 말은 각오였지만, 제이슨은 저들이 정말로 자신을 대신해서 고대 던전을 찾아오리라 믿고 있었다.

    “기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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