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65화 (66/151)
  • 【65】 영지(2)

    새로운 가문의 문장. 제이슨은 만들어진 문장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때?”

    스노우의 얼굴과 사슬을 교차한 형태의 가문의 문장. 스노우야 모두가 아는 얼굴이 되겠지만, 사슬 문장은 왜 그렸는지 아무도 모를 터였다.

    스노우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보면서 앞발로 툭툭 두드렸다.

    컁! 컁!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을 보고 제이슨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스노우는 아무려면 어떻냐는 듯 제이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제이슨은 집무실의 창가로 걸어가서 성내를 돌아보았다. 국왕 직할령으로 넘어갈 때 이곳에서는 피바람이 불었다. 역모에 관련된 귀족들은 참수되거나 노예로 팔려갔으니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관리들이 들어와 전처럼 과중한 세금을 줄이고 국왕 직할령의 세금을 내게 한 상황이지만 눈앞에서 하늘처럼 보이던 귀족들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성의 분위기 자체가 무척이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제이슨은 관리 총 책임자인 바벨을 돌아보았다.

    “영지 자산이 얼마나 돼?”

    “일단 성에 가지고 있던 모든 자산은 왕국으로 몰수된 상황입니다. 대신 국왕 직할령으로서 거둔 세금을 앞으로 3년간 왕실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합니다만 지금 당장은 쓸 수 있는 자산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빈 껍데기라는 건가?”

    “그렇게만 볼 건 아닙니다. 두 개 영지에서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대략 4백만 골드 정도 됩니다.”

    영지 하나에 2백만 골드. 밀 농사를 하는 바론 성이 시골 영지라고 하나 적당히 먹고 사는 수준이라면 이 두 개 영지는 그보다 훨씬 알짜배기 영지다.

    그러니 감히 역모에도 가담하고 했겠지.

    “그러니까 지금은 창고가 비었다?”

    “예. 연간 수익이라고 하지만 이곳 영지에 있는 철광산에서 나오는 것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상단이 구매해 가기 때문에 곧 창고를 채울 수 있을 겁니다.”

    한 달에 20만 골드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면 영지를 운용하는 것이 빠듯하기는 해도 3년간 왕실로 거둬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거야 잘만 조종하면 될 일.

    제이슨은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서 100만 골드를 꺼냈다. 이제 슬슬 레드 드래곤 용병단의 기간트도 처분 해야 할 때다. 아니면 외장갑만 바꿔서 새로이 기사단을 만들 때 써먹는 것도 생각해 볼 방법이다.

    그러려면 그걸 수리해줄 입이 무겁고 실력이 뛰어난 마도공학자가 필요했다.

    제이슨이 건넨 100만 골드를 받은 바벨이 물었다.

    “그럼 이건 어떻게 쓸까요?”

    “새로운 영주가 왔다고 해도 영지민들이 뭘 알겠나? 그걸로 화끈한 축제를 준비해주게.”

    “얼마나 쓸까요?”

    “100만 골드 전부. 어차피 그거 없어도 돌아갈 거였으니까.”

    바벨이 눈을 크게 뜨고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씨익 웃었다.

    “아, 그리고 처음에 이곳에 파견되어 있던 관리들은 전하께서 내주신다고 하셨으니 관리 총책임자로서 고생해 줘.”

    “예. 그럼 저는 축제 준비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부탁해.”

    바벨이 밖으로 나가자 제이슨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보았다. 영주가 새로 왔으니 관리자가 처리하던 것 중 영주가 직접 처리해야 할 것들이 올라왔다.

    “에휴. 이래서 영주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괜히 비공개 오러 유저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니다. 이런 일이 귀찮아서 그랬던 것. 하지만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축제 준비가 한창일 때 영지에 손님이 찾아왔다. 아직 이렇다 할 사람들이 없이 왕궁에서 나온 관리들로만 일하다 보니 성은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있었다. 그들은 영지를 위주로 관리하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런 곳에 찾아온 손님은 예상도 못 했던 이들을 끌고 왔다.

    제이슨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들은 뭐죠?”

    “아버지가 내준 사람들이에요. 성을 단장하고 관리하는 데 쓰일 이들이에요.”

    “예?”

    이건 선물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족히 백 명은 되는 시종과 시녀들이었다. 게다가 번듯하게 차려입은 이는 시종장 급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제이슨은 그들을 보면서 이게 선물인지 아니면 안주인이 될 아이젠을 위한 것인지 몰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영지를 대신 관리해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솔직히 영지를 대신 관리해줄 이들이라도 구해야 하나 싶었으니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영지를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 엘하르트를 온전히 얻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사람만큼 귀한 것이 없는데 귀한 선물을 받았네요.”

    아이젠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안으로 드시죠.”

    아이젠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성을 살펴보았다.

    “혹시 성을 증축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제이슨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증축할 생각은 있습니다. 이곳에 마도공학 연구소 하나를 세울 계획이니까요.”

    “아는 마도공학자들이 있나 봐요?”

    “예. 혹시 필요한 공간이 있습니까?”

    아이젠이 제이슨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그 눈빛에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곳은 제 영지라고 내려주셨지만, 저만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큰 영지를 주지 않으셨을 겁니다.”

    백작의 영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 게다가 노른자위라고 해야 할 만한 곳을 두 개를 합쳐 놓았으니 이건 후작의 영지로도 그 크기의 한계치에 달할 정도다.

    제이슨은 그걸 받은 것에 아이젠과 결혼을 통해서 후작위로 올려주기 위한 것도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에게도 이 영지의 지분이 있다고 여겼다.

    게다가 믿을만한 이에게 영지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럼 성을 증축하도록 해요. 제 호위 기사단의 훈련을 위한 곳도 따로 있었으면 하거든요.”

    “호위 기사단이 있나요?”

    “예.”

    아직 바론 성에도 기사단을 다시 못 구했는데 개인을 위한 기사단이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슨은 뺨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기사단을 만들기는 해야겠군요.”

    “기사단을 만들 생각인가요?”

    “이만한 영지를 관리하려면 제대로 된 기사단은 필요하니까요.”

    “그렇겠네요.”

    아이젠이 미소를 지었다.

    “하긴 기사단을 만들겠다고만 하면 왕국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여들 거예요.”

    “하하하. 설마요.”

    아이젠은 가만히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아직 자신의 위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카이트 국왕이 밀어주고 있는 것을 제하고라도 그 스스로 이룬 경지가 대단한 이였다.

    트랑 왕국 제일검이라고 불리는 이가 부른다면 자유 기사들은 좋다고 몰려들 터였다.

    “하지만 기사단을 만들려면 영지에서 기간트를 준비하는 것이 관례라서. 당분간은 힘들지 않을까요? 아니면 저희 영지에서 지원해드릴까요?”

    “아니요. 그건 괜찮습니다.”

    솔직히 고대 골렘 연구소의 물건들 몇 개만 마탑에 팔아도 골드라면 넘치도록 구할 수 있다. 지금 캐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천만 골드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었으니까.

    우선은 캐리가 형을 위한 마갑을 만드는 데 사용했지만, 그 기술을 기간트에 도입하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골드를 벌 수 있었다.

    캐리를 위한 마탑을 세울 수 있을 정도의 골드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기술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굳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럼 기사들도 모집해야겠군요. 우선 나이트급 기간트 이상을 다룰 수 있는 기사들로 모집해서 기사단을 편성해야겠습니다.”

    “기사도 기사지만, 그러다가 영지 예산이 모두 기사단에 들 수도 있어요.”

    “괜찮을 겁니다.”

    골드야 벌면 되는 일. 그리고 제대로 된 기사단.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기사단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트레저 헌터들로 이뤄진 이들과 정보 집단 등 만들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들은 영지를 굴리기보다는 앞으로 수많은 고대 던전을 찾아서 터는 역할을 할 인원들이었다. 왕국 내에서 의심되는 곳들은 그들을 보내고 다른 왕국은 직접 움직이면 더 빨라질 수 있을 터.

    제이슨은 아이젠이 데리고 온 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성을 단장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탄했다.

    “그런데 무척이나 바빠 보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영지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축제를 열라고 지시를 내려서 준비 중입니다.”

    “잘됐네요. 이번 기회에 저희 약혼도 발표할까요?”

    제이슨이 멀뚱히 바라보자 아이젠이 씨익 웃었다.

    “이번 축제 제가 준비해도 될까요?”

    “괜찮겠습니까?”

    “제가 사교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려드리죠.”

    제이슨은 아이젠이 뭔가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여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줬다.

    “그럼 부탁드리죠.”

    아이젠은 제이슨의 미소에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주먹을 들어 보였다.

    “믿고 맡겨주세요.”

    컁!

    그때까지 품속에 들어가 있던 스노우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젠의 눈이 잔뜩 커졌다. 조안나도 그런 눈빛을 보였었기에 제이슨은 스노우를 꺼내서는 내밀었다.

    말하지 않아도 자기 생각을 읽어준 제이슨을 향해 아이젠이 미소를 짓고는 손을 내밀었다. 조심조심 다가오는 손길을 보고 스노우가 제이슨의 눈치를 살폈다.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노우가 눈을 부드럽게 휘더니 아이젠을 향해 폴짝 뛰었다. 마치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제이슨이 허락한 이에게는 갖은 애교를 부릴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애교를 부리면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연에서야 직접 사냥하고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애교 조금만 부리면 알아서 먹을 것들이 굴러들어왔다. 게다가 생으로 잡아먹는 것과는 그 맛이 수준이 달랐다.

    그래서 애교를 부리는 기술도 점점 발달하는 중이었다.

    아이젠은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스노우가 뺨을 핥아대자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밝게 웃는 그녀를 보니 제이슨은 스노우를 데리고 오기를 잘했다고 여겼다.

    저렇게 귀엽게 보이지만 그 능력은 어지간한 기간트는 씹어먹을 정도로 강하다. 누군가에게 호위로 붙인다면 이만한 녀석도 없다.

    스노우는 마치 자신의 자리라는 듯 아이젠의 품에 안겼다. 아이젠은 그런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축제는 제가 준비할게요.”

    이미 안주인이 된 것 같은 아이젠의 모습에 제이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축제에 앞서 이 축제를 키우기 위해서 기사단원을 모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혹 기간트를 준비할 수 있나요?”

    “나이트급 기간트로 열 기 정도면 되겠습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겠네요.”

    나이트급 기간트 열 기. 기사단 전체로 치자면 적은 인원이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차츰 키워나간다면 왕국 제일의 기사단도 가질 수 있게 될 터.

    아이젠은 눈을 반짝였다. 자신이 약혼한 이 남자. 그가 걷는 이 걸음 하나하나가 왕국의 새로운 역사가 될 터였다.

    “그 녀석은 잠시 맡아주세요. 저는 기간트를 구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아이젠의 품에서 스노우가 앞발을 하나 들고 살짝 흔들었다. 말귀를 잘 알아먹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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