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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25화 (26/151)

【25】 연결(2)

엘하르트가 스스로 현신하고 사슬을 풀어서 사방으로 휘젓자 제이슨을 포위하고 있던 진형이 무너졌다. 제이슨은 그런 엘하르트를 향해 달렸다.

자신이 강해졌다고 믿었다. 실제로 오러 유저인 그레이스를 압도했으니까. 기간트를 타도 달라졌을 터였다.

하지만 그린 드래곤 용병단원들은 능숙했다. 마치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훈련이라도 한 것처럼 능숙하게 펼친 공격에 바이슨에 탑승하지 못하면서 일이 꼬였다.

제이슨이 엘하르트를 향하는 모습을 보고 그레이스가 소리쳤다.

“막아!”

마스터가 아니라면 에고 기간트의 가동시간이 현격히 줄겠지만, 탑승하면 그 자체로 위험해진다.

실피온이 바람의 칼날을 쏘아 보내고, 샐러맨더가 불을 토해냈다. 그린 드래곤 용병단의 기간트들도 투창을 소환해서 던졌다.

촤라락!

엘하르트가 휘두른 사슬이 투창을 막아내는 사이에 제이슨이 한껏 도약해서 엘하르트에 탑승했다. 처음 타보는 것도 아니지만, 전과 느낌이 달랐다.

오러의 양이 달라져서일까? 아니면 심법의 영향일까?

제이슨의 오러가 쭉 뻗어 나가면서 엘하르트와 일체감이 느껴졌다. 엘하르트의 성능을 완벽하게 뽑아내지는 못하겠지만, 봉인이 되어 있는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까지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기가 없다는 점이 조금 문제이기는 했지만, 무기를 잃었을 때를 대비해서 맨손 격투도 익힐 만큼 익혔다.

손목이 날아가 있는 왼팔은 사슬을 휘감아 주먹처럼 만들었고, 오른손에는 사슬을 쥔 채 휘둘러본다.

-채찍도 안 써봤어?

“솔직히 써보지는 않았는데.”

채찍은 다루기 어려운 무기다. 게다가 제이슨은 양손검과 맨손 격투는 썼지만, 채찍은 써보지도 않았다.

-이건 내가 쓰지.

촤라락!

날아드는 쇠사슬을 보고 두 대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달려들었다. 그들이 무기로 쇠사슬을 엮고는 무게를 실어서 당기려고 했다.

에고 기간트는 코어의 출력이 히어로급 기간트를 크게 상회 한다. 그래서 더 큰 기체를 움직일 수 있는 것. 그런 만큼 힘이 월등하지만, 나이트급 기간트 두 기가 줄다리기하듯 당기며 제이슨을 속박하려고 했다.

-이것 봐라?

엘하르트가 픽 웃는가 싶더니 쇠사슬을 당겼다.

콰드득.

바닥에 긴 홈이 파이며 두 기의 기간트가 딸려왔다. 제이슨은 자신의 오러가 뭉텅 빨려 나가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굳혔다. 두 기의 기간트가 딸려왔지만, 오러의 낭비가 심했다.

딸려온 나이트급 기간트를 향해 엘하르트가 사슬로 휘감은 왼주먹을 내리쳤다. 막대한 신장 차가 만들어낸 낙차가 파괴력이 되어 나이트급 기간트를 향했다.

황급히 방패를 들었지만, 엘하르트는 개의치 않았다.

꽈앙!

강력한 일격에 방패가 우그러지고 방패를 들고 있던 기간트가 주저앉았다. 관절 부위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을 보니 기동은 힘들 지경.

하지만 제이슨은 빠져나가는 오러의 양에 인상을 굳혀야 했다. 자신의 오러 홀이 단단해지고 오러의 양이 많아졌다고 해도 이 정도로 막 굴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때 실피온과 샐러맨더의 공격이 쏟아져 왔다. 그리고 그 사이로 그레이스가 탑승한 벨드로이의 레이피어가 섬전처럼 날아들었다.

그레이스가 자랑하는 공격기 중 하나였다. 다른 오러 유저들에 비해서 공격적인 성향이 떨어지는 엘프와의 혼혈이다 보니 정령과 함께 펼치는 공격기가 그녀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었다.

다른 나이트급 기간트들도 좌우에서 공격에 가세했다. 제이슨은 그 공격을 보면서 말했다.

“내게 맡겨.”

엘하르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지켜보겠다는 듯 결정권을 넘겼다. 기간트에 에고가 있다는 것이 도움될 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니었다.

힘보다 기교가 필요한 순간.

제이슨은 엘하르트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전해진 순간 컨트롤러를 밀었다.

엘하르트가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근거리에서 일어나는 폭발적인 돌진이었다. 날아드는 공격은 대부분 몸으로 때웠다. 에고 기간트는 기본적으로 방어력이 다른 기간트보다 월등하니까.

날아드는 공격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단숨에 거리를 좁힌 제이슨은 날아드는 레이피어를 왼팔을 휘감은 사슬로 쳐냈다. 사슬이 긁혀나가는 사이에 제이슨의 오른 주먹이 사선으로 벨드로이의 복부를 올려쳤다.

그레이스가 왼팔로 황급히 공격을 막았다.

콰앙!

팔이 박살 나고 벨드로이의 발이 허공에 떠올랐다. 제이슨은 그대로 돌진했다. 허공에 떠오른 벨드로이의 가슴을 향해서 하나 남은 뿔이 날아들었고 그대로 가슴을 관통했다.

“컥!”

벨드로이의 갑옷을 관통한 뿔은 그레이스의 옆구리를 뜯어냈다. 마지막에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몸을 틀지 않았다면 허리가 잘려나갔을 위중한 상처였다.

왈칵 피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자신에게 재생 마법을 걸었다. 재생의 기운이 상처를 수복하려고 했지만, 상처가 워낙에 위중했다.

벨드로이가 뿔에 꿰뚫린 채 허공에 들린 모습을 보고 그린 드래곤 용병단원들의 눈이 뒤집혔다.

“단장!”

움직일 수 있는 세 기의 기간트가 동시에 달려들자 제이슨은 오른팔의 사슬을 휘둘렀다. 무작정 휘두른 사슬을 엘하르트가 정교하게 조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보조를 맞춰줬는데 휘어져 날아간 사슬이 달려오던 기간트 한 대를 쳐 날렸다.

“꺄아악!”

그레이스는 옆구리가 뚫린 채로 어떻게든 재생을 하려고 했지만, 엘하르트가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상처가 심해졌다. 그레이스의 의식이 흐려지는 동안 제이슨은 그 손에 들린 레이피어를 빼앗아 휘둘렀다.

얇은 검이지만 제이슨의 오러를 전달하는 엘하르트의 능력이 달랐고, 제이슨의 오러 심법도 달라졌다.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오러가 레이피어에 맺혔다.

스악.

엘하르트가 워낙 거구라 손에 들린 레이피어가 송곳처럼 보였지만, 그 끝에 맺힌 오러 블레이드는 날카로웠다. 달려들던 나이트급 기간트 두 기를 방패째로 잘라냈으니까.

제이슨은 머리 위에 꽂힌 그레이스의 기간트를 양손으로 들어 올려 바닥에 패대기쳤다.

쿠웅!

제이슨은 구멍 난 벨드로이의 흉갑을 뜯어냈다. 그곳에는 그레이스가 빈사상태가 된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전신 갑옷도 엘하르트의 뿔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재생 마법을 걸어서 회복하려고 하고 있지만, 회복은 불가능했다. 제이슨은 엘하르트가 처음에 제압했던 기간트와 방패째로 찌그러진 기간트에서 기간트 라이더 둘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제이슨은 손에 들고 있던 레이피어를 던졌다.

쐐액!

도망치던 기간트 라이더 하나가 레이피어에 몸이 두 조각이 났고, 나머지 하나는 엘하르트가 사슬을 휘둘렀다.

퍼억!

차라리 레이피어에 두 조각 난 이가 나았다고 여길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제이슨은 그제야 숨을 몰아쉬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기간트에 타보지도 못하고 쫓기다가 죽을 뻔했다. 제이슨이 그제야 엘하르트에서 내려 그레이스의 앞에 섰다.

숨을 헐떡이던 그레이스가 제이슨의 눈을 바라보았다.

“살려···줘.”

제이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양손검을 뽑아 들 뿐이었다. 에고 기간트 엘하르트를 보았고, 자신이 테롤 백작 성의 고대 던전을 탈취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알려지면 자신만이 아니라 모두가 위험해진다.

제이슨의 양손검이 그레이스의 목을 쳤다. 제이슨은 그제야 숨을 길게 토해냈다.

오러 유저 하나와 나이트급 기간트 라이더 다섯.

기간트를 타지 않았다면 혼자서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레이스는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엘하르트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바닥에 쓰러진 것은 자신이었을 터.

제이슨은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엘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처참한 전장을 보면서도 그는 느긋해 보였다. 마치 관심 없다는 듯 안경을 꺼내 쓴 엘하르트를 보고 제이슨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기간트로 싸울 것을 대비한 것인지 성에서 꽤 먼 거리였다. 제이슨은 기간트들을 모두 역소환 시키고 시체들을 한곳에 모아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주변의 흔적을 꼼꼼히 지운 제이슨은 코어 카트를 꺼내며 말했다.

“고맙다.”

엘하르트는 그제야 제이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멀었더군.

“그래. 할 말이 없다.”

제이슨이 순순히 답하자 엘하르트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괜히 대륙 3대 용병단이 아니었어.”

전장에서도 기간트에 탑승했지만,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이들도 방해 못 할 정도로 빠르게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 훈련을 따로 받기도 했고.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적들이 대비하고 있었다지만 제이슨이 바이슨에 탑승도 못 했다. 이번에 싹 수리하고 왔는데 거의 반파 수준이 됐다.

로크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수리에 한참 돈이 깨지게 생겼다. 얻은 것들이 많지만, 암시장에 내다 팔면 제값 받기는 힘들 정도로 파손되었으니 속이 쓰렸다.

제이슨이 코어 카트에 오르며 말했다.

“타.”

엘하르트가 뒤에 타자 제이슨은 곧장 코어 카트를 출발시켰다.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코어 카트 위에서 제이슨은 손목을 가볍게 털면서 생각했다.

이제는 슬슬 채찍 훈련도 해야겠다고.

로크는 안경을 올려쓰며 제이슨이 꺼내놓은 바이슨을 바라보았다.

“형. 무슨 짓을 하고 온 거예요?”

“타보지도 못하고 부서졌어.”

“진짜요? 용케 살아남았네요?”

바이슨에 타지도 못하고 이 정도로 당했는데 살아 돌아온 것이 대단했다. 로크의 말에 제이슨은 픽 웃고는 말했다.

“운이 좋았지.”

“형. 나 바쁜데.”

“수리해주면 5만 골드 주지. 재료비 빼고.”

“사령관한테 안 알리고요?”

“당연하지.”

“형. 나만 믿어요.”

제이슨은 로크의 머리를 만져주고는 자신의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오러를 운용하려고 할 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동부 전선에 에고 기간트가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제이슨은 엘하르트를 찾아갔다. 서재의 창문을 열고 서 있던 엘하르트는 제이슨이 찾아오자 한마디 했다.

“느꼈어?”

엘하르트는 복잡한 눈으로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필연이다. 자신과의 연결이 제이슨에게 육감을 깨우고 있었다.

엘하르트는 솔직히 말했다.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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