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37화 (38/151)
  • 【37】 던전 찾기(3)

    제이슨은 왜 바이슨이 소환 안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을 찾았다. 제이슨은 양손검을 뽑아서 떠 있는 와이번들을 향해 오러의 파편을 날렸다.

    오러 블레이드라면 충분히 와이번이라도 죽일 수 있겠지만, 이 와이번들의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위아래로 흩어지며 제이슨이 쏟아낸 오러의 파편을 피해내는 신기까지 보였다.

    하지만 제이슨은 그걸 보고 다시 한번 오러의 파편을 날렸다. 조금 더 넓게 퍼트려서 날리는 오러의 파편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와이번들을 보고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제이슨은 뒤로 손을 뻗어 새끼 와이번의 날개를 잡았다. 새끼 와이번이라고 해도 족히 2미터는 되는 덩치였지만, 충분히 제이슨이 다룰만한 크기였다.

    제이슨은 새끼 와이번의 날개를 잡고 곧장 정상 아래로 집어 던졌다. 던지는 길에 오러 블레이드로 날개의 피막도 잘라냈다.

    혹시라도 새끼 와이번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봐 펼친 일격에 비명을 지르며 새끼 와이번이 추락했다. 추락하는 새끼를 잡기 위해 두 마리의 와이번이 날개를 접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제이슨은 그 모습을 보고 연달아 새끼들을 잡아 던졌다. 사방으로 던져서 와이번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저들을 최대한 이곳에서 이탈시켜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새끼 와이번 일곱 마리를 사방으로 던지자 와이번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그 분노와 살의만큼은 피부로 느껴졌다.

    제이슨은 자신의 머리 위로 떠오른 네 마리의 와이번들을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콰앙!

    오러의 파편을 만들어 적에게 뿌리는 것처럼 오러를 폭발시키는 능력도 가진 제이슨의 일격은 와이번들의 둥지를 박살 냈다. 워낙 넓은 둥지라 그걸 부수는 데만도 오러 홀의 절반에 가까운 양을 쏟아내야 했다.

    새끼 와이번들이 사는 둥지라고 하지만 그 크기는 어지간한 기간트 훈련장에 비견되니 어쩔 수 없었다.

    둥지가 부서지고 그 아래 나타난 것을 보고 제이슨은 눈을 반짝였다. 바닥 아래 고대 룬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대 룬어의 일부.

    제이슨은 와이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위협하는 사이에 세 차례나 검을 휘둘렀다. 둥지가 거의 파괴됐고, 그 위로 제이슨은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문을 볼 수 있었다.

    거의 직경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문을.

    기간트를 타고 열어야 할 정도의 문이었다. 게다가 고대 룬어가 적혀 있어 여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제이슨이 그런 고민을 할 때 와이번들의 습격이 시작됐다. 하늘에 떠오른 와이번들이 브레스를 토해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평가하지만, 그 불덩어리들은 어지간한 대 기간트용 마법에 버금갔다.

    쾅! 콰쾅!

    트롤조차 검게 그을릴 정도의 화력. 제이슨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와이번 세 마리가 세 방향에 내려서 조금씩 날개를 펄럭이며 위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그때 발밑에서 은은하게 빛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뭐야?”

    와이번이 토해내는 브레스가 발밑의 마법진에 떨어질수록 고대 룬어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신비로운 장면에 잠시 시선을 주었던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와이번 세 마리를 보았다.

    머리 위에서 날고 있는 와이번들도 문제였지만, 바닥에서 일렁이는 불길 위를 태연하게 걸어오는 와이번들은 더 큰 문제였다. 트롤조차 찢어버리는 날카로운 이빨과 악력을 떠올린 제이슨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전투에 들어간 이후로 엘하르트에게 보내던 오러는 멈춘 상태. 제이슨은 온전히 자신의 오러를 몸에 두르고 바닥을 박찼다. 단숨에 거리가 좁혀지자 와이번이 입을 쩍 벌리고 브레스를 토해냈다.

    좌측으로 이동해서 불덩어리를 피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그 야성적인 움직임에 제이슨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다가온다면 오히려 기회다. 제이슨의 양손검에서 타오르는 불길과 같은 오러 블레이드가 와이번을 노렸다. 그런데 긴 목을 이용해서 와이번은 그 와중에 고개를 틀었다.

    촤악!

    그래도 제대로 피하지 못해 목에 긴 상처가 남았다. 제이슨은 그 순간 두 다리에 폭발적으로 오러를 쏟아내며 몸통으로 들이받았다.

    쾅!

    와이번이 목을 틀어서 양손검을 피해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제이슨이 작은 체구로 돌진해 올 줄은 몰랐으리라. 제이슨이 괜히 미친 들소의 멤버가 아니다.

    돌격 대대의 대원으로 펠릭스에게 기간트를 타지 않은 상태로도 돌격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웠으니까.

    강렬한 충격에 와이번의 몸이 비틀렸을 때 제이슨의 양손검이 그 목을 베었다.

    비명도 못 지르고 떨어진 와이번을 아공간 주머니에 냅다 집어넣고 돌아보니 두 마리 더 있던 와이번도 날개를 펄럭이며 떠올랐다.

    아무래도 자신 중 하나를 손쉽게 죽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나 보다. 그리고 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브레스를 토해냈다. 제이슨은 그 공격을 피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바닥의 고대 룬어들이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는 모르겠지만, 와이번의 브레스에 고대 룬어가 그려진 마법진이 반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이슨은 와이번들이 토해내는 브레스를 메뚜기가 불판 위에서 튀듯이 피하며 그 불길이 바닥을 몽땅 태우고 고대 룬어들이 점점 더 밝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와이번들은 계속해서 제이슨이 피하기만 하자 자기들끼리 날개를 펄럭이며 크롹! 거리더니 이번에는 동시에 여섯 마리가 제이슨을 낚아채려는 듯 날아왔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와이번들을 보고 제이슨은 곧장 오러 파편을 쏘아 보냈다. 오러가 와이번의 가죽을 벨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공격은 거침없었다.

    쏴아악!

    날아드는 공격을 와이번들이 몸을 틀어 피하더니 허공으로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는 날개를 접고 제이슨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 위에서 세 마리가 떨어지고 좌우에서 다시 네 마리가 날아드는 상황. 아무리 제이슨이라고 해도 더는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이슨은 좌측에서 날아오는 와이번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수직으로 하강하던 와이번들이 방향을 살짝 틀어서 제이슨을 쫓아올 때 제이슨은 왼편에서 달려와 이빨을 드러낸 와이번을 향해 도약했다.

    와이번의 날카로운 이빨이 날아들 때 제이슨은 검으로 콧잔등을 내리쳤다. 와이번의 입이 다물어질 때 제이슨은 그 머리를 밟고 솟구쳤다.

    그리고 수직으로 하강하다가 급격히 방향을 튼 와이번을 향해 허공을 박차고 떨어져 내렸다. 허공에서 방향을 트는 것은 오러의 낭비가 심했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었다.

    제이슨은 와이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그 머리에 양손검을 꽂은 채 그대로 고대 룬어가 빛나는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쿵!

    수직으로 강하하다가 급격히 방향을 꺾었다고 해도 아직 떨어지던 속도가 있었기에 그 충격량은 상당했다.

    쩌저저적.

    바닥에 금이 가면서 고대 룬어들이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제이슨은 황급히 와이번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고 힘껏 도약했다.

    허공에 떠오른 제이슨을 향해 와이번들이 벌떼처럼 따라붙었다. 제이슨의 도약이 정점에 달해 그 속도가 0이 되었을 때 바닥에서 빛나던 고대 룬어가 더 밝아질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빛을 뿌리며 폭발했다.

    콰콰콰쾅!

    그 폭발의 파편이 와이번들을 강타했지만, 그리 쉽게 죽을 놈들이 아니었다. 다만 그 충격에 사방으로 흩어졌을 뿐.

    와이번들이 파편을 맞아 사방으로 흩어졌을 때 제이슨은 저 아래 보이는 시커먼 동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깊이를 가늠치도 못할 정도로 컴컴한 동굴.

    엘하르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장 깊은 곳에 있을 거라고 했던 고대 던전의 입구가 이렇게 위에 있다면 얼마나 떨어져 내려야 하는 걸까?

    그러나 고민을 길게 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파편에 맞았던 와이번들이 정신을 차리고 제이슨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제이슨은 이미 추락하는 중에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와이번들을 보고는 전력으로 오러의 파편을 방출했다. 와이번들이 급급히 몸을 피하는 사이에 그 힘을 이용해 제이슨은 더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스스로 무저갱에 몸을 던지는 기분이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에 들어서는 순간 전신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와이번들이 그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기만 할 뿐 따라 들어오지는 않았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 집중하면서 제이슨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오러를 눈으로 보내 시력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도 온전한 어둠 속에서 시야 확보는 어려웠다.

    “쓰읍. 이러다 뒈지겠네.”

    고대 던전을 찾는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제이슨은 집중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제이슨은 품속에서 휴대용 라이트 마법 장치를 꺼냈다. 주위를 비추는 라이트 마법으로도 어둠의 끝까지 비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제이슨은 라이트 마법 장치를 아래로 던졌다.

    점점 멀어지는 라이트 마법의 빛이 아스라이 멀어질 때 저 무저갱 같은 어둠 속에서 손톱보다 작은 빛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가까워지면서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고대 룬어들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크기 또한 처음에 보았던 것과 비슷한 크기.

    제이슨은 직경 10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원에 새겨진 고대 룬어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꺼내 든 것은 와이번의 시체. 제이슨은 그것을 전력으로 바닥에 던졌다. 그 정도 반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아주 약간 느려진 정도.

    제이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 마리의 와이번을 꺼내서 던졌다.

    두 구의 와이번 시체가 차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은 그리 높지 않은 곳에서 떨어졌기에 부서지지 않고 겹쳐졌다. 제이슨은 그걸 보고 온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전신에 오러를 둘렀다.

    어떻게든 충격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몸 외부로 오러를 두르라고 했던 엘하르트의 말이 떠오르며 전신에서 오러가 방출되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오러가 구체처럼 제이슨의 몸을 둘렀을 때 그의 몸이 바닥에 던져놓은 와이번의 시체 위로 떨어졌다.

    꽈앙!

    와이번의 단단한 육체가 비산 되어 흩어질 정도의 강렬한 충격이 있었지만, 그 반동에 제이슨도 혼절했다.

    예첸 산의 정상에서 사는 와이번들은 사냥이 유별나게 까다롭다. 그래서 와이번 사냥을 나가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 와이번들이 난리가 났다. 와이번들의 분노에 찬 포효가 사방에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들의 포효는 예첸 산 전체의 몬스터들을 자극했다.

    예첸 산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와이번들의 포효에 산 전체의 몬스터들이 흉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붉은 머리에 붉은 수염을 기른 사내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저것들이 왜 이 난리야?”

    사내의 뒤에 서 있던 붉은 머리의 여인은 망원경으로 산 정상을 바라보다가 답했다.

    “새끼들이 다쳤나 봅니다.”

    “새끼들? 어떤 미친놈이 와이번의 새끼를 건드려?”

    “모르죠. 그보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단장.”

    레드 드래곤 단장. 에트로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사냥 진척도가 얼마나 됐지?”

    “이제 6할 채웠습니다.”

    “철수해. 그리고 바키 보내서 산 정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와. 어떤 미친놈이 와이번을 건드렸는지. 그놈은 살아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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