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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39화 (40/151)

【39】 골렘 공방(2)

사고하는 기간트. 고작 2미터 짜리 신장을 지닌 기간트가 에고 기간트란 말인가? 진짜 에고 기간트라면 저만한 덩치에 그 출력을 낼 수 있다는 걸까?

여러 가지 의문 사항이 들었지만, 그걸 물을 틈은 없었다.

-관리자라면 인증 코드를 제시해 주십시오. 인증 코드를 제시하지 않을 시에는 침입자로 간주하겠습니다.

“인증 코드?”

제이슨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엘하르트에게 오러를 전해주었지만, 연결은 되지 않았다.

-관리자라면 인증 코드를 제시해 주십시오. 인증 코드를 제시하지 않을 시에는 침입자로 간주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같은 말을 한 인간형 골렘에게 제이슨은 오히려 말을 걸었다.

“그러는 넌 이름이 뭐냐?”

-제 이름은 베제트입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관리자라면 인증 코드를 제시해 주십시오.

제이슨은 말을 하면서 천천히 오러를 회복했다. 고대 골렘들이라면 모를까 신장 2미터짜리 인간형 골렘이라면 싸워 볼 만했다.

베제트는 양손을 펼쳤고 그의 손 위로 두 자루 검이 나타났다. 쌍검을 든 베제트가 제이슨을 향해 두 검을 겨눴다.

-당신을 침입자로 규정합니다.

그 한마디 말과 함께 베제트가 튀어나왔다. 폭발적인 돌진력은 제이슨이 간신히 검을 휘둘러 제지할 정도의 시간밖에 벌지 못했다.

쩌엉!

제이슨은 베제트의 검과 부딪친 충격에 뒤로 튕겨 날아가야 했다. 고대 골렘들 사이를 뒹구니 고대 골렘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쾅! 쾅!

제이슨은 몸을 틀어서 그 공격을 피해내면서 웹 캐논을 쐈다. 날아드는 웹 캐논의 그물이 베제트를 뒤덮기에 제이슨이 공격들을 피해서 달려들었다.

베제트의 몸이 붉게 빛나는가 싶더니 그물이 녹아버렸다. 그리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이슨도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킨 상태였다.

쩌엉!

베제트의 검과 제이슨의 오러 블레이드가 부딪쳤는데 베이지 않았다. 베제트의 검 위로도 뭔가 선명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오러에 조금씩 베이고 있었지만, 온전히 잘리지 않았다. 그때 베제트는 쌍검을 휘둘렀다.

쩌저저저정!

제이슨이 양손검을 휘둘러 공격을 받아냈지만, 베제트의 움직임은 상상 이상이었다. 늑대형 골렘의 민첩함 뿐만이 아니었다. 그 놀라운 속도와 더불어 믿기 힘들 정도의 강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 기간트의 힘에 필적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미친 새끼들. 대체 무슨 짓을 해 놓은 거야?”

에고 기간트만큼 높은 출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이트급 기간트의 코어만 해도 이렇게 작은 육체에 욱여넣으면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을 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작은 육체에 정교한 회로를 그려 넣을 만한 마도공학자도 없지만.

그런데 고대 마도 시대에는 이것이 가능했나 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 탓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러는 조금씩 바닥을 보이지만 코어의 출력으로 싸우는 베제트는 지치지도 않았다. 가동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제이슨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제이슨은 이대로 가서는 승산이 없음을 알았다. 기간트를 타지 않으면 엘하르트처럼 싸울 수 없으니 검술로 승기를 잡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더 나은 점은 무엇일까?

그걸 깨달은 순간 제이슨의 검이 폭발하듯 연격을 쏟아부었다. 일 검, 일 검에 온 힘을 다해서 날리는 연격. 코어를 이용해서 일정한 수준의 출력을 내는 베제트와 다르게 제이슨은 원한다면 짧은 시간에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 있다.

베제트의 쌍검이 튕겨 나갔다가 돌아오는 시간 사이의 빈틈을 잡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전력을 다한 대가로 오러 홀의 오러는 쭉쭉 줄어나갔지만, 기회를 잡았다.

그 빈틈 사이로 제이슨의 검이 뻗어 나갔다. 한줄기 섬광처럼 이어지는 찌르기. 베제트는 검으로 쳐내기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비틀었다.

콰직!

흉갑이 박살 나며 베제트가 뒤로 밀려났다. 제이슨은 승기를 잡았다고 여기며 간격을 좁혔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베제트는 제이슨에게 오히려 반격해 왔다. 하지만 반격하는 순간 마음이 앞섰다. 조금 전에 기계처럼 맞물린 공격이 아니라 공격을 당한 순간에 카운터처럼 날린 공격에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제이슨의 뺨을 길게 베고 지나간 베제트의 검. 그사이 간격을 더 좁힌 제이슨의 양손검이 베제트의 허리를 베어 갔다.

쩌엉!

원래대로라면 허리가 양단되었어야 할 공격을 베제트는 손목을 돌려서 검으로 받아냈다. 인간의 신체 구조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손목의 반경 덕분에 검격을 받아낸 베제트는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살을 주고 뼈를 벤다. 기계는 생각할 수 없는 전술. 제이슨은 그렇게 잡은 승기를 놓을 생각이 없었다. 베제트가 벽에서 몸을 일으키는 사이에 거리를 좁힌 제이슨의 양손검이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베제트가 쌍검을 들어 제이슨의 검격을 받아냈다.

콰지직.

베제트는 견뎌냈지만, 그 힘을 바닥은 견뎌내지 못해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제이슨은 베제트가 일어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연달아 검을 내리쳤다.

쾅! 쾅! 쾅!

바닥에 때려 박겠다는 듯 내리치는 검격이 이어지는 동안 고대 골렘들이 뒤쪽에서 다가왔다. 아무래도 이곳의 가디언인 베제트가 위험하니 돕기 위해 나타난 것 같았다.

베제트를 압도하기 위해서 오러 홀의 오러를 폭발하듯 끌어 썼는데 뒤에서 달려드는 고대 골렘까지 상대할 수는 없었다.

뒤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고대 골렘들의 무기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베제트를 노렸지만, 몸이 점점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러가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콰칵!

흘려낸 고대 골렘의 공격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옆으로 밀려났고, 때를 같이해서 날아든 베제트의 검격이 허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여기서 승기를 내주면 무엇도 할 수 없다. 제이슨은 이를 악물고 양손검으로 베제트의 검을 막아냈다. 그리고 전력으로 땅을 박찼다.

남은 모든 힘을 폭발하듯 일으켜 베제트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쭈욱 뒤로 밀려난 베제트의 등이 벽에 닿았을 때 제이슨의 귓가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생하는군.

그 한마디 말과 함께 제이슨의 오러 홀의 바닥을 보이던 오러가 쭉 빨려 들어가고 오러 홀이 저릿거릴 정도가 되었다. 오러 홀에 무리가 갈 정도의 상황이었지만, 이대로라면 고대 골렘들한테 맞아 죽을 판이라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서로 검을 맞대고 전력으로 밀고 있는 상황에서 제이슨의 가슴 위로 불쑥 손이 튀어나왔다. 새하얗게 빛나는 손은 그대로 베제트의 가슴에 닿았다.

-관리자님?

-나는 관리자가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을 빼앗는 찬탈자일 뿐.

베제트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황급히 저항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엘하르트의 손이 닿았던 곳이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엘하르트의 고유색인 핏빛으로 변해가는 베제트의 코어. 흉갑 아래에 있던 코어의 색이 변하는 중에 베제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이럴 수는··· 인증···.

-전투 보조 시스템 ‘베제트’. 네 새로운 주인으로서 명하겠다. 전투를 멈춰라.

베제트의 코어는 물론 그 전체 색이 검붉게 변해버렸고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베제트의 눈이 빛나는가 싶더니 고대 골렘들이 멈췄다.

그제야 엘하르트가 제이슨에게 말을 건넸다.

-무리해서 연결했더니 더는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야이 씨.”

고맙다는 말보다 오러 홀의 바닥에 바닥까지 긁어내는 바람에 전신이 바들바들 떨려와 서 있기도 힘들었던 제이슨의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왔다.

-우선 이거라도 써라.

“뭐?”

제이슨이 묻기도 전에 베제트의 코어를 쥔 엘하르트의 손이 그대로 그 코어를 뽑아냈다. 신기하게도 코어는 마치 영체처럼 반투명해 보였다.

제이슨이 놀라 손을 내밀어 만져보려 해도 만져지지 않았다.

그리고 엘하르트의 손이 제이슨의 가슴으로 들어가자 그 코어도 제이슨의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베제트의 에테르 코어다.

“그런데?”

-나와 계약한 너도 이제 베제트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

“뭐?”

-이 녀석은 어느 정도 격이 맞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제이슨은 앞에 서 있던 베제트가 전원이 나간 것처럼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제이슨이 헛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오러가 바닥이 난 상황이라 더는 서 있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을 노렸던 고대 골렘들을 올려다보던 제이슨은 가슴에서 미약하게 뛰는 기운을 감지했다.

“베제트를 다룰 수 있다고?”

[부르셨습니까?]

“응?”

갑자기 머릿속으로 울리는 목소리에 심장이 떨어질 뻔한 제이슨이 놀라서 물었다.

“뭐, 뭐야?”

[전투 보조 시스템. 베제트입니다. 새로운 관리자님이 권한을 승계해주셨기에 마스터를 돕게 되었습니다.]

제이슨은 전원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베제트를 바라보았다. 저기 서 있는 베제트는 뭐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베제트는 뭘까?

그때 눈앞에서 베제트의 육신이 빛으로 화하는가 싶더니 제이슨의 가슴으로 몰려 들어왔다. 제이슨은 연달아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일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보다 연구소 외부에 침입자들이 감지 되었습니다. 수는 쉰두 명입니다.]

“쉰두 명?”

제이슨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예첸 산맥에서 몬스터 토벌을 하고 있던 것은 레드 드래곤 용병단. 대륙 3대 용병단 중 하나인 그들이 이곳에서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자신이 와이번과의 혈투 끝에 던전의 입구를 열었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소란을 당연히 레드 드래곤 용병단도 들었을 터.

쉰두 명이나 되는 인원이 갑자기 이곳 고대 던전에 나타났다니 자연히 그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안 돼!”

이곳에 있는 것은 자신은 애를 먹을 정도의 물건들이었지만, 레드 드래곤 용병단은 단장은 오러 유저이고 그 외에도 나이트급 기간트와 워리어급 기간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들어온다면 이 정도 전력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떻게 찾은 것들인데 이것들을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제이슨이 절규할 때 베제트가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에트로는 바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수고했다. 바키.”

“별말씀을. 다 대장이 시켜서 온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야. 그래도 이렇게 고대 던전. 그것도 고대 골렘의 연구소로 보이는 곳을 얻었잖느냐!”

기쁨에 웃음을 터트리던 에트로에게 바키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선객이 있습니다.”

“그렇겠지. 이렇게 문도 떡 하니 열어주고 들어갔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지.”

에트로의 눈이 반짝였다.

“1조는 기간트를 소환해서 길을 열어라.”

에트로의 말에 열 기의 기간트가 소환되었다. 두 기의 나이트급 기간트와 여덟 기의 워리어급 기간트.

고대 골렘들의 연구소라면 고대 골렘들이 득실거릴 터. 저 정도 인원이면 일단 고대 골렘들의 습격에도 견딜 수 있다. 게다가 혹시라도 함정이 있다고 해도 기간트가 몸으로 막으면서 전진하면 빠르게 전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전진하던 기간트들은 잠시 후에 일단의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스물두 기의 고대 골렘들. 그 신장이 5미터에 달하는 고대 골렘들을 보고 에트로는 미소를 지었다.

상대의 기간트가 많다고 하나 상관없었다. 고대 골렘의 한계는 명확히 알고 있었으니까.

“2조, 3조, 4조는 모두 기간트를 소환해라.”

서른 기의 기간트가 더 나타났다. 에트로가 굴러들어온 대박에 기뻐할 때 고대 골렘들이 좌우로 물러나고 2미터짜리 골렘이 다가왔다.

거미형 골렘부터 늑대형 골렘까지 온갖 골렘들을 연구하던 것이 남아있었기에 2미터짜리 소형 골렘도 존재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신기하다는 듯 바라볼 때 목소리가 들렸다.

-물러나라. 순순히 물러나면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뭐래?”

에트로의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정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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