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81화 (82/151)
  • 【81】 던전 사냥꾼(3)

    문을 제대로 열었다면 폭발하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그런데 폭발이 일어난 이상 트레저 헌터들도 분명 알아채고 다가올 가능성이 컸다.

    폭포의 소리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만한 폭발을 구분 못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제이슨은 던전의 입구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입구 안쪽은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는지 물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뒤쫓아오지 못하게 동굴 안쪽을 부수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오히려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기능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그랬다가는 이곳에서 수장될 판이니 그것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감옥이라서 트랩의 수준이 상당할 거야.

    제이슨은 그 말에 해골 고블린을 소환해서는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다. 달그락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던 해골 고블린과 시선을 공유하던 제이슨은 갑자기 튀어나온 창에 박살 나는 모습을 보았다.

    해골 고블린이 반응도 못 할 만큼 빠르게 튀어나온 창을 보고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몸으로 뛰어야 하는 건가?”

    단순히 해골 고블린에게 맡겨서는 안 될 일이었기에 제이슨은 베제트를 소환했다. 보호의 망토까지 두르고 있으니 위험에서 어느 정도는 안전할 수 있으리라.

    제이슨이 던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베제트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제이슨은 운명을 엿볼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함정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제이슨은 몇 번이나 위험할 정도의 함정들을 만났다. 특히나 통로를 반쯤 지나갈 때까지 작동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100미터 정도의 동굴이 통째로 내려앉는 함정은 제이슨도 위험하게 했다.

    잠에 빠졌다가 이질적인 소리를 들은 칼데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를 따라 일어난 이는 두 명. 헨젤과 레텔이었다.

    그 둘이 칼데안과 눈을 마주치고는 연못으로 나왔다. 연못을 바라보던 칼데안이 입을 열었다.

    “폭포 소릴까?”

    “아니. 폭포 소리라기보다는 진동이 느껴져서 일어났어. 이건 뭔가 다른 거야.”

    “마치 뭔가 폭발한 것 같아. 저 연못 아래에서.”

    칼데안이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까지 연못 아래는 확인해 보지 않았는데. 혹시 수중 탐사 장비가 있을까?”

    “준비는 되어 있어. 안 쓴 지 오래돼서 잘 작동할 줄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몇 개나 돼?”

    “세 개.”

    “가지고 와. 우리라도 먼저 들어가자.”

    팀 전체가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수중 탐사 장비는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먼저 안쪽의 상황을 살펴보고 진짜 자신들이 찾던 고대 던전이 있다면 팀원들을 데리고 내려갈 생각이었다.

    다른 이들을 깨운 칼데안이 상황을 설명했다. 우선 안쪽에 뭔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곳에 진짜 고대 던전이 있다면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이용하고 더 추가해서 본격적으로 탐사를 해보자는 얘기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선발대로 칼데안와 헨젤, 레텔이 연못 아래로 들어갔다. 폭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그들은 연못 아래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 은은한 빛을 내는 동굴을 찾아냈다.

    물속에서 빛으로 신호를 보낸 칼데안을 따라 모두가 몰려들었다. 그들은 동굴을 보고는 눈을 반짝이고는 다 함께 연못 밖으로 나갔다.

    그들을 기다리던 팀원들은 칼데안이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자 환호성을 터트렸다. 칼데안은 연못 밖으로 나와서는 말했다.

    “문제가 하나 있어. 던전의 입구가 폭발한 것이라면 먼저 들어간 이가 있다는 뜻이야. 우리 모르게.”

    “그게 가능해?”

    “만약 누군가 그랬다면 또 다른 트레저 헌터라는 뜻이지.”

    “우리가 이곳에서 한 달이 넘게 탐사를 하고 있는데 새치기 하는 놈이라면 가만둬서는 안 돼.”

    “간단히 생각하지 마. 저쪽이 한 명인지 여럿인지도 몰라.”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칼데안은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트레저 헌터들 중에서 자신들은 잘 나가는 이들이었다. 워리어급 기간트 세 기와 자신은 나이트급 기간트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고대 던전을 무식하게 뚫고 들어간 것을 보면 만만히 볼 자들은 아니야. 그러니 모두 함께 간다. 던전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아서 우선 두 명씩 들어가고 수중 탐사 장치를 위로 옮겨서 모두가 동굴 안에서 모이면 시작한다.”

    “좋아.”

    칼데안의 계획대로 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간 칼데안과 헨젤이 들어갔고, 레텔이 올라가서 다른 이들을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던전 안으로 들어온 칼데안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찾기 힘들다는 고대 던전을 이것으로 두 번째 찾게 된 것이었으니까.

    첫 번째 고대 던전은 발굴할 능력이 안 돼서 팔았고, 그 골드로 팀을 꾸렸다. 기간트도 네 기나 지닌 최고의 팀을 만들었고, 이제 또 하나의 고대 던전을 발굴했다.

    그러니 절대로 다른 이들에게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감히 나 칼데안의 것을 훔치다니 겁도 없군.”

    엘하르트의 안내를 받아서 이동하던 제이슨은 수많은 함정을 통과했다. 그리고 커다란 문 앞에 섰다.

    “감옥이라더니 아무도 안 갇혀 있는데?”

    -굳이 죄수 놈들을 만나러 갈 필요가 없으니까. 신의 의지는 통제실에 있는 물건이니 곧장 이곳으로 찾아온 거다.

    “감옥에 갇혀 봤어?”

    -아니. 하지만 감옥의 구조라는 것들이 뻔하지.

    제이슨은 피식 웃고는 커다란 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여는 거야?”

    -지금까지 와서 뭘 고민해. 베어버려.

    제이슨은 그 말에 침착하게 검을 들어 올렸다. 숨을 고른 제이슨이 참격을 날리자 쩍하고 커다란 문이 갈라졌다. 문에 걸려있던 마법이 잘려나가자 제이슨은 양손으로 문을 밀었다.

    끼기긱.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 제이슨은 네 개의 수정구와 그 중심에 놓인 열쇠를 볼 수 있었다. 황금빛 열쇠. 제이슨이 그걸 바라보다가 물었다.

    “저거지?”

    딱 봐도 보통 열쇠가 아닌 것 같았다.

    -맞아. 이 감옥은 인간들이 만든 감옥이 아니다. 그런 만큼 안에 갇힌 놈들도 보통이 아니지.

    제이슨이 수정구에 손을 올려 보았다. 수정구는 먼지가 쌓인 것과 다르게 멀쩡히 작동했다. 제이슨의 손이 닿자 수정구가 빛을 발하더니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가 있었다.

    “응?”

    구속구에 갇혀 있는 해골의 모습이 수정구에 비쳤다.

    “저건 누구야?”

    -아, 저 녀석은 살아있을 줄 알았지. 여전히 살아있군.

    “해골이 죽을 리가 없잖아.”

    -그래. 아크 리치. 인간의 몸으로 신의 힘을 탐내다가 갇힌 죄수지. 그 재능은 놀라울 정도였던 녀석이야.

    “아크 리치?”

    마법사들이 가진 힘이 아니다. 저 힘은 마법사가 아니라 흑마법사들이 가졌던 힘. 그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를 보자 제이슨은 조안나가 떠올랐다.

    캐리와 로크는 분명 뛰어난 흑마도공학자였지만 제대로 된 스승이 없었다. 스스로 부딪쳐보고 깨지면서 하나씩 익혀나가는 것. 당연히 그런 그들에게 좋은 스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서라. 저 미친놈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안다면 그런 말 하지 못할 테니까.

    “무슨 짓을 했는데?”

    -왕국 하나를 제물로 바쳤거든. 신의 힘을 엿보고 싶다고.

    제이슨은 고개를 내젓고는 다른 수정구도 보았다. 다음 수정구는 아무런 것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음 수정구에는 한 인간이 보였다.

    놀라울 정도의 미남이었는데 그 또한 구속구에 묶인 채였다.

    제이슨은 그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살아남은 존재가 더 있는데?”

    -이 녀석도 있었군.

    “누구야?”

    -일종의 잡종이지.

    “잡종?”

    -사대 종족이 있지?

    “불의 종족 프라메드와 물의 종족 머메이드, 산의 종족 드워프와 숲의 종족 엘프가 있지.”

    -하지만 고대에는 몇 개의 종족이 더 있었다. 그중에 드래곤도 있었지. 저자는 드래곤과 인간의 혼혈이지.

    프라메드와 머메이드, 드워프와 엘프 모두가 혼혈을 둔다. 그런데 고대에 다른 종족이 있었고, 그 종족도 혼혈이 있었다는 말에 제이슨은 가만히 수정구에 보이는 이를 바라보았다.

    “왜 갇힌 거야?”

    -광기에 휩싸여 저 놈도 왕국 하나를 박살 냈던 것 같아.

    “고대에는 지금보다 마법이 더 발달하지 않았어? 그런데 아크 리치 하나나 저런 혼혈에게 왕국이 무너졌다는 게 말이 돼?”

    -지금 꺼내놔도 그만큼은 할 거다. 약해지지 않았다면.

    제이슨은 그 말에 고개를 휘휘 내젓고 마지막 수정구를 만져보았다. 그곳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캄캄한 어둠만이 눈에 들어왔다.

    제이슨은 그걸 바라보다가 열쇠에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이 열쇠 말이야. 돌려야 뽑힐 것 같은데?”

    -맞아.

    “그래도 돼?”

    -당연하지. 이 열쇠는 지금까지 다른 것에 비해서 많은 양의 신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이건 이렇게 보여도 신의 힘을 이용해서 만든 감옥이거든.

    왕국을 초토화시켰던 존재들이니 그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이 보통 감옥일 리가 없었다. 제이슨은 열쇠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도 이걸 돌리면 저놈들이 풀려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

    “그런데도 열어라?”

    -봉인을 온전히 풀지 못하지만, 이것이 있다면 적어도 현신에는 문제가 없을 거다. 그러니 저놈들이 나와도 널 죽일 수는 없어.

    제이슨은 그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제이슨의 품에서 스노우가 튀어나오더니 열쇠를 물고 몸을 비틀었다. 여우가 물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었지만, 그걸로 열쇠는 뽑혀 나왔다.

    제이슨은 인상을 굳힌 채 수정구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렸지만, 구속구는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제이슨은 고민하지 않고 얼른 열쇠를 손에 쥐었다.

    곧 제이슨의 곁으로 현신한 엘하르트가 손을 내밀었다.

    -줘.

    제이슨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제이슨이 열쇠를 건네주자 그걸 받아든 엘하르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환한 미소에 제이슨이 멍하니 바라보자 엘하르트가 열쇠를 꿀꺽 삼켰다.

    “야!”

    다시 가둬 놓아야 할지도 모를 놈들이 튀어나올 판인데 열쇠를 삼키다니? 그런데 엘하르트는 열쇠를 삼키더니 빛무리에 휩싸였다.

    아마 봉인을 푸는 작업 중일 터. 제이슨은 그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수정구에 비치는 모습을 살폈다. 저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저들은 지금 뭔가가 변한 것을 깨달았는지 구속구들을 부수고 있었다.

    고대 시대는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그리고 고대 던전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아직도 재현해내지 못한 마법의 산물들이었다. 그런 고대 시대에 왕국 하나를 박살 냈다는 놈들이 둘이나 된다.

    제이슨은 그런데 검은 화면이었던 수정구 하나가 밝게 변한 감옥 안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어쩌면 눈에 보이는 둘 외에 뭐가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제이슨은 스노우를 내려다보았다. 스노우는 수정구를 보며 컁컁 짓다가 제이슨의 품으로 폴짝 뛰어들어왔다.

    생각해 보면 엘하르트가 봉인을 몇 개나 풀 수 있을 거라고 했고, 그렇게 되찾은 힘이면 저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고대 시대에 왕국 하나를 박살 내던 녀석들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엘하르트의 본신의 힘은 어떨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때 제이슨의 품 안에 들어있던 스노우가 컁컁 짖어댔다. 제이슨이 돌아서자 주변이 컴컴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제이슨은 문득 수정구 중 하나에서 보았던 어둠을 떠올렸다.

    “엘하르트?”

    엘하르트는 아직도 빛에 휩싸인 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제이슨은 검을 뽑아 든 채 어둠을 겨누며 말했다.

    “고대 시대의 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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