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35화 (36/151)
  • 【35】 던전 찾기(1)

    제이슨은 깊은 상실감을 감추고는 형을 찾아 연구소로 향했다. 제이슨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형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문제는 클라이의 옆에서 어머니 브렐리아나가 젖은 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이슨이 다가가자 브렐리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왔다. 품에 안기는 어머니를 말없이 안아 준 제이슨이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조안나가 말해줬단다.”

    “걱정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는데.”

    “알아야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아야지. 그래야 부모지.”

    “아버지도 아세요?”

    브렐리아나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알려드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늦게 아셔야 조금이라도 덜 아프실 것 같아서.”

    제이슨은 자신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가만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 준 제이슨은 로크를 찾았다. 로크는 제이슨과 브렐리아나의 대화가 끝났음을 알고는 다가와서는 말했다.

    “다른 건 뒤로 미루고 지금은 클라이 형님한테 도움이 될 장비들을 기획 중에 있어요.”

    “도움이 될 장비?”

    “두 팔을 대체할 것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비를 기획 중에 있어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비는 제가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두 팔을 대체할 것은 누나가 준비 중이라고 했어요.”

    “가능하겠어?”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저희도 아직 인체 실험은 해본 적이 없어서.”

    옆에서 브렐리아나가 휘청거리기에 그녀를 부축한 제이슨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적어도 흑마도공학에 있어서는 대륙 최고의 권위자들이니까.”

    “저희밖에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운데요?”

    제이슨은 습관처럼 올라가려는 주먹을 펴서 로크의 머리를 슥슥 비벼줬다.

    “조안나는?”

    “너무 심신이 불안정해서 지금은 뭘 가르칠 상황이 아니라 누나가 전해준 책을 읽고 있어요.”

    “책?”

    “누나가 기록한 흑마도공학의 역사라고 하던데요?”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형을 돌아보았다. 운이 좋다면 말을 할 수 있게 될 테고, 팔을 대체할 물건도 얻을 수 있게 되리라.

    제이슨은 브렐리아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형이 전처럼 회복되기는 어려울 테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너만 믿으마.”

    제이슨은 브렐리아나를 다시 자리에 앉게 해주고는 형을 내려다보았다. 만나면 한 대 쥐어박으려고 했는데 이런 상태로 돌아와서 그건 뒤로 미뤄야 하게 생겼다.

    가벼운 한숨을 내쉰 제이슨은 밖으로 나가 엘하르트를 다시 불러보았다. 여전히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기에 제이슨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제이슨은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직 형에 대한 것은 알려주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면 에고 기간트에 대한 것도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서재로 찾아가니 아버지는 책을 펼치고 읽고 있었다.

    “아들. 며칠 동안 안 보이더구나.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예.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너를 만나러 왔던 레이나라는 아가씨는 군에서 찾는다며 돌아갔단다.”

    “그랬군요.”

    워낙 큰일이 있어서 레이나가 없던 것도 몰랐다. 트레버는 가만히 제이슨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엘하르트는 어디 갔니?”

    “당분간 못 볼 것 같습니다. 볼 일이 있다고 해서 보고 오라고 했거든요.”

    “그랬니? 아쉽구나.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는데.”

    헤이튼이 차를 끓여서 내려주고 물러나자 제이슨은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아버지. 혹시 에고 기간트에 대해서 아시나요?”

    “에고 기간트? 대충은 안다만.”

    트레버는 미소를 지은 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떤 것이 궁금하니?”

    “지금까지 발견된 에고 기간트의 주인들이 바뀌었겠죠?”

    “그렇지. 에고 기간트는 영원하지만, 인간의 생은 마스터라고 해도 영원하지 않으니.”

    “그럼 에고 기간트의 주인이 죽으면 에고 기간트는 어떻게 되나요?”

    “에고 기간트의 주인이 죽을 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에게 준다면 승계가 문제가 없다만 그러지 않았을 때는 그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지. 저 유명한 혹한의 재앙이라는 전쟁 기억하니?”

    “100년 전에 북쪽에서 벌어졌다가 왕국 하나 사라진 전쟁 말이죠?”

    “그래. 에고 기간트 엘카지트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었고, 그 진정한 주인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지.”

    “그럼 에고 기간트는 진정한 주인이 나타나면 계약을 하는 건가요?”

    “그렇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마스터들은 그것에 대해서 글로 남겨놓지 않았단다.”

    에고 기간트는 진정한 주인을 만나야만 계약을 할 수 있다. 지금의 마스터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전투에 에고 기간트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에고 기간트를 다루려면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을 노력해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를 일.

    그리고 제이슨이 보기에 엘하르트는 보통의 에고 기간트가 아니었다. 아직까지 다른 에고 기간트의 에고가 사람처럼 돌아다닌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아버지. 혹시 에고 기간트의 에고가 사람처럼 돌아다니기도 하나요?”

    “하하하하.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구나. 에고라는 것이 들어있어 전투를 보조한다고만 알려져 있단다. 물론 코어의 출력 자체가 비교할 수 없어서 전장에서는 에고 기간트를 당해낼 수 없다고 들었다.”

    고작 전투 보조로만 에고의 기능이 쓰인다면 에고 기간트는 엘하르트처럼 에고가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에고들과는 다른 엘하르트. 그런 존재에 대해서는 트레버도 모르고 있었다.

    제이슨이 차를 마저 마시고 일어났다.

    “가는 거냐?”

    “예. 종종 이렇게 차를 마시러 올게요.”

    “그래. 맨날 있던 엘하르트가 없으니 적적하구나.”

    제이슨은 슬쩍 미소 짓고는 나와 훈련장으로 향했다. 마스터가 되어야만 끄집어낼 수 있다면 미친 듯이 수련해서라도 끄집어내야 했다.

    단순히 엘하르트를 꺼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명백히 그를 노리는 자들이 있고, 그들의 능력은 엘하르트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들이 엘하르트와 자신을 찾아올 것도 대비하려면 강해져야만 했다.

    -···이슨.

    “엘하르트?”

    제이슨이 놀라서 소리치자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리 들려왔다.

    -내게 오러를 전···.

    뒷말은 아예 들리지도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엘하르트에 탑승해서 그에게 오러를 전해주듯 전해달라는 말이었는데 컨트롤러도 없이 어떻게 오러를 전해주란 말인가?

    제이슨은 고민하기보다 오러 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오러를 운용하다 보니 한 가지 달라진 점이 느껴졌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흐르던 것이 이질적인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곳에 집중적으로 오러를 보냈다. 폭발적으로 흘러간 오러는 마치 구멍 난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쭉쭉 빠져나갔다. 그렇게 오러 홀이 거의 텅 빌 정도가 되어서야 엘하르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좀 낫군.

    “어떻게 된 거야?”

    오러에 집중하면서도 제이슨이 묻자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재봉인이 되어서 더 힘든 것이기도 해. 이 봉인을 풀려면 아무래도 신의 의지를 찾아야겠어. 어지간한 힘으로는 깰 수가 없어.

    “신의 의지? ‘태초의 서’에 남아있다고 한 것? 널 봉인한 그거 말이야?”

    -아무리 봉인이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낌새조차 느낄 수 없었다면 보통 일이 아니야. 차라리 엘렌이 한 짓이었으면 좋겠군. 그럼 대비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엘렌? 그 에고 기간트 말이야?”

    -솔직히 지금은 무엇도 확언해줄 수 없겠어. 하지만 이 봉인의 단단함은 상상 이상이야. 계약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약자와 이 정도로 연결이 힘든 건 네가 모자란 것도 있지만, 이 봉인이 범상치 않아서 그래.

    제이슨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오러 홀의 오러가 바닥을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엘하르트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는 중에 몇 가지 고대 던전이 있었을 만한 곳으로 파악한 곳이 있다.

    “그곳에 있는 신의 의지가 이번처럼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맞아. 하지만 알면 당하지 않아.

    “위치가 어디야?”

    -서재의 지도···.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고, 제이슨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오러 홀이 바닥이 난 상황이라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그래도 오러 홀에 오러는 다시 차오를 테고, 엘하르트와 짧지만 교신할 방법을 찾아냈다. 제이슨은 그것을 알았기에 안도했고, 더는 두렵지 않았다.

    제이슨은 다시 서재로 찾아갔다. 트레버는 다시 찾아온 제이슨을 보고 빤히 바라보았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티 타임을 가져주는 거냐?”

    속이 뜨끔했지만, 제이슨은 그에게 미소를 보인 채 말했다.

    “엘하르트가 보았던 지도책이 있을까요?”

    “그거라면 저기 세 번째 책장에 있을 거다.”

    제이슨은 트레버가 말해준 책장을 찾아서 지도책을 꺼내 들었다. 지도책을 펼쳐 본 제이슨은 거기 표시된 것들을 보고는 감탄했다.

    고대 던전에 대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몇몇 고대 던전에 대한 사료를 찾아내고 그것을 교차 검증해야 찾아낼 수 있는데 같은 고대 던전에 대한 사료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고대에 살았던 엘하르트는 도서관도 아니고 고작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것만을 토대로 일곱 개나 되는 고대 던전을 표시했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들로만.

    정확하지 않아도 이 중에 몇 개만 실존한다고 해도 큰 수확이다.

    신의 의지는 엘하르트에게 준다고 해도 나머지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이거 제가 가져가도 되죠?”

    “그러려무나.”

    트레버의 대답을 들은 제이슨은 지도책을 품에 넣고 서재를 떠났다.

    언제든 엘하르트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제이슨의 생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오러 홀의 오러를 다시 채워서 엘하르트에게 모두 쏟아부어도 그는 묵묵부답 말이 없었다.

    정말 연결이 힘들어진 것 같았다.

    누구에게 묻지도 못하고 바로 고대 던전들 의심 지역을 탐사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캐리가 면담을 신청했다. 제이슨은 자신의 훈련소에서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고는 차를 건네주었다.

    캐리가 좋아하는 씁쓸한 초콜릿도 전해주니 그녀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꺼냈다.

    “형님의 팔 치료건 때문에 왔어요.”

    “치료가 맞습니까?”

    “정확히는 치료가 아니지만 두 팔을 달아 줄 겁니다. 그것 때문에 의견을 구하려고요.”

    제이슨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물었다.

    “어떻게 달 생각입니까?”

    “갓 죽은 사람의 팔을 잘라서 붙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에요.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어떤 문제점이죠?”

    “그 팔은 흑마법으로 봉합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회복 마법을 받을 수 없게 되죠.”

    “팔을 다치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다른 팔로 갈아 끼워야죠.”

    간단히 말하지만 제법 무서운 말이다. 이래서 흑마도공학이 천대받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죽은 사람을 이용한 마법을 부리니까.

    “좋습니다. 어쨌든 팔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그런데 어떤 의견을 구하려고 오신 거죠?”

    “그 팔.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로 달아주면 어떨까 해서요.”

    “몬스터의 팔이라도 달자는 겁니까?”

    “그럴 수는 없죠.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은 프라메드와 머메이드, 엘프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드워프들은 팔이 짧아서 안 어울리니까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인종들의 이름이었다. 캐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들 종족의 능력을 혹시라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요.”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 실험 대상이 형이라는 것이 문제였지.

    “혹시 전에 실험해 본 적이 있습니까?”

    “아뇨.”

    싸우자는 건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