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38화 (39/151)
  • 【38】 골렘 공방(1)

    “쿨럭!”

    왈칵 핏물을 토해내고 나니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

    “후욱. 후욱.”

    숨을 몰아쉰 제이슨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고, 전신의 뼈란 뼈는 모조리 부서진 것 같은 통증이 전해졌다. 제이슨은 오러를 천천히 몸에 돌렸다.

    오러가 몸에 퍼지면서 통증이 조금씩 완화되었지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오러를 운용한지 두 시간이나 지나서였다.

    제이슨은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아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서 한 병을 모두 비웠다. 몸의 활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 제이슨은 다시 눈을 감고 오러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깨우친 오러 심법의 활용법 때문인지 몰라도 오러의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제이슨은 그 부드러운 오러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오러가 지나가는 오러 로드도 전보다 질기고 탄탄해졌다. 오러 홀도 전보다 커졌다.

    위기 속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벽을 넘은 것인지 크게 성장했음을 느낀 제이슨은 몸의 회복에 전념했다.

    족히 몇 달은 요양해야 할 정도의 깊은 상처였는데 오러가 전과 달라져서 그런지 몇 시간 만에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공간 주머니에서 간편 라이트 마법 장치를 꺼내서 불을 밝혔다.

    푸르게 주위를 밝히는 불빛 아래에서 제이슨은 눈앞에 보이는 문을 볼 수 있었다. 높이만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문을 보고 제이슨은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이 정도 문이라면 에고 기간트도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다. 고대 던전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다. 혹시 신의 의지라는 것을 얻으면 좋겠다고 여겼지만, 이만한 크기의 던전을 보니 기쁜 마음과 함께 섬뜩한 마음이 들었다.

    오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지만 기간트를 소환하지 못하는 지금 고대 골렘들이 나오는 곳에 들어갔다가는 죽기 십상이었다.

    제이슨은 팔짱을 낀 채 그 문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려다가 발에 걸리는 것을 보고는 멈춰섰다.

    “아, 이것도 있었지.”

    제이슨이 떨어지면서 그 충격을 대신 받아준 와이번의 사체 조각. 제이슨은 그것들을 모아 아공간 주머니에 쓸어담았다. 박살 났지만, 남은 사체의 파편만으로도 충분히 돈이 될 물건이었다.

    돈이 안 된다고 해도 이걸 가지고 가면 조안나나 로크, 캐리에게 좋은 실험 재료가 되리라.

    제이슨은 그리고 다시 문을 바라보다가 엘하르트에게 오러를 전해주었다. 전보다 빠르게 빠져나가는 오러였지만, 전처럼 오러 홀이 텅 비지는 않았다. 확실히 오러 홀이 커진 것을 느꼈다.

    -이제 깬 거냐?

    “그래. 죽다 살았다.”

    -이제 조금 쓸 만해졌군.

    “그보다 왜 바이슨이 소환되지 않는 거지?”

    -나와 계약을 맺으며 너 또한 격이 조금 상승했지. 너는 나를 제외한 기간트는 탈 수 없다.

    “미친 거 아냐? 넌 지금 봉인돼서 소환이 안 되잖아.”

    -그렇지.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제이슨은 오러 유저로써 충분히 강했다. 게다가 지금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 하지만 기간트를 타지 못하면 그 강함은 반쪽짜리다.

    -내 봉인이 풀리면 이제 나와 함께 싸울 수 있을 거다.

    제이슨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여기 딱 봐도 고대 골렘들이 즐비할 것 같은데 기간트도 없이 어떻게 들어가라고 이곳에 가라고 한 거야?”

    -이곳은 남아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이곳에 제일 먼저 올 줄은 몰랐다.

    “들어가? 말아?”

    솔직히 돌아가려고 마음먹으면 단방향 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으니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 최후의 최후에 쓸 방법이었다.

    -들어가야지. 꼭 싸워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필요한 것만 챙기면 되겠지.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럼 이 문 어떻게 열어?”

    -문에 손을 대라.

    제이슨이 문에 다가가 손을 대자 엘하르트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네 오러를 조금 쓰지.

    제이슨은 순간 자신의 오러 홀의 오러가 쭉 빨려 나가는 것을 느꼈다. 오러 홀이 커져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러 홀이 뻐근할 정도로 오러가 빨려 나가고 나니 제이슨의 손이 닿아있던 곳을 중심으로 검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그그그긍.

    그리고 굉음과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휘청거린 제이슨이 무릎에 손을 짚고는 물었다.

    “조금이라며?”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오러가 바닥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간이 다 된 것인지 몰라도 연결이 끊어졌다.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고 열린 문 너머의 고대 던전을 바라보았다.

    “일단 확인해 볼까?”

    제이슨은 품에서 작은 해골과 고글을 꺼냈다. 해골 고블린을 통해서 우선 던전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해골 고블린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자 고대 던전 안으로 들여보냈다.

    해골 고블린과 시야를 공유한 제이슨은 던전 내부를 보면서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뭐야?”

    해골 고블린의 눈에 보이는 고대 던전 안쪽은 마치 공방과 같았다. 공방에서도 이것저것 연구하는 연구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기저기 해체되고 조립되다 만 골렘들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대박인데?”

    이게 정말 고대 골렘을 만들던 공방이라면, 고대 골렘을 개발하던 연구소라면 이 안에 있는 것은 왕국도 살만큼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안에 어떤 가디언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제이슨은 이곳을 털기로 마음먹었다.

    미로형 던전이 아니라고 해도 던전의 상태를 살피는 데는 해골 고블린 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그런 해골 고블린이 채 10분도 되지 않아 박살 났다.

    “별의별 것들이 다 있네.”

    솔직히 골렘의 공방처럼 생긴 곳이라 여러 골렘이 있을 수 있겠거니 했지만, 거미 골렘부터 시작해서 해골 고블린보다 작은 늑대 골렘도 있었다.

    골렘을 늑대처럼 만들었는데 전투력은 늑대 따위와 비할 바가 아니다. 보자마자 도망쳤는데 채 다섯 걸음도 못 가고 잡혔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속도를 보이는 골렘이었다. 그런 골렘들이 득실거리는 던전. 거대한 고대 골렘은 못 보았지만,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직접 부딪쳐 봐야겠네.”

    제이슨은 양손검을 쥐고 던전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제이슨의 아공간 주머니는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지만, 이 넓은 던전의 모든 것을 쓸어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가뜩이나 지금 와이번 두 마리의 시체가 들어가 있어서 공간에 여유가 없으니 우선 던전을 돌파해서 귀한 순으로 챙겨야 했다. 와이번의 서식지에 입구가 있으니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기간트도 소환하지 못하는 지금은 더욱.

    그래도 해골 고블린을 통해서 안쪽을 살펴봤던 제이슨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라이트의 불빛이 주위를 밝혔다.

    끼리릭.

    거미 골렘 두 기가 나타난 것을 보고 제이슨은 번개처럼 내달렸다. 거미 골렘들이 쏘아낸 거미줄을 피한 제이슨의 검이 그대로 그 둘을 베었다.

    불길처럼 타오르던 오러 블레이드가 마치 검면을 타고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 위력은 확실했다. 마치 물을 베는 것처럼 거미 골렘들을 베어 넘길 수 있었다.

    제이슨은 우선은 안쪽으로 더 진입했다. 그런 제이슨의 앞으로 늑대형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 고블린도 피하지 못할 만큼 날렵한 늑대형 골렘들. 하지만 그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이슨은 앞으로 튀어나갔다. 총 다섯 기의 늑대형 골렘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제이슨은 마주 걸음을 내디뎠다.

    슈카칵!

    벽을 하나 넘은 것만으로 보이는 세상이 달라졌고, 검을 휘두르는 궤적도 달라졌다. 엘하르트처럼은 안 되지만 늑대형 골렘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제이슨이 검을 멈췄을 때 이미 늑대형 골렘은 모두 쓰러진 뒤였다. 생긴 것이 늑대형이라고 해도 이 민첩함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 뭔지 확인해 봐야 했기에 제이슨은 늑대형 골렘 한 기를 아공간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로크에게 가져다줄 생각이었다.

    제이슨은 늑대형 골렘까지 쓰러트리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엘하르트?”

    엘하르트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이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그곳으로 고대 골렘이 나타났다.

    신장만 5미터에 달하는 고대 골렘을 바라보며 제이슨은 긴 숨을 토해내며 웹 캐논을 꺼냈다. 기간트도 없이 고대 골렘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싸워야 했다.

    제이슨은 달려오는 고대 골렘을 향해 웹 캐논을 쏘고는 움직임이 둔해진 고대 골렘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고대 골렘이 휘두른 검이 잘려나가고 연달아 휘두른 검이 고대 골렘의 코어를 박살 냈다.

    쓰러지는 고대 골렘을 보며 제이슨은 긴 숨을 토해냈다.

    “별거 없네.”

    고대 골렘이 기간트에 비해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하나 이렇게 쉽게 쓰러트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자신은 전보다 강해졌다.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던 제이슨은 골목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는 고대 골렘들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와이번들은 파괴된 서식지를 떠났다. 그래서 와이번들이 떠난 자리에 도착한 레드 드래곤 용병단의 정찰대의 대장 바키는 그곳에 생긴 거대한 구멍을 살필 수 있었다.

    사방에 흩어진 파편 사이로 보이는 고대 룬어를 확인한 바키는 무저갱과 같은 구멍을 보며 통신기기를 꺼냈다.

    “대장. 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야?

    “고대 던전으로 의심되는 입구를 찾았습니다. 마침 와이번도 없으니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대 던전?

    “예.”

    잠시의 침묵 후에 에트로의 밝아진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곧장 준비하마. 필요한 것 있나?

    “음. 저속 낙하 마법 스크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객이 있을 수 있으니 다 데리고 오시죠.”

    -준비해서 가마.

    바키는 통신을 마치고 주위를 돌아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곳에 고대 던전이 있으면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레드 드래곤 용병단은 제국의 의뢰를 최우선으로 한다. 예첸 산맥의 몬스터 토벌 의뢰도 주요 의뢰 중 하나였는데 이곳에서 고대 던전이 발굴되었다.

    예첸 산맥은 제국에서도 거의 손을 놓고 의뢰로 몬스터의 개체 수만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으니 이곳에서 발견한 고대 던전은 독식할 수 있으리라.

    기세 좋게 달려들었던 것과 다르게 제이슨은 숨을 헐떡이며 도망치는 중이었다. 오러 유저인 그가 숨을 헐떡일 만큼 한계까지 몰렸다.

    “끝이 없네.”

    고대 골렘은 끝없이 튀어나왔다. 제이슨이 웹 캐논과 오러 블레이드로 쓰러트린 고대 골렘이 세 기나 됐지만, 그 뒤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도망만 쳤다.

    그렇게 도망치던 제이슨은 뒤를 쫓던 고대 골렘들이 멈추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선 인간형 골렘을 보았다.

    신장 2미터 정도의 골렘. 고대 골렘들과 다른 소형 골렘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골렘이 나타나자 모든 고대 골렘들이 명을 기다리듯 멈춰섰다. 제이슨은 숨을 길게 토해내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 선 골렘을 바라보았다.

    “네가 여기 가디언이냐?”

    -당신에게서는 미약하지만, 관리자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인간형 골렘도 처음 보았는데 골렘이 말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