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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40화 (41/151)
  • 【40】 격변(1)

    나이트급 기간트 8기와 워리어급 기간트 32기.

    영지전 수준을 넘어서 국경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 동원되어도 한 구역을 책임질 정도로 많은 양의 기간트가 소환되어 있으니 그들은 스물두 기의 고대 골렘을 앞에 두고도 기고만장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까지 숱하게 몬스터 토벌전을 하면서 단련을 해온 그들은 쉽게 볼 자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오히려 무기를 뽑아 들고 전투 준비에 들어가자 2미터짜리 소형 골렘에게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경고했다.

    “저거, 말을 하는 걸 보면 작아도 에고 기간트일까?”

    에트로의 물음에 바키가 고개를 내저었다.

    “에고 기간트의 평균 신장을 아시지 않습니까. 평균 10미터는 되는데 저렇게 조그만 기간트가 어떻게 에고 기간트가 되겠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신기하네. 뭘 믿고 저리 말하는 거지?”

    에트로는 입이 귀에 걸린 상황이었다. 고대 골렘이 스물두 기나 되니 그것들에서 얻을 돈도 상당한데 이곳은 온갖 고대 골렘의 연구가 진행되었던 곳이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고대 던전보다 가치가 더 나갈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 정리하고 이것들을 챙길 생각만 했다.

    워리어급 기간트들이 중형 이상의 몬스터를 구속할 때 쓰는 투척용 작살을 던졌다. 스물두 기의 고대 골렘들이 그 공격을 막아내는 사이에 소형 골렘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고작 2미터의 신장. 워리어급 기간트도 최소 4미터 이상은 된다.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작은 기간트에게 긴장한 이들은 없었다.

    워리어급 기간트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렀다. 떨어져 내리는 도끼를 보고 소형 골렘이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 피하며 휘두른 검이 정확하게 워리어급 기간트의 흉부를 찌르고 지나갔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공격이었다.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부드러운 흐름. 게다가 소형 골렘은 물이 흐르듯 다음 기간트를 노리고 달렸다.

    그렇게 소형 골렘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다섯 기의 워리어급 기간트들이 무너졌다. 그 황당한 광경에 에트로의 눈이 커졌을 때 나이트급 기간트 두 기가 나서서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런데 소형 골렘은 그 두 기의 창을 피하면서 크게 검을 휘둘렀는데 그게 정확히 기간트 라이더가 탑승하고 있는 흉부를 베고 지나갔다.

    두 기의 나이트급 기간트까지 무너지면서 진형 일부가 무너졌고, 때를 같이해서 고대 골렘들이 들이닥쳤다. 전투 경험이 부족한 고대 골렘들이 기간트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집단 전투에서 뒤섞이면 또 달라진다.

    전술에 따라 돌진하는 고대 골렘들에 부딪친 기간트들이 휘청이는 사이에 소형 골렘이 날뛰었다. 그런데 어떤 기간트도 일 검 이상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 모습에 에트로는 곧장 자신의 기간트 베르캄프를 소환했다. 붉은색의 거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에트로는 얼른 베르캄프에 타고는 자신의 능력을 개방했다.

    소형 골렘이라고 무시했다가 벌써 열 기가 넘는 기간트가 당했다. 그러니 자신이 저 소형 골렘을 처리해야 했다.

    에트로의 베르캄프가 뽑아낸 언월도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플레임 블레이드를 뽑아낸 에트로가 그것을 소형 골렘을 향해 뿌렸다.

    시선을 잡아 끄려고 쓴 화려한 공격기였는데 소형 골렘은 그 공격을 바닥에 주저앉으며 피해 버렸다. 그리고는 땅을 박차고 간격을 좁혀 왔다.

    “내가 우습게 보였구나!”

    에트로가 ‘가속’을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느려지며 달려오는 소형 골렘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소형 골렘을 향해 에트로의 언월도가 떨어졌다.

    소형 골렘은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언월도를 보고 오히려 속도를 더 높였다. 그리고 그런 소형 골렘의 머리 위로 언월도가 떨어졌다.

    제이슨은 베제트가 도와준다는 말에 도움을 받아 보았다. 그리고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베제트의 육체가 사라졌었는데 그것이 제이슨의 몸 위로 마치 마갑처럼 나타났다.

    마갑처럼 몸에 두른 베제트를 데리고 레드 드래곤 용병단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전투가 벌어졌다. 그래서 전투에 뛰어들었는데 마갑이라고 생각했던 베제트는 그래도 기간트였는지 그 안에서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보여주었던 경지의 검술을 펼칠 수 있었다.

    워리어급 기간트와 나이트급 기간트들을 쓰러트리면서 제이슨은 앞으로 나아갔다. 에트로도 기간트가 열 기나 쓰러지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직접 베르캄프를 타고 앞으로 나섰다.

    에트로가 나섰지만, 어째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베제트와 싸우면서 소모한 오러 홀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경지에서라면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달려들었더니 에르토가 ‘가속’을 쓰고 언월도를 내리치고 있었다.

    신장 6미터짜리 베르캄프가 휘두르는 언월도의 크기는 칼날의 크기만 2미터에 달했다. 피하지 못하면 그대로 쪼개질 상황. 하지만 제이슨은 지금 베제트의 능력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이 작은 육체에 들어있는 처음 보는 에테르 코어는 6,000포스나 되는 괴물 코어였다.

    에고 기간트에 비할 바는 아니나 히어로급 기간트들보다도 더 높은 코어의 출력. 그걸 이 작은 몸에 담아 놓으니 그 힘을 끌어내자 속도가 비약적으로 올랐다.

    지금까지 다른 기간트들을 상대할 때는 굳이 필요 없었지만, 에트로를 상대할 때는 달랐다.

    제이슨이 작정하고 그 힘을 끌어내자 머리 위로 떨어지는 언월도가 몸에 닿기도 전에 그 품으로 달려들 수 있었다. 제이슨은 검에 오러를 밀어 넣었다.

    지금까지는 기간트를 타고 간신히 만들 수 있었던 오러 블레이드였는데 베제트가 지원을 해줘서인지 검에 맺힌 오러 블레이드가 선명하게 보였다.

    스걱.

    베르캄프의 왼쪽 오금을 베고 등 뒤에서 솟구치며 검을 휘둘렀다. 옆구리부터 가슴까지 베어 가는데 베르캄프의 전신에서 강렬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엘하르트가 제이슨에게 오러를 전신으로 방출하라고 가르쳐주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이건 에트로가 가진 능력 중 하나였다. 사방으로 튀어나오는 불길이 시야를 가렸지만, 제이슨은 이미 그가 어디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불길의 중앙을 향해 제이슨이 그대로 검을 꽂아 넣었다.

    “컥!”

    단말마의 비명을 들으며 제이슨은 검을 뽑아내고 바닥에 내려섰다. 에트로의 베르캄프가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주위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제이슨은 적막이 내려앉게 둘 생각이 없었다. 이곳에 고대 던전을 발견했다고 해도 이들이 외부로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은 작았다.

    레드 드래곤 용병단 정도 되면 자신들이 해먹을 생각했을 테니까.

    그런 그들이니 이곳에서 모두 해치워야 한다. 이미 베제트에게 명령해서 던전의 문은 닫아 놓은 상태였다. 제이슨은 레드 드래곤 용병단의 앞을 막아선 채 손짓했다.

    그의 의사를 따라서 고대 골렘들이 그들을 몰아쳤고, 사방에서 늑대형 골렘과 거미형 골렘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관리자가 없어 코어를 깨우지 않았던 이들이 모두 깨어났다.

    제이슨의 명령에 골렘 공방의 골렘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선두에는 제이슨이 전투를 지배했다.

    소형 기간트에 높은 코어 출력. 장비에서 차이가 나니 제이슨은 홀로 레드 드래곤 용병단을 박살 낼 수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오러 심법이 뛰어 나지고 벽을 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전적이었다.

    마스터들이나 가능할 것 같은 업적을 세운 제이슨은 숨을 길게 토해내며 기간트들에게 다가갔다. 고대 골렘들의 합공에 무너진 기간트의 수가 열두 기. 나머지 마흔 기의 기간트가 제이슨의 손에 쓰러졌다.

    오러 홀의 오러가 부족해서 전투를 유지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베제트의 도움 자체가 커서 나중에는 그 코어의 힘만으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제이슨은 고대 골렘들에게 명령해서 기간트를 역소환하고 회수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쓰러진 이들의 몸을 수색하게 했다. 아공간 주머니를 열 수는 없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싹 벗겼다.

    제이슨은 손에 들어온 것들을 챙기며 베제트에게 물었다.

    “이곳에 연구 자료들 같은 것도 있나?”

    [물론입니다. 자료실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지금 가시겠습니까?]

    제이슨은 베제트의 안내를 받아 골렘 공방 안쪽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 기록 수정구들이 벽에 정돈되어 있었다. 제이슨은 그것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고대 마도 시대의 연구 자료들. 이것도 부르는 것이 값이다.

    마탑에 팔 것인가? 아니면 벡스에게 팔 것인가?

    벡스는 분명 넉넉히 챙겨줄 터였다. 무엇이 되었든 돈방석에 앉게 됐다. 제이슨은 흐뭇함에 베제트에게 물었다.

    “이곳을 오갈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혹시 그런 것이 있을까?”

    [외부로 나가는 길은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되어 그 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내가 확인해 봐야지.”

    고대 골렘을 멀쩡히 데리고 갈 수 있다면 저 하나의 가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골렘 공방의 것들이었다.

    제이슨은 베제트가 가르쳐준 나가는 길에 가서 서보았다. 길게 이어진 통로와 바닥에 놓인 원반. 그 위에 올라가니 베제트의 에테르 코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원반에 불이 들어왔다.

    우우웅.

    마치 코어 카트가 움직이는 것처럼 이동했지만, 이건 원반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닥이 움직이고 있었다. 비스듬히 경사로를 올라가는 원반 위에서 제이슨은 가만히 서서 대략 10분 정도 기다렸다.

    점점 속도가 줄더니 원반이 멈췄을 때 제이슨은 밖으로 내려왔다. 커다란 공동이 하나 있었고 그 끝에 나가는 문에는 고대 룬어가 적혀 있었다.

    제이슨이 그곳으로 걸어가니 베제트가 말했다.

    [옆에 손을 올릴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손을 올려 주십시오.]

    제이슨은 문 옆에 있는 판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에테르 코어가 두근거리더니 판이 빛났다.

    [이것으로 인증이 되었습니다. 언제든 문을 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제이슨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긴 동굴이 있었다. 제이슨은 동굴의 끝까지 나와 보았다. 그리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원반이 비스듬히 위로 향한다 싶었더니 이 입구는 예첸 산의 절벽 중앙에 구멍이 나 있었다.

    위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아래에서도 올라오기에는 까마득한 곳이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라는 거야?”

    [관리자들은 하늘을 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관리자라는 것들에 대해서 속으로 욕을 해준 제이슨은 묵묵히 돌아와 품에서 장비들을 꺼내 마법 각인을 했다. 단방향 장거리 텔레포트 마법 장치의 좌표 설정을 해 놓았다.

    무지막지한 돈이 들지만, 이곳에 워프 게이트를 설치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마도공학자는 아는 이가 없었다. 믿을만한 이도 없으니 이게 최선이었다.

    제이슨은 그 모든 것을 마치고 골렘 공방으로 돌아왔다.

    “이 안에 있는 골렘들은 모두 내 명령을 따르는 건가?”

    [물론입니다.]

    “다른 이에게 양도도 가능한가?”

    [명령권을 양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저들에게는 보조 시스템이 없어서 복잡한 명령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조금 아쉬웠다. 제이슨은 턱을 괴고는 실내를 돌아보았다. 팔면 막대한 돈이 될 테지만 지금은 굳이 이들을 팔 필요는 없었다. 뽑아 먹을 수 있는 만큼 뽑아먹고, 나중에 천천히 팔아도 된다.

    레드 드래곤 용병단을 털어먹으면서 큰돈을 벌었으니까.

    “그런데 정문 쪽은 왜 정상과 연결된 거야?”

    [그건 관리자들이 꿈꾸던 것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뭘 꿈꿨는데?”

    [자신들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비공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비공정? 그게 가능해?”

    [연구는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연구 중에 관리자들의 발이 끊어졌으니까요.]

    직경 100미터짜리 커다란 통로를 이용할 정도의 비공정. 고대 골렘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는 비공정을 만들 생각이었던 걸까?

    뭘 상대하기 위해서?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로크에게서 연락이 왔다. 통신 수정구를 꺼내 드니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잠깐 영지로 올 수 있어요?

    “왜?”

    -저 동부전선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요.

    “동부전선? 돌아오래?”

    -예. 국왕 전하가 서거하셨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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