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73화 (74/151)

【73】 망치와 모루(2)

단 일 검에 주변이 정적에 휩싸였다. 플레임 오러를 베고 상대마저 베어버리는 참격은 같은 오러 유저 간의 격돌이라고 볼 수 없었으니까.

제이슨은 그렇게 뚫린 길을 따라 달렸다. 거대 포탑은 그런 제이슨을 향해 근거리에서 황금의 창을 쏘아 보냈다. 제이슨은 날아드는 창을 보고 검을 휘둘렀다.

쩌엉!

아까처럼 허공에 뜬 상황은 아니었기에 검으로 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드를 베면서 뭔가 느낀 것이 있었다. 가슴을 간질거리는 느낌.

무엇인지 몰라도 확실히 자신이 한 발 내디딘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벽을 넘는 것이 어렵지 그 이후에 다시 그 경지에 발을 딛게 되면 보는 것이 달라진다.

오러 유저 간에서도 격차가 나뉘듯 제이슨은 조금 전의 일 검으로 크게 성장했다.

검으로 쳐낸 황금의 창은 주위의 그린 드래곤 용병단의 기간트에 꽂혔다. 워낙에 힘이 좋은 황금의 창이라 단순히 그들의 기간트만 뚫은 것이 아니라 뒤편의 기간트까지 박살 냈다.

아군 진영에서 투사 무기를 쓰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공격이었다. 제이슨은 그렇게 열린 길을 뚫고 달려가 그대로 거대 포탑을 쪼갰다.

제이슨이 두 기의 거대 포탑을 쓰러트렸을 때 주위의 기간트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거대 포탑을 지키기보다 제이슨을 쓰러트리기 위한 물량 공세를 퍼붓겠다는 듯 밀려왔다.

기간트들에 가려져 거대 포탑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도약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하는지 겪어 보았기에 제이슨은 잠시 숨을 골랐다.

적들도 지금은 성을 향해서 황금의 창을 쏘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공격당할지 몰라 제이슨과 미친 들소를 향해 포신을 돌려놓은 상황.

문제는 제이슨이나 되니까 황금의 창을 쳐낸 거지 다른 이들 같은 경우에는 황금의 창에 노출될 경우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만큼 황금의 창은 위험했다.

제이슨은 그걸 알았기에 자신보다 최소 두 배가 넘는 기간트들을 올려다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을 노린 거대 포탑처럼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공격을 퍼붓는다면 미친 들소와 돌격대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러니 자신이 길을 만들어야 했다.

“베제트. 포탑의 위치 파악돼?”

[좌측으로 15˚ 위치에 포탑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제이슨은 숨을 골랐다. 그리고 자신이 휘둘러 본 검격을 떠올렸다. 검에 모든 의지를 담아서 내리친다.

쫘악!

제이슨에게 달려들던 기간트가 갈라지고 그 경로 상에 있는 기간트 세 기와 함께 그 뒤에 있는 거대 포탑도 반으로 쩍 갈라졌다.

검격은 오러 블레이드가 닿지 않는 거리까지 베어낼 수 있었다. 워리어급 기간트라고 해도 기간트 세 기와 함께 거대 포탑까지 베어버린 참격.

그 일검에 거대 포탑이 부서졌지만, 기간트들은 겁을 집어먹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칠게 밀려왔다. 제이슨이라고 해도 연달아 검을 펼칠 수는 없었다.

그것을 알았기에 제이슨은 그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간트들을 단숨에 뚫으려고 하지 않았다. 격하게 밀려오는 그 흐름을 비스듬히 거스르며 다음 거대 포탑을 향해 이동하기 위해서 조금씩 자리를 옮기며 기간트들을 공격했다.

다행이라면 예전보다 월등하게 커진 오러 홀 때문인지 적을 베는 순간에 오러를 주입하는 것은 꽤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처음에 조드와 부딪쳤을 때 일검에 승부를 낸 것 때문인지 오러 유저들은 감히 다가올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제이슨은 오러를 아끼면서 다음 거대 포탑을 향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가는 데 펠릭스와 엘레나가 도착했다. 물밀 듯 밀려오는 적들의 기간트를 두 기의 히어로급 기간트와 제이슨까지 합류해서 공격을 퍼붓자 주춤했다.

그리고 뒤에서 돌격대가 받쳐주니 힘겨루기가 되었다. 제이슨은 그 상황에서 빠르게 외쳤다.

“이제 두 기 남았습니다!”

-수고했다!

엘레나가 정령을 소환한 상태로 싸우고 있지만, 정령의 도움을 얻어도 근거리에서 날아오는 황금의 창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제이슨은 빠르게 외쳤다.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유인?

“저들의 창은 재장전의 시간이 기니 일단 한 번 쏘게 하죠.”

-그때 맞춰서 돌파하지.

제이슨은 숨을 골랐다. 검으로 쳐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 상태로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고 적들이 황금의 창을 쏘아내면 위험하다.

그래서 제이슨은 다시 한번 자신을 믿었다. 아직 왼팔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피해로 막을 수 있다면 해볼만 했다.

제이슨이 기간트 하나의 다리를 베고 그걸 밟고 솟구쳐서는 거대 포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기간트들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제이슨은 마치 묘기를 부리듯 허공에서 그 공격들을 피하며 기간트들을 밟으며 달렸다.

2미터에 달하는 제이슨이 적진의 기간트들을 밟고 달리는 묘기를 보이는 사이에 거대 포탑에서 황금의 창이 날아들었다. 근거리에서는 아직 정밀 포격이 안 되는 것인지 일정 간격을 두고 쏟아져 날아오는 황금의 창을 보고 제이슨의 귓가로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 보여주마.

“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팔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나아간 검이 날아드는 황금의 창을 딱 두 개를 쳐냈다.

그런데 튕겨난 창이 사방으로 튕기면서 나머지 창들을 모조리 튕겨냈다. 마치 그려낸 것과 같은 상황에 제이슨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예전에는 봐도 몰랐던 것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너···?”

-감탄은 나중에.

제이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펼친 검술은 자신의 베기보다 한 걸은 더 나아간 검술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사방으로 튕긴 황금의 창이 적들을 쓰러트린 사이에 제이슨은 도약해서 그대로 거대 포탑에 올라타 힘껏 검을 내리쳤다.

네 기의 거대 포탑이 부서졌다. 유인만 할 생각이었는데 혼자서 포탑을 부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제이슨이 숨을 고르는 사이에 그런 그를 향해서 두 기의 검은 색의 기간트 둘이 달려왔다. 그 크기로 미루어 보아 히어로급 기간트.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간트 두 기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거대 포탑이 하나 남았지만, 펠릭스와 엘레나가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적들이 내놓을 히어로급 기간트의 수를 줄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제이슨이 두 기의 기간트를 향해 마주쳐갔다.

바젤란은 자신의 기간트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적진에서 달려 나온 전력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전력에 비하면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전력. 그런데 적들의 선두에서 나타난 두 기의 기간트가 히어로급 기간트인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워리어급 기간트와 나이트급 기간트들을 내보냈다. 하위 기사단이라고 해도 상대의 힘을 깎아내릴 수 있다.

오러 유저는 마음대로 키울 수 없지만, 나이트급 기간트 라이더와 워리어급 기간트 라이더는 얼마든지 키워낼 수 있었다. 그러니 소모전을 택했다.

그런데 마갑을 입은 존재 하나가 전장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하이젤 왕국에서도 위명을 떨쳤던 존재, 마갑의 기사였기에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여겼다. 저만한 자를 쓰러트릴 수 있다면 적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 될 테니까.

그런데 그 존재 하나가 전장을 뒤바꾸었다. 처음에 거대 포탑이 부서질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성을 부술 수 있는 신병기이기는 했지만, 전장은 역시 기간트의 싸움으로 결정 날 거라고 믿었기에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그 효용성을 시험해 보기 좋아서 써보았던 전장.

하지만 그 위력은 확실히 놀라울 정도라서 들어가는 골드가 많아도 대량 생산을 건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린 드래곤 용병단장 조드가 통신으로 알렸다. 직접 날뛰는 저자를 상대하겠다고.

마갑의 기사가 뛰어나다고 하나 그린 드래곤 용병단장도 오러 유저고 그 휘하의 용병들까지 나서는 상황이라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단 일 합에 승부가 나버렸다. 믿기 힘든 결과에 바젤란은 더는 병력을 투입 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워리어급 기간트들을 밀어 넣었다.

물량에 장사 없다는 말을 믿고 밀어 넣었는데 그 와중에도 포탑은 차례대로 부서졌다. 게다가 마갑의 기사 홀로 날뛰는 것이 아니라 미친 들소와 돌격대가 더해지니 이대로 가다가는 저 한 줌 밖에 안되는 병력에게 본진이 뚫릴 순간이었다.

그 꼴을 볼 수는 없어서 알제리 왕국에서 비밀리에 키웠던 두 명의 오러 유저를 내보냈다. 국왕이 내준 비장의 카드. 그들을 꺼내 보였다.

저 둘이 마갑의 기사를 막아 내주기만 한다면 저들은 결국 기간트의 물결에 쓸려나갈 터였다.

“막아라.”

그건 바람이었다.

두 기의 히어로급 기간트. 그들은 거리가 좁혀지기 전에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끝에서 투사체가 날아들었다. 황금의 창도 쳐내는 제이슨에게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제이슨이 그것을 쳐내는 순간 두 기간트가 휘두르는 검에 맺히는 오러가 눈에 들어왔다.

플레임 오러와 프로즌 오러. 상반된 두 개의 오러가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그 둘이 알려지지 않은 알제리 왕국의 오러 유저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속을 사용할 수 있는 자와 빙결을 이용해 상대를 얼리고, 느리게 만들 수 있는 자들의 조합. 둘의 연수합격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제이슨이 참격을 날릴 시간조차 두지 않고 가속을 사용해 다가온 기간트가 플레임 오러를 휘둘렀다. 조드와는 다른 자들. 게다가 그들이 펼치는 검술은 상대를 격살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제이슨이 오직 돌파를 위한 실전 검술을 익혔던 것과 비슷하게 자신에게 맞는 특별한 검술을 익힌 자들.

하지만 지금 제이슨은 베제트를 입은 상태였다. 제이슨은 가속을 쓰지 않았음에도 검을 들어 오러 블레이드로 플레임 오러를 쳐냈다.

저들은 생각 못 한 것 같지만, 이렇게 찰나의 시간에 벌어지는 합에서는 가속을 써서 거리를 좁혀서는 안 됐다. 뒤이어 날아오는 프로즌 오러가 닿기도 전에 제이슨이 상대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크기는 거의 세 배에 달했지만, 제이슨은 도약 한 번으로 그 품 안으로 뛰어들었고 검을 찔러넣었다. 가속을 사용해서 왼손의 팔꿈치를 들어서 막아왔지만, 이미 그 모든 것이 그려내는 궤적을 본 제이슨의 검은 살짝 방향을 틀었고 그대로 기간트의 머리를 날렸다.

그리고 그 어깨를 타고 넘으며 검을 역수로 들어 기간트의 등을 찔렀다.

오러 블레이드가 그대로 가속을 사용한 기간트의 등을 뚫고 상대의 숨통을 끊었다.

뒤이어 프로즌 오러가 날아들었지만, 제이슨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넘어지는 기간트의 등을 박차고 도약했다. 허공에서 물구나무를 서듯 몸을 회전하는 찰나에 프로즌 오러가 지나갔고, 제이슨은 떨어져 내리며 검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그었다.

제이슨이 펼친 참격이 그대로 두 번째 기간트도 두 쪽을 내버렸다.

히어로급 기간트 두 기가 채 다섯 호흡도 되기 전에 쓰러졌다.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적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들이 물량으로 승부를 내려고 해도 그 수준의 차이가 명확했다.

그렇게 적들이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 주춤거리며 물러날 때 적군의 뒤편에서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제이슨은 그 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

“늦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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