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80화 (81/151)
  • 【80】 던전 사냥꾼(2)

    란진 왕국은 대륙의 왕국 중에서 특색이 강했다.

    란진 왕국은 테오 공국의 아카데미로 유학을 보내 인재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테오 공작은 자신의 가르침을 아낌없이 베푸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가 데리고 있는 환영 기사단에만 오러 유저가 둘이 있는 무시무시한 집단이었다. 어디든 대공이라는 작위는 대부분 마스터에게 내려지는 작위. 그리고 그렇게 공국을 얻은 이들이 데리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기사단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인다.

    오러 유저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듯 마스터들도 자신이 혼자 하기보다는 자신이 제대로 키운 이들을 데리고 전투에 임하고자 한다.

    어지간하면 자신이 나서지 않고도 해결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테오 공작처럼 본국의 인원들을 따로 교육해 주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테오 공작에게 가르침을 받은 이들도 많아서 란진 왕국에는 무를 숭상하는 기색이 강했다. 그런 만큼 란진 왕국은 기간트 라이더들도 많았다.

    왕국의 크기에 비해 기간트 라이더가 많은 만큼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제국이야 테오 공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란진 왕국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알제리 왕국은 물론이고 란진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해릴드 왕국과 마카일 왕국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테오 공국의 눈치도 있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도 란진 왕국은 건드리지 않으리라.

    그런 란진 왕국에 신분을 속이고 들어온 제이슨은 품에 스노우를 넣은 채 수도에 도착했다. 기간트 라이더들이 아니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이곳은 칼을 차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제이슨은 란진 왕국의 수도에 도착하기 무섭게 시장을 찾아갔다. 란진 왕국에서 얻어야 할 것은 원하는 지역의 정밀 지도였고, 그런 것은 군용이 아니라고 해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걸 얻을 수 있는 곳은 각 왕국의 정보 길드들. 그리고 대부분의 정보 길드들은 왕국의 수도에 가면 찾을 수 있었다.

    시장의 왁자지껄한 곳을 지나면서 스노우가 호기심에 고개를 내밀었지만, 제이슨은 그 머리를 턱으로 꾹 눌렀다. 아직 스노우 기사단이 활동한 적은 없지만, 마갑의 기사가 스노우 문양을 가문의 문양으로 쓴 것을 아는 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을 만날 때는 스노우를 숨겨야 했다.

    “들어가 있어.”

    스노우는 낑낑 대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제이슨은 시장의 뒷골목의 술집을 찾아갔다. 수도에서 찾아가는 술집은 고급 술집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고급 술집을 운용하는 정보 길드들도 있지만, 제이슨이 원하는 것은 그런 곳이 아니다. 그런 곳은 귀족들의 정보들에 대해서 빠삭하지 이런 것들은 잘 취급하지 않는다.

    제이슨은 그래서 지금 시장을 찾았다. 시장에 있는 술집 중에서 창가에 검은 깃발을 건 곳. 암묵적인 정보 길드들의 룰이었다.

    타국의 정보 길드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것을 쉽게 찾게 하려고 아는 이들만 아는 룰.

    그것을 알았기에 제이슨은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무를 숭상하는 곳이라 그런지 술집에 있는 이들은 모두 무기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제이슨에게 잠시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그의 행색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이번에 얻은 보호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그 위에 로브를 걸치고 있어서 티도 나지 않았다. 제이슨이 바로 걸어가자 더러운 걸레로 바를 훔치던 사내가 제이슨에게 시선을 주었다.

    “뭐로 드릴까?”

    “가장 좋은 술이 뭐지?”

    “어디서 오셨소?”

    “서쪽에서 왔소.”

    타국에서 왔을 때는 방향만 가르쳐 주는 것이 관례였기에 제이슨의 말을 들은 사내는 덤덤히 턱짓했다. 제이슨은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2층에 올라간 제이슨은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사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제이슨이 오자 슬쩍 옆으로 물러나며 문을 하나 가리켰다.

    제이슨이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한 노인이 그곳에 앉아서 제이슨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찾아오셨다고?”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은 테이블에 양손을 올린 채 물었다.

    “그래. 무엇이 궁금해서 오셨나?”

    “지도 하나 얻으려고 왔소.”

    “지도?”

    노인은 씨익 웃었다.

    “트레저 헌터였나?”

    제이슨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트레저 헌터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어디의 지도가 필요하신가?”

    “왕국 북부 지도가 필요하오.”

    노인은 제이슨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트레저 헌터들은 자신이 어디를 찾는지 정보 길드에서도 잘 모르게 하려고 넓은 지역의 지도를 원한다.

    넓은 지역이라고 하나 지도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가격이 다 다르네.”

    “소축척 지도와 대축척 지도 모두 사지.”

    “대략적인 소축척 지도는 100골드. 하지만 대축척 지도를 그 범위만큼 산다면 그때는 장당 100골드씩이니까 열 장 정도가 필요하지. 가격은 1,100골드 정도 되겠군.”

    군용지도를 원한다면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겠지만, 왕국 북부의 대략적인 지도를 원하는 것이었고 군사 기지 따위가 나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곧 문이 열리고 안으로 사내가 들어와 지도를 내려놓았다. 제이슨은 그걸 보고는 품에서 골드를 꺼내서 건넸다. 값을 지불하고 일어나는 제이슨을 보고 노인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네.”

    제이슨은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인 다음에 밖으로 나왔다. 지도를 얻은 이상 정보 길드에서도 혹시나 관심을 보일 수 있으니 그들을 눈을 따돌려야 했다.

    대축척 지도를 여러 장을 산 것도 저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다. 트레저 헌터들이 던전을 찾아내고도 종종 정보 길드나 다른 곳에 빼앗기고는 하는 이유가 방심해서였기 때문이다.

    제이슨이 능숙하게 대처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고대 던전을 찾는 것인 만큼 저들의 손이 절대로 닿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제이슨은 자신의 목적지를 속이기 위해 목적지에서 먼 성으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했다.

    최종 목적지는 란진 왕국의 쿠드로 폭포였다. 그곳까지 가는 길에 코어 카트까지 이용해서 이동한 제이슨은 사람들이 없는 곳을 지날 때가 되어서야 스노우를 품에서 꺼냈다.

    스노우는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영지에서야 모든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제이슨은 그런 스노우를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엘하르트의 말에 따르면 쿠르도 폭포의 뒤쪽이 아닌 폭포가 만들어낸 연못의 깊은 곳에 가야 고대 던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거라고 여기고 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제이슨은 스노우를 품에 안은 채 폭포 인근을 조사하고 있는 팀을 보았다.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이 넘는 인원들이 여러 가지 장치로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제이슨이야 엘하르트가 있어서 이곳을 특정하고 찾아올 수 있었다.

    물론 이곳을 탐사해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트레저 헌터들이 이곳을 뒤지고 있다면 영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제이슨은 기척을 숨기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고대 던전이라면 빼앗길 수는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고대 던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안에서 신의 의지가 깃든 물건은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양보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트레저 헌터. 다른 이름으로 던전 사냥꾼을 만났으니 그들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했다. 대부분의 트레저 헌터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숨기니 저들이 이곳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도 알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굳이 이유 없이 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니 그들이 고대 던전을 발굴할 가능성을 점쳐보고 그들 모르게 던전에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던전의 중요한 것들을 모두 손에 얻을 때까지 저들이 던전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니 저들에게 자신이 발각되면 좋을 것이 없었다.

    제이슨은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투명 망토를 둘렀다. 트레저 헌터들이 좋은 장비를 하고 있다고 해봐야 제이슨만한 장비를 가진 이들은 없었고, 그들의 실력이 좋아도 제이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제이슨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접근을 시도했다. 스노우는 말이 통하기에 조용히 시키고 기척을 죽인 채 접근했다.

    그들은 이미 이곳에서 오래 지냈는지 숙영지를 조성하고 있었다. 연못 근처에 설치한 막사 주변에는 얼마나 지냈는지 화덕까지 만들어 놨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귀를 기울이니 요리하던 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이거 진짜 고대 던전을 찾을 수 있을까?”

    “왕립 도서관에서 발견한 단선을 보면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커. 그러니 지금 한 달째 이렇게 탐사하고 있는 거고.”

    트레저 헌터들은 폭포 뒤편은 물론이고, 폭포 주위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아직 폭포 아래 호 깊은 곳은 찾아보지 않고 있었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탐사 장비로도 탐색이 안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깊은 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한 달 동안 찾지 못했다면 저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던전을 들어가면 여전히 저들은 찾지 못할 터였다. 던전에 들어갈 때 변화만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제이슨은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한 달이 넘게 던전을 찾고 있다면 저들은 규칙적으로 조사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밤을 이용해서 연못 아래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제이슨은 그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육포를 씹고, 스노우에게도 육포를 건네주며 기다렸다. 던전이 폭포 아래쪽에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수중 호흡이 가능한 아티펙트를 로크에게서 빌려왔으니 탐색에 문제는 없으리라.

    “던전이 있기는 한가 보다.”

    -조금만 늦었으면 다른 놈들에게 털릴 수도 있었겠군.

    엘하르트는 제이슨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엘하르트가 기억하는 고대 던전이라고 모두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모두 맞아 들어갔지만, 앞으로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경로로 고대 던전의 정보를 찾아냈다는 것은 이곳에 고대 던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였다.

    “이 던전은 어떤 던전이야?”

    -만약 기억이 맞다면 이곳은 던전이 아니라 감옥이다.

    “감옥?”

    -그래. 감옥.

    “그런 곳에 신의 의지가 깃든 물건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거야?”

    -있지. 다만 감옥의 핵을 이루는 물건이라 그것을 취하면 감옥이 부서질 가능성이 있다.

    “감옥에 갇힌 놈들은 어떤 놈들인데?”

    -잔챙이들이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엘하르트의 기준에서 잔챙이들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이슨은 가볍게 투덜거리며 밤을 기다렸다. 캄캄한 밤이 되고 트레저 헌터들이 간단한 술자리를 벌이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투명 망토를 두른 채 연못으로 다가갔다.

    들어가기 전에 수중 호흡 아티펙트를 입에 물고, 스노우에게도 물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물로 걸어 들어갔다. 기척을 숨기는 것은 이미 익히 해온 데다가 지금은 폭포수의 굉음에 묻혀 몸을 숨기기도 쉬웠다.

    제이슨은 곧장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품에 안긴 스노우도 발버둥 치지 않고 있어 연못의 깊은 곳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쏟아지는 폭포수의 힘 때문에 제이슨도 그것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내려갔다. 그리고 그 깊은 곳까지 내려간 제이슨은 폭포수의 힘 때문에 생긴 깊은 연못의 가장자리에 있는 고대 룬문자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앞에 선 제이슨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물속이라 말할 수 없었지만 엘하르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네 검이라면 벨 수 있을 거다.

    ‘베고 들어가야 한다고?’

    -그럼 감옥인데 아무나 열어주겠냐?

    제이슨은 그 말에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참격을 날렸다.

    쩌억!

    문이 갈라지며 반발력으로 거센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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