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79화 (80/151)
  • 【79】 던전 사냥꾼(1)

    7일간의 축제 기간 내내 사람들은 카이트 국왕의 파격적인 포상과 제이슨과 아이젠 공주의 약혼에 대해서 떠들썩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제이슨과 벡스가 놀란 일이 있었다.

    “진짜예요?”

    펠릭스는 제이슨의 물음에 담담히 답했다.

    “그래. 은퇴했다.”

    “왜요?”

    “불만이냐?”

    “아니. 그건 아닌데.”

    펠릭스도 만만치 않은 큰 공을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은퇴를 밝혔다. 공으로 영지를 내린다는 것을 골드로 대신 받았다. 그래서 골드로만 따진다면 어지간한 대상단보다 많은 골드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는 제이슨을 찾아왔다.

    “그러니까 공석인 스노우 기사단장 자리나 내 놔.”

    제이슨으로서야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었다. 게다가 그만이 온 것이 아니었다. 한 명이 더 왔으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레나까지 은퇴하면 벡스 총사령관은 어떻게 합니까?”

    “내 걱정해주는 거냐?”

    벡스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전 동부 전선 사령관과 전 미친 들소 멤버만 모여 있었다. 벡스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 나도 은퇴할까 했는데 나까지는 안 놓아주시더라고.”

    “당연하죠. 벡스 총사령관이 그만두면 왕국은 누가 지킵니까?”

    엘레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제가 같이 가드리잖아요.”

    “아이고. 고맙네.”

    펠릭스는 제이슨의 스노우 기사단장을 맡기로 했지만, 엘레나는 벡스의 영지로 가기로 했다. 벡스의 영지는 알제리 왕국의 성을 여섯 개나 모아서 받았다.

    문제는 란진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그는 결국 넓어진 트랑 왕국의 동부 전선을 다시 맡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그를 돕기 위해 엘레나는 그의 곁에 남기로 했다.

    제이슨은 벡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블랙 아울은 어떻게 할 겁니까?”

    “란진 왕국으로 보내야지.”

    “진짜 보내려고요?”

    제이슨이 놀라서 묻자 벡스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싸울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비를 안 할 수는 없지.”

    “오래 걸리겠네요.”

    “맞아. 오래 걸리지.”

    벡스는 제이슨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울이 말하더구나. 네가 보내준 이들을 데리고 교육 중인데 이번 기회에 실습에 참여 시켜도 되겠냐고.”

    “란진 왕국으로 보낸다고요?”

    “그래.”

    제이슨은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자신도 군분의 최전선에서 굴러봐서 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현업에 뛰어들었을 때라는 것을.

    그리고 그건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정보 집단에도 필요한 일이었다. 정예 요원을 얻으려면 험하게 굴려야 한다. 그중에 죽거나 다치는 이들도 있을 터.

    하지만 살아남은 이는 베테랑 요원이 된다. 그리고 그가 다른 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보 집단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제이슨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혹시라도 일하는 중에 죽거나 다치면 꼭 제게 얘기해주세요. 가족들이라도 챙겨야 하니까요.”

    “당연하지. 그들은 네가 파견 보낸 것이니까.”

    책임도 제이슨이 지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제이슨이 일행을 돌아보았다. 혼자서 초콜릿을 집어 먹던 로크가 그 시선에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렇게 우리가 멀쩡히 헤어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게.”

    “헤어지기는.”

    엘레나가 그런 로크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워프 게이트 다 열렸으니 언제든 오면 되는 거야.”

    “알아요. 그래도 서로 바쁘니까 자주 못 볼 거잖아요.”

    엘레나는 그 말에 로크의 머리를 놓아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맞네. 앞으로 로크가 개발한 많은 장비를 못 쓰겠네.”

    “그래도 누나건 제가 만들어 줄게요.”

    제이슨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고대 기간트 공방에서 나온 것들만 연구해도 대륙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만큼이나 많은 것들을 개발할 터였다.

    그걸 모르니 저렇게 얘기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제이슨도 그걸 독점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 기술들을 풀어줄 생각이었다.

    함께 길고 긴 군 생활을 했고, 이제 모두 군에서 나왔다. 펠릭스와 로크는 제이슨의 곁에 남기로 했고, 엘레나는 벡스의 곁으로.

    모두가 각자의 길로 가기로 했다.

    벡스는 제이슨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미친 들소는 해체되었지만,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지.”

    제이슨이 엄지와 검지를 맞닿아 둥글게 말며 말했다.

    “보상만 넉넉히 준다면요.”

    “그렇게 많이 벌어놓고 아직도 보상이 필요한 거냐?”

    “보상은 많을수록 좋죠.”

    제이슨의 대답에 옆에서 듣고 있던 펠릭스가 말했다.

    “보상 많이 챙겨주셔야 할 겁니다. 오러 유저 기사단장의 몸값이 워낙 비싸야 말이죠.”

    벡스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그건 다행이군. 펠릭스의 봉급이 조금 많았어야지.”

    제이슨은 흘끔 펠릭스를 바라보았다. 이거 월급 주려고 열심히 일해야 할 판이다.

    벡스가 술잔에 술들을 가득 채워주고는 말했다.

    “다들 잔을 들어라.”

    벡스의 말에 모두 술잔을 들었다. 벡스는 그들 면면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나를 따라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전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고생했다.”

    가볍게 잔이 부딪치고 모두가 술잔을 꺾었다.

    제국을 위협했던 칠왕국 연합은 전선에서 병력을 물렸다. 이렇게 빠르게 알제리 왕국이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그들은 어차피 자신들과 계약했던 알제리 왕국의 왕가 인물들은 모두 죽었다.

    수도를 함락하는 데 있어서 그들은 도망도 못 치게 좁혀 들어갔고, 왕가의 씨를 말렸다. 왕족 중 살아남은 이가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 칠왕국 연합도 빠르게 병력을 물렸다.

    제국도 그들이 물러나자 더는 뭐라고 하지 않고, 순순히 병력을 물렸다. 그들과 싸우자고 하면 못할 것도 없었으나 싸우게 되면 병력의 손실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호시탐탐 제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다른 곳에게도 기회를 줄 뿐이었다.

    병력을 움직인 것이 손해만은 아니었다. 칠왕국 연합과 견제하는 사이에 트랑 왕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알제리 왕국을 무너트렸다.

    알제리 왕국은 이름만 남은 왕국이 되었고, 그들은 란진 왕국과도 국경을 맞닿을 만큼 커졌다. 그건 오히려 기회였다.

    란진 왕국 소속인 마스터 환영검 테오를 생각하면 혈맹이라고 부를 만한 트랑 왕국이 란진 왕국과 국경을 맞댄 것이 오히려 호재였다.

    제국의 황궁에서 의자에 앉아있던 펠레드 황제는 턱을 괸 채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는 게 맞는 걸까?”

    펠레드 황제의 앞에 서 있던 칸트 공작은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가 가진 힘이 다른 곳들을 압도하지 못합니다.”

    대륙에는 다섯 명의 마스터가 있고, 그들을 보유하고 있는 신성교국이나 왕국들은 그들 자체만으로도 강력하지만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스터 자체가 워낙 뛰어나니 그를 보유한 왕국들은 알려진 것보다 두 배는 오러 유저가 많다고 여겨야 했다. 게다가 그들은 알게 모르게 제국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국은 정복 전쟁을 멈췄다.

    “샤이드 대공. 그런데 전에 만났던 제이슨이라는 친구는 어땠나?”

    “대단한 실력을 지녔더군요.”

    “오러 유저들이 그의 손에 꽤 죽었던데. 그럴만한 실력이었나?”

    “오러 유저들 간의 전투라는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하지만 한 전장에서 오러 유저를 몇씩이나 죽인다는 것은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마스터가 되겠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저를 만났을 때보다 더 성장한 것 같으니까요.”

    “탐나는 인재야.”

    손가락을 가볍게 의자를 두들기던 펠레드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지는 못하겠어. 칸트. 칠왕국 연합에 이간계라도 써봐.”

    “손 써놓겠습니다.”

    “건방지게 굴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리고 제이슨이라는 친구 영입 가능한지도 좀 알아보고.”

    “알아보겠습니다.”

    펠레드 황제는 창밖으로 보이는 수도의 정경을 바라보며 뒷짐을 졌다.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야.”

    후작이 되면서 영지를 더 받았다. 두 개의 성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두 개의 성이 더 붙었는데 어지간한 공작들에 버금갈 정도로 큰 영지였다.

    간단히 말해서 거트 공작의 영지보다 제이슨의 영지가 더 넓었다. 제이슨보다 넓은 영지를 가진 것은 알제리 왕국에 영지를 얻게 된 벡스 공작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다.

    압도적인 크기의 영지를 지녔기에 제이슨은 본성의 확장 공사에 힘을 써야 했다. 아이젠에게 맡겨 놓았던 것 이상의 큰 공사가 필요했다.

    내성의 크기를 전보다 두 배. 그러자면 외성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만큼 외성의 크기도 넓혀야 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성의 크기는 네 배 정도가 되었다. 추가로 얻은 두 개의 영지에서 나오는 골드도 상당했기에 골드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펠릭스가 기사단장으로 들어오면서 스노우 기사단에도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기사단장이 오러 유저라는 것을 알고는 스노우 기사단의 기사들은 모두 기뻐했지만, 펠릭스의 훈련을 받고는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빠르게 오러 유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펠릭스 밑에서 구르면서였으니까.

    그리고 펠릭스에게 구르면서 가장 빛을 본 것은 예상대로 루웰이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그를 보고 펠릭스가 제자로 삼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에르도가 합류했다. 이번에 얻은 황금의 창을 보고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마탑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마탑을 떠나서 제이슨의 영지에 속했다.

    백작의 작위를 받았을 때만 해도 에르도는 기술만 보고 왔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공작가와 비견될 정도로 넓어진 영지에 제이슨도 공방에 상당한 예산을 잡아준 데다가 각국의 신병기들을 가지고 왔다.

    하이젤 왕국과 알제리 왕국의 알짜배기 기술들을 가지고 왔으니 에르도가 기뻐한 것은 당연했다.

    내성을 확장하고 외성도 대부분 뜯어내고 확장하면서 아카데미 설립도 추진했다. 지금 당장은 관리가 부족해서 허덕이겠지만, 아카데미가 설립되고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관리가 부족할 일은 없어질 터였다.

    최우선적으로 자신의 영지에서 쓸 계획이었으니까.

    외성 확장 공사는 막대한 골드가 들었지만, 이번에 얻은 골드도 많았던 데다가 수많은 인부가 투입되면서 성의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창가에 걸터앉아 품에 들어온 스노우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롱고롱 거리면서 잠든 스노우를 습관적으로 쓰다듬으면서 제이슨은 결심을 다졌다.

    약혼식을 치르고 돌아와 성의 대소사를 처리하느라 바빴는데 더는 뒤로 미룰 수 없었다. 엘렌의 그림자는 보았지만, 실제로 그녀와 싸우지 못했으니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녀가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오히려 시간이 있을 때 더 나아가야 했다. 마스터가 될 길을 찾아냈지만, 그 길을 가는 데 있어서 엘하르트가 꼭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엘하르트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상황. 그를 돕기 위한 여행을 미룰 수 없었다. 그리고 영지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던전들을 털어야 했다.

    제이슨은 스노우를 품에 안은 채 일어났다.

    “가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