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72화 (73/151)
  • 【72】 망치와 모루(1)

    하늘을 날아오는 거대한 창들을 보면서 모두의 고개가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것은 성벽이 아니라 그 너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대 기간트용 발리스타의 사정거리는 대략 500m. 그런데 지금 날아오는 창들은 거의 1km의 거리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워낙에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공격이 시작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가 눈뜨고 공격을 허용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제이슨의 귀로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렌이 손을 썼군.

    ‘고대 무기인가?’

    -그래. 저건 고대에 인간들이 만들었던 무기 중 쓸만한 것이었지. 항마력이 강한 진금으로 창극을 만들면 어지간한 방어 마법 따위는 힘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으로 황금의 창이라 불리던 무기였지.

    제이슨도 장창의 끝에 빛나는 금빛을 보았다. 비싼 진금으로 만들어진 창극을 본 제이슨은 그 말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방어 마법으로 만들어진 곳을 항마력이 강한 진금으로 만들어 놓았더니 날아오는 힘만으로 성의 방어벽을 뚫었다.

    그렇게 날아든 수십 자루의 창이 성의 방어벽을 관통하고 날아와 성의 내부에 꽂혔다. 그저 장창일 뿐이라고 여겼지만, 그렇게 날아온 장창이 성 곳곳에 박히는 순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콰콰콰콰쾅!

    장창이 폭발하며 성 내부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장창을 따라 고개를 돌렸던 제이슨의 눈앞에서 성안에서 치솟는 불길이 눈에 들어왔다.

    -전보다 발전했군. 하긴 이게 효과는 좋겠어.

    제이슨은 그것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제이슨의 눈앞에 이차로 무기를 장전하는 적들이 보였다. 저 황금의 창이 다시 날아온다면 제대로 방비도 못 하는 지금 성은 몇 번의 공격만으로 박살이 날 터였다.

    아울이 저들이 오기 전에 미리 출발했지만, 이 상태로는 그녀를 기다리는 사이에 성이 끝장날 판이었다. 저 정도 규모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보면 막대한 골드가 들어간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저 황금의 창이 있다면 섬멸전에서는 엄청난 무기가 된다.

    제이슨이 벡스를 돌아보았다.

    “저런 식이면 다섯 번. 그 안에 성은 박살 납니다.”

    이 성 또한 전장이 될 것을 알았기에 기간트 라이더를 제외하고는 모두 철수시켰다. 하지만 사람이 죽지 않았을 뿐이다.

    저런 식으로 성을 내부부터 부숴버린다면 어떤 성도 버티지 못한다.

    “망치와 모루 작전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지금은 적진을 향해 돌진해야 할 때입니다.”

    벡스 장군이 입술을 깨물었다. 대 기간트용 발리스타가 있는 성벽에서라면 적들의 진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적들을 향해 돌진해야 할 상황.

    이미 준비를 마친 적들을 향해 돌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이들이 선두에 선다고 해도 적의 집중포화를 견딜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작전을 포기하지는 말죠.”

    “무슨 소린가?”

    “저 다섯 기의 거대 포탑만 부수는 겁니다. 그리고 작전은 강행하죠.”

    “적들의 포위를 뚫고 저걸 부수는 것도 문제인데 망치가 될만한 전력도 필요해.”

    제이슨의 시선이 펠릭스와 엘레나를 향했다.

    “돌파는 미친 들소가 하죠. 동부 전선 돌격대를 내주세요.”

    “사지가 될 거야.”

    “그러니 최대한 빨리 망치가 와줘야죠.”

    벡스는 아울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울. 상황이 심각하다. 언제쯤 시간을 맞출 수 있겠나?”

    -위험을 감수한다면 십 분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긴 시간이다. 적어도 두 번의 공격은 더 날아올 시간.

    옆에서 듣고 있던 펠릭스가 입을 열었다.

    “그 십 분 저희가 벌죠. 출발하겠습니다.”

    “미안하군.”

    펠릭스는 픽 웃음을 흘렸다. 언제나 전장에서 선두에 서는 벡스 또한 이번에 목숨을 걸 터였다. 그러니 누가 누구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제이슨도 그 마음을 이해했기에 말했다.

    “늦지나 말아요.”

    그렇게 말한 제이슨이 일행을 돌아보았다. 미친 들소를 제외하고도 돌격대는 존재했다. 적진을 공격할 때 항상 선두에 서는 전장의 베테랑들.

    그들과 함께라면 어떤 전장에서도 길이 열렸었다.

    오십 명으로 이뤄진 돌격대. 나이트급 기간트 다섯 기와 워리어급 기간트 45기.

    그들은 황금의 창 2차 공격이 시작될 때 성문을 나섰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황금의 창을 무시한 채 달리는 중에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간트의 방어 마법도 통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맞지 마.

    기간트의 방어 마법은 성의 방어 마법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공격을 당한다면 기간트의 방어 마법 따위는 통하지도 않을 터.

    제이슨은 그걸 알았기에 속도를 높였다. 가장 선두에서 달리던 펠릭스가 먼저 기간트를 소환했다. 히어로급 기간트인 바이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레나도 이제는 히어로급 기간트를 탔기에 둘의 기간트가 앞으로 나섰을 때 제이슨은 뒤에서 베제트를 소환했다.

    -엘렌이 너는 확실히 알아 볼 수 있을 거다.

    “느껴져?”

    -아니. 느껴지지 않아. 그쪽도 제대로 준비했나 보네.

    이곳에 없거나 아니면 감각을 숨긴 상태. 적에게 먼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위험함을 감수해야 함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이슨은 점점 거리가 좁혀지자 대기하고 있던 기간트들이 투창을 준비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거침없이 돌격대를 향해서 투창을 날렸다.

    워리어급 기간트가 던지는 투창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날아오는 투창의 수가 천을 헤아린다면 그때는 하늘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앞장섰던 엘레나의 앞으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정령을 다루는 하프 엘프가 오러 유저가 되면 다루는 정령의 수준이 달라진다. 과연 바람의 중급 정령은 날아오는 투창들의 궤도를 틀어냈다.

    날아들던 투창이 좌우로 흩어지면서 서로 부딪쳤다.

    그렇게 튕겨낸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돌격대를 향해 쏟아지는 것들이 많았다. 제이슨도 날아드는 투창들을 검으로 쳐내거나 피하면서 달렸지만, 벌써 돌격대 기간트 네 기가 투창에 꼬치가 되어 버렸다.

    천이 넘는 기간트를 향해 돌진하는 미친 짓거리도 따라오는 베테랑들. 그들을 잃는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뼈 아픈 일이지만, 지금은 성을 지키고 적들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알제리 왕국에서도 거의 전 병력을 끌어모은 것. 투창이 숙달되지 않았다. 처음 일격은 동시에 던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구난방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엘레나의 중급 정령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천 개가 넘는 투창을 모두 막을 수는 없어도 그 수가 줄어드니 효과가 좋았다.

    펠릭스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알제리 왕국군에서도 기간트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도 황금의 창이 가진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지켜야 함을 알았기에 그들도 필사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은 히어로급 기간트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워리어급 기간트들을 제물처럼 던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적들은 멈추지 않고 달려들고 있었다. 무엇이 걸려 있는지 모르겠지만, 간격이 좁혀들고 있었다.

    제이슨은 전장을 훑어보고는 빠르게 말했다.

    “시선을 끌어주세요.”

    제이슨의 외침에 펠릭스가 먼저 달려들었다. 엘레나가 소환한 불의 정령이 토해낸 불덩어리들이 적들 앞에서 폭발하고, 펠릭스가 휘두른 도끼가 쩍쩍 적을 쪼개나갈 때 제이슨은 투명 망토를 둘렀다.

    베제트를 입어도 고작 2미터 내외였기에 투명 망토로 몸을 가릴 수 있었다. 그렇게 제이슨은 전장의 한복판에서 몸을 숨겼다.

    몸을 숨겼다고 해도 적진을 뚫을 방법은 없었다. 기간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갈 수는 없었으니까.

    제이슨은 그래서 뛰어올라 적 기간트들의 어깨를 밟고 달렸다. 제이슨에게 밟힌 기간트들이 휘청거리면서 뭔가 이상함을 외쳤지만, 그보다 빠르게 제이슨은 적진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아무리 제이슨이 빨라도 통신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연락을 받은 본부에서 디텍팅 마법을 쓰자 제이슨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황금의 창을 쏘던 거대한 포탑으로 변한 골렘은 코앞에 있었다.

    앞을 막는 것은 그들의 전용 호위 기간트들.

    나이트급 기간트와 워리어급 기간트로 이뤄진 기사단으로 보였는데 제이슨은 그들을 향해서 거침없이 오러 레인을 쏟아냈다. 잘게 쪼개진 오러의 파편이 적진을 휩쓸어 적들이 뒤로 밀려날 때 제이슨은 이미 그들을 뛰어넘어 황금의 창을 쏜 골렘을 향해 도약했다.

    -조심해!

    엘하르트의 외침이 무색하게 황금의 창이 쏟아져 나왔다. 성을 향해 날리던 것이 지척에서 날아오자 제이슨도 반응하지 못할 만큼 빨랐다.

    제이슨이 왼팔을 들어 올렸고, 왼팔에 두른 봉인의 사슬이 황금의 창과 격돌했다.

    꽈앙!

    강렬한 충격과 함께 제이슨은 그 힘을 흘리기보다 그 힘을 이용해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대신 멀리 떨어지지 않고 뒤편에 있던 기간트를 발로 차며 다시 거대 골렘을 향해 달려들며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쯔걱.

    이동을 포기하고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거대한 골렘. 형태는 기간트였을지 모르나 변신한 모습을 보면 그건 포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거대 골렘이 박살 났지만, 그 잠깐 사이에 적들은 제이슨을 포위했다.

    네 기 남은 거대 골렘들이 방향을 트는 모습을 보고 제이슨은 왼팔을 내려다보았다. 봉인의 사슬로 막아냈다고 하지만 베제트의 에테르 장갑에 충격이 전해졌다.

    “피해는?”

    [외장갑 전체 파손율이 7%가 넘습니다.]

    항마의 성질이 있는 진금으로 둘러 성의 보호막도 뚫던 공격이었다. 팔이 박살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기며 제이슨은 앞을 막아선 기간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제이슨이 오러 유저고 베제트를 입었을 때는 검술이 마스터에 오른다고 해도 적들이 이 정도로 방비를 단단히 하고 있으면 뚫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앞을 막아선 자들이 방패를 꺼내 들었다. 단단히 방비하는 사이에 내로라하는 놈들이 올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성을 향한 공격이 멈춘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기며 제이슨은 다음 거대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리가 좁혀지고 제이슨의 검이 날아든다. 그렇게 단숨에 앞을 막아선 기간트 셋을 베고 그 틈 사이로 지나갔던 제이슨의 앞으로 거검이 날아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불꽃의 오러.

    제이슨은 반사적으로 뒤로 훌쩍 뛰었다.

    투콰콰쾅!

    아군의 기간트까지 몇몇이 휩쓸린 일격. 제이슨은 앞에 선 자를 바라보았다. 그린 드래곤 용병단의 기간트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린 드래곤 용병단의 새로운 단장. 오러 유저 조드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여기까지다!”

    조드의 입장에서는 레드 드래곤 용병단은 사라지고 블루 드래곤 용병단은 하이젤 왕국과의 전쟁에 참여했다가 등급을 잃을 정도로 전력 손실이 컸으니 이번 전쟁에서 약속된 골드만 받아올 수 있다면 독보적인 용병단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드도 절대로 물러날 수 없는 전장이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위협적인 적을 막기 위해 나타났다. 그런데 기습적으로 날린 공격을 상대가 간파하고 피했다.

    조드의 뒤로 그린 드래곤 용병단원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쓴웃음을 지었다. 레드 드래곤에 이어 블루 드래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린 드래곤 용병단까지.

    전쟁 용병단 모두가 자신의 손에 박살 나고 있었다.

    “고의는 아냐.”

    “뭐?”

    제이슨과 조드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조드는 자신을 향해 겁 없이 달려드는 제이슨을 향해서 거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들었지만, 제이슨의 검에도 오러가 맺히는가 싶더니 거검의 플레임 오러를 그대로 베어냈다.

    “어?”

    놀라고 있을 틈도 없이 조드가 탄 기간트마저 베어져 쓰러졌다.

    단 한 합에 오러 유저가 베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뒤에 서 있던 그린 드래곤 용병단 조차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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