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30화 (31/151)
  • 【30】 재회(2)

    제이슨은 주위를 물리고 레이나와 단둘이 자리에 앉았다. 시원하게 우려낸 차를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 따라주니 그녀는 그걸 한 모금 마시고는 숨을 돌렸다.

    제이슨은 그제야 질문을 던졌다.

    “형을 찾은 거지?”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블랙 아울이 데리고 오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곳에 있는 거야?”

    레이나가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절망의 뇌옥을 알아?”

    “그거 알제리 왕국의 뇌옥이잖아. 중죄인들만 가두는 곳.”

    “맞아.”

    “형이 거기 있다고?”

    제이슨은 잠시 말을 멈췄다.

    “형이 왜 거기 있어?”

    “얼마 전에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얼마 전에? 확실해?”

    “간수 중 하나가 우리 쪽 사람이야. 워낙 쟁쟁한 인간들이 갇히는 곳이라 쓸만한 이가 있다면 우리가 탈옥시키고 지원할 생각까지 하고 심어 놓았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죄수 중에 네 형이 있다고 했어.”

    “블랙 아울 능력만으로 꺼낼 수 없다는 거지?”

    “솔직히 자신이 없어. 피해도 피해지만, 그곳까지 침투하고 돌아오려면 단방향 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이 필요한데 그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동시에 몇 명까지 갈 수 있어?”

    “알제리 왕국에 침투해 있는 요원 중 하나가 절망의 뇌옥 근처로 이동 중이야. 늦어도 내일이면 도착할 테고, 최대 5인짜리니까. 이쪽에서 세 명까지 이동할 수 있어. 돌아올 때 요원도 데리고 와야 하니까.”

    제이슨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너도 가야 하지?”

    “맞아. 나도 가야 돼. 잠입 요원은 비전투 요원이라서.”

    “그럼 너랑, 나랑 엘하르트가 가면 되겠네.”

    “잘생긴 오빠도 가는 거야?”

    레이나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봤기 때문에 그가 참여한다니 생존 가능성이 꽤 커졌다.

    “내일까지라고?”

    “응.”

    “알겠어. 그럼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쉬어.”

    “그래. 그런데 로크를 만나고 가도 될까?”

    “로크? 그렇게 해.”

    아직 군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로크에게 할 말이 있겠거니 싶어 제이슨은 로크를 불러줬다. 연구소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했기에 직접 로크를 불러주니 문을 열고 나오는 로크에게 레이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나 왔어.”

    “귀환 명령인가요?”

    “아니. 아티펙트 제작 요청이야.”

    “으. 지금 바쁜데. 언제까지 필요한 물건이에요?”

    “급하지는 않아. 보름 안에만 만들어 주면 돼.”

    레이나가 요청서를 건네주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요청서를 확인한 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 정도라면 가능하겠네요. 그런데 레이나가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온 거예요?”

    “너 보러 왔지.”

    로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제이슨이 그를 잠깐 불러세웠다.

    “로크. 바이슨의 수리 혹시 내일까지 될까?”

    “예?”

    로크가 기가 찬다는 듯 제이슨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 아무리 서둘러도 그건 불가능해요. 형이 급하지 않다고 해서 아직 손도 안 댔단 말이에요.”

    “다른 거 다 접어두고 해보면 어때?”

    “왜요? 급히 쓸 데 있어요?”

    엘하르트와 함께 가면 기간트와 싸운다고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문제는 블랙 아울 요원 둘이 함께하니 그 둘과 가는 길에 엘하르트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제이슨은 안쪽에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필요해서 그래.”

    잠깐 고민하던 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셋이서 달라붙으면 못할 것도 없기는 한데.”

    “그럼 부탁 좀 하자.”

    “알겠어요. 조안나에게도 좋은 경험일 테니까요.”

    제이슨은 로크에게 바이슨의 수리를 부탁하고는 레이나를 돌아보았다.

    “헤이튼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라고 할게.”

    “고마워요.”

    초보 마도공학자에게 기간트를 수리하는 경험은 귀중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조안나는 기쁜 마음으로 바이슨 수리에 참여했고, 그건 캐리도 마찬가지였다.

    기간트 수리는 쉽게 맡을 수 없는 일이라 오히려 좋은 경험이라고 달려들어 꼬박 하루 만에 그들은 바이슨을 전부 수리해냈다.

    제이슨은 수리된 바이슨을 챙기고 레이나와 함께 훈련장에 좌표 설정을 했다.

    단방향 장거리 텔레포트 아티펙트는 무지막지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소모 아이템이었다. 거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알제리 왕국 내부로 단번에 들어가려면 그쪽에 설치할 인물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돈도 무지막지 들었다.

    오죽하면 요원들이 침투할 때도 국경을 우회 입국하지 단방향 장거리 텔레포트를 하지는 않는다.

    특별한 작전 수행이 아니면 쓰지도 않는 물건. 그나마 공간 쪽에 재능이 있는 로크가 있어서 만들 수 있는 물건 중 하나였다. 재능과 상관없이 재료비가 무식하게 드는 물건이지만.

    “왕복 1만 골드라고?”

    “거리가 더 멀었으면 더 비쌌어.”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선 엘하르트를 돌아보았다. 책도 안 보면서 안경은 왜 끼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단방향 텔레포트 마법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럼 준비들 됐어?”

    “그래. 가자.”

    제이슨의 대답을 들은 레이나가 아티펙트를 가동했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위로 제이슨과 레이나, 엘하르트가 올라서자 마법진이 환하게 빛나더니 곧 주위의 풍광이 바뀌었다.

    제이슨은 앞에 서 있는 블랙 아울 요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척이나 평범해 보이는 얼굴의 남자였다. 길가 다 마주치면 뒤돌아섰을 때 잊어버릴 얼굴이었다.

    침투조 요원들은 대부분 이렇게 개성이 없었다.

    사내는 레이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말했다.

    “직접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수고했어. 여기서 얼마나 가야 하지?”

    “코어 카트를 이용해서 십 분 거리에 있습니다.”

    코어 카트들을 하나씩 꺼냈고 엘하르트는 자연스레 제이슨의 뒤에 올라탔다. 제이슨은 코어 카트를 타고 가는 길에 물었다.

    “절망의 뇌옥은 지금까지 탈옥한 자가 없지?”

    “아직까지는. 거기 지키는 놈들도 보통 놈들이 아니라서.”

    제법 머리를 굴려서 우회 입국까지 하더니 어쩌다가 그런 곳에 갇히게 됐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구하고 볼 일이다.

    제이슨은 말없이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그리고 십 분 만에 알제리 왕국이 자랑하는 절망의 뇌옥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알제리 왕국 내의 중죄인들을 수용하는 곳이었다. 트랑 왕국은 중죄인들이 생기면 죽여버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기사단을 생각하면 왜 전력을 낭비하나 싶지만, 이곳이 생긴 것은 알제리 왕국 초창기 왕권 전쟁 때문에 생겼다고 들었었다.

    따르는 귀족이 많아서 내전을 일으켰던 왕자를 가두고 죽이지도 못했다고 하던가? 그래서 그곳에 기사단을 주둔시켜 지켰다고 들었다.

    제이슨은 말로만 듣던 절망의 뇌옥을 눈으로 보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거 침입이 가능하기는 한 거야?”

    어지간한 쇠보다 단단하다고 알려진 청석. 알제리 왕국에서 나는 특수한 석재로 만들어진 푸른색의 뇌옥이었다. 게다가 성벽부터 뇌옥까지의 거리 또한 멀어서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투명 망토도 걸리겠지?”

    “아마도.”

    “그래서 방법은 없어?”

    “공간 왜곡으로 설치하고 들어가려고 해도 워낙 광범위해서 뚫을 수가 없어. 그러니 이곳은 마법 무효화 폭탄을 터트려서 들어갈 거야.”

    제이슨이 황당하다는 듯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몇 분짜리야?”

    “2분.”

    2분간은 기간트도 소환하지 못하는 마법 무효화 폭탄. 상당히 고가의 물건이기도 했다.

    “이곳을 지키는 기사단은 오러 유저가 없으니 오히려 다행 아닌가?”

    기간트를 소환하면 엑스퍼트라고 해도 오러 유저를 죽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제이슨에게는 그것이 더 이로울 수도 있었다.

    “좋아. 형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는 파악했어?”

    “3층에 갇혀 있다고 들었어.”

    제이슨이 3층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들어갈 거야?”

    “그러려고 밤에 왔으니까. 지금이 딱 교대 시간이거든. 준비됐어?”

    제이슨이 양손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이나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폭발하면 그때부터 1분 안에 뇌옥까지 잠입해야 해.”

    “선두는 내게 맡겨.”

    레이나가 침투조 요원과 눈을 마주치더니 한껏 당긴 시위를 놓았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화살을 바라보던 제이슨은 엘하르트를 흘끔 살폈다.

    기간트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엘하르트를 당해낼 이가 과연 있을까? 아직 자신도 한 대 때려보지 못했는데?

    하늘 높이 올랐던 화살이 절망의 뇌옥 공터 중앙에 꽂혔다. 그리고 순간 강력한 파장이 사방으로 뻗었다.

    위이이잉!

    모든 알람이 동시에 울리며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제이슨이 정문을 향해 달렸다. 그 뒤를 엘하르트와 레이나, 침투 요원이 따라붙었다.

    절망의 뇌옥 반응은 느렸다. 설마하니 자국 내에서 이런 무식한 짓을 벌일 줄은 몰랐던 거겠지. 뇌옥 안쪽에는 온갖 마법 조명들이 있을 테지만, 모든 마법이 무효화 된 지금은 그것들을 쓸 수 없다.

    안쪽에서 횃불들이 켜지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기도 전에 제이슨은 공터를 지나 뇌옥의 문 앞까지 도달했다.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창을 겨눌 때 제이슨의 양손검이 궤적을 그려냈다.

    스걱.

    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 여섯이 쓰러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제이슨은 그들을 베어 넘기고는 그대로 문을 향해 양손검을 휘둘렀다.

    쩌걱!

    문이 반으로 갈리자 제이슨이 곧장 그 안으로 뛰어들며 살폈다. 안쪽에서 반응하는 자들이 있었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교대한 기사들도 튀어나왔다.

    제이슨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소리쳤다.

    “도와줘.”

    엘하르트가 제이슨의 옆으로 달려나가며 움직이는데 그의 주먹을 피하는 이가 없었다. 그 둘이 나서서 달려드는 이들을 삽시간에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레이나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분 안에 모두를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1층에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나온 이들 모두가 쓰러졌다.

    뇌옥을 지키던 이들을 삽시간에 정리한 제이슨은 레이나를 돌아보았다.

    “따라와.”

    레이나가 앞장서서 3층으로 올라갔다. 제이슨과 엘하르트가 그 뒤를 바짝 따라서 이동했고 3층을 지키는 병사가 나타나기 무섭게 앞으로 튀어나가 그들을 제압했다.

    레이나는 안을 한 번 둘러보더니 빠르게 복도 가장 끝의 방으로 달려가서는 안을 살펴보았다. 인상을 굳힌 레이나가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여기야.”

    제이슨은 주저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문을 쪼갰다. 두꺼운 철문이 뒤로 넘어가고 컴컴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한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이슨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입을 열었다.

    “형.”

    제이슨의 부름에 웅크리고 있던 사내가 움찔 몸을 떨었다. 제이슨은 그런 형의 어깨를 잡았다. 헐렁한 죄수복. 제이슨은 형의 몸을 돌려세웠다.

    양쪽 팔 모두 어깨 아래로 소매가 헐렁했다. 양팔이 잘려나간 상태를 보고 제이슨의 눈이 어둠 속에서 푸르게 일렁였다. 제이슨은 형과 눈을 마주쳤다.

    사고를 치고 나갔다고 하나 혈육이다.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부모님 속을 썩였다고 해도 자신의 형이다.

    만나면 한 방 먹여줄 생각이었지만, 그를 탓하고 나무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다.

    홀쭉해진 두 뺨. 퀭해진 눈빛으로 제이슨을 알아보고 입을 벌렸다.

    “아으아.”

    혀가 잘려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형을 보고 제이슨은 그를 끌어안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 홀쭉해진 형의 가벼움에 제이슨은 말이 없어졌다.

    묵묵히 그를 데리고 뇌옥 밖으로 나온 제이슨은 공터에 늘어선 나이트급 기간트 탈리아 스무 기를 보았다. 절망의 뇌옥을 지키는 검은 투견 기사단의 기간트들.

    제이슨은 부축하고 있던 형을 엘하르트에게 건네고는 바이슨을 소환해 올라탔다. 바이슨의 무기인 거대한 양손검을 뽑아 든 제이슨은 기간트들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다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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