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33화 (34/151)
  • 【33】 고대의 마법서(2)

    크롤 산에 온 제이슨은 오히려 쉽게 고대 던전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산에 펼쳐진 온갖 알람 마법들의 위치를 파악한 제이슨은 그 중심을 찾아냈고, 공간 왜곡 장치를 이용해 하나씩 알람 마법들을 뚫으며 안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에는 동굴이 있었다. 동굴 주위로는 횃불들이 켜져 있었고 병사들이 잡담 하나 나누는 이 없이 서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던 제이슨은 투명 망토를 꺼내서 두르고는 엘하르트에게도 하나를 건넸다. 엘하르트는 항상 자신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혹시나 해 준비했던 투명 망토였다.

    엘하르트가 망토를 두르자 제이슨이 속으로 말을 건넸다. 둘에게는 굳이 다른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리우스가 도망칠지도 모르니 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야.’

    -그 뒤에는?

    ‘모조리 쓸어버린다.’

    -그럼 앞장서.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뒤처질 것을 염려하지 않고 앞장섰다.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에 걸릴 정도로 둔하지 않았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사람들을 지나쳐 동굴 안으로 들어간 제이슨은 동굴 안쪽에 만든 야영지를 보았다. 병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는 프레이 백작성의 기사들이 있었다.

    기간트 라이더들로 이뤄진 기사들. 그 수는 스물. 하지만 오러 유저가 한 명도 없음을 확인한 제이슨은 그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으로 진입하던 제이슨의 손목을 엘하르트가 잡았다.

    ‘왜?’

    -발밑을 봐라.

    제이슨이 내려다보자 그곳에는 고대 룬문자가 적혀 있었다.

    ‘이건 뭐야?’

    -허락받지 못한 자 지옥 불에 태워질지니.

    ‘트랩이야?’

    -제법이군. 이걸 우회해서 들어갔어.

    제이슨은 고대 룬문자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뚫고 지나갈 수는 없어?’

    -지금 상태로는 나도 마법을 다루지 못하니 뚫을 방법은 없다.

    ‘얼마나 위험한 트랩이야?’

    -기간트를 타고 지나가거나 아니면 오러를 몸에 둘러야만 되겠는데?

    ‘오러를 몸에 두른다고?’

    -갑옷처럼.

    제이슨은 그 말에 잠시 멈춰섰다. 오러 유저 중에서 오러를 몸에 두를 수 있는 이가 있기는 할까? 검에 오러를 담아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것은 가능했지만, 오러를 몸에 갑옷처럼 두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못하겠으면 내가 뚫어줄까? 하지만 그러면 충격이 전해져서 분명 상대도 알게 될 텐데.

    엘하르트가 가진 사슬의 봉인식 때문에 어지간한 마법은 뚫린다. 그걸 알았기에 제이슨은 그레이스에게서 빼앗은 갑옷을 입었다.

    오러를 몸에 두르지는 못해도 갑옷이 최소한의 방어를 해줄 테니까.

    ‘좋아. 뚫어 봐.’

    엘하르트가 앞으로 나서더니 투명 망토를 벗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마주했던 엘하르트가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놀라울 정도의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제이슨은 솟구친 불길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는 그대로 돌파했다. 몸에 두르는 것은 아직 무리지만, 불길을 잘라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제이슨이 그대로 불길을 돌파한 후부터는 시간 싸움임을 알았다. 폭발적인 오러의 힘을 빌려 튀어나가는 제이슨은 마법 트랩 경계 안쪽의 기척을 빠르게 읽었다.

    동굴 안쪽에는 갈림길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비명이 들리고 다른 한쪽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지만, 예감은 쥐죽은 듯이 조용한 곳을 가리켰다.

    제이슨은 주저하지 않고 감을 따랐다. 엘하르트는 뒤를 따르지 않고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제이슨은 통로를 달려가면서 의식을 집중했다. 전신을 휘도는 오러로 인해 더욱 빠르게 달린 제이슨은 통로의 끝에 나타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두 명의 기사가 검을 뽑아 들고 막아서는 모습보다 그의 뒤편에 시선을 주었다. 그들의 뒤에 후드를 눌러 쓴 마도공학자 둘이 보였다.

    제이슨이 멈추지 않고 달려들자 두 명의 기사가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제이슨의 속도에 놀란 그들이 펼치는 검을 보면서도 전처럼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기간트를 타야만 그 경지에 드는지 모르겠지만, 제이슨은 양손검을 휘둘렀다.

    카캉!

    두 자루 검을 쳐내고 부드럽게 그린 궤적에 두 기사의 수급이 날아간다. 엘하르트처럼 싸울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전보다 실력이 늘었다.

    제이슨은 두 명의 기사가 목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마도공학자를 향해 덮쳐갔다. 젊은 마도공학자가 반지를 낀 손을 앞으로 내밀자 그의 주위로 마나 쉴드가 전개됐고, 바닥이 빛나는가 싶더니 낙뢰가 떨어졌다.

    좁은 통로에서 낙뢰를 피할 수는 없었다.

    파지지직!

    갑옷의 외부가 검게 타들어 가는 것이 보였지만, 그 덕분에 제이슨은 무리 없이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쩌억!

    마나 쉴드가 반으로 갈리고 그 안쪽에 있던 마도공학자의 가슴이 쩍 벌어졌다. 그는 제이슨이 마법 트랩에 적중하고도 뚫고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제대로 방비도 못 했다.

    제이슨은 뒤편의 중년 마도공학자가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 그의 반지가 빛이 나는 순간 제이슨의 검이 먼저 그의 손목을 베었다.

    “크윽!”

    손목이 잘려나간 후에 제이슨은 그대로 상대의 복부를 걷어찼다. 오러 유저가 작정하고 걷어차니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서 왈칵 핏물을 토했다.

    제이슨은 그런 상대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양쪽 손목을 모두 잘랐지만, 여기서 마음을 놓지는 않았다. 제이슨은 만약을 위해서 품에서 고리를 꺼내 목에 채웠다.

    철컥.

    상대의 모든 마나를 봉쇄하는 고리로 엘하르트가 차고 있는 것처럼 치밀한 것은 아니지만, 마도공학자를 감옥에 넣을 때 쓰는 물건이었다.

    제이슨은 그제야 상대의 고글을 위로 벗겼다. 현상범 다리우스의 얼굴을 확인한 제이슨이 그를 옆구리에 끼고는 엘하르트를 찾아 움직였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엘하르트는 자신과 나뉘어 달렸다. 비명이 들린 곳으로 달리던 제이슨은 야영지에서 달려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기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다리우스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마주 달려들었다. 통로가 좁아서 기간트를 소환하지 못하는 곳.

    기사 스물이 달려오는 제이슨을 보고는 각자의 무기와 방패를 들었다. 기간트를 꺼내지 못하는 곳이라고 해도 그들은 제이슨을 확인한 순간 그의 기량을 파악했다.

    오러 유저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들은 좁은 통로 안에서의 전술에 따라 방패로 앞을 막고 뒤에 선 이들이 창을 들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달려가던 제이슨의 양손검에서 오러가 일렁였다.

    제이슨은 바닥을 강하게 딛고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양손검에서 뻗어 나가는 오러 블레이드가 파도처럼 상대들의 방패를 가격했다.

    방패가 박살 났지만, 기사들은 팔이 잘리는 정도에 멈췄다. 프레이 백작은 기사들의 장비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공격이 적중하는 사이에 뒤로 물러난 것도 대단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러 블레이드에 두 쪽 나지 않은 것은 방패의 역할이 컸다.

    방패로 막아내는 사이에 뒤에 있던 자들이 창을 찔러넣었다. 제이슨이 힘껏 검을 쳐내는 사이에 그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들의 계획을 짐작한 제이슨은 속도를 높였다.

    카캉!

    적들의 창이 날아들었지만, 제이슨은 갑옷을 믿었다. 리오 공방에서 나온 펠타 갑옷은 그 비싼 가격만큼이나 값어치를 했다.

    적들의 창이 갑옷을 후려쳤지만, 몸을 살짝 틀면서 그것들을 흘려낸 제이슨은 간격을 좁힐 수 있었다.

    스걱.

    두 명의 목이 떨어졌을 때 제이슨은 도약했다. 뛰어오른 그를 향해 두 자루의 헬버드가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허공에 누운 채로 몸을 비틀었다.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두 자루의 헬버드. 갑옷에 전해진 욱씬거리는 통증을 씹어 삼키고 양손검을 휘둘렀다.

    스걱.

    헬버드를 휘둘렀던 둘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사이에 기사들은 아예 작정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러 유저를 상대로 기사들이 이기는 때도 있지만, 이렇게 좁은 통로에서는 무리가 있었다.

    제이슨은 새로운 오러 심법으로 폭발하듯 오러를 끌어올렸다. 단숨에 쭉쭉 뻗어 나간 오러가 두 발끝에 도달한 순간 제이슨은 이미 기사들의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제이슨이야 엘하르트와 싸우면서 이 속도에 적응했지만, 적들은 아니었다. 프라메드와의 혼혈도 아닌 제이슨이 가속한 것 이상의 속도를 뽑아낼 줄은 몰랐을 터.

    그들이 움찔 몸이 굳었을 때 제이슨은 그들의 가장 후미에서 뒷걸음질 치던 사내 둘의 목을 날리고 통로를 막아섰다.

    제이슨이 길을 막아서자 그들도 더는 도망가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 좁은 곳에서 기간트를 소환했다.

    쿠쿠쿵!

    좁은 통로에서 기간트를 소환하는 것은 탑승조차 불가한 멍청한 짓이나 그들은 통로를 막기 위해 기간트를 소환했다. 제이슨은 그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자신도 기간트를 소환할 수 없었다. 통로가 무너지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으니까.

    자신의 앞을 막아선 기간트에 탑승도 못 한 저들이 한 것은 시간을 번 정도였지만,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퍽! 퍼퍽!

    기간트로 통로를 막고 시간을 벌었던 기사들은 뒤에서 날아든 공격에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셋이나 머리가 터져 죽었다.

    “적이 또 있다!”

    돌아선 기사들의 앞에는 축 늘어진 단테를 옆구리에 끼고 있던 엘하르트가 서 있었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기사들을 바라보다가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무기 하나 없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동료의 머리가 터져 죽는 것을 보았기에 그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엘하르트는 사슬을 감은 팔을 들어 무기를 쳐내고 주먹을 뻗었다.

    기사들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피하지 못하고 하나씩 주먹에 맞아 죽어갔다. 그렇게 걷는 엘하르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카카캉!

    날아드는 무기들을 사슬을 두른 팔로 받아낸 엘하르트는 기간트 때문에 무너진 동굴의 천장을 부수고 떨어지는 제이슨을 볼 수 있었다.

    오러 유저에게 돌벽은 시간을 끄는 정도밖에 안 된다. 모두의 시선이 엘하르트에게 집중되었을 때 제이슨은 벽을 베고 나타나 기사들의 뒤를 급습했다.

    앞뒤에서 펼쳐지는 공격에 기사들이 모두 쓰러졌다. 제이슨은 그제야 검을 거두고는 엘하르트의 손에 들린 단테를 바라보았다.

    “그놈은 또 뭐야?”

    -이놈인 것 같아.

    “뭐가?”

    -같은 방식으로 고문하는 것을 보았다.

    엘하르트의 말에 제이슨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제이슨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은 기간트 때문에 동굴이 무너졌다. 당분간은 누군가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상황.

    제이슨은 엘하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쪽에 고문실이 있어?”

    -그래.

    “그쪽으로 가자.”

    제이슨이 통로를 막은 기간트를 역소환하자 통로가 반쯤 무너져 내렸다. 제이슨은 그곳을 향해 검을 휘둘러 통로를 완전히 무너트렸다.

    기사들의 무기와 장비들을 모조리 회수한 제이슨은 돌아가는 길에 다리우스를 옆구리에 낀 채 엘하르트가 향했던 길로 갔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고문실을 확인한 제이슨은 말없이 단테를 형틀에 묶고는 그의 뺨을 후려쳤다.

    “으윽!”

    고통에 눈을 뜬 단테의 턱을 움켜쥔 제이슨이 그와 두 눈을 마주친 채 물었다.

    “절망의 뇌옥에 보낸 자를 기억하는가?”

    “무, 무슨 소리냐?”

    단테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제이슨은 그의 두 뺨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말해주었다.

    “우리 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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