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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66화 (67/151)
  • 【66】 새로운 바람(1)

    제이슨이 찾아간 곳은 왕궁이었다. 왕궁으로 직접 찾아온 제이슨을 카이트 국왕은 흔쾌히 맞아 주었다. 전후 정리는 물론이고 이것저것 바쁜 일투성이였지만, 왕궁 제일의 영웅이라고 할만한 제이슨을 안 만나줄 수는 없었다.

    “거트 공작에게 얘기는 들었네. 약혼한다고?”

    “예. 전하.”

    “잘 됐군. 약혼식 때는 나도 참석하도록 하지.”

    “그래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지는 마음에 들던가?”

    “예. 그래서 말인데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

    “제가 원하는 것은 들어주신다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왕에게 지워 놓은 빚. 그것은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었다.

    카이트 국왕은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턱을 괴고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의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뭘 원하는가?”

    제이슨은 씨익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전역증 하나를 부탁드립니다.”

    “전역증?”

    “예. 제가 꼭 필요한 친구가 있어서요. 아직 군 생활이 남았는데 이만 데리고 오고 싶습니다.”

    “벡스 장군만 아니라면 써주지.”

    제이슨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벡스 장군은 자신보다 더 큰 공을 세운 이다. 그런 이를 데려다 뭐에 쓴단 말인가? 괜히 주변 영지를 박살만 낼 뿐이다.

    벡스 장군은 자신을 만나러 온 이들을 보면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넌 왔으면 나한테 먼저 오지. 그 녀석은 왜 데려온 거냐?”

    제이슨은 로크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국왕에게 받아온 명령서를 꺼내 흔들었다.

    “로크의 전역을 명 받아서 가져왔습니다.”

    “뭐?”

    벡스 장군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자 제이슨은 카이트 국왕의 명령서를 건넸다. 벡스 장군이 그걸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만 나간 거로 된 거 아니냐? 여기서 로크를 데려가면 어쩌자는 건데?”

    “솔직히 전력에 큰 도움은 안 되잖아요.”

    “하지만 로크가 지금까지 개발한 것들이 얼마나 유용한지는 잘 알잖아. 그리고 아직 투자한 만큼 못 뽑았다.”

    제이슨은 씨익 웃고는 명령서를 건네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했잖아요. 어쨌든 이 녀석은 제가 데려갑니다.”

    벡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좋아. 전역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대신 앞으로 협력은 했으면 싶은데.”

    “협력이요?”

    “흑마도공학의 가능성은 이번 전쟁에서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음차원 에너지만 충분하다면 그만큼 위협적인 것이 없었다. 제이슨은 그 말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제가 했던 것처럼 협력은 가능합니다.”

    “좋아. 그리고 기술 협력도 부탁하지.”

    “골드만 주신다면야.”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벡스 장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그리고 로크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좋은 친구를 뒀군. 5년이나 일찍 전역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로크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 네 전역 때부터 막았어야 했는데.”

    벡스 장군이 보며 하는 말에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전역하지 않고 흘러갔다면 카이트는 국왕이 되지 못했을 테고, 전쟁이 벌어졌다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했을 터였다.

    무엇보다 동부 전선에서 뭣도 모르고 있다가 왕국에서 실권을 잃고 당했으리라.

    “제가 전역한 것이 신의 한수였습니다. 두고 보세요.”

    벡스 장군은 픽 웃고는 손을 내저었다.

    “그만 꺼져라.”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뭘 또 빼먹으려고!”

    제이슨은 손을 휘휘 내젓고는 로크와 함께 하이젤 왕국 사령본부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보고 벡스 장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엘레나가 오러 유저가 되어서 마음 좀 놓는가 싶었더니 로크를 잃었네.”

    어째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제이슨은 우선 바론 성으로 돌아갔다. 로크가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으로 조안나를 꼽았고, 제이슨도 그런 일이라면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조안나와 만난 로크가 두 손을 꼭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캐리가 헛웃음을 흘렸다.

    “누나보다 조안나를 먼저 찾네요.”

    제이슨도 그 말에 옆에서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전역 후에 제 영지에서 일하자고 하니까 한 말이 조안나와 함께라면 하겠다고 하더군요. 아니라면 전역 안 하고 5년 더 근무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끌고 왔습니다.”

    “영지로 데리고 갈 건가요?”

    “예. 그곳에 새로운 연구소를 만들 생각입니다.”

    “조안나도 함께요?”

    “캐리도 같이 가야죠.”

    캐리가 돌아보자 제이슨이 왜 그러냐는 듯 담담히 답했다.

    “조안나의 스승님이잖아요. 그리고 오신다면 제가 연구라면 원 없이 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캐리는 그런 제이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아이젠 양과 약혼한다고 했었죠?”

    “예.”

    별일 아니다. 그저 동생을 돌봐주는 이로 만났고, 흑마도공학을 편견 없이 바라봐 준 인물일 뿐이었다. 하이젤 왕국의 제일 검호를 쓰러트릴 정도로 강한 검술을 보여줬지만, 그 정도로 반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젠과 만나는 것을 보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그 정도만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랑놀이에 빠져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자신은 이뤄야 할 것이 있었으니까.

    “그럼 제가 마탑을 차릴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해줄 건가요?”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제 영지 안에서 만든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아낌없는 예산 지원과 고대 기술들을 발견하는 대로 전해드리죠.”

    캐리는 풋 웃고 말았다.

    “고대 기술이 발견하고 싶다고 발견되면 좋겠네요.”

    “어떤 마탑도 못 가진 기술을 가진 마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이슨의 자신만만한 말투를 듣고 캐리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믿어 볼게요.”

    그새 조안나와 얘기를 나누고 온 로크가 후다닥 달려와서는 말했다.

    “백작님을 뵙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해.”

    로크가 조안나와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캐리가 중얼거렸다.

    “마치 자기 가족인 것처럼 구네요.”

    “우리 가족이죠. 캐리는 아닌가요?”

    “예?”

    캐리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기에 제이슨은 픽 웃고는 내성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떠난다고 해도 이곳을 지킬 이들이 필요했다.

    우선은 자신이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했다. 공간 왜곡 장치마저 뚫을 수 있는 로크의 능력이 있으니 그건 문제가 없으리라.

    그리고 기간트가 없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기사단은 차차 둘 생각이었으니 그건 그때 생각하더라도 로크의 능력을 이용해서 몇 가지 기본적인 장치를 해둘 생각이었다.

    제이슨은 캐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영지에 연구소가 만들어지는 대로 이사올 준비하세요.”

    “어디 갈 생각인가요?”

    “골드 벌러요.”

    고대 공방을 찾아간 제이슨은 그곳에서 골드가 될만한 것들을 추렸다. 레드 드래곤 용병단의 기간트는 굳이 팔지 않았다. 기간트는 하나하나의 가격이 분명 굉장하지만, 영지 전체 예산을 놓고 봤을 때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니 돈을 벌려면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연구해야 할 물건이거나 아니면 고대 기술이어야 한다.

    그래서 제이슨은 고대의 기술 중 하나를 팔기로 작정했다. 전장에서 오래 굴렀던 만큼 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탐색기였다. 코어가 내재한 포스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탐색기. 이건 소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측정할 수 있었다.

    반경은 대략 5km 정도. 이 정도라면 전방의 성에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장비였다.

    제이슨은 그 장치에 베제트는 잡히지 않는 것을 보았다. 에테르 기간트라 그런지 몰라도 잡히지 않는 것을 보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았다.

    이건 마탑에 팔 필요는 없었다. 마탑에 판다는 것은 돈은 조금 더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대륙 전역에 퍼지게 되니까.

    그러니 차라리 이건 군부에 파는 것이 좋다.

    제이슨은 누구보다 벡스가 이 가치를 잘 알 것을 알았다. 마침 동부 전선 사령관이 아니라 전군 사령관이 되었으니까 쓸 수 있는 예산이 달라졌다.

    제이슨은 그걸 가지고 벡스를 찾아갔다. 전역 명령서를 가지고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생글거리며 온 제이슨을 보고 벡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또 누구 데려갈 사람 있어서 왔냐?”

    “병 줬으니 약 가져왔죠.”

    “약?”

    제이슨은 벡스의 앞에 탐색기를 내려놓았다. 탐색기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간이 탐색기 같은 경우에는 그 크기가 작은 만큼 1km만 탐색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가치는 충분했다.

    “기간트의 코어를 탐색할 수 있는 탐색기입니다.”

    “그래서?”

    벡스가 시큰둥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지금도 코어 탐색기 정도는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기간트의 위치를 파악할 뿐 소환하지 않은 아티펙트까지 측정하지는 못한다.

    “소환되지 않은 아티펙트 상태에서도 탐색할 수 있고 측정 범위는 1km입니다. 대형 탐색기 같은 경우에는 5km까지 탐색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벡스가 관심을 가졌다.

    “그런 걸 어디서 구한 거냐?”

    제이슨은 탐색기의 제작법이 들어있는 기록 수정구까지 내려놓았다.

    “여기는 제작법입니다.”

    벡스는 턱을 만지며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약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큰 건인데?”

    “약값은 받아야죠. 공짜로 준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벡스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탐색기를 바라보았다. 탐색기에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벡스가 물었다.

    “자네는 안 잡히는데?”

    “전 기간트를 안 가지고 있으니까요.”

    “요즘 마갑만 입더니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건 아닌데 사정이 있어서요.”

    마갑만 입고도 기간트를 도륙할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벡스는 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좋아. 마탑이 아니라 내게 가져온 걸 보면 약이라고 할만하군. 값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

    “탐색기만 가져왔다면 100만 골드 정도 받았겠지만, 그 제작법까지 알아왔으니 500만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벡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소형 탐색기는 작전에 쓰고 대형 탐색기는 국경 요새에 설치하면 된다. 제이슨이 지른 가격은 독점하는 값으로 생각하면 적정했다.

    “좋아. 거래하지.”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이것으로 골드는 확보했다.

    갈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올 때는 로크와 캐리, 조안나까지 함께였다. 성은 축제 준비 때문인지 전과 다르게 분위기가 밝았다.

    마탑 지부를 통해서 밖으로 나온 일행도 그걸 느꼈는지 감탄했다.

    “와! 형 출세했네요.”

    “그래. 출세했지.”

    바론 백작 성보다 더 거대한 백작성을 손에 얻었다. 제이슨이 씨익 웃으며 성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자 그를 따라 일행이 이동을 시작했다.

    로크는 주위를 둘러보며 걷다가 물었다.

    “형. 그런데 여기 별의별 인간이 다 있네요.”

    제이슨도 그 말에 동의했다. 지금 주위에는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제이슨은 문득 아이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마도 기사단에 들어가려고 온 이들일 거야.”

    “기사단? 형 기사단 뽑아요?”

    “응. 눈빛들이 살아있는 것이 제법 쓸만한 이들을 건질 수 있겠어.”

    “그럼 그 기간트 정비는 우리가 하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보다 입이 무거운 마도공학자를 찾고 있었다.”

    “입이 무거운 마도공학자요?”

    제이슨은 일행들을 데리고 성으로 가서는 연구소로 쓰려고 비워놓았던 전 기사단의 기간트 정비소에 데리고 가서는 말했다.

    “이것들을 수리해줘.”

    제이슨이 아공간에서 꺼낸 기간트에 그려진 레드 드래곤의 문장을 보고 로크와 캐리가 그를 돌아보았다.

    “형.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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